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 플랫폼 기업에 맞선 대만 배달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운동
2021년 7월 16일
우버이츠(Uber Eats)와 푸드판다(Foodpanda) 두 기업은 대만 음식배달 시장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두 기업은 올해 초 배달노동자 수수료 책정 기준을 바꾸었다. 이로 인해 배달 노동자들의 월 소득은 10~30퍼센트 감소했다.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조치를 계기로 그간 대만 음식배달 노동자들이 안고 있던 노동 안전과 저임금 등 문제들이 함께 제기되었다. 우버이츠와 푸드판다만이 아니라, 랄라무브 등 여러 배달앱 노동자들은 플랫폼 기업의 이와 같은 착취에 맞서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 말에는 약 50여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플랫폼 기업들이 수수료 요건을 바꾼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데 이처럼 강화되는 압박은 전반적인 임금 하락을 낳았고,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연이은 수수료 인하로 인해 대만 남부와 중부 지역 라이더들의 생계는 어려움에 빠졌다. 많은 수의 배달 노동자들은 법정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을 정도다.
2021년 1월 발표된 《2019년 대만 인터넷 보고 2019台灣網路報告》에 따르면, 대만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2,020만 명이고, 보급률은 85.6퍼센트다.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이 음식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 수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19년까지 약 8만 명 수준이었던 대만 음식배달 플랫폼 업계의 노동자 수는 1년만에 8만8,000여 명으로 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기존에 다른 직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대거 플랫폼 산업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은 이와 같은 추세를 강화시켰고, 2020년 기준 대만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만 노동법은 여전히 우버이츠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제대로 된 규제 방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우버이츠 등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노동자들이 자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업자-사업자 계약 관계인 자영업자라는 것이다. 흔해 빠진 주장이다. 대만 정부는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플랫폼 기업들로 하여금 사고보험을 갖추도록 명령한 바 있다. 물론 기업들은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시작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노동자들은 대만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플랫폼 기업들이 노동자 유니폼이나 차량 등에서 자사 로고를 제외하는 등의 꼼수를 써서 규제 회피를 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구할 때 배달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대한 규제 없이 이러한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버가 처음 대만 시장에 진입한 것은 2013년이다. 그러자 대만의 택시 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타다’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와 비슷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 논란 속에서 2016년 대만 경제부(經濟部) 산하 투자심의위원회(投資審議委員會)는 “우버 측이 허가된 사업 이외의 목적으로 사업 면허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버에게 1천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우버가 공유택시 사업을 철수하게 된 주요한 원인이었다. 이후 사업을 개시한 우버이츠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다가 고속도로 상에서 누적 8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문제 역시 기존의 화물운송업자들과의 갈등이 겹쳐져 있다.
2019년 10월, 푸드판다와 우버이츠에서 일하던 배달 노동자 2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동안전 문제가 전국적 이슈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대만 노동부는 라이더는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라고 규정하고, 푸드판다와 우버이츠 측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가장 많은 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지역인 타이베이시의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타이베이 내 4만5,129명의 음식배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례 초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우버이츠와 푸드판다 측은 이를 거부하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노동자들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노동자-자본가 사이의 협상 매커니즘은 부재하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4월 말 기준 대만 전국에서 노동조합 가입 의사를 밝힌 라이더 수는 아직 100여 명 수준이다. 대만에서 산별노동조합 결성은 상당히 어렵다. 22개 현 중 절반을 넘는 지역에서 지역지부가 있어야 하며, 이들의 과반수가 전국단위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인정된다. 이와 같은 어려운 과정이 수반되긴 하지만, 대만의 음식배달 노동자들은 이것을 돌파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야만 플랫폼 기업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만이 플랫폼 기업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정부로 하여금 긱 자본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조합 결성과 특별법 제정을 목표로 계속해서 싸워나갈 계획이다. 🗯
참고자료
- Ministry urges public to snitch on illegal UberEats, Taipei Times
- Taiwan to regulate benefits for 45,000 food delivery drivers, Taiwan News
- Food delivery drivers to form labor union to negotiate for fair pay, Focus Taiwan
- Taiwanese gig workers want a national union. It won’t be easy, Rest of World
- 2 food delivery drivers die within 3 days, Taiwan govt. threatens fines, Taiwan News
- Authorities say launch of Uber EATS in Taipei illegal, Taiwan News
- Uber faces ejection from Taiwan, Financial Times
- 經濟部投資審議委員會 認識本會
- 2019台灣網路報告, 台灣網路資訊中心
- 2019年台湾网络使用概况, 台海网
글 : 홍명교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