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Far Eas Tone(臺灣遠傳電信, 위엔추안텔레콤; 이하 ‘FET’)이 247억 TWD(한화로 약 1조1천억 원)의 자금을 동원해 아태텔레콤(亞太電信)을 합병하겠다고 밝히자, 아태텔레콤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FET텔레콤 측에 교섭의 권리와 일자리 배치 계획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에 합병 계획이 발표된 이래, 노동자와 기업 쌍방이 여덟 차례에 걸쳐 교섭했지만, 협상 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태텔레콤노동조합(亞太電信工會)은 두 기업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노동자 권익은 아예 모른 척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가능한 빨리 실질적인 협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네이후 본사(타이베이시 네이후구에 위치한 회사 본사)에서의 투쟁 강도를 높이는 것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태텔레콤노동조합은 7월 21일 오전 100여 명의 조합원들을 동원해 아태텔레콤과 FET텔레콤 건물 앞에서 항의 시위를 열었다. 노조는 아태텔레콤과 FET텔레콤 양사가 노동자 권익을 보장해야 하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FET 측이 주도적으로 노동조합과 협상에 임할 것과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 할 것을 요구했다.
아태텔레콤노동조합 쉬원홍(許文宏) 위원장은 노조가 3월 중순 경 처음으로 노동자 권익 보장 방안을 내놓으면서 근속 년 수나 유임 여부, 퇴직금 수령 여부에 관계 없이 회사의 인수합병 후 아태텔레콤 노동자들의 생존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면서, 사측은 노조가 내놓은 방안에 대해 불만이 많든 적든 자신의 안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태텔레콤노동조합이 7월 21일 오전 100여 명의 노동자들을 동원해 아태텔레콤과 FET텔레콤 양사 앞에서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王颢中)
현재 노동조합은 아태텔레콤 사측과 여덟 차례에 걸쳐 교섭을 가졌으나 하나같이 “FET 측에 전달하겠다”, “FET 측이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 “FET 측의 결정이 필요 하다” 등의 이유로 핑계를 대고 있다. 협상이 아직까지도 제로 상태에 머무르는 이유다.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가 “거짓으로 협상하고 실제로는 퇴출 계획을 세우는” 수단을 취할 수 있다고 보고, 규탄하고 있다. 현재 아태텔레콤 측은 이미 여러 곳의 매장을 잇달아 폐점하였고, 직원들은 직책이나 근무지를 옮기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직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밖에도 인수합병을 앞두고 인센티브 방안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전제 하에 직원들에게 동종 업계보다 높은 수준의 불합리한 KPI(핵심성과지표)를 부여하고, 나아가 PIP(직원 성과급 프로그램, 성과에 미달하면 임금 삭감 가능)를 통해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타이베이시 산업총공회 천슈룬(陈淑纶) 간사장은 “아직까지 인수 합병 안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FET텔레콤 자본은 이미 아태텔레콤의 2대 주주”라면서, “유령처럼 뒤에 숨어서 훈수를 둘 순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태텔레콤의 최대 주주는 지분의 29.02%를 갖고 있는 홍하이과기그룹(Foxconn Technology Group)이다. 세계최대 전자제품 OEM 제조기업인 그 회사다. 2대 주주는 11.58%를 가진 FET텔레콤, 3대 주주(6.97%)는 홍하이그룹의 계열사 鸿扬创投(홍양창업투자)다.
그러면서 “(FET텔레콤이)전면에 나서서 합병 후에 아태텔레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유지시키는 문제나, 각 사업 단위와 직무 내용, 급여 심사 등 노동조건에 대해 노조와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런 점들은 “모두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인데도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며, 합병 일자가 발표될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천슈룬 간사장은 FET텔레콤과 아태텔레콤의 인수합병 이후 위엔동그룹(FET텔레콤이 속한 기업집단)과 최대 주주인 홍하이(鸿海)그룹에게는 이익이 많겠지만, 노동자들은 희생을 감내하고 내버려질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서, 자본 측이 ESG(기업의 사회ㆍ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여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업성과지표를 뜻함)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부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업무 내용을 유임 받지 못하게 되는 노동자들이 법령의 수당보다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아태텔레콤과 FET텔레콤 사측이 직원들의 권익 보장 방안에 대해 노조와 조속하게 협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두 회사뿐 아니라 네이후 본사에 대해서 더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태텔레콤은 노조 요구에 대해 조만간 빠르게 노조와 협상을 할 것이고, FET텔레콤에서도 협상 자리에 담당자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거짓으로 협상하고 실제로는 퇴출 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고 질의한 것에 대해서는, 사측은 각 매장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KPI(핵심성과지표)를 정하며, PIP(직원 성과급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직원들의 성과를 지도하고 개선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래 노동자들이 맡고 있던 업무를 열심히 맡도록 한 것일뿐, 직원들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