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가스공사와 한화에너지가 주축이 된 코리아컨소시엄이 5조 5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LNG 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업계는 베트남이 빠른 경제성장과 급증한 전력수요에 발맞춰 대규모 발전소 건립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함으로써 한국 에너지 기업의 글 로벌 시장 개척에 적합한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LNG(Liquefied natural gas) : 천연가스를 정제해서 얻은 메탄을 냉각해 액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액화천연가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석탄에너지에 많이 의존해 왔으나 최근 석탄 화력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고 천연가스, 태양열 및 해상 풍력 발전 확대와 더불어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를 발표했다. 석탄에 투자했던 많은 한국,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가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발빠르게 전환했다. 24개의 새로운 가스 기반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고, 2035년의 발전 총용량 중 50%정도를 LNG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화력 :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을 태울 때 나오는 열에너지
그러나 2021년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2050 탄소 중립 (Net-zero)’ 보고서에서 더 이상 화석 가스전이 존재해서는 안되며 2030년대에 화석 가스 수요는 연평균 5%이상, 2050년까지 LNG무역은 현재의 60%정도로 감소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IPCC(UN산하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2022년 4월 6차 기후변화 완화 평가보고서는 각국의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할 것을 강조했다.
- 화석가스(fossil gas)=천연가스(natural gas) : 석유와 함께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가스상의 유기화합물
로비
영국의 기후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기업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베트남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한국의 상공회의소나 기업회의소, 베트남 비지니스 포럼 같은 해외 산업협회와의 제휴, 세계와 지역별 화석 가스 협회 등이다. 베트남의 직접 투자자들과 일본,한국의 기업 구성원들이 모여 회의와 로비를 통해 정부의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것이다. 아시아 천연가스 에너지 협회(ANGEA)는 COP26기후정상회의 두 달 전에 설립되어 베트남의 에너지믹스에서 화석가스의 중요성을 홍보했는데, 그 구성원은 쉐브론, JERA(일본발전회사), JGC(일본의 에너지통합엔지니어링회사), 미쓰비시 중공업, 산토스, 엑손모빌 같은 대기업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LNG에 관한 교육 및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지방자치단체 및 산업협회와 제휴 및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에너지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업들은 베트남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까지 성공시켰다.
2021년 2월 베트남 제 8차 전력개발계획(PDP8)은 몇차례 수정되었는데, 일본 산업계의 로비로 2022년 4월 현재 석탄의 대체 에너지로 가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용량은 2030년까지 석탄17GW, 가스/LNG 22GW이고, 태양 및 풍력은 19GW로 예정되어 있다.
2019년 마루베니(일본의 5대 종합상사)와 TEPCO(도쿄전력 자회사)는 ‘베트남 가스-전력 프로젝트 가치사슬 연구’에서 ‘수입 LNG의 도입은 필수불가결’하며 LNG연료 공급을 포함한 지역 내 가스-발전 프로젝트 개발, 수신 터미널 및 가스터빈 복합 사이클(GTCC)등 세 가지 프로젝트를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
2019-2021년까지 일본,남한 산업협회는 베트남 정부에 새로운 LNG발전소와 수입 터미널 인프라 건설을 승인할 것을 권고했으며 KOGAS(한국가스공사), 한화에너지, GS에너지가 베트남의 기획투자부 장관과 ‘코리아 컨소시엄’에 함께 하는 등 직접 미팅을 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은 이 회의에서 한국의 베트남 LNG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베트남의 지속적 발전’과 ‘지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JCCI(일본상공회의소)와 케이단렌도 기획투자부 장관과의 회담을 가지고, 베트남 정부가 가스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안정적 정책’을 제공하고, 관련 규정과 법률을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COP26(유엔 기후변화협약)이후 기후 공약과 베트남 제8차 전력개발계획(PDP8)에서 LNG의 점유율 하향 조정 발표가 있은 후에도 한,일 기업은 계속해서 LNG발전소 투자 수위를 높이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한국상공회의소(KOCHAM)의 부사장 홍선은 LNG가 ‘탄소 배출량 제로를 위한 최 적의 해결책’이며 석탄을 대신할 전력공급원이라고 말했다.
JERA(일본발전회사)는 베트남의 LNG 프로젝트가 탈탄소화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전략
LNG산업은 베트남에서 탈탄소/친환경 에너지로 전환, 에너지안보, 경제발전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핵심 홍보 전략으로 사용한다.
LNG발전소 개발 발표 초기에는 GS에너지, 한화에너지, 포스코 모두가 베트남의 전기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에너지 안정화’의 측면을 강조했는데, 한화에너지는 베트남이 ‘지역 전력 생산량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대표적 국가’라고 주장했다. 도쿄 가스는 ‘경제성장에 뒤떨어지지 않을 미래 전력 공급원 확보’를 강조했다.
2019년-2020년 사이 ‘에너지안보’와 ‘경제발전’을 강조하던 홍보전략은 2021-2022년 사이에 기후위기와 기후운동의 영향으로 ‘탈탄소 에너지로 전환’을 강조하게 되었다.
COP26(유엔 기후변화협약)이후 산업계는 LNG가 재생 에너지와 석탄 사이의 ‘전환 연료 혹은 교량 연료’로서 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며 LNG를 ‘친환경 에너지’로 둔갑시키는데 성공한다. 화석연료 중 가장 깨끗한 천연가스는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며 석탄을 대체하고 탄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린워싱
그러나 LNG는 청정에너지가 아니며 탈탄소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LNG는 분명히 화석 연료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발전총량에 따른 탄소배출은 석탄 888t, 석유 733t, LNG 499t,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바이오매스, 수력, 풍력) 45.5t, 원자력 20t으로 나타났다. LNG는 석탄, 석유에 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지만 배출총량이 석탄의 절반 이상이며 재생에너지와 비교하면 10배 정도 많다.
LNG 사용이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석탄을 사용했을 때 보다는 다소 줄겠지만) 탄소 배출총량도 따라서 증가한다.
재생에너지 역시 탄소배출량이 ‘제로’는 아니지만 LNG의 1/10로 훨씬 낮은 편이다.
그러므로 탄소중립’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해야하며 지금보다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사업 중 태양광은 정부가 주도해 민간 기업간의 경쟁 입찰을 통해 진행시킨다. 수익을 내려는 민간기업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탈탄소 방식에 투자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들어 태양광의 경우 태양광모듈에 탄소인증제(제조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제품으로 인증받은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고정가격 입찰시 가점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해 저탄소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지만 태양광 전력판매 수단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이 올해 상반기에 미달 사태를 빚으면서 입찰자 모두가 선정되었고 상대적으로 저탄소 태양광모듈을 사용하는 업체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후의 입찰에서 다시 저탄소제품을 사용하는 업체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꼭 필요한 일이 사업자들에게는 필요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애초에 산업 보호가 아니라 공공성에 입각해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저탄소 모듈의 의무적 사용을 강제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문제이다.
또, 공정거래위는 CCS(탄소포집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계획만 있어도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해 줬고 SK e&s(SK도시가스판매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자료에서 호주 북서부 바로사 가스전 LNG를 ‘탄소중립’,’CO₂ FREE’로 광고했다. 이것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다.
포스코에너지(포스코 인터와 합병)는 현재 인천에 7기의 LNG발전소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민간발전기업이며 2030년까지 “가스와 발전 중심의 글로벌 종합에너지 회사로 매출 7조,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하겠다”며 가스사업을 본격 확장하겠다고 했다. 또 베트남 외에도 군부의 돈줄이 되었던 미얀마 가스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광구(광물 채굴을 허가한 지역)탐사 등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기후위기를 부추기는데 한 몫 하고있다.
한편 각국 정부는 기후위기가 심각해 지면서 나라마다 무엇이 친환경 녹색산업인지 알려주는 기준인 ‘녹색분류체계’, 다른 말로 ‘택소노미’를 만들고 있다. 한국도 K-택소노미를 만들고 있는데 환경부는 화석연료인 LNG를 친환경에 끼워넣었다. 이유는 산업계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산업계에서는 LNG가 K-택소노미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반환경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환경으로 낙인이 찍힐 경우 투자에 불이익이 있어서 수정안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지 않는 화석연료 발전 활동에 녹색 인증을 부여해 그린워싱을 용인하는 것이며, 나쁜 선례가 되어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도 K택소노미를 참조해 LNG를 끼워넣는 악영향을 끼친다. 2030년까지 한시적 투자라고 하지만 투자는 초기에 이뤄지기 때문에 이후 기준을 강화해도 민간기업이 이미 지어진 발전소를 스스로 폐쇄할 가능성은 없다.
민주적 통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탄소감축이 필요하다. LNG는 석탄, 석유와 함께 퇴출시켜야 하는 화석연료이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인 민간발전사들을 통제하지 않고는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기업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로비를 통해 LNG가 ‘친환경’이라며 거짓을 진실로 바꿀 정도로 이윤 추구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동아시아, 나아가 전세계 차원의 공동의 숙제이다.
베트남 꽝찌성 하이랑구의 LNG 발전소 청사진
한국에서 화석연료 사용하는 기업을 퇴출시킨다고 해도 베트남이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 계속 탄소를 내뿜는 석탄, LNG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한다면 결국 탄소중립은 불가능해 지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에너지 위기, 홍수와 가뭄, 산불과 식량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대기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 미국 등이 2030년대 탈탄소 실현 계획을 발표하고,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써 탈탄소를 달성할 것을 시사한 가운데 한국정부는 이에 역행하여 재생에너지를 30%에서 20% 대로 줄이고,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발전 부문의 민간 매각과 경쟁구조를 유지하고 확대해 에너지의 공공성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민간기업의 목표는 오직 ‘이윤,이윤,이윤’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영역을 사익추구의 영역으로 변경하는 순간 에너지는 더 이상 모두를 위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급변하는 기후와 재난 속에서 에너지기업과 관료들은 더 많은 부를 챙기고 평범한 사람들은 집을 잃고, 목숨을 잃는다.
정부관료와 기업간의 유착은 너무 끈 끈하고 자본주의의 경쟁논리는 통제 불가능하다. 기후위기에 맞선 대중의 저항만이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툰베리의 호소와 대중운동이 전세계 180여 개국, 수백만 명의 기후파업과 기후행동을 이끌었고, 기업과 정부에게 ‘반환경’이라는 이미지를 두렵게 하여 환경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기업,정부의 그린워싱과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더 큰 대중운동이 필요하다. 대기에 국경이 없듯 기후운동에도 국경없는 국제적 공동행동이 필수적이다. 한국에서는 100여 개 단체가 함께하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꾸려졌다. 9월 24일에 있을 기후정의행동에 함께 하자.
참고문헌
Japanese and South Korean LNG Industries and Vietnam’s Energy Transition, 인플루언스맵
이호준, ‘LNG가 친환경이라고?’…美 연구소에 공개 저격당한 ‘K-택소노미’, 『KBS』
이지훈, 가스공사-한화에너지, 베트남서 5.5조 LNG발전소 수주 임박, 『한국경제』
고선호, 무늬만 친환경?…신재생·LNG 연간 탄소 1천만t 내뿜는다, 이뉴스투데이
김현종·신혜정, 화석연료 LNG가 탄소free?… 공정위 “문제없다”, 한국일보
국산 태양광 모듈 설 자리 더 줄어드나…탄소인증제 ‘무용지물’, 에너지경 제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