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위산업'은 이윤을 위한 피묻은 도박이다
2023년 2월 1일
'K-방위산업'(이하 'K-방산')에 대한 정부의 자화자찬이 요란하다. 주류언론은 K-방산의 2022년 수출액이 170억 달러(약 21조 900억)에 달한다며 수출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2021년 국제 무기 거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2021년 한국의 무기수출은 세계 8위를 기록했다. 무기수출 점유율 역시 1.0%에서 2.8%로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지난해(2022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를 아예 ‘방위산업부’로 바꾸고, “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중동 국가들의 원전 건설 추진 등을 기회로 삼아, 원전과 방산 패키지 수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방위산업의 진흥을 주장했다.
올해 1월 16일부터 순방길에 오른 그는 예정대로 원전·방산 세일즈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때 활성화된 방위산업 육성과 수출 지원 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더 확장되고 있다.
2023년 국방비는 약 57조로 작년 대비 약 2.5조 원(4.6%)이 증가했고, 매년 증가될 예정이다. 정부의 방위산업수출진흥 정책의 일환으로 경상남도에만 2027년까지 약 1조 9천억을 투입하고, 200만 평 규모의 방산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국방 예산의 구체적인 항목이나 산출근거, 사업 타당성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를 위한 방위산업인가?
정부는 최근 한국 방위산업의 세일즈맨 역할을 자청하며, 폴란드를 중심으로 동유럽 국가,스리랑카, 유럽,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에 대한 무기수출 확대에 나섰다. 폴란드는 한국으로부터 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전투기, 현대로템 K2전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집계된 방산 수출액 170억 달러 중 폴란드와 체결한 수출 계약만 124억달러(약 15조6800억원)에 달한다.
한데 한국이 폴란드에 수출한 무기는 간접적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폴란드국제정세연구소(PISM)의 한 간부는 “레 오퍼드 탱크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미국과 한국에 주문한 전차가 얼마나 빨리 인도되는지에 달렸다”며 보유 중인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도 각각 장갑차와 경전차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세계 방산 업체들에 호재가 되고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이 한미간 비밀 협상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을 미국에 팔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 내 부족한 155mm 곡사포 포탄 10만발을 보충하기 위해 수출 협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것이 우크라이나로 지원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간접적 무기지원을 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푸틴은 지난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로 한다면 한러 관계는 파탄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아직은 한-러 관계가 양호하다"고 하면서도, "만약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재개한다면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겠냐"며, 우회적으로 무기지원에 대해 경고했다.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의 무기지원을 돕게 될 경우, 후일 푸틴이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
평범한 국민들이 K-방산의 계약 체결에 환홰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무기 수출과 방위산업 육성은 국민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지도 않는다. 무기 수출의 수혜자는 방산업체들이다. 한국의 4대 방산업체는 항공우주산업(KAI) ,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이다. 이 중 항공우주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삼성·현대·대우의 항공기부문 빅딜(big deal)로 만들어진 대기업으로, 한국수출입공사가 대주주이고, 공기업 성격을 일부 갖고 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차륜형장갑차 등의 지상무기체계의 연구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 자주포, 탄약운반차, 장갑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내놓은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방위사업은 정부 주도 하에 수요와 공급이 조정되고 있으며, 개발과 생산에 대해 원가 보상 정책에 의하여 이윤을 보장받아 민수사업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방위산업체들은 정부의 예산지원과 수익보장을 바탕으로 국방부에 독점적으로 무기를 판매하고, 드론이나 항공, 우주산업 등 민수사업으로까지 영 역을 확대하고 있다. 세금으로 독점적 특혜를 받은 이들 업체는 이미 수 조원의 이익을 얻었지만, 국민들은 어떤 혜택도 얻지 못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 역시 나날이 상승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앞으로 3년간 ‘방산펀드’ 조성을 통해 방위산업체에 1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위산업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2018년 기준 방산업계 영업이익률은 제조업계 평균 7.3%의 3분의 1 수준인 2.4%에 그쳐 방위산업 투자의 ‘효율성’, ‘수익성’의 근거도 빈약함을 보여준다.
항공우주산업(KAI) 및 방산업체 CEO로 45년 일한 전용우는 군에서 무기체계의 큰 틀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며, “방위산업은 국가가 유일하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자국 산업을 배타적으로 보호 육성할 수 있는 산업이지만,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라는 시장경쟁원리가 우리의 방위산업 생태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시장체제의 불합리함은 인정하지만, 시장은 그대로 둔 채 사기업의 독점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방위산업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길 요구하면서, 그로인한 이익은 사기업에게 돌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자본주의 사적소유의 모순을 잘 보여준다.
또한 정부는 무기수출로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전체수출에서 무기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5%정도이며, 실상 한국은 무기수출보다 무기수입에서 더 높은 순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의 무기수출은 세계 8위인 반면 무기수입은 전 세계 7위 국가이며, 미 국산 무기 수입은 세계3위이다. 최근 5년간 록히드 마틴, 보잉같은 미국의 대형 군산복합체에서만 4조 1천억원 규모의 첨단무기를 수입했다. 첨단무기일수록 운용,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며, 한국군은 관리를 미국 군수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미국정부와 미군수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지속적으로 무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기 좋은 시장인 것이다.
그에 발맞춰 국방부는 북한 핵시설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과 같은 중요 표적을 정확하게 탐지하고 파괴할 수 있는 '킬체인' 능력을 확충한다며 현재 40대를 보유 중인 1천억원 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미사일),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중형잠수함 등을 수입해 전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F-35A 전투기는 북한 선제 타격을 위한 ‘킬 체인’의 핵심 전력으로 대표적 공격형 무기다. 하지만 미 하원 군사위원회 아담 스미스 위원장은 “F-35A는 천문학적 예산을 잡아먹는 밑 빠진 독"이라 밝혔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F-35A전투기의 운영에만 대략 60년 간 1조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기술적 결함이 수백건에 이르고, 성능 개량과 운영 유지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 국내 유지정비기술은 미비하여 엔진 모듈 단위 정비를 위해서는 매번 일본과 호주 정비창으로 전투기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9년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에 대한 감사원의 결과발표에 따르면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 등에서 국방부는 군사통신위성을 무상 제공받는 것처럼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5천 8백 억원이 소요되는 유상 구매였다. 또, 핵심 기술 이전이 불확실하다는 미국 측의 입장에도 관련 사항을 허위보고하고, 기술 이전 불가 결정 이후에는 침묵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사에서 이런 문제가 제대로 검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수조 원을 쏟아붓는 방만한 운영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2023년 정부의 국방예산안은 재정지출을 줄이겠다는 기조와는 다르게 약 57조 규모로 4.7%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예산(638.7조 원)의 무려 11%를 차치한다. 그러나 법인세(25->22%로 3%인하),종합부동산세(세율,상한율 인하,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인하,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설비 투자 세액 공제 비율(8%->15%)확대로 삼성전자 2.2조 원, SK하이닉스 0.5조 원의 추가 감세 등 부자감세는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세제지원률은 시설투자 8%, R&D(research and development:연구 개발)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반해 일반 국민의 부담이 큰 교통(300원-400원 인상 약1.24배),전기(약 2.7배 인상),가스(약 1.5-1.9배 인상) 등 공공요금은 크게 인상하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물가와 에너지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정작 무기수출과 국방부 특혜로 전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방위산업체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있다. 국방비 삭감과 재벌 및 방위산업체 증세를 통해 보건,의료,주거,에너지 등 공공부문에 대한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이윤
무엇보다 방위산업의 확장은 무한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 전쟁과 맞닿아있다. 윤석열 정부의 무기수출과 군수산업 확대정책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더 강화시킬 것이다.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발표한 한국형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공격받은 이후 압도적 전력으로 대규모 보복에 나서는 대량응징보복 등 호전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윤석열은 수시로 ‘전쟁’과 '선제타격', 미국과의 ‘핵 공동 훈련’을 운운하며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핵 공동 훈련은 아니다’라며 한국의 자체 핵무기 획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을 역대 최장 기간인 10일로 늘리고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전술핵 재배치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핵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과 전략폭격기를 계속 한반도에 전개하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에 미군의 핵무장이 가능한 항공기를 수용할 시설에 투자하는 등 지속해서 강력한 확장억제 역량을 과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5배가 넘는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한국의 국방비는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Global fire power)기준 북한의 10배이며,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약 27배라고 한다.
북한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동아시아 이해당사국의 군비경쟁과 한미일 연합훈련의 강화 속에 재래식 군사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을 계속 늘리고 있다. 덧붙여 북 핵정책의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군사행동의 강도를 점점 높이면서 전쟁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한국의 무기수출국 중 분쟁지역이 70%를 차지한다는 것은 방위산업이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로 한 도박임을 잘 보여준다. 이는 방위산업체가 얻는 이익만큼 전쟁과 분쟁을 겪는 지역의 인명 피해와 권위주의 정권의 인권 탄압에 기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망자만 민간인 최소 7천명-3만명 이상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 사망자는 이미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도되었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 전쟁을 막아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 것인가? 군사적 개입은 결코 경제적 이익으로 환산할 수 없다. 게다가 국가적 차원에서 합법적,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인명살상용 무기수출은 이윤추구를 위한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야만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본주의가 결코 평화를 위한 최선의 체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생산'을 하지 않는다. 각국의 방위산업 육성은 경기침체로 상품수요가 부족한 시장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방위산업 재벌들에게 독점적 이윤을 보장해 주는 ‘피묻은’ 기회의 영역이다. 또,안보라는 논리로 인명과 가치를 파괴하는 무기생산에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것을 정당화하고, 국제사회에 지배계급이 가진 권력을 지키기 위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범한 대중에게 국가 간의 광기어린 군비지출 과 전쟁은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다. 지속적인 군비증강과 무력위협으로는 결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사람이 죽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피 묻은 이윤의 대가가 돌아가는 이런 체제는 지킬 가치가 없다. 국가재정은 부의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재난과 기후위기 대응 등 모두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 [의견서] 2023 국방예산안 주요 문제 사업, 참여연대, 2022.10.31
- 토론회 자료집_57조 국방예산,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 토론회, 2022. 10. 31
- 방산업체 M&A 통해 록히드마틴·보잉과 경쟁하라, 《월간조선》, 2022년 2월
- 폴란드, 한미 전차 인도받으면 기존 탱크 우크라에 넘길 듯, 《연합뉴스》, 2023년 1월 6일
- 민간인 사망자만 3만명 육박.. 우크라이나 전쟁, 끝이 안 보인다, 《한겨레》, 2022년 6월 3일
- 폴란드 방산 수장, 내달 방한…위시리스트엔 'KF-21·레드백', 《머니투데이》, 2023년 1월 9일
-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무기 '정보', 《여성신문》, 2023년 1월 5일
- 이강국, 「악화되는 세 계경제, 각국의 대응과 한국정부의 경제정책」, 2023.01.11
- 정욱식, 군사 활동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할까?, 《프레시안》, 2022년 6월 23일
- 정욱식, 기후위기, 누구에겐 재앙으로 누구에겐 이윤으로, 《프레시안》, 2022년 7월 14일
- 바이든 “한미 합동 핵훈련 논의 중 아냐”.. 윤대통령 발언 부인, 《쿠키뉴스》, 2023년 1월 3일
- [현대로템] 사업보고서, 2022년 3월 15일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보고서, 2022년 3월 19일
- [한국항공우주] 사업보고서, 2022년 3월 22일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