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성북문화재단의 지역판 블랙리스트
2026년 8월 1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블랙리스트는 만연하다. 그 사이 블랙리스트 실행의 방식은 훨씬 더 교묘해졌고, 특히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블랙리스트는 촘촘한 권력구조의 작동 속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십상이다. 주지하다시피 블랙리스트는 단지 몇몇 사람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가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을 통해 구조적으로 자행되는 범죄이다. 몇몇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를 겨냥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설 수 있는 기반을 행정력을 동원해 서서히 무너뜨리는 집요한 방식으로 블랙리스트가 자행되기도 한다. 블랙리스트는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 사이 더 아래로, 더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재단법인 성북문화재단(이하 ‘피 신고인’)이 전시 개최 1개월 전, 피 신고인의 임의적 기준에 따라 <2024 동네예술광부전> 참여 예정이었던 신고인1(이하 A작가), 신고인2(이하 B작가)의 교체를 요청한 행위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 제1항 제3호 위반 행위임을 확인하고, 피 신고인은 향후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제3호 위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
위 내용은 2024년 7월 22일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에 신고한 ‘성북문화재단의 동네예술광부전 참여작가 배제의 건’(이하 ‘광부전 참여 작가 배제 사태’)’의 시정 권고서 일부이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는 참여 작가 배제 요구를 법률상 불공정 행위로 판단했다. 지역 예술인들은 이를 예술 검열이자 정치적 배제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 한 때 전국적으로 지역 문화와 거버넌스를 선도하던 성북문화재단은 지난 몇 년 사이 이 사태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와 지역 문화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한 순간에 벌어진 사고가 아니다. 이 일련의 사태는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이 비판적인 지역문화 주체들을 행정적으로 배제해 온 ‘지역판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다. 성북문화재단 이사장인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시민들의 반복된 문제 제기와 해임 요구에도 서노원 대표를 옹호하고 연임시켰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정치적·관리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2024년 5월 8일, 성북문화재단(이하’재단’)은 협동조합고개엔마을(이하 ‘고개엔마을’)과 협력하여 진행해 온 <미인도 공동기획전시 동네예술광부전>의 참여작가 2인의 참여배제를 지시하였다. ‘고개엔마을’은 이러한 지시를 부당한 지시라 판단하고 입장문을 발표하며 공론화했다. 곧바로 ‘재단’은 ‘고개엔마을’과 공동 운영하던 문화공간 <미인도>의 공동운영협약 종료를 통보하였다. ‘고개엔마을’은 이를 보복성 파기로 판단하고 이에 대해 1인시위를 하며 또 다시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 그러나 서노원 대표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수용하기는 커녕 1인시위 중인 시민의 몸을 밀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고개엔마을’과 시민사회의 공개적 비판이 멈추지 않자, ‘재단’은 <미인도>와 마찬가지로 공동운영협약에 따라 거버넌스로 운영 중이었던 공간인 <천장산우화극장>의 공동운영협약마저 일방적으로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의 공통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작가 배제와 공동 운영 협약 종료의 대상이 된 이들은 공유성북원탁회의(이하 ‘공탁’) 또는 ‘공탁’에서 파생된 지역 문화 네트워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다. <미인도>를 운영했던 ‘고개엔마을’과 <천장산우화극장>을 운영했던 ‘월장석친구들’은 모두 ‘공탁’의 네트워크를 통해 파생된 ‘예술 마을 만들기 워킹그룹(이하 ‘예마’)’에서 출발하여 각각 스스로 예산을 마련하여 공간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째, 모든 사태는 ‘공정’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시민 참여 구조를 서서히 무너뜨리면서, 시민들의 문화적 주체성을 눈에 보이지 않게 야금야금 앗아가는 형태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성북구청’은 왜 ‘공유성북원탁회의’의 지역활동을 불편해하는가
2024년 4월2일, 서노원 대표는 ‘공탁’ 운영위와의 오찬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공탁은 정치를 하지 말라.” 그리고 4월27일 ‘공탁’ 운영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공탁이 개최한 정책 토론회에 관하여 “‘재단’은 ‘구청’의 출연 기관이기 때문에 ‘구청’을 불편하게 하는 단체와는 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명백하게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발언이기도 하거니와, ‘구청’이 ‘공탁’의 활동을 정권에 비판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증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공탁’의 악연으로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B작가를 고소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 초선 시절인 2018년, ‘공탁’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B작가는 이승로 성북구청장을 풍자하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에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B작가를 모욕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나, B작가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B작가는 2024년 성북문화재단이 참여를 배제한 동네예술광부전의 참여작가 두 명 중 한 사람이었다.

이 외에도 ‘공탁’은 시민으로서 지역 곳곳에 벌어지는 투쟁에 종종 연대해왔고, 그중에는 당연히 성북구청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투쟁 또한 존재했다. 또한 공탁은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또 의무를 다하기 위해 총선, 지선 등의 시기가 오면 후보자들을 초청하여 정책토론회를 열었으며, 지역의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심지어 선거 시기가 아니어도 일상적으로 토론회와 포럼을 개최하며 시민들의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활동해왔다.
그러나 서노원 대표는 시민으로서 ‘공탁’의 지역 연대와 구정 모니터링 및 정책 제안 활동을 ‘구청을 불편하게 하는 활동’이라 규정 짓고 거버넌스를 할 수 없다는 선언을 했다. 그로부터 2주 뒤, 그는 ‘광부전 참여작가 배제’를 지시하였다.
시민들의 주체성을 앗아가는 성북문화재단의 ‘가짜 공정’
‘광부전 참여작가 배제’ 과 ‘미인도·천장산우화극장 공동운영협약 파기’는 ‘재단’이 지역 문화 생태계의 공정한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재단’은 참여작가 배제를 통보하거나 공동운영협약 종료를 통보할 때에 언제나 ‘신진 예술가의 기회’ 또는 ‘여러 단체의 공정한 사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합의된 기준, 그리고 공개된 절차는 없었다. 서노원 대표는 언제나 대표로서의 판단 만을 우선시하였으며 당사자와의 토론이나 합의는 없었다. 지역문화재단의 방향성은 대표의 재량이 아닌 시민들과의 공론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 대표로서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일방적 통보가 아닌 기존 협력관계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소통을 우선했어야 한다. ‘공정’을 명분삼은 대표의 독단적 판단은 시민과 예술가가 거버넌스를 통해 공동으로 행사하던 권한을 재단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광부전 참여작가 배제’와 ‘미인도·천장산우화극장 공동운영협약 파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에서도 이러한 오만은 일관적으로 드러난다. 서노원 대표는 ‘돌곶이생활예술문화센터’의 주민운영위를 자문단으로 축소하거나 ‘예술마을만들기(이하 ‘예마’)’의 예산을 전용하여 레지던시 사업으로 사용하는 등 시민참여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레지던시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예마’는 네트워킹사업이자 거버넌스 테이블로써, 레지던시와는 주체를 선별하는 방향성에 있어 아예 성격이 다른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 변경 과정에서도 토론과 합의는 없었으며 ‘재단’은 ‘예마’로 인해 신진예술가들이 참여를 하지 못한다는 실체도 근거도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한 거버넌스 구조 흔들기
이 사안의 최종 책임자는 이승로 성북구청장이다. ‘공탁’, ‘고개엔마을’, ‘월장석친구들’을 비롯한 성북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는 줄곧 이승로 성북구청장에게 서노원 대표이사의 해임을 요구했다. 또한 ‘예마연석회의 예산 전용’,’광부전 참여작가 배제’, ‘미인도 공동운영협약 파기’ 등과 관련하여 구의회는 행정 감사를 통해 성북문화재단에게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노원 대표이사와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다방면에서 날아오는 시정요구들을 주구장창 무시하였다. 심지어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서노원 대표의 해임을 요구하는 시민을 향해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지금 잘하고 있기 때문에”라고 발언하고, 2025년 8월에는 서노원 대표의 연임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의 약화는 서노원 대표 취임 이후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대표이사 공석기에 성북구청 간부가 직무대행을 맡아 단행한 조직개편에서부터 이미 지역문화 거버넌스를 축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서노원 대표 이전, 대표이사 공석기에 성북구청 간부가 직무대행을 맡은 뒤, 지역문화 거버넌스를 담당하던 지역문화팀은 17명 규모에서 팀장 1명, 정규직 1명만 남는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문화팀이 담당했던 공간들은 각각 여러 부서로 분산됐고, 핵심사업이었던 협력거버넌스 사업 또한 재편되어 민관 협력관계가 약화되었다. 이는 이후 미인도와 천장산우화극장의 공동운영구조가 해체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판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작동되는가

‘고개엔마을’은 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예술인들이 조금이나마 안정된 터전에서 예술을 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설립된 단체이다. ‘공탁’도 ‘월장석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적 생애주기 속에서, 자본주의적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삶 대신, 일상의 호혜로운 관계 속에 문화를 만들고 소박한 예술활동을 지속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러한 대안적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해, 목소리 내는 법을 배우고 공부하며 시민력을 키워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지역판 블랙리스트는 국가 차원의 블랙리스트와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주거지와 일터, 활동공간과 인간관계가 겹치는 지역사회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다. 성북의 시민들은 지난 12년 간 축적해 온 힘으로 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리는 데에 여전히 힘쓰고 있지만, 사실 지역권력은 오히려 일상과 맞닿아있다는 점 때문에 더 불편하고 더 위협적이라서 견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공론화하기 어려운 조건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실행되기에 더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는 것이 지역이다. 그러한 이유로 지역판 블랙리스트는 아무리 만연해도 밖으로는 잘 흘러나오지 않는다.
특히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블랙리스트는 비판적 예술가의 지원줄을 끊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민들의 민주적 경험의 기반이 되는 ‘공론장’ 깊숙한 곳까지 접근했다. 시민들이 함께 운영해온 공간, 그리고 스스로 예산과 정책을 토론해 온 공론장이 해체되면, 시민은 지역문화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이 기획한 사업의 수혜자나 소비자로 밀려나게 된다. 성북에서 벌어진 일은 단지 몇 개 공간의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누가 지역문화의 방향을 결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성북의 시민들은 일상과 문화를 지키고, 삶의 터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서울의 작은 지자체 문제로만 덮이지 않고 다양한 주체에 의해 발화되어 반면교사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 이명신, 예술가 성북문화재단과 갈등하는 이유, 뉴스아트, 2024.05.23
- 이명신, 미인도 협약 종료, 예술인권리침해?, 뉴스아트, 2024.06.24
- 공유성북원탁회의 유튜브, 2024.10.21.
- 박채연, ”사람들 연결해준 극장 사라져”...성북구 ‘천장산우화극장’ 8년만에 운영종료, 경향신문, 2026.07. 17.
- 홍태림,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조례로 분명히 해야, 시민언론 민들레, 2025.10.01.
글 : 홀연 (협동조합고개엔마을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