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의 어두운 이면과 노동자들의 절규
2019년 3월 27일
이 글은 이전에 썼던 글을 현 상황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2010년 이후 중국 노동자운동의 성장과 위기
2010년 중국 광둥성 폭스콘(FOXCONN, 富士康) 공장에서 14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투신자살했다. 이 한 해 동안 최소한 18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그 중 14명이 죽었다. 폭스콘은 우리가 쓰는 아이폰을 애플로부터 위탁받아 제조하는 대만계 전자회사다. 애플만이 아니라, HP와 델 등 유수의 전자제품을 생산한다. 자살한 노동자들은 스무살 전후의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17살부터 28살까지의 신세대 농민공들이었고, 10대도 6명이나 됐다. 저임금 장시간의 열악한 노동환경, 군대식의 엄격한 노무관리가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루에 17시간씩 일하고, 기숙사에 갇혀 밖에 나가지도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밖에 나가려면 일을 그만둬야 했지만, 당장 그만 둬버릴 순 없었기 때문이다.
폭스콘은 이 연쇄 자살 사건을 무마하거나 책임을 외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측의 대책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자꾸 기숙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자 기숙사 앞에 철창을 만들었고, 건물 아래에 거대한 그물을 설치하는 게 그들이 생각하는 대책이었다.
국제적인 비난이 빗발치자 창업주 궈샤오링(郭台铭)은 “우리 노동자들은 잔업을 좋아한다”고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폭스콘에서 수년 간 일했던 한 여성 노동자는 반박한다. “그는 우리가 잔업을 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가 없다는 점은 말하지 않았어요.” (『端传媒』와의 인터뷰 중)
애플은 이 사건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 다. 당시 애플 대변인은 유감을 표명하며, 애써 원청인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인 것처럼 표현하려 애쓰며 수주 공장의 사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위해 폭스콘을 택한 애플이 마냥 책임을 외면할 수 있을까?
저렴한 노동에는 응당 그만한 댓가가 있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착취의 그늘이 말이다. 연쇄 자살 이후 폭스콘의 노동환경을 조사하며 1,8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연구자들은 83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이곳을 “노동 수용소”라고 묘사했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장의 노무관리는 감옥과도 같았다.
몇 년 후인 2010년에는 광둥성 포산시에 위치한 혼다자동차 부품공장에선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이 공장에서 가장 낮은 1등급 노동자의 기본급은 675위안(한국돈 11만원)이었고, 전체 노동자 중 30퍼센트를 차지하는 10대 실습생의 임금은 500위안이었다. 당시 포산시 최저임금 720위안(11만8천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임금이었다. 한국에서 완성차와 하청공장 간 임금 격차가 크듯, 개혁개방 후 급성장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임금 격차도 상당히 크다.
파업에 가담한 노동자들은 유일 합법노조인 공회(공식 명칭은 ‘중화전국총공회中华全国总工会’로 중국 내에 유일한 전국단위 노동조합이다)의 지도를 받지 않았고, 집단적인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공회 지도부의 민주적 선출 등을 요구로 내세웠다. 이 파업은 중국 노동자운동의 판도를 뒤바꾸는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자본이 가는 곳에 갈등이 따라간다.” 미국의 사회학자 비버리 실버(Beverly J. Silver)는 저서 《노동의 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요컨대 개혁개방으로 산업화와 프롤레타리아트화가 급속히 진행된 중국에서 전투적 노동운동의 출현은 예견된 것이었다. 2010년대 중국 노동자들의 저항은 광둥성 등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들은 주로 신세대 농민공(일자리를 얻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온 노동자들. 2017년 기준 2억8천만 명으로 추산된다.)이었고, 기성세대 노동자에 비해 권리의식이 강하고, SNS를 통한 소통에 능숙했다. 중국과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연안지대 수출산업의 핵심 노동력이었지만 매우 낮은 임금을 받았고, 노동조건은 열악했다.
경제위기 시대 노동자 저항의 증가
개혁개방 이후 2000년대 초중반까지 중국은 10퍼센트를 상회하는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성장 추세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이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을 거치며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17년 6.9퍼센트를 기록하며 처음 6퍼센트대로 떨어졌고, 2018년엔 6.5퍼센트로 추산된다. 지난 연말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한 2019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좀 더 떨어진 6.3퍼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수출의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버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내수 소비 비중이 증가하면서 소비주도 성장으로 변화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주목받는 IT기술에서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서비스업 등 3차 산업 비중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채무가 많고 상환능력이 떨어져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안고 있우 뿐만 아니라, 국유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 역시 지속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지 “제조2025 계획”(中国制造2025, Made in China 2025)만이 아니라, 노동자운동에 대한 통제와 공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 2018년 초 시행된 노동NGO에 대한 대대적인 정지 작업, 신세대 농민공 노동자들의 불만을 공회라는 제도 속에 포섭하고 통제 하기 위한 전략 등이 그렇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국 제조업은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에 큰 영향을 받았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자신의 수익 감소를 노동자들의 초과근무와 상여금 혜택 절감으로 인한 상쇄로 매웠다. 또 폐업이나 이전, 합병 등의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미약한 보상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졌으며, 이는 저항의 촉발 기제가 됐다.
중국노공통신(China Labour Bulleti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6월에서 2013년 말까지 총 1171건의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다. 이 중 40퍼센트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대부분 광둥성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26퍼센트는 운수업, 특히 택시 노동자들의 전국적인 시위였고, 그밖에 교사와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도 빈번했다. 제조업 공장을 중심으로 전 개됐던 농민공들의 저항이 공장 밖 공공서비스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운수 노동자 파업의 경우 2018년 10월에만 중국 전역에서 23건의 운수 파업이 있었다. 이는 택시와 디디추싱 운전기사(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하는 택시. 중국에서 우버와 같은 기업), 버스 등을 모두 포괄한다.
파업에 돌입한 후 공장 내 순회 행진을 하는 IBM 노동자들. REUTERS/Alex Lee
파업에 돌입한 후 공장 내 순회 행진을 하는 IBM 노동자들
노동자 시위 대부분은 연해지역에서 발생했다. 제조노동자 시위의 85퍼센트는 외자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에 집중됐다. 광둥성 선전 지역에 위치한 IBM 공장의 경우, 2014년 3월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중국계 PC업체 렌샹그룹이 IBM x86 서버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후, IBM측이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배상 기준이 턱없이 낮았던 게 주된 불만요소였다.
2000년 이후 제조업 영역을 위주로 발생했던 중국 내 노동쟁의 비율은 지난 5년 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노공통신의 ‘파업 지도'(China Labour Bulletin’s Strike Map)에 따르면 2014년 41퍼센트였던 제조업 노동쟁의 비율은 2018년엔 16퍼센트를 차지했 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건설업으로 45퍼센트였고, 운송업은 제조업과 같은 16퍼센트를 차지했다. 투쟁의 주요한 이유는 폐업 혹은 이주였다. 나아가 임금체불이 80퍼센트를 차지했는데, 이는 중국 제조업의 불안정한 상태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월마트 노동자 네트워크
한국 대형마트 유통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장악했지만, 중국엔 월마트나 까르푸 등 외자 대형마트가 있다. 워얼마(沃尔玛), 짜러푸(家乐福)라고 부른다. 2014년에 있었던 월마트 중국 매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중국 노동운동이 여성 사업장, 유통서비스업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봄 월마트 노동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월마트 노동자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몇 주 새 1만여 명이 모였다. 2년 새 조직력이 100배로 늘었고, 한 기업 노동자들의 전국적 네트워크는 전례 없는 것이었다. 월마트 노동자들은 사측이 유연하게 노동시간을 분배하고, 연장근무에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노동시간제를 도입하려 하자, 7월 현재까지 전국 곳곳에서 포괄노동시간제 철회, 식대 지급, 기존 기업공회 대표 사퇴와 지도부의 민주적 선출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갔다. 이 네트워크는 공식적인 ‘공회’에 소속되진 않지만, 이 틀 밖에서 노동자들이 행동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하 나의 사례였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 및 해고,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단결해 싸웠고, 완전히 승리하진 못했지만 이후 조직력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
앞으로 수출 감소와 소비 증가 등으로 유통부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만큼, 생산성 향상을 명목으로 한 유통업계 경쟁과 노동착취는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신경제’로 묘사되는 3차 산업 발전, 특히 유통업의 비약할만한 성장 속에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는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노동절에 있었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전국 동시 파업도 전국적 네트워킹의 사례 중 하나다. 이들은 공회로 조직되진 않았지만, 유스핀(yoo视频)과 같은 짧은 영상 앱을 이용해 네트워킹을 이루었다. 틱톡 비슷한 앱인데, 중국에선 이런 영상 어플리케이션을 상당히 많이 이용한다. 파업을 통해 전국적 이슈메이킹과 자신들의 힘을 확인하는 것에 성공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이후 일종의 ‘클럽(俱乐部)’을 만들어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이후 제조업 영역을 위주로 발생했던 중국 내 노동쟁의 비율은 지난 5년 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노공통신의 ‘파업 지도’에 따르면 2014년 41퍼센트였던 제조업 노동쟁의 비율은 2018년엔 16퍼센트를 차지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건설업으로 45퍼센트였고, 운송업은 제조업과 같은 16퍼센트를 차지했다. 주요한 이유는 폐업 혹은 이주였다. 나아가 임금체불이 80퍼센트를 차지했는데, 이는 중국 제조업의 불안정한 상태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지속되는 노동 쟁의
2016년 1월 중국 내 노동자 파업과 시위는 1년 전인 2015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500여 건이었다. 이 진폭은 매년 조금 늘거나 줄기도 하지만, 빈번한 노동쟁의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데 1월에만 왜 유독 시위가 많았을까? 1월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설날) 연휴가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광산업 부문 노동자들이 춘절 전에 체불되어있던 임금을 받기 위해 투쟁했기 때문에 매년 1월의 쟁의가 가장 많다.
2018년의 경우, 1,701건의 파업이 기록됐다. 이 중 73.3퍼센트인 1,246건이 중국 내 민영기업에서 일어난 것이었고, 11.6퍼센트는 국영기업, 2.9퍼센트는 외자기업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이는 중국에서의 노동 문제가 온전히 중국 내의 자본주의적 모순에 의한 것으로 완전히 전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2018년의 노동자 시위는 대부분 소규모의, 단기간 쟁의였다. 100명 이하의 참가자가 며칠 간 지속한 항의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빈도는 잦았고 범위는 전국적이었다. 티벳(시쟝)을 제외한 중국의 모든 지역에서 노동쟁의가 벌어졌다. 그중 광둥성과 허난성, 장쑤성 등 경제규모가 큰 지역의 쟁의가 가장 많긴 했지만, 서부 내륙의 쟁의도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개혁개방 이후 국유기업 노동자들의 반사유화 투쟁, 2010년 혼다자동차 농민공 파업 이후의 일련의 상황이 오늘날 중국 노동자운동을 만들어왔다. 이는 공회 개혁이나 노동자 조직화 등의 사회의제를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파견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노동권에 대한 목소리도 확대되었었다. ‘노동자가 사회의 주인’이라는 전통적 인식도 이런 권리 의식 향상에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형성된 집단적 정체성과 정서는 신세대 농민공의 강한 권리의식과 결합되어 자생적 노동운동 확산의 밑거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일련의 쟁의를 통해 형성된 젊고 적극적인 노동자운동 활동가들은 오늘날 중국이 자본과 권력이 담합한 체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구조적 비판과 함께, 부패한 관료들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출한다. 또한 공회를 우회해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적 노동자 조직을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빠르고 광범위하게 소통하며 폭넓은 사회적 공감도 만들어 왔다.
하지만 2018년 자쓰 선전공장에서 민주공회를 만들려는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실패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노동NGO는 위축되었고, 자쓰 투쟁과 연계되었던 독립적인 활동가들은 부지불식 연행되었다. 노동자들과 연대했던 북경대학 등 학생들도 수십 명이 연행된 채 오늘까지 소식을 모른다. 이런 어두운 상황은 2019년 중국 내 노동자운동의 발전을 밝게 전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공회 개혁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공회 개혁 문제는 어떤가. 정확히 말해 공회는 준정부 기관에 가까운 비정부 기구다. 중국공산당에 종속적이고, 과거에는 노동자의 생산력을 증강시키는 걸 독려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때로는 불만을 표출하는 노동자들과 기업의 중재자로, 혹은 통제하는 기구로 존재해 왔다. 개혁개방 이후 조직의 양적 확대와 간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는 명백했다. 농민공들은 공회에 큰 불만이 없기도 하지만, 종종 자신들을 대표하는 조직이라 여기지 않기도 한다. 이는 노동 쟁의가 공회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번지게 하도록 일조했다. 이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나 정서와 너무 멀리 떨어져 대표성과 신뢰를 잃고 있는 공회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공회 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공회가 명실공히 농민공의 대표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공회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려면 자본과 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조합의 위상을 구축해야 하겠지만, 이를 낙관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2600만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광둥성 총공회의 경우 직접선거를 확대하는 등 내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기업별 전임자를 상급 공회가 직접 파견함으로써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개혁을 시도해왔다. 또 단체교섭을 실질화 하기 위해 ‘기업민주관리조례’를 만드는 작업과 신세대 농민공 조직화를 위한 사업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공회의 자주성·민주성 강화라는 과제는실로 만만치 않다. 광둥성 총공회의 개혁 시도에 대한 공회 중앙이나 타 지방 공회의 시선 역시 그리 곱지 않았다. 개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공회가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교섭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비한 상태에 놓여 있다. 노동시장 규제를 위한 수단이 미비하고, 실제 협상을 할 사용자단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 기업공회에 파견한 전임자가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이끌기보다 쟁의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크다. 공회는 당의 지도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기에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강하다.
독립노조 건설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그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걸 시도하는 순간 엄청난 탄압이 관철될 게 분명하다. 점증하는 시위를 적극 관리하려고 하는 중국 정부는, 공회를 우회한 저항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통제를 가한다. 노동NGO나 격렬한 투쟁을 주도했던 몇몇 활동가들은 빈번하게 구속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2018년에 더욱 심해졌다.
그럼에도 중국 노동자운동이 민주적이고 조직적인 대중운동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우선 집단적이며 권리의식이 강한 신세대 농민공이 노동시장의 주력군으로 성장했고, 이들의 집단적 저항은 사회주의 유산을 원천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국 내에서도 역사적 정당성을 지닌다.
동아시아 국제연대가 필요하다
이처럼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중국 노동자운동은 가능성과 난관을 모두 안고 있다. 한국 사회운동 입장에서도 인식의 변화와 실천적인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중국 노동자의 저임금이 한국 등 아시아 노동자들을 ‘바닥을 향한 경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중국 노동자운동의 성장과 노동조건의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세계 경제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진 만큼, 동아시아 국제연대의 강화는 위기에 봉착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대안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한국 사회운동은 중국 노동자운동에 주목하고 이들의 저항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정서란 여전히 무시 혹은 공포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러한 관점으론 결코 한반도 주변 정세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중국 노동자운동의 변이를 유의 깊게 지켜보고 민주적 노동운동 활동가들과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노동조합 차원의 교류 확대도 필요하다. 미국의 북미서비스노조(SEIU)는 중국 공회와 접촉하면서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노조 조직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월마트에서 노조를 조직하여 역으로 중국에서의 조직화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 그것이다. 노동조합의 국제연대는 초국적기업을 보다 힘 있게 통제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의 노조 역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한국과 중국에 동시에 진출해 있는 초국적기업의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제조업 위기와 자본 유출에 대해 국가주의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은 언제나 산산이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이중성을 안고 있는 상급공회보다는 사업장 내외의 활동가들과 연계를 강화하는 게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국제적인 노동기구, 노동조합, NGO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중국에 개입하고 있다. 그 중에는 미국민주주의기금 같은 미국 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얽혀있는 기금도 있다. 중국 내 자생적 노동자운동의 이념적 지향엔 이런 여러 개입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정부가 노동NGO를 경계하는 것엔 이런 이유도 섞여 있다. 자본주의적 세계화에 맞서 대안적인 세계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사회운동’이 중국 내의 민간 활동가들, 비판적 지식인들과 교류하고 연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네트워킹을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민족국가의 틀에 갇히지 않는, 평범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의 변화의 역시 전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