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모독죄에 저항하는 태국 활동가의 단식투쟁

왕실모독죄에 저항하는 태국 활동가의 단식투쟁

태국에서 20대 활동가가 왕실모독죄로 28년형을 선고받자 왕실모독죄 폐지 투쟁이 확대되었다.

2023년 5월 10일

[동아시아]태국태국, 활동가, 민주주의, 동아시아와 사람, 동아시아

페북에 글 썼다고 징역 28년

왕실모독죄를 둘러싼 태국 시민사회의 불복종 저항이 다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1월 27일 태국 치앙라이 법원은 29살 활동가 몽콘 티라콧에게 징역 28년형을 선고했다. 2021년 3월 몽콘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군주제를 비판하는 글을 공유하거나 게시했는데, 2022년 8월 태국 경찰은 왕실모독죄 및 사이버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당시 경찰은 몽콘의 집을 수색해 항쟁 메시지가 적힌 메모, 육군 장교들이 중심이 되어 태국을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개혁했던 랏사돈(คณะราษฎร) 창립선언문, 세 손가락 경례 상징이 그려진 완장, 빨간 리본 등을 압수했다. 이후 그는 2021년 5월에 다시 체포됐고, 다른 게시물들에 대해 유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태국 왕실모독죄는 왕실에 대한 비판을 범죄로 규정하고, 각 건당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이다.

뭉콘 티라콧
뭉콘 티라콧

몇 달 간의 심리를 거친 이후 치앙라이 법원은 기소장에 적시된 27건의 게시물 중 13건은 불인정하고, 14개 게시물들에 징역 3년을 선고해 총 42년형을 선고했고, 1월 27일 재판에서 2년씩으로 감형해 28년형을 선고한 것이다. 페이스북에 게시한 고작 14건의 게시물로 28년 동안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태국 왕실의 끔찍한 독재와 반민주적 추악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5년 태국 법원은 당시 63세 여성이었던 안차안 프리렛(อัญชัญ ปรีเลิศ)에 대해 징역 43년6개월형을 선고한 바 있다.

법원은 애초 몽콘이 올린 14개 게시물에 각각 3년 형씩 총 42년형을 선고했으나, 28년으로 감형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몽콘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후 몽콘은 왕정에 손상을 주는 행위를 하거나 출국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항소할 수 있는 보석을 허가받았다. 몽콘은 체포 당시 총 30만 바트의 보증금을 내고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은 비공개 재판을 결정했다.

탄타완 투툴라논(Tantawan Tuatulanon)과 오라완 푸퐁(Orawan Phuphong) 의 저항 퍼포먼스
탄타완 투툴라논(Tantawan Tuatulanon)과 오라완 푸퐁(Orawan Phuphong) 의 저항 퍼포먼스

잇따르는 불복종 연대

그러자 왕실모독죄와 태국의 사법 시스템 자체를 향한 불복종 저항이 잇따랐다.

몽콘 재판 직전인 1월 16일, 여성 활동가 탄타완 투툴라논(Tantawan Tuatulanon)과 오라완 푸퐁(Orawan Phuphong)은 방콕 중앙여성교도소에서 단식 투쟁을 감행하면서 방콕 법원에 출두해 판사에게 자신들이 앞서 신청했던 보석의 취소를 요청했다. 두 활동가는 “왕실모독죄에 의한 기소 취소”를 요구하며, 왕실모독죄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 다른 활동가들을 위한 연대의 표시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활동가는 단식을 시작한지 며칠 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도 두 사람은 정맥주사를 맞거나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했다. 이날 라차다피섹 형사법원 밖에 모습을 드러낸 둘은 구금된 다른 활동가들과 연대하는 의미로 보석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후 온몸에 붉은색 페인트를 부었다.

탄타완과 오라완은 2022년 왕실 퍼레이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부 비판 행동에 참여했다가, 왕실모독죄로 기소됐었다. 이후 보석 석방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강하게 왕실모독죄 자체에 대한 ‘거부’를 행동으로 보이면서 태국 여론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태국 청년들이 주도한 저항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진정한 민주 헌법 초안 마련, 입헌군주제 등 다양한 정치적 변화를 요구해왔다. 위계질서가 강한 태국에서 권력과 부의 중심인 왕실에 대한 비판들은 정권으로부터 무자비한 탄압을 맞이해야 했다. 몇 년 동안 서랍 속에 있던 왕실모독죄 기소장은 2020년 11월부터 다시 발급됐고, 일련의 시위 리더와 활동가 210명을 기소했다. 태국인권변호사센터(TLHR)에 따르면, 지금도 최소 22명이 재판을 기다리며 수감되어 있다.

대규모 시위

현재 태국에는 8명의 정치범이 구속돼 있다.지난 3월에만 5명이 추가로 구속됐으며, 그 중 2명이 청소년이다. 이들은 모두 온라인에서의 왕실 비판을 이유로 체포됐다.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 활동가들이 정부 비판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혹은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었다. TLHR은 이렇게 부당하게 체포되는 활동가들의 구명과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몽콘 티라콧에게 28년형이 선고되기 4일 전인 1월 23일, 방콕 시내에서 탄타완과 오라완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같은날 치앙마이 대학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했고, 야당쪽 의원들은 해바라기를 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야당 의원들은 보석 청구권과 정치적 의견에 대한 범죄화 종식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극우정당 소속 의원들은 의회에 왕실모독죄를 더욱 강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튿날인 24일, 바지랄롱꼰 왕과 수티다 왕비의 초상화에 불을 지른 혐의로 왕실모독죄 혐의로 기소된 음식배달 노동자 시트촉 세트 하사벳(Sitthichok Sethasavet)도 단식투쟁에 돌입해 왕실모독죄에 항의했다.

몽콘 티라콧 선고가 내려진 후 대규모 행동이 시작됐다. 1월 29일, 방콕 문화예술센터(BACC) 앞에선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시위자들은 행진하면서 정치범 석방과 사법 개혁, 왕실모독죄 폐지를 요구했다. 이날 시위 도중 행동에 함께 했던 한 노인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하기도 했다. 14살부터 60대 노인까지 왕실모독죄로 기소된 시민들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왕실모독죄 혐의 기소에 대한 보석 신청마저 거부하며 단식투쟁으로 완강하게 저항하는 활동가들이 계속 늘어났다. 이들의 투쟁이 길어지면서 태국 법원은 왕실모독죄로 체포된 시민들을 하나둘씩 석방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16명 중 13명이 이렇게 풀려났다. 태국의 정세의 혼돈과 불복종 저항은 끝나지 않고 있다.

글 : 홍명교

참고 자료

  • Hunger striker arrested on lèse majesté charge, Prachatai
  • Hunger striker facing lèse majesté charge granted bail, 2021. 4. 16. Prachatai
  • 63-year-old woman sentenced to 43 years in jail on 29 lèse majesté offences, Prachatai
  • Detained delivery rider goes on hunger strike, Prachatai
  • Demands of fasting activists taken up by political parties, Prachatai
  • Protest at Chiang Mai University demands release of political prisoners, Prachatai
  • Activists march to court to demand right to bail, Prachatai
  • Nontarat Phaicharoen, Thai anti-govt activists stage hunger strike, 2023.01.23, Benar News
  • Sebastian Strangio, Thai Activists Hospitalized After Hunger Strike Over Royal Defamation Cases, 2023. 1. 24. The Diplomat
  • สถิติผู้ถูกดำเนินคดีมาตรา 112 “หมิ่นประมาทกษัตริย์” ปี 2563-66, TL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