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뉴스를 ‘전 세계 중국인’에게 제공하는 온라인 매체 '단전매(端傳媒:Initium Media)'의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많은 반정부 단체들이 해산당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중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중국 상황을 보고하고, 자신들의 활동도 알렸다. 유감스럽게도 5월 30일에 나온 유엔의 보고서는 실질적 조치 없이 문서로 우려·요청 등을 하는 데 그쳤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내 시민사회운동은 그들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지면 관계로 2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중국에는 21만 명의 언론인이 등록되어 있고 수십만 명의 변호사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언론 모니터링과 법률 지원으로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국무원 정보판공실 대표는 5월 12일 유엔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심의의 답변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생방송을 화면으로 지켜본 메이하오(眉皓)는 이 장면을 "웃긴 장면"이라고 말했다. 메이하오와 그의 동료인 우밍(武鸣)은 '쇠사슬 여성'* 사건 이후 자발적으로 결성되었다가 당국의 압력으로 빠르게 해산된 농촌 정신장애 여성 학대 모니터링 단체에서 온라인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얼마 전 이들은 섀도 리포트**를 작성해 제85차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제출했다. 유엔 인권 메커니즘(유엔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마련한 여러 절차 통틀어 하나로 묶어 부르는 말)을 통해 단체의 해산으로 못다 한 것을 완료하기 위해서다.
* 쇠사슬 여성 : ‘쇠사슬 여성 사건’은 2022년 2월 초 세상에 밝혀진 인신매매 사건이다. 이 여성은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십수 년 동안 8명의 아이를 낳았다. 웨이보 등 SNS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사건은 당시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철저히 검열되어 언론에 실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과 대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결집하여 언론이 전하지 않는 것들을 직접 취재하고 세상에 알렸다. 베이징대 학생 100명은 중앙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개 서신을 연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 *섀도 리포트(shadow report): 정부 조치에 대한 시민 의견을 반영한 보고서
"너무 터무니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활동했던 페미니스트 활동가 아카리도 같은 장면에 분노했다. 그녀는 보안 문제로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발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로 심의에 참여했다. 함께 심의에 참여한 그녀의 파트너는 "그럼 황쉐친(黄雪琴)은요?"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독립 저널리스트이며 노동 운동가이자 중국 미투 운동의 선두에 앞장선 황쉐친은 지난 9월 19일 친구 왕젠빙(王建兵)과 함께 체포되어 지금까지 구금되어 있다.
중국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심의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이며 국가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아홉 번째다. 심의는 일반적으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국가보고서, 위원회의 쟁점 목록에 대한 당사국의 답변, 시민사회단체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질의응답 대화와 부문별 검토를 통해 결론적 견해를 당사국에 제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당사국은 정해진 기간 내에 최종견해의 이행에 대한 서면 회신을 해야 하며, 시민사회단체도 추가로 섀도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다.
5월 30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중국에 대한 최종 심의를 발표했다. 성소수자 여성의 권리, 가정폭력에 대한 법 집행관의 역량 강화, 인신매매 방지법, 직장 및 캠퍼스 내 성희롱, 남녀 정년 차이 등 시민사회단체 섀도 리포트에서 제기된 거의 모든 이슈가 포함되었다.
또한 "2022년 10월 이후 중국 최고위급(정치국 위원 24명)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며 중국 지도층의 여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신화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과 중국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고 중국 인권 운동의 위대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대법원, 조직부, 연합전선공작부 등 총 16개 대표단과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총 51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 자리에는 여성연맹, 중국가족계획협회, 홍콩톈진기업전문여성협회, 마카오여성연맹 등 정부가 운영하거나 공식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NGO(일명 '공고(Gongo; 관영 비정부기구)')와 북한인권시민연합, 홍콩워치 등 국제 NGO도 참석했지만 중국, 홍콩, 마카오의 시민사회 단체는 눈에 띄지 않았다.
퍼플리본*의 설립자인 중국계 캐나다인 셰리는 현장에 참석한 유일한 중국 NGO 대표였다. 셰리는 10년 동안 신고서를 제출하고 여성연맹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호소하는 등 여성의 양육권 쟁취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 원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셰리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EDAW;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이 중국 정부가 퍼플리본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퍼플 리본(紫丝带; Purple Ribbon Mother’s Love): 가정 폭력으로 인한 이혼 혹은 아동 납치로 인해 양육권을 빼앗긴 여성들을 위해 법적,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제도적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
제네바에 도착하기 전에 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중국 주재 캐나다 영사관에 가서 신고서를 제출했다.
"분위기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는 건지, 반대하는 건지, 고소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셰리는 회상했다. 셰리가 영사관에 도착한 첫날에 한 무리의 중국인 얼굴을 보고 달려가 인사를 건넸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장소도 몰랐다.
다른 중국 인권 활동가들도 제네바에서 미행과 감시를 당했다. 5월 8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검토 첫날, 국제 NGO 세계 위구르 의회를 대표해 발언한 활동가 줌레이 아르킨(Zumretay Arkin)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무단 촬영을 당했고 친척들이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CEDAW’가 마지막으로 검토된 것은 2014년의 제59차 회의였다. 그 당시는 중국 본토에서 시민 사회 운동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고 발언할 시민 사회 NGO 대표들이 부족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여성 미디어 모니터링 네트워크(妇女传媒监测网络; Women’s Media Monitoring Network)는 회의에서 성노동자의 양육권과 교육 시스템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는 2019년 말, 중국이 매춘과 관련된 법률 위반에 대한 처벌인 ‘구금 및 교육’ 제도를 폐지한 원동력 중 하나로 여겨졌다. 공안부는 올해 리뷰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게다가 당시 검토는 홍콩 우산 혁명과 맞물려 있었고, 홍콩의 많은 NGO 대표들이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아카리는 9년 전에도 ‘CEDAW’의 전체 심의를 지켜봤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지난번 심의 때도 웨이보에서 이를 언급하여 알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웨이보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도 외세에 대한 거부감으로 여론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실시간 라이브 방송의 링크를 게시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차단당한 사람도 있었다.
농촌 정신 장애 여성에 대한 그림자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우밍은 차오쉰리(曹顺利)에게 일어난 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노동인적자원부 직원이었던 차오쉰리는 정부의 부패를 고발했다가 해임된 후, 청원인들을 돕고 국가인권행동계획 수립에 취약 계층을 참여시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2013년 9월, 차오쉰리는 제네바로 가서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참여하려 했으나 정부에 의해 체포되어 '불법 집회' 혐의로 수감되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차오쉰리는 여러 질병에 시달렸지만, 가석방을 받을 수 없었고 결국 2014년 3월에 사망했다.
"중국에서 차오쉰리의 희생과 노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이에 대해 매우 슬프게 생각합니다." 우밍이 말했다.
중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체계적으로 탄압당해 왔다. 2015년 세계 여성의 날 전날, 대중교통 내 성희롱에 반대하는 운동을 계획했던 '페미니즘의 다섯 자매(女权五姐妹)'가 갑자기 체포되어 37일간 구금되었다.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에는 페미니스트 1인 미디어인 '페미니즘의 목소리(女权之声; Feminist Voice)'의 웨이보 및 위챗 공개 계정이 영구적으로 차단되었다. 또 2021년, 중국의 미투 운동에 깊이 관여했던 독립 언론인 황쉐친이 체포되었고, 같은 해 중국의 수많은 성소수자 단체가 운영을 중단했다. 2023년에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홍콩에서 세계 여성의 날 행진이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다.
9년 동안 홍콩과 중국의 시민사회는 급격히 위축되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문을 닫았으며, 사람들의 목소리는 말살되었다. 저항의 목소리는 검열되었으며 활동가들은 감옥에 갇혔다. 현재는 협박과 보복의 그늘에, 홍콩과 중국, 마카오의 시민 사회 단체는 유엔 행사장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메 이하오, 우밍, 아카리 등 민중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던 사람들은 이제 제네바에 직접 가지 않는다. 그들은 익명의 온라인 회의와 비공개 회담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적어도 ‘공고’가 잘못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았어요."
“Yes!”
아카리와 친구들이 생방송을 시청하던 방에서는 섀도 리포트에 포함된 여성인권, 성희롱 및 기타 우려 사항에 대한 언급에 가끔 흥분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이것이 내기를 걸고 카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으며, 언급으로 인해 이 문제들이 당사국에 대한 최종 견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 정부가 위원회에 후속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후속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언급되는 것은 "잭팟"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카리는 "많은 위원들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메커니즘이 다소 관료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이번 CEDAW의 중국 담당 보고관인 로사리오 G. 마날로(Rosario G. Manalo)는 필리핀 시민사회단체를 공격한 전력이 있는 전직 필리핀 외교관이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와 같은 인권 단체에서도 그를 필리핀 정부의 정치적 입장과 일치하는 정치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CEDAW 이전이었던 2022년 8월, 메이하오와 우밍이 활동하는 농촌 정신장애 여성 학대 모니터링 단체에서는 장애인 권리 협약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인권 협약 검토에 참여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섀도 리포트 작성부터 검토 위원회와의 미팅, 프레젠테이션 제작, 중국 상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추가 정보 제출까지 각 단계마다 세심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검토 첫날에 ‘쇠사슬 여성’에 대해 언급한 위원은 한 명에 불과했으며, 브라질 출신의 다른 위원인 마라 가브릴리(Mara Gabrilli) 보고관은 홍콩 지역에 대한 질문에서 농촌 지역의 장애인 인신매매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이 질문은 홍콩 지역에 한해서만 제기되었다.
"우리에게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와 같았습니다." 메이하오는 회상한다.
장애인 권리 협약의 검토는 팬데믹 기간에 진행되었으며, 중국의 심의 및 논의는 메이하오와 같은 시민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심의 첫날이 끝날 무렵, 메이하오와 다른 사람들은 심의 위원회에 이메일을 보내 농촌 지역의 정신장애 여성 인신매매는 중국 본토의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둘째 날, 전 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 의장이었던 단라미 우마루 바샤루(Danlami Umaru Basharu)는 당사국이 폭력, 인신매매 및 기타 학대로부터 장애 여성과 아동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물었다.
메이하오는 다소 관료적인 이 회의에 참여한 경험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과거에는 소위 정부를 '감시'하는 기구라고 하지만 두 차례의 간담회가 끝나고 나면 방청객에 불과했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는 기자회견이 전부였는데, 이제야 우리가 가장 관심있는 문제를 직접 제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카리와 그의 동료들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CEDAW 중국 심사가 있던 날 정오, 이들은 2~3시간의 점심시간을 이용해 온라인 발언 검열, 인터넷의 여성 혐오적 분위기, 여성에 대한 사이버 폭력, 결혼한 여성의 경제적 권리 보호 방안,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 등의 이슈에 대해 심의 위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이 중 대부분이 채택되었다.
"적어도 ‘공고’가 잘못된 환경, 잘못된 질문을 구성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카리가 말했다. (② 편에 계속)
번역 : 이경희
교열 : 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