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 일본에서 아마존재팬의 배달기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자들은 원청인 아마존재팬과 하청운송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맺은 업무위탁계약을 거부하고 노동자 신분으로 노동계약(한국의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노동시간과 배송수당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요코스카시의 한 배송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아직은 숫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노동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같은 문제를 겪는 아마존 배달노동자들의 가입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지향에 따라 ‘아마존배달원조합 요코스카지부(アマゾン配達員組合横須賀支部)’를 결성하고, 렌고(連合)에 가맹된 전국유니온(全国ユニオン)산하 지역합동노동조합인 도쿄유니온(東京ユニオン)에 가입했다.
아마존재팬은 작년 6월부터 인공지능(AI) 기술과 배달원 개인의 휴대폰에 설치하는 앱을 통해 배달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앱을 통해 배달원들의 실시간 위치정보와 노동시간을 관리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배달 장소를 지정하고 있다. 원청 기업에 의해 전반적인 노동 통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노조를 결성한 주체들은 도쿄 수도권 카나가와현 요코스카시(神奈川県 横須賀市)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의 택배노동자 10여 명이다. 이들은 아마존재팬에 속하지 않고, 하청운송사 및 2차하청운송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마존재팬으로부터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일본 노동기준법(한국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것이 ‘위장청부(偽装請負, 한국의 위장도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하청업체 또한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아침조례, 업무지시, 타 배달원에 대한 보충업무 지시 등을 내려 사실상 노동자로서 배달원들을 활용하고 있다. 또, 하루에 배달해야 하는 업무건도 100개에서 200개로 2배 늘었다. 따라서 장시간노동이 상시화되면서, 길 때는 하루 13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처지다.
아마존재팬 사측은 일본 언론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앱은 드라이버의 안전한 배송과 고객이 배달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이라면서, “앱 설치는 필수가 아니”라고 변명했다.
아마존 배달원조합 요코스카지부의 부지부장 A씨는 50대 남성으로, 2019년 3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아마존의 2차하청 운송회사와 위탁업무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가을 어느날 저녁 6시경 그는 언덕길에 위치한 주택에 택배를 배송하기 위해 차를 세웠다가, 조작 실수로 차가 주택을 들이받고 차와 주택이 파손되는 사고를 겪었다. 당시 그는 하루 190개가 넘는 택배를 배송하고 있었다. 전날에는 배우자에게 “이대로 일하면 쓰러지거나 사고가 날 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합원이 촬영한 배송차량 내부. 최근 2년간 짐의 양이 증가해, 차의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를 확인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업무량이 많아졌다.
A씨는 계약을 맺은 회사에 사고를 보고했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하루 2천엔(약 2만원)을 내고 회사 소속 차를 빌려(代車) 택배를 배송하라고 전달받았다. 차와 고객에 대한 손해는 개인보험으로 변상해야 했고, 이후 회사 차원에서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응은 없었다.
그가 매일 개인 컴퓨터에 기록해 놓은 바에 따르면, 2020년 7월에는 하루 평균 택배 개수가 116개였지만 2021년 아마존재팬이 인공지능으로 택배루트를 지정하기 시작한 뒤로 2021년 8월에는 하루 평균 178개, 2022년 5월에는 214개로 늘었다.
과거에는 배달 지역이 동일해 자주 가는 지역과 배송지의 생활주기에 맞추어 효율적인 루트를 짜서 운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도입된 후로는 할당된 기본 지역에 더해 가본 적도 없는 배달처까지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해당 지역의 경삿길이나 일방통행로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지정해준대로 배달해야 한다. 배달해야 하는 택배는 늘어났지만, 업무 효율성은 떨어진 것이다.
그 결과, 통상 아침 8시에 배달거점에 출근해 일이 끝나면 밤 10시가 된다. 화물량이나 배정받은 배달지역에 따라 서 휴게시간은 1시간도 안 된다. 시프트제로 인해 주4일 출근하지만, 하루 13시간 가까이 일하는 셈이다. A씨는 언론에 “이제 한계다. 개선되지 않으면, 언젠가 쓰러진다”고 호소했다.
이렇게 늘어난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A씨의 급여는 일당 18000엔(약 18만원)으로, 2년 전과 그대로다. 오히려 화물 1개당 170엔이었던 과거에 비해 일당제로 바뀌게 되면서 배달해야 할 화물이 증가한 것을 반영하지 못했다.
월 5만엔(약 50만원) 하는 기름값과 자동차 유지비는 개인부담이기 때문에 최종 월수익은 22만엔(약 220만원)정도에 그친다. 이전에 그는 야마토운수(일본 택배시장 40%를 점유하는 회사)와 일본우편(현재 민영화된 일본의 우체국)의 위탁배달원으로 일한 적이 있지만, 그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많은 수다. 🛵
참고 자료
- 東京新聞、22.06.13、アマゾンの個人事業主配達員らが労組結成 業務委託は「偽装」と主張 (도쿄신문, 22.06.13, ‘아마존의 개인사업주배달원들이 노조결성, 업무위탁은 ‘위장’이라고 주장’)
- 朝日新聞、22.06.13、アマゾン配達員が労組結成 「アプリが管理、1日12時間以上労働」(아사히신문, 22.06.13, 아마존배달원이 노조결성, ‘앱이 관리, 1일 12시간 이상 노동해’)
- 弁護士トットコムニュース, 22.06.13、アマゾン下請業者の配達員が労組結成、「偽装請負」指摘し労働環境の改善求める(변호사닷컴뉴스, 22.06.13, 아마존하청업자 배달원이 노조결성 ‘위장도급’ 지적하고 노동환경개선을 요구)
글 : withgrass
교열 :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