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를 위한 공공요금 통제와 에너지 공공성 강화

기후정의를 위한 공공요금 통제와 에너지 공공성 강화

기후정의 관점에서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 반대, 대기업 특혜 폐지, 천연가스 직수입 중단, 민자발전 공영화,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자.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에 함께 하자.

2023년 3월 30일

[읽을거리]기후정의기후정의운동, 공공성, 신자유주의, 기후위기

2023년 3월 9일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 시대, 공공요금 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쟁점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축약하고 수정한 글이다. 보다 자세한 논지와 자료, 출처는 발제문에 담겼다.

기후정의를 위한 대중운동

2023년 1월 1년 만에 40% 오른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은 시민들은 월급 말고 모든 게 오른 시절에 삶의 무게를 더욱 버겁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난방비 폭등은 전기와 가스 공공요금의 인상 문제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윤석열 정부도 부랴부랴 에너지 바우처를 늘리고 확대하겠다는 대책에다 성난 민심에 놀라 2분기 요금 인상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시민사회와 기후운동에도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일부 주류 환경운동 단체와 에너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일반 시민들이 부담하는 에너지 공공요금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표출되었다.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쟁점이다. 공공요금 인상 문제를 기후정의운동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함정

우선 요금 문제를 논할 때 피해야 할 함정이 있다. 첫째, 공공요금 문제가 현재의 전력, 가스 산업 구조를 전제한 채 요금 인상 여부와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로 국한될 경우 기존의 시장화된 에너지 산업 및 사회경제 체제의 모순을 가리고, 불평등한 신자유주의 구조를 강화하는 잘못된 해결책으로 귀결된다. 둘째, 광범위한 시민들의 고통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을 사리사욕에 따른 이기심의 발로로 치부하여 기후운동의 대중적 확대를 가로막을 위험이 크다.

기후정의운동은 오늘날 기후위기를 자본주의가 발생시킨 경제·사회·정치 위기와 맞물린 복합적 위기로 본다. 이 복합적 위기는 상호강화되는 자본주의적 동학 속에서 악화되므로 체제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통합적 관점에서 환경 문제와 불평등 문제, 노동 문제가 따로 있다는 칸막이에 갇히지 않은 기후정의운동의 대안적 비전과 요구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부분적 정책 실현으로 달성할 수 없는 전체적인 변화를 위해서 기존 체제에 맞서는 강력한 대중운동과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정의를 위해서 기득권을 타파할 수 있는 세력을 확대하고 대중적·정치적 힘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다. 에너지 부문에서 보자면 탄소 환원주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가격과 시장만능론을 넘어서 진정한 탈탄소화를 위한 에너지 산업 구조의 변화, 공공 중심의 에너지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와 공평한 비용 분담,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긴요한 주거권 확보와 기본권 강화 등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에너지 위기 및 공공요금 폭등에 대한 토론은 이러한 과제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에너지 위기의 진정한 원인

2021년부터 시작되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미수금 문제, 공공요금 폭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에너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원인 진단은 크게 두 가지로 외부 요인론과 에너지 전환 지체론이 있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지배적 해석은 위기의 원인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찾는다. 작년 초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푸틴의 침공 1년 전부터 나타났고, 전쟁 발발 전에 이미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3배 급등했다. 전쟁 등 외부 요인론만 강조하는 해석은 에너지 위기가 국제 에너지 정책의 실패와 국내 에너지 산업의 시장주의적 재편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안으로 간주하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에너지 정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단기적인 이윤 획득을 최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산업을 재편했으며, 그 과정에서 에너지(·자원·식량)에 대한 금융 투기가 강화되고, 에너지 수급에 관한 안전장치가 해체됐다. 대표적으로 각국에서 천연가스 산업이 민영화되고 수입 및 비축에 대한 단기주의적 비즈니스 관행이 확립되었다. 천연가스 수입 장기계약이 축소되고 안정적인 비축이 간과된 결과, 투기에 취약해진 천연가스 가격의 불안정성이 국내 천연가스 가격으로 그대로 이전됐다.(Helm, D. 2021; 야니스 바루파키스. 2023)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쟁 등 외부적 요인만 강조하는 해석은 신자유주의 에너지 정책의 파산을 은폐한다.

재생에너지 전환 지체를 에너지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진단하는 해석도 맹목이 있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원료비가 들지 않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가격 폭등 위험이 적은데 재생에너지 확대가 부족한 한국포함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현상에 대한 진단일 뿐 원인에 대한 탐구가 빠졌다. 그렇다면 지난 30년 동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실패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또한 재생에너지 사업체들이 지금의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부터 가장 큰 이득을 얻고 있어서 횡재세의 대상이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외부요인론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전환 지체론에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정책 실패이자 기후위기 악화의 장본인인 신자유주의적 에너지 정책 실패에 대한 분석이 빠져있다. 시장화된 구조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소비 감축 등 우리에게 필수적인 전환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까닭을 묻지 못하는 것이다.

공공요금 폭등에 대한 대중의 반발

한편, 최근의 에너지 공공요금 폭등에 대한 대중적 불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의 에너지 요금은 저렴한데, 그렇다면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우리의 반발이 이기심의 발로이고 무책임한 것일까? 자본주의하에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의 소비지출은 각 영역으로 구별되지만 시민들의 생활고는 전체적인 지출의 증가로 경험된다. 특히 가격이 올랐다고 사용을 축소하기 어려운 필수재 영역에서 가격 폭등이 발생할 경우에 생계비 위기가 심각하게 다가온다. 기본적인 삶에 꼭 필요한 필수재의 범주는 식료품비, 주거비(수도·광열비 포함), 의료비, 교육비, 교통비, 통신비 등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 논의에서도 포함하고 있는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적인 소비 부분이다(안나 쿠트·앤드루 퍼시. 2022.). 복지국가의 전통에서 이런 소비 영역을 탈상품화하고 집합적 소비를 위해 국가가 무상으로 또는 저렴하게 제공했다. 개인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지출을 대체하기 때문에 가상적인 소득, 또는 ‘사회임금’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필수재는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상호보완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시민권으로 보장되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보편적인 사회적 시민권(탈상품화)을 해체하고,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상품으로 재상품화했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요금은 부족한 사회복지를 보완하며 시민들의 기본생활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공공요금 폭등으로 인한 대중적인 불만은 사리사욕에 따른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라, 물가와 금리의 동반 인상 시기에 체감되는 생활고와 사회적 시민권의 위협에 대한 저항감으로 이해해야 한다.

주거, 의료, 교육, 교통·통신 등 네 영역을 핵심생계비로 보고 유럽 8개국과 비교한 김기태 외(2021)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 대비 핵심생계비는 47.2%로 비교 대상 중 가장 높았다. 부문별 비교 결과 한국의 경우 교육비, 의료비, 통신비 비중이 높고, 주거·수도·광열비 비중이 낮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를 보고 누구도 한국의 주거비(월세와 전기·가스·수도 요금)가 낮은 편이니 올려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것이다. 해당 연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구들이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이 스웨덴인의 주거비용을 비교하면서 주거비로 인한 고통의 수준을 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한다.(김기태 외. 2021) 또한 핵심생계비를 구성하고 있는 의료, 교육, 교통·통신 비용이 경감되거나 탈상품화된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최근의 식료품 및 전기·가스 요금 폭등을 생계의 위기로 느끼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당한 일이다.

여기에 대해서 ‘당신들은 무임승차자이고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합당한 비용 부담을 거부하는 기후위기에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가정용 공공요금 인상을 지지하는 것이 기후정의운동의 바람직한 태도일까? 대중적 삶의 위기는 기후·생태 위기와 동반되는 것으로 둘을 대립시켜 하나를 희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에게는 삶(일자리)과 환경을 대립시킨 잘못된 이분법을 체제전환을 통해 극복하려고 했던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정의운동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원가주의 공공요금, 당연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역사적으로 에너지, 물, 교통 등 기본적 공공 서비스에 적용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민간 기업과 시장의 규범을 공공 서비스에 도입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공공 서비스에 투자된 비용과 적정한 이윤이 공공요금을 통해서 완전히 보상되어야 한다는 ‘총비용 회수(full cost recovery) 모델’이 공공부문에 적용되면서 원가주의 공공요금이 확립되었다. (Sweeney and Treat. 2019. 46-47)

이렇게 책정된 공공요금은 탈상품화 및 사회적 보조를 근간으로 한 복지국가의 공공요금보다 비쌀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정확한 사용량 계량에 따라 쓴 만큼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 이전의] 공공 시설 시스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조금 지급 및 사회적 형평성 원리(소비자가 자신의 능력과 형편에 따라서 돈을 낸다)와는 정반대의 원리다.”(캐런 배커. 2017. 74-75쪽)

보조금과 사회적 보조(교차보조)를 축소한 원가주의 요금 체계를 확립하려는 시도는 민영화(또한 공공부문의 기업화·상업화)와 연결되어 있다.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이 요금으로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990년대부터 각국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의 민영화를 위해 원가주의 요금 체계를 도입하고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공요금 책정에서 원가주의(‘응익 원칙’=사용한 만큼 내라)가 사회적 형평성(‘지불 능력 원칙(응능 원칙)’=낼 수 있는 만큼 내라 원칙)을 대체하게 되었다.(Bakker. 2001. 147)

약삭빠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원가주의를 소비자 선택 및 자원소비의 효율화 측면에서도 합리화했다(신자유주적 환경주의). 원가로 측정된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에너지나 물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논리로 신자유주의 에너지 정책, 즉 사유화, 상업화, 자유화로 이루어진 에너지 민영화를 추진하는 주요 근거였다. 따라서 원가주의 공공요금은 당연한 것도 아니고, 불편부당한 하나의 가격 원칙도 아니다. 사유화·시장화·상품화에 조응되는 원가주의는 케인스주의적 복지와 사회적 시민권을 해체하는 신자유주의 공공 정책의 핵심 구성요소다.

한국에서도 공공부문에 민영화와 시장주의가 확산되고, 공공요금 결정의 탈정치화라는 명분으로 원가주의가 강화되었다. 전기와 가스 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석열 정부도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총괄원가 보상원칙 및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과 “전력시장·요금 관련 전기위원회의 권한 강화 등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제고”를 포함시켰다.

에너지·환경운동의 다수는 에너지 요금 ‘정상화·현실화’라는 이름으로 가격 인상에 동의해왔다. 에너지 가격을 인상해야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의 숨겨진 비용이 드러나고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숨겨진 비용을 드러낸다는 것은 공공요금은 인상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보건·위험 비용이 큰 석탄과 핵을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 선택하지 말자는 주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인 가격개혁 논의와 뒤얽히면서 요금을 올리면(정상화하면) 에너지 전환이 된다는 식의 도착이 발생했다. 사회와 자연 등 모든 것을 화폐로 환산해서 가격 책정을 제대로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시장주의 논리를 부지불식간에 수용하고 내면화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배출권 거래제를 비롯한 탄소가격제를 중심으로 한 기후정책이 대실패했다. 기후위기는 탄소가격제를 미도입한 결과가 아니라, 탄소가격제에 초점을 맞춘 이데올로기와 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결과이다. 새롭게 부상한 기후정의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에너지 산업 구조를 전제한 채 가격을 정상화하자는 시장주의적 논의에서 벗어나 이를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 감축이 안 되는 이유

필수재가 아닌 영리 목적의 에너지 사용에 대해서는 원가와 적정한 투자 보수, 에너지 전환 비용 등 사회적 부과금을 포함하는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원가’는 분기나 1년 단위의 단기적 비용회수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에너지 다사용 대기업의 경우 전기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아왔고, 최근 연료비 폭등으로 인해 부당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또한 기업의 에너지 사용에는 종종 대체재가 존재하고, 설비 개선과 기술혁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적절한 산업정책 및 규제 정책과 결부된다면, 에너지 소비 감축과 효율화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용 에너지 사용의 경우 필수재이고 전기와 난방용 도시가스의 경우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요금이 오른다고 해도 사용량이 줄거나 가정용 사용에서 기술혁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다른 필수적 지출을 줄여야만 하고, 또는 에너지 사용을 줄여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해치게 된다. 보통 사람들도 고지서를 보며 다른 지출을 줄여서 팍팍한 삶의 부담을 더해가고, 부유한 사람들은 가격 상승에 아랑곳하지 않고 낭비적인 소비를 지속할 뿐이다.

흔히 간과되지만 에너지 수요 감축과 에너지 소비 효율화는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축 중 하나다. 수요 감축과 소비 효율화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린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공공교통 중심의 교통 시스템 변화, 단열을 강화한 건물·건축 규제 및 리모델링, 산업 영역에서의 기술혁신과 에너지·자원소비 축소가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에너지 효율성 향상 및 보존으로 2050년까지 요구되는 에너지 관련 배출량 감소의 최대 4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션 스위니. 2023)

그런데 이런 영역에서의 변화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기업은 에너지를 더 많이 판매할수록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교통으로의 시스템 변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건축 규제와 건물의 대규모 개축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지만 거기서 이윤이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에너지 수요 감축 및 효율화는 요원한 일이다. 공공적 에너지 전환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직접적 개입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 핵심에 에너지 생산⋅소비의 효율화, 감축의 탈상품화⋅탈시장화와 공공성 강화가 있다.

위기로 이득을 천연가스 직수입 민자발전사

현행 전력·가스 산업 구조 속에서 에너지 위기로 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민자 발전사들이 커다란 이득을 보고 있다. 민자발전사들이 얻는 이득은 가스공사의 단기계약 물량 수입을 늘려서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증가시키고, 전체적인 도매전력가격(SMP)을 높여서 한전의 적자를 키우는 작용도 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여러 국가에서 구입한 LNG의 평균값으로 도시가스 가격을 정한다. 반면 민자발전사의 경우에는 LNG 가격이 싼 경우에 직수입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스공사의 LNG를 구입한다. 따라서 직수입 민자발전사의 연료비가 가스공사의 평균요금보다 일반적으로 더 싸다. 그리고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한 시기에 직수입 계약이 늘어나서 가스공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어,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이 인상되는 요인이 된다.(유재국. 2022) 즉, 현재와 같은 직수입 제도하에서는 민자발전사의 협상력이나 사업능력이 뛰어나서 가스공사보다 저렴하게 LNG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설계가 민자발전사의 직수입에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직수입 물량의 유출로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이 인상되면 SMP가 대부분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LNG를 이용하는 발전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이 높아지고, 전기요금이 상승하게 된다.

가스공사 수입 중 장·단기 계약 물량 비중(%) - 윗 부분 단기 비율
가스공사 수입 중 장·단기 계약 물량 비중(%) - 윗 부분 단기 비율

이번 에너지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낮았고 구매자 우위 시장이 조성되어 민자발전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직수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 결과 2020년 대기업의 직수입 비중이 22%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위기로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지자 그 비중이 줄어들어 2022년에는 15% 정도로 낮아졌다. 그런데 에너지 위기로 민자발전사들이 직수입을 축소하자 가스공사의 단기(현물)계약 물량 수입이 늘어나게 되었다. 2021년부터 단기계약과 장기계약의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비싼 단기계약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던 가스공사의 평균 수입가격이 더 많이 상승하게 되었다. 가스공사의 LNG 수입 물량 중 단기계약 비중이 최근 크게 늘어나 2022년에는 30%에 육박하는 수준에 달했다. 즉,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직수입 대기업의 이익 극대화 전략에 따라 가스공사의 LNG 구매 비용이 늘어나고 그 비용이 가스공사의 미수금으로 적립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 비중(%)
대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 비중(%)

직수입 민자발전사도 장기계약과 단기계약 물량이 각기 존재하는데, 최근 시장 상황에서 단기계약 직수입 LNG의 가격이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평균가격보다 높다. SMP는 대부분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LNG 발전소에서 결정되므로 민자발전사가 단기 직수입 물량으로 발전소를 가동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민자발전사가 단기계약 물량을 줄이면 그만큼의 물량을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비싼 단기계약을 통해 LNG를 수입해야 한다. 또한 민자발전소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발전공기업의 LNG 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전체적인 SMP 가격이 상승한다. 이 경우 민자발전사의 차익이 커져 이들의 이윤은 늘어나고, 반면 전력구매 비용 증가로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직도입[직수입] LNG 발전사가 발전량을 줄일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LNG 현물계약 물량이 축소될 뿐만 아니라 SMP[를] 상승시켜 생산 전력의 채산성도 개선시킬 수 있다.”(장수명·이승민. 2022. 13쪽) 지금과 같은 천연가스 및 전력 시장 구조에서 이익이 민자발전사로 사유화되고, 비용은 한전과 가스공사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LNG 수입 가격 비교
LNG 수입 가격 비교

발전공기업의 발전소는 정산조정계수를 통해서 사실상 도매전력시장의 가격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현행 전력시장 제도는 민자발전사의 이윤을 위해서 존재하는 꼴이다. 또한 민자발전사의 이윤에 LNG 직수입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천연가스 직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민자발전소를 재공영화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전력시장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바루파키스의 말처럼 지금이야 말로 신자유주의적인 전력시장을 폭파할 때다.

대기업 특혜 폐지와 선별적 요금 인상

작년 한국전력의 적자가 약 32조원에 달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당한 지출구조를 바로 잡고, 부당한 요금구조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 먼저 위에서 지적한 민자발전의 초과이윤을 억제하기 위해 SMP 상한제를 1년 동안 상시적으로 적용할 경우 현 제도를 통해서 2조원가량의 전력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부당한 요금구조 문제를 살펴보자. 가정용과 달리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필수재가 아니라 자신의 이윤 창출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므로 원가 이상의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첫째, 전력 다사용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부하요금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경부하요금은 밤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할인해주는 제도다. 2015-2019년 5년 동안 생산 원가 이하로 제공한 경부하요금으로 50대 기업이 6.5-7.2조원의 특혜를 제공받았다. 따라서 경부하요금 특혜를 없애면 한전의 적자를 매년 1.5조원가량 줄일 수 있다. 둘째, 전력 생산비가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작년 1분기에만 50대 전력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력구입비로 한전이 약 1.8조원의 손실을 봤다. 1분기 이후에 전력구입비와 판매비 차이로 인한 한전의 적자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에 작년 한해로 확대하면 10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력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요금 인상으로 그만큼의 적자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 대기업 대상 선별적 전기요금 인상은 2022년 7월 대만 정부가 단행한 사례가 있다. 대만 정부는 일반 가정, 코로나 위기로부터 회복이 지연된 산업, 소규모 자영업자, 교육기관 등을 제외하고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30% 인상했다면 연간 10조원의 적자가 감소하고, 50%를 인상했다면 연간 16조원의 적자가 감소했을 것이다.

대기업의 특혜 폐지와 요금 인상
대기업의 특혜 폐지와 요금 인상

정리해보면 민자발전 초과이윤 통제 2조원, 경부하요금제 특혜 폐지 1.5조원, 대기업 요금 인상 50%로 16조원의 적자 절감이 가능하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 폐지와 민자발전 초과이윤 통제로 약 20조의 비용을 절감했다면 작년 한전의 적자는 10조원 규모에 그쳤을 것이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이 정도의 부채는 전력산업의 공공성과 시민들의 필수적인 에너지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착한 적자로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공급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물가인상 시기에 가정용 공공요금의 인상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물가인상과 생계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금 인상의 요인이 일반 시민들에게 있지 않고, 또한 요금이 인상된다고 해서 가정용 에너지 사용이 유의미하게 절감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기후정의운동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일률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반대해야 한다. 대기업의 요금을 선별해서 현실화하고, 가정용 에너지 요금에 대해서는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 정부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연간 전기요금 인상액 51.6원/kWh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충분한 지불능력을 지닌 대기업을 향해야 한다. 가정용 요금 동결과 산업용 전기요금의 선별적인 대폭 인상은 주류 경제학자들도 주장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에너지 효율화와 절감을 이끌 수 있다.(홍준희·유종일. 2019)

정부 지원과 가스 공공성 강화

가스요금 폭등 문제도 같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천연가스의 경우 국제시장의 가격 변동에 훨씬 취약하고, 겨울철 가정용 소비의 비중이 상당하므로 보다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와 가스공사는 그동안 미수금 제도를 활용했다. 미수금이란 국제 LNG 가격 급등으로 인하여 수입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비자 요금에 완전히 반영할 수 없을 경우에, 가스공사가 미래에 받을 비용인 비금융자산으로 회계 처리한 것이다. IMF 위기시기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미수금 제도가 활용되었다. 천연가스 가격의 경우 두세 배 이상 변동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우리나라 가정의 경우 전적으로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세 배 이상 변동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가정용 도시가스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시민들의 삶과 서민경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미수금 제도를 활용한 가정용 가스요금의 통제는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천연가스 공급의 장점이 잘 발휘된 경우다.

그런데 작년의 천연가스 가격 폭등은 예년보다 그 폭이 훨씬 컸고, 기후·에너지 위기의 장기지속과 에너지 공급을 포함한 국제 공급망 교란 및 정세 불안정이라는 측면 때문에 단기간에 안정화되리라 기대하기가 어렵다. 에너지 가격이 새로운 균형을 찾더라도 예전보다는 높은 수준일 것이라 예상되므로 예전처럼 가스요금을 약간 인상하여 5년에 걸쳐 미수금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의 가격통제로 인해 발생한 가스공사의 미수금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 재정 지출이나 산업은행이나 한국은행을 통한 공적 금융 지원 등을 통해 가능하다. 가스요금도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개별 원가주의가 아니라 부담능력에 따른 차별적 요금 부과가 정당하다.

또한 천연가스의 공공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급을 위해서는 가격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는 장기계약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들은 민간 대기업의 천연가스 산업 진출을 독려해왔고, 가스공사에 장기계약을 줄이고 단기계약을 늘리는 방식을 강제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가스 가격 폭등시에도 장기계약 가격보다 두세 배 비싸게 단기 물량을 도입한 경우가 있었다. 천연가스의 공공적 관리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도 강화되어야 한다. 천연가스는 연소 과정에서 석탄과 석유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이다. 그러나 석탄발전에서 벗어나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중기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또한 수소 기술과 산업에 응용도가 높아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액화, 저장, 유통하기 위해서도 관련 기술과 역량이 활용되어야 한다. 이런 천연가스 산업의 지속 기간을 단축하고 전환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놀이터가 되지 않고, 공공적이며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되는 석탄발전소로 악명 높은 삼척 석탄발전소의 경우, 포스코가 사유재산과 영업권을 무기 삼아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스산업에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스 공공성 강화는 요금 폭등과 에너지 전환의 시기에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햇빛과 바람을 지키기

원료비가 들지 않는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가격의 변동으로부터 안전한 에너지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자급과 가격 변동성으로부터의 보호에도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 역시 SMP와 REC(재생에너지인증서)를 통해 투자비와 운영비를 보상받는다. 기본적인 설비투자비가 대부분이고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해서 연료비를 기반으로 하는 SMP 가격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래서 유럽의 경우 횡재세의 주요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다.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주로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에너지 정책과 함께 도입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전기 소비자들이(일부에서는 가정용 소비자들만에게만 부담시켰다) 내는 전기요금에 포함된 돈으로 마련된 보조금을 통해 이윤을 보상받았다. 발전 영역의 공기업이 해체된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역시 이윤 논리에 따라 투자와 사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FIT(발전차액지원제 Feed In Tariff)와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달랐을 뿐, 시장화된 전력산업 구조 내에서 시민들이 낸 전기요금으로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이윤을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한계가 있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보조금의 적정성 여부, 시민들의 요금 부담의 가중 등의 이유로 항상 정치적 논란이 발생했으며 유럽 등지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점차 보조금이 축소되고, 전력구매개약(PPA)이나 경매입찰 방식의 재생에너지 거래가 늘어났다. 민간투자자 중심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수익성으로 대표되는 사업성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적절한 방식과 필요한 양만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국적 기업과 해외금융 자본이 진출하여 민자사업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조에서 수십조에 달하는 대형 사업을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하며 20년의 안정적인 장기계약을 통해 투자금과 이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생에너지 사업 구조는 에너지 산업 전반의 시장화와 재생에너지의 상품화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구준모. 2022)

대안은 공공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기후정의와 에너지 전환 목표에 합당한 민주적이고 계획적인 공공 재생에너지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전과 발전공기업을 옥죄는 보수적인 재정 준칙과 부채 관리의 사슬을 깨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부채 비율 200% 이하를 맞추기 위해 공기업에 자산 매각과 사업 및 인력 축소를 강요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투자, 국민연금 투자 등 다양한 공공적 자금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공공부문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 재정적 한계라는 일차적 걸림돌 때문에 공공적 재생에너지 사업은 국가와 공공부문이 직접 할 수 없다는 것은 보수적 재정 이데올로기이다. 에너지 전환이 가장 긴급한 문제라면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 법인세 인하 등 윤석열 정부의 부당한 감세 정책으로 5년 동안 60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부자감세를 정상화한다면, 재정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부분을 신성불가침의 것으로 두는 것은 민간기업과 보수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공유 자원으로 법제화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걷어 들이는 수익의 상당량을 공공적 목적을 위해 환수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시도된 풍력 공유화 기금과 같은 사례를 법제화하고 전국화해야 한다. 공공적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공성 강화, 재정 보수주의 비판, 공공요금 통제와 같은 맥락 속에 위치하는 기후정의운동의 핵심 과제이다.


긴축이 아니라, 더 많은 재정 지출이 필요

지금의 고생산 고소비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한 고소득 국가의 경우 전체 경제의 에너지와 물질 사용량 축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후정의의 기준을 단지 사용량 축소라는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경우들도 있다. 만약 전쟁이나 어떤 끔찍한 재난으로 사회가 붕괴된다면 경제 규모가 축소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만,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긴축이 아니라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에 부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탈성장론은 탈성장이 궁핍이나 긴축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긴축과 다른 방식의 에너지·물질 사용량 축소는 어떻게 가능한가? 전환을 위해서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이런 지원과 투자는 이윤 발생과 상관없는 영역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가와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탈성장을 위해서라도 긴축이 아니라 더 많은 재정지출이 필요하다. 균형재정론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이런 관점을 채택할 때 우리에게 긴요한 전환을 시작할 수 있다.

기후정의운동 확장을 위해 함께 투쟁하자

기후정의운동은 대중과 함께 정치적 힘을 획득할 수 있을까? 기후정의를 위해 체제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기후운동이 협소한 ‘환경적 관점’에 갇히게 된다면 대중운동을 만들기 어렵다. 기후정책이 낭만적인 녹색 조치로 취급되거나, 더 나쁘게는 대중적 삶의 조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조응한다면 체제전환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복합적 위기, 보수 정부의 노동권·시민권 탄압, 신자유주의와 재정 보수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상의 삶 속에서 불만을 느끼고 있는 대중과 접속해야 한다. 그것은 대중추수주의나 포퓰리즘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운동의 힘을 만드는 필수적 과정이다.

일자리 대 환경과 같은 그릇된 대립을 넘어서고,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보완하는 립서비스 수준에서 벗어나 모든 대안과 운동의 기조로 격상되어야 한다. 또한 기후정의운동은 시민들의 삶의 위기에 대한 대책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기후정의 관점에서 시민 대상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 반대, 대기업 특혜 폐지와 요금 인상, 천연가스 직수입 중단, 민자발전 재공영화, 공공 중심 재생에너지 확대를 엮고 함께 요구하자. 4월 14일 세종 기후정의파업으로 모여 함께 투쟁하자.

함께 할 수 있는 분은 공일공-칠구삼공-공오육공 또는 https://t.me/mkmodus 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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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s://www.tuedglobal.org/working-papers/the-road-less-travelled
  • 구준모. 2022. 「재생에너지 민영화의 문제와 대안」. 사회공공연구원 이슈 페이퍼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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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나 쿠드·앤드루 퍼시. 2022. 『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서비스로!』. 김은경 옮김. 클라우드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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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