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교사들,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다

한국과 일본의 교사들,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다

8월의 첫째 날,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고교교사들과 일본 나고야YWCA아이치현립고등학교교직원조합 교사들의 교류가 용산 ITX 회의실에서 열렸다.

2023년 8월 10일

일본, 전교조, 국제

장마가 지나가고 무더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던 8월의 첫째 날,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고교교사들과 일본 나고야YWCA아이치현립고등학교교직원조합 교사들의 교류가 용산 ITX 회의실에서 열렸다. 일본 방문단은 38명, 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 5명, 서울지부 여러모로 합창단 10명이 참석했다.

이번 만남은 한 달여 전 공익재단법인 나고야YWCA교직원조합이 여름방학 기간 한국 근대사, 전쟁과 여성 등을 주제로 우리나라로 연수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국 고등학교 교사들과 다양한 교육 현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서울지부에 제안하면서 성사되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뜨거운 이슈인 상황에서 일본 시민단체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일본의 다양한 교육 이슈들을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만남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후 네시 반에 시작된 교류회는 나고야YWCA 측 대표와 정기영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의 연대의 인사로 시작되었다. 서울지부 ‘여러모로 합창단’이 일본의 민중가요를 번안한 합창곡 ‘인간의 노래’를 일본어와 우리말로 함께 불러 방문단을 환대했다.

‘인간의 노래’ 가사는 서이초 선생님 상황과 맞닿아 있어 합창단은 추모의 의미로 검정색 옷을 입었고, 노래를 부르기 전 이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 전달했다.

“깊은 상처 안고 사는 지친 어깨에/ 작은 눈길 건네는 친구는 있는가/ 고통 속에 누워 서러웁게 식어가는/ 차가운 손 잡아줄 동지는 있는가/ 잊혀진 우리들의 기쁨을 노래하리/ 나는 부르리,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살아서, 살아서 끝내 살아서/ 살아서 살아서 끝끝내 살아내어/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일본 선생님이 노래가 끝난 후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어 놀랍게도 일본 방문단의 답가가 이어졌다.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절대 잊으면 안된다고 다짐처럼 말씀하신 이후에 38명 방문단 전체가 일어나 일본의 후루사토(고향)와 우리의 아리랑을 섞어 불렀다. 이 두 노래가 어우러지는 속에서 이미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우리'라는 연결된 마음이 느껴져 저절로 눈물이 났다.

노래를 통해 따뜻해진 한일교류회는 일본 방문단이 사전에 보내온 질문에 서울지부가 교류회팀이 답하고, 우리가 보낸 질문을 일본 방문단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질문 하나만으로도 나눌 이야기가 너무 많은 주제여서, 쟁점 사안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도 못하고 짧게 현황 중심으로만 전달한 것이 아쉽다. 언어의 장벽이 있고, 사회문화적 맥락이 달라 충분히 뜻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면서 답변을 드렸는데도, 일본 선생님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경청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어떤 맥락에서 질문하셨는지, 일본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너무 많은 것들을 묻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준비해 간 질문 중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질문을 했다. 하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일본 시민들의 인식과 YWCA 선생님들의 생각, 두 번째는 서이초 상황과 관련하여 일본은 이미 십여 년 전에 비슷한 문제로 사회적 반향이 있었던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후 어떤 제도적 대책이 있었는지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서는 2011년 원전사고 당시 교감 선생님으로서 교육위원회(교육청)에 참여하셨다는 한 선생님께서는 워낙 일본 정부가 방사능이 위험하지 않다, 오염수 방출이 위험하지 않다는 방침을 책자에 담아 모든 학교에 배포했고 심지어 민간 도서관에까지 책자를 비치해 교육을 장악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 문제가 많이 이슈화되어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어려운 분위기이며, 국제적 이슈로서의 인식은 더더욱 없다는 이야기. 5년 전 YWCA 교직원조합 임원이었다는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YWCA 교직원 조합의 공식적 입장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이며, 비용이 들더라도 오염수 처리를 일본 내부에서 안전하게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트리튬을 방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함께 연대하고 싶다고 답했다.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서는 오사카에서 체육 교사로 근무하고 계시다는 한 선생님은 최근 언론에 소개된 오노다 마사토시 오사카대 명예교수(68)를 언급하면서 일본의 ‘몬스터 페어런츠’ 용어처럼 학부모를 악마와 하는 것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교사와 부모의 관계 회복과 신뢰 관계 형성을 통해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대안학교에서 근무했다는 히미아씨는 학교마다 심리상담교사를 배치하고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이 이슈와 관련해서는 일본에서 먼저 겪은 과정들과 해법들을 잘 검토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지점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의 경험이 우리가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전체 질의 응답 후 모둠으로 쪼개져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모자라 아쉬운 마무리를 해야 했다. 마무리 발언을 하신 일본 선생님께서 이것이 우리의 시작이라고 하며 이후에 지속적인 교류를 희망한다고 말씀하셨고, 우리 또한 이후 관계를 이어나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 속에서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울지부에서는 올해 교사대회 기념으로 제작했던 ‘더 늦기 전에’ 부채를, 일본 방문단에서도 과자를 포함한 선물들과 함께 단체와 학교 안내문을 선물로 준비해오셔서 서로 주고받고 기념 촬영을 했다. 집에 돌아와 선물을 열어보는데 나고야 YWCA 사무국장 니시다 후미노 씨가 정성스레 우리말로 작성한 편지가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온라인 등을 통해 교류하고 서로의 문제의식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매우 기쁘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도 ‘인간의 노래’의 가사처럼 다시 선생님들을 만나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다음에도 언어를 넘어 눈빛으로 공감하고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 이 글은 교육희망에 실린 원고를 일부 수정하여 게재하였습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교육희망에 감사드립니다.

글 : 강소연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강남동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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