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무치 화재 참사 이후 홍콩 사회주의자들의 요구
2022년 12월 31일
🗯️ 동동 편집주 : 이 글은 중국 대륙에서 백지 시위가 처음 발생한 2022년 11월 26일 밤 중국과 홍콩 사회주의자들의 서신을 보충해 ’라우산(流傘)’에 게시된 글을 번역한 것이다. 이보다 축약된 중국어판은 11월 27일 ‘국경없는 사회운동(無國界社運)’에 게시된 바 있다. ‘라우산’은 홍콩 출신 좌파 연구자·활동가 그룹이며, ‘국경없는 사회운동’은 홍콩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주의·기후정의 사회운동 활동가 그룹이다.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도심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사망한 희생자는 대부분 위구르족이었으며,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이 숫자는 축소 보고되었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역주: 소방당국이 밝힌 사망자수는 10명이고, 소셜미디어상에서 위구르족 망명인사들이 주장하는 사망자수는 44명이다.)
이 비극은 팬데믹 상황에서 일상 속 시민들의 이동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장기간 기본 생필품에 대한 접근을 막아온 정책이 실패한 결과였다. (우리는 흔히 이 정책을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동태적 제로코로나정책动态清零政策이라고 부른다.)
제로코로나 정책은 14억 중국 인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민족들은 오래 전부터 중국 정부의 대규모 억류, 극심한 감시 등 강화된 탄압에 시달려 왔다. 또한 신장위구르자치구는 가장 엄격한 봉쇄 정책의 시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100일 이상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에 대응해 우루무치시 주민들은 11월 26일 토요일 전례 없는 주민 시위를 시작했고,경찰에 맞서 정부 건물을 포위하면서 현 봉쇄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봉쇄 기간 동안 당국은 주민들이 탈출할 수 없도록 복합주거단지의 외부 문을 잠그고, 지역을 폐쇄했다.
이후 다양한 종류의 시위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청두 등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난징전매학원에서는 학생 주도의 집회가 열렸고, 우한의 화중과기대학에 다니는 의대생들은 공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집단적이고 독립적인 대중 행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상하이의 일부 시민들은 거리로 나가 “중국공산당 타도! 시진핑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중국 각 지방정부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동안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줬고,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는 일상 속 시민권을 더욱 제한했다.
노동조건 역시 더 열악해졌다. 10월 말, 허난성 정저우시에 위치한 폭스콘(Foxconn; 애플의 생산하청기업) 노동자들은 공장 밖 출입이 금지된 채 이뤄지는 강제노동 상황에서 거센 항의 행동을 벌였고, 이 기간 생필품에 대한 접근마저 제한당하는 '폐쇄 루프 시스템'에 갇혀 있었다. 그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울타리를 넘어 공장을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허난성 정부는 기업에 책임을 묻거나 해당 지역의 폐쇄 정책을 수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폭스콘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폭스콘 공장의 생산 라인에 보냈다. 11월 셋째주에는 새로 채용된 폭스콘 노동자들이 물리적인 투쟁을 전개했는데, 시정부는 폭스콘이 노동자 시위 진압을 돕기 위해 경찰 수백 명에게 방역복을 입혀서 보내기도 했다.
중국 전역의 대학생과 노동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빼앗고, 안전하게 생활하지 못하게 만들어온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주민들은 우루무치에서 벌어진 끔찍한 화재 참사로 억압적인 정책에 직면해야 했다. 중국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지난 수년간 중국 사회에서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시위의 불꽃이 된 것이다. 여느 때보다 시급하게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다른 여러 지역에 거주하는 한족 주민들은 계속해서 위구르족과 억압받는 소수민족의 투쟁을 자신들의 중심에 두고 그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급진적인 제도적 변화를 촉구하고자 한다.
우리의 요구
- 사람들을 집에 강제로 가두고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접근을 막는 현재의 봉쇄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
- 코비드19(COVID-19)에 대한 강제 PCR 테스트를 폐지해야 한다.
- 감염자는 집에서 격리하도록 허용하고, 심각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동식 객실 병원(코로나 환자 대응을 위해 구축한 소형 이동식 병원)에서 감염된 개인과 감염되지 않은 개인의 강제 이송과 격리를 취소해야 한다.
- 시민들에게 다양한 백신에 대한 옵션을 제공하여,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시위로 구금되어 있는 쓰통차오 시위자 펑리파와 정치범들을 석방해야 한다.
- 무책임한 봉쇄 조치로 발생한 사망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장례가 필요하다.
- 팬데믹 관리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료들의 사임을 촉구한다.
- 전염병 통제 조치는 의료 전문가에 의해 알려져야 하며, 인민 사이에서 민주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 언론, 집회, 조직 및 항의의 자유에 대한 인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 이러한 시위의 안팎에서 자주적인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모아야 한다. 996룰(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6일 일하다 중환자실ICU에 실려간다'는 뜻. 재작년 중국의 IT업계 종사자들은 인터넷상에 '996.ICU'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장시간 노동에 맞선 온라인 캠페인 전개)과 같은 반(反)노동 관행을 철폐하고, 노동자의 파업권과 자기조직화를 포함한 노동법 보호를 강화해 그들이 더 광범위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운동 전략
- 누군가 공권력의 위협을 받으면 다른 이들이 함께 나서서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더 급진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되며, 제도 변화에 대한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요구를 우선시 해야 한다.
- 체제 자체를 철저히 민주화하지 않고, 단지 체제 내 정치권력의 변화 정도로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 거리와 마을 광장을 장기간 점거하는 위험한 전술을 피해야 한다. 당국이 시위대를 너무 쉽게 진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Be Water"(민주화 시위를 벌였던 홍콩 시위대가 경찰 무력진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텔레그램 등에 시위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 하고, 신속한 상황 파악으로 빌딩 숲으로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 마치 물처럼 흘러가는 시위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형식의 집회 동원 전술을 채택하자.
- 항의 시위뿐만 아니라, 사구(社区)와 노동현장 간의 상호 지원과 조직화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 중국 인민들은 쓰통차오 고가대로 시위자 펑리파가 외친 "강제 PCR 테스트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한다"는 구호가 도화선이 되어 대규모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홍콩·대만·신장·티베트를 포함해 본토와 해외의 학생, 노동자, 그밖의 소외된 집단이 구축한 독립적인 대중조직을 계속해서 장려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중국의 민주 항쟁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 성장하는 운동에 연대하며, 중국 정부가 시민의 생계와 기본적인 자유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
글 : 無國界社運
번역 : 김지혜
교열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