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한 쪽 한 쪽 놀라운 폭로들로 가득 차 있다. 책을 다 읽게 되면, 우리는 한국 사회 금융화 시스템의 결과로 많은 여성들에게 성판매라는 선택이 ‘강요’되고 있다는 점과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고금리로 여성들을 착취·수탈하고 있으며, 사법부와 정부 기관들의 묵인 속에서 성매매 ‘산업’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확하게 규모를 알 수 없는 한국 성매매 산업은 8조 7천억 혹은 13조, 때로는 30조 규모로 추산되곤 한다.
“한국의 성매매 산업은 기본적으로 불법적인 지하경제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의 조사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나, 여러 연구기관에서 성매매 규모를 여러 정보들을 조합해서 여러 방식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정확한 규모의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수치들을 제각각인 편입니다. 몇 가지 수치들을 소개해 드리자면, 2010년도에 서울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추정 연간 8조 7천 100억원으로 국내 총생산의 0.82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조사는 보수적인 추정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규모는 경제활동을 하는 16세 이상 65세까지의 남성 인구수 전부가 1년에 60만원씩 사용해야 가능한 규모입니다. 이러한 보수적인 조사를 넘어서 2015년 미국의 암시장 전문조사 기관인 하보스코프닷컴에서는 한국 성매매 시장 규모는 세계 6위로 120억 달러(약 14조 8천억원) 규모로 추산되었습니다.* 인구대비해서는 세계최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는 30조에서 37조 규모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CBS 라디오 <주말엔 CBS> 김주희 인터뷰 수정 인용, 2020년 8월 1일)
📑*하보스코프닷컴의 조사에서는 ’13조 원’. 2020년 4월 5일자 경향신문 보도 「커피산업 4배 넘는 성착취 산업, 실태조사는 없다」에서는 ’14조 8천억 원’.
한국 문화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영화산업이 코로나 감염병 유행 전 2019년 전체 규모 6조 1772억원이었던 것과 2018년 국내 커피 시장의 규모가 6조 8천억원이었다는 비교해 보면, 성매매 ‘산업’의 그 커다란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여성들이 업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가? 그것은 바로 ‘돈’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다.(p280)
어쩌면 당연하고 진부할 수 있는 이 답변이 이 책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특수한’ 상황의 여성들이 아니라 많은 ‘평범한’ 여성들이 성판매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해마다 터무니 없는 비율로 인상되어 지금에 이른 대학 등록금은 2013년 한 해 56만 명의 대학생 채무자를 만들어 냈으며, 그 결과 여자 대학생의 경우 거대한 인구 유입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성매매 산업에 주요한 인입 집단이 되었다.”(p280) “강남 룸살롱의 대기실에 노트북으로 과제를 작성하는 여자 대학생이 많”(p274)고 “대학의 기말시험 기간만 되면 출근하는 아가씨들이 줄어들어 영업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p269) 대학들은 “더 공부하고 싶으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등록금을 마련하라고 요구”(p269)하고 성산업은 “여성들에게 돈을 더 주면서 산업 내부로 들어올 것을 제안한다.” ‘예외적인’ 빈곤 여성들은 물론이고, 기존에는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적 경제적 지위의 상징이었던 대학생들도 더 이상 ‘예외적’이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돈이 필요한 여성들은 미등록 대부업체나 제3금융권은 물론이고 제2 금융권에서 만들어진 ‘아가씨 대출’ 상품을 사용하고 있다. 성매매 업주는 이러한 여성들의 차용증 채권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규모 룸살롱 창업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사법부는 ‘아가씨들의 차용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고금리로 돈을 벌어들이는 제2, 제3금융권의 자산을 보호한다.

고리대금
사채업자들의 ‘아가씨 대출’은 보통 5부 이자인데, 이는 월 5%로 연이자로 단순 환산하면 60%의 고리대다. 실제로는 수수료 명목으로 선이자를 떼고,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을 적용하므로 이자율은 130% 정도이다. 상환이 밀릴 경우 밀린 이자는 원금으로 둔갑하고, 몇 번의 재대출을 반복하면 원금이 훌쩍 불어나게 되면서 여성들은 더욱 큰 이자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저자는 성매매 여성들의 고리대 문제가 개인적인 불행을 넘어 은행과 사채업자가 결탁하여 이자와 신용이라는 약속을 부과하는 시스템을 통해 ‘매춘 여성-채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여성들은 돈을 빌리고, 상환이 밀리고, 재대출을 하고, 고소당하고, 돈을 탕진하고, 이사를 다니고, 각종 사기를 당하면서 성매매 산업 구성원과 다양한 종류의 ‘부채 관계’로 얽히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성노동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유일하게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물적 담보는 이들 여성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리대금은 채무자 여성들을 매춘 여성으로 고정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이킹 대출의 일반적 과정 [책 185쪽]](https://cdn.sanity.io/images/u0qigokj/production/028d0dc49e6e4f0957683af330012533353c93ba-606x230.jpg?w=700&q=80)
2018년부터 한국의 법정 최고 이자는 24%(2021년 7월 7일부터는 20%로 인하)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아가씨 대출’의 금리는 터무니없이 높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성매매 여성들은 고리대에 분노하기보다는 ‘호의’로 인식해 기어이 상환한다. 이는 저자가 지적하는 대로 부채가 지급되는 근거를 ‘자신에 대한 신뢰’*로 해석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채근, ‘성매매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위협, 괴롭힘, 인격적 모독, 물리적 폭력과 같은 전통적인 기술이 이용되는 악랄한 채권추심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들은‘나를 믿고 빌려준 돈이니 갚아야 한다’, ‘내가 필요한 곳에 섰으니 갚아야 한다’ 고 말한다. ‘호의’와 ‘신뢰’는 성매매에서의 부채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이로 인해 여성들은 스스로 부채관계에 도덕적으로 참여하게 된다.인격적 대면관계에 있는업주나 일수 업 자다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을 배반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리 대금을 제공하는 일수 업자가 여성들에게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고마운 사람’으로 의미화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책 121쪽 “여성들은 ‘나를 믿고 빌려준 돈이니 갚아야 한다’, ‘내가 필요한 곳에 썼으니 갚아야 한다’ 고 말한다. ‘호의’와 ‘신뢰’는 성매매에서의 부채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이로 인해 여성들은 스스로 부채관계에 도덕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인격적 대면관계에 있는 업주나 일수 업자가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을 배반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리 대금을 제공하는 일수 업자가 여성들에게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고마운 사람’으로 의미화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책 121쪽
![추심업체 피라미드 [책 197쪽]](https://cdn.sanity.io/images/u0qigokj/production/fa4c445134970dad260ef01634f8b7f00a64be26-676x536.jpg?w=700&q=80)
저자는 성매매에서의 연쇄적 ‘부채 관계’라는 분석틀을 통해 성매매를 ‘불법 경제’의 문제로 규정하며 개인 포주 또는 알선자와의 일대일 대면 관계에서 발생한 예외적 문제로 보는 시각과 성매매를 동등한 경제행위자 간 계약 및 교환의 문제로 보는 시각 – 이른바 ‘성노동자’ – 모두를 극복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