우리가 철도노동자 파업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철도노동자 파업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하는 이유

철도 경쟁체제가 아닌 예산투자 및 인력확충을 전제로 한 '철도 통합'이 절실하다.

2023년 10월 13일

노동운동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은 지난 9월 14일~18일 공공철도 확대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촉구하며 고속철도 통합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16일 남영역 근처에서 열린 파업결의대회에는 철도노조 조합원 6천 500여 명,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3천 500여 명, 주최 측 추산으로 총 1만여 명이 참석했으며 노조는 이 자리에서 “민영화를 막고 공공성을 늘리는 파업, 모두의 삶을 지키는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과 태업 기간동안 보수언론과 역내 플랫폼 방송을 통해 이를 '불법'이라고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물론 파업으로 인한 운행 차질이 일시적으로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철도노동자들이 비난과 공격을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정당한 준법투쟁인 태업, 엄연한 노동권행사인 파업에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낙인을 찍고 철도노조를 공격했다. 철도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벌였으며, 이 투쟁은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철도파업

공공교통인 철도는 시민의 발이자, 우리 사회 곳곳을 연결하는 끈이므로 시민의 필요에 따라 공공교통은 확대, 보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이전 정부들은 철도의 공공성을 해체하고 지속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진행해 왔다.

철도노조는 2013년 당시 주식회사 SR설립이 수서행 KTX를 분리해 민영화하려는 계획임을 폭로하고 23일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의 문제제기 후 SR은 코레일의 자회사로 출범했는데, 이 당시 코레일은 SR지분의 41%를 차지했다. 그런데 원래 도시철도공사에 매각하기로 한 나머지 59%의 지분을 정부가 인수한다. 한국철도공사가 SR의 지분을 100% 갖게 될 경우 한국철도공사와 SR이 통합될 것을 우려한 정부가, 국유재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SR에 직접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지만 정부지분을 매각해 언제든 SR을 손쉽게 팔아 민영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철도는 거대한 규모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건설과 운영, 운행과 유지보수 등이 함께 연동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쟁으로 효율성을 높이겠다면서 일방적으로 KTX의 흑자 노선을 SRT에게 넘겨주고 무궁화호 등 소위 ‘적자노선’은 줄이고 있다. KTX와 SRT 분리로 드는 중복비용만 한 해 400억 원이 넘는다. 이런 방식의 SRT확대는 전혀 효율적이지 않으며 국민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는 추석 전까지 SRT의 경전선·동해선·전라선을 확대한다며 수서-부산 열차운행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SR에는 투입할 여분의 열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코레일과 SR의 예매시스템은 호환되지 않아 수서행 승객들은 환승시 두 번을 예매해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한다. SRT의 노선 확장을 위해 당장 수서행 승객들의 불편이 야기되고 있고, 결국 KTX가 수습을 하게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더해 SR은 업무의 많은 부분을 한국철도공사에 위탁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와 분리한 후 정부예산으로 이윤은 보전받으면서, 정작 유지·보수 등의 업무는 다시 공기업인 코레일에 의지하는 기형적 구조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에서 철도의 시설유지·보수 기능을 떼어내 코레일의 규모를 줄이려 하고 있다. 시민의 편의와 안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이같은 SRT 확대는 철도 쪼개기를 통해 은근히 민영화를 시킨 후 사기업에 팔아, 이윤을 보장해 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 십수 년간 이런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무궁화호 적자 노선이 폐지되어 지역주민들의 불편이 커졌다. '효율'을 내세워 예산투자는 줄이고, 인력감축과 노동강도는 강화되어 수많은 철도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렸으며, 목숨을 잃었다. 작년 11월에도 오봉역에서 인원감축으로 3명이 하던 일을 2명의 노동자가 맡으면서 철도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근무는 언제든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언제까지고 이런 인재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을까?

철도노조는 9월 19일 노사정 합의로 10월 초부터 수서행 KTX를 포함한 교차 운행 방안을 정부와 교섭하기로 했다. 노조의 요구대로 철도경쟁체제가 아닌 예산투자 및 인력확충을 전제로 한 철도통합이 절실하다. 철도통합을 외치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은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지키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인 철도통합

철도는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10배 높다. 한번의 수송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동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도로(승용차, 화물차)가 94.7%이고 철도가 0.3%, 항공 1.6%, 해운 1%이다.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도로부문의 배출량은 세 배이상 증가했고, 철도의 경우는 오히려 1/3이상 줄었다. 폭우, 폭염, 산불, 가뭄이 심각한 수준인 지금,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승용차의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자동차기업들은 절대 자발적으로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곧 기업의 존폐와 직결되니 말이다. 정부가 나서서 철도의 확장과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적극 주도해야 자동차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국토교통부는 경전선·동해선·전라선 SRT 노선 확대로 수서-부산 구간의 SRT 운행 횟수를 4천석 이상 줄이겠다고 했다. 부족한 열차공급을 KTX 확대로 채울 예정이라면 애초에 SRT를 만든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무궁화호 등 도시철도공사의 적자 노선 역시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철도 운행 횟수의 축소는 더 많은 자동차 이용과 온실가스 배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는 줄이고 화력, 핵발전 확장 등 기후악당 정책 확대에 앞장서 왔다. 철도노동자의 파업은 철도를 통합해 정부가 심화시키는 기후위기를 막는데 기여하는 기후정의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공공철도의 확대가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 중 하나이므로 공공교통 부문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이것이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이번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한 이유이며,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모든 시민들이 철도 파업을 연대하고 성원해야 하는 이유다.

모두의 이동권과 공공성을 지키는 철도

철도파업은 철도노동자의 이익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은 지하철,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 중에서도 노약자와 20-30대 여성, 청년들이 대중교통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자가용이 없는 지역민들에게도 철도같은 대중교통수단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물가상승, 전기세, 난방비에 이어 대중교통요금까지 연이어 폭등해 국민들의 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지에 사는 노인들은 열차가 없어서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사회적 소외와 더불어 물리적으로도 외부와의 단절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버스에 비해 지하철에 노인 비율이 높은 것은 지하철이 노약자에게 무임승차를 제공하기 때문인데 이런 공공교통은 노인인구의 사회활동 확대로 이어진다.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해야 할 20-30대 청년들, 특히 여성들에게도 높은 교통비는 이동 시 큰 부담이고 제약이다. 전체 인구 중 20대 여성의 교통비 부담이 가장 크다고 한다. 여성들에게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회적 교류는 특히 중요하다. 즉, 공공교통 확대는 여성들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장애인에게는 삶 자체가 이동권 투쟁이다. 부자들이 멋진 식사 한번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날아다닐 때, 가난한 장애인은 이동의 제약 때문에 끼니를 걸러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비싸고 시간 제약이 큰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때 지하철과 기차는 비교적 쉽게 이용 가능한, 긴요한 교통수단이다.

우리에게는 사람을 만나고 사회활동을 할 권리와 건강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권리, 아프고 불편한 몸을 갖게 되었을 때 적당한 돌봄을 받을 권리, 소외되지 않는 노년을 가질 권리가 있다. 교통, 에너지, 의료, 돌봄, 교육 부문의 공공성 확장은 이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즉, 민영화를 막고 공공교통을 확대하는 것은 철도노동자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시민 모두의 이동권과 공공성을 확대하는 싸움이다.

우리에게는 철도를 비롯한 공공교통에 대한 투자확대, 요금인하, 나아가 무상교통정책이 필요하다. 룩셈부르크에서는 이미 무상교통정책을 내놨고, 스페인은 지난 9월부터 국영철도 무료, 뉴질랜드는 지난 4월부터 대중교통 반값 정책을 시행했다. 유럽 정부가 단지 더 선진적이어서가 아니라 지난 수십 년 간 싸워온 유럽 노동자와 시민들의 대규모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이 있었기에 이런 정책들이 가능했다.

더 확대되어야 하는 철도파업

1차 철도파업은 일단락되었지만, 철도 쪼개기를 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국토교통부와 정부는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파업이 불법이라는 정부의 공격은 설득력이 없다. 철도가 공공재로서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와 연결되어 있기에 공공성을 확장하라는 철도노조의 정치파업은 여전히 중요하며 완전히 합법적이다.

사실 정부는 올 상반기 건설노조, 화물연대 때리기와 압수수색, 구속 등의 잔인한 전방위적 탄압과는 달리 이번 철도파업에는 일정 정도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매주 수만 명이 모여 집단적 힘을 보여준 교사집회를 보면서 놀란 윤석열정부가 협상으로 시간을 벌면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시민의 이동권, 공공성에 대한 어떤 비전도 없으며, 철도를 오로지 돈벌이의 도구로 보고 민영화하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 정부의 철도 쪼개기에 맞서 철도통합을 요구하는 철도노동자들이 단결해 2차 파업에 나선다면 윤석열정부의 노동자 탄압에 제동을 걸고 노동계급의 자신감을 더 높일 것이다. 우리가 철도파업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참고 자료

  • 탁종열, 「누가 '철도 경쟁체계' 가짜뉴스로 '민영화' 감추려 하는가」, 미디어스, 2023. 10. 11.
  • 방준호, 「왜 지금 ‘공공성’ 파업?…“우리 사회 ‘각자도생’ 가는 고빗사위”」, 한겨레, 2023. 09.14.
  • 『2022년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1990~2020)』,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23. 03. 13.
  • 정소희,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 “멈추지 않는 경쟁·분할 추진, 철도민영화 막아야”」, 매일노동뉴스, 2023. 06. 19.
  • 변진경, 「‘내돈내산’ 대중교통에 이의 있습니다」, 시사IN, 2023. 09. 07.
  • 이데일리, 「아무리 아껴도 피할 수 없는 '6만 4천원'」, 이데일리, 2023. 02. 02.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