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IT기업 알리바바에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7월 27일, 알리바바의 한 여성 노동자는 산둥성 지난(济南)시에서 열린 회의로 출장을 갔다가 상사 관리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나흘이 지난 31일(토), 피해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했는데, 가해자는 다름 아닌 알리바바그룹 산하 타오시엔다(淘鲜达)의 임원이었 다. 사건 당일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지난 현지의 B2B 고객들과의 저녁 술자리에 함께 가자고 강요하였는데, 이날 식사도중 피해자는 강제로 술을 마시다가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자 신원 미상의 고객이 식당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타오시엔다는 알리바바가 대도시 소매 유통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든 플랫폼 기업으로, 상가 입주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라이징을 통해 전통적인 소매업계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매우 고질적인 접대 기풍이 여성 노동자에게 폭력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날 피해자는 정체불명의 호텔로 옮겨졌는데,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해자 임원은 이날 밤 피해자의 방에 네 차례에 걸쳐 들락날락했다.
다음날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피해자는 자신의 옷이 벗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됐고, 곧바로 지난시 경찰에 신고했다. 현지 경찰은 가해자를 불러 심문했지만 불과 24시간만에 풀려났고, 회사 역시도 이 사건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는 유인물을 제작해 알리바바의 구내 식당에서 동료들에게 배포했다. 그러자 사측 경비들이 피해자를 제지하면서 큰 소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폭로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나 알리바바의 CEO 장용은 8월 1일 회사 직원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충격적이고 분노하며, 부끄럽다”면서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할 것이며, 수사 과정에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앞으로 직장 내 성폭력 등에 있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신고 창구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대되어서야 이뤄진 조치다.8월 9일, 알리바바그룹 지주사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해당 가해자 임원을 해고하고, 이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던 임원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 그룹의 인사총괄 담당자는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2018년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이루어진 여성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106명 중 87명이 직장 내 성희롱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40명은 직장 동료나 친구가 자신의 피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
중국의 고위 공직자 구성을 보면, 여성은 16.8퍼센트에 불과하며, 기업 내 여성 임원 역시 17.5퍼센트다. 이런 현실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성폭력 피해에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조건을 낳는다. 나아가 중국의 노동자운동은 자주성과 독립성, 적극적인 항의 행동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 게다가 노동법이나 성추행 방지법 등도 법률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물론 이런 점은 한국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
글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