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헌터서점 압수수색 | 당국 탄압으로 하나둘 문 닫는 독립서점들
2026년 6월 30일
집지사(集誌社) 등 홍콩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수요일 홍콩의 전 구의원 웡만휜(黃文萱, Leticia Wong, 이하 ‘레티샤’)이 운영하는 독립서점 '헌터서점(獵人書店, Hunter Bookstore)'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날 투입된 10여 명의 경찰은 서점 압수수색을 벌이고 서점 관리자 2명(33세 여성, 32세 남성)을 체포했다. 이 중 33세 여성이 바로 레티샤 본인이다.
서점을 압수수색하던 경찰은 서점 문에 붙어 있던 "드물지만 어쩌면 여전히"라는 구절의 노래 가사 스티커를 찢어내고, 셔터를 내렸으며, 서점 인근을 지나가거나 서성이던 손님과 행인들을 불심검문했다. “드물지만 어떠면 여전히”란 테렌스 람(林家謙, Terence Lam)이 부른 《오래된 친구 某種老朋友》 속 노랫말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에게 사랑이 남아있을까’ 묻는 발라드곡이다. 2014년 우산 운동과 2019년 범죄인 송환조례 반대 운동 이후 많은 활동가와 시민이 체포되거나 이민을 떠난 홍콩의 현실 속에서, 홍콩 시민들은 이 가사를 "모든 것이 파괴되고 변해버린 홍콩이지만, 우리가 열망했던 자유와 연대의 마음은 '드물지만 어쩌면 여전히' 시민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정치적·정서적 위로로 읽어왔다.

경찰이 레티샤 웡에게 적용한 혐의는 선동 의도 행위죄다. 서점 내에 정부·사법부·집법기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간행물을 전시 및 판매하는 등 2024년 제정된 《유지국가안전조례 維護國家安全條例》 제24조 위반하고, 외국 조직으로부터 여러 차례 송금받아 《조직범죄 및 엄중죄행조례》 제25조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유죄 확정을 받은 사람은 각각 최대 7년, 14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홍콩 특별행정구 기본법’ 제2장 23조는 ‘국가반역, 분열국가, 선동, 전복, 국가기밀 누설 등 7가지를 ‘안보 범죄’로 규정하고, 외국 정치 조직이 홍콩에서 정치 활동을 하거나, 홍콩의 정치 조직이 외세와 결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03년 홍콩 정부는 이 조항을 바탕으로 국가안전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시민 사회의 거센 반발과 50만 명 대규모 시위로 인해 법안을 철회했고, 관련 장관이 사퇴한 바 있다. 2019년 범죄인 송환조례 반대 운동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전국인민대표회의를 통해 2020년 '홍콩국안법'를 통과시켰다. 여기까지는 한국 사회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단절된 이후 홍콩 특별자치구 정부는 국가보안법에 만족하지 않고, “기본법 23조가 부여한 '자체 입법 의무'를 다하겠다”며 2024년 3월, 초고속으로 자체 안보법인 《유지국가안전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20년 중국 전국인대에서 주도해 만든 '홍콩국안법'보다 '선동'의 범위를 훨씬 넓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선동죄의 최고 형량이 징역 2년에 불과했으나, 새 조례(24조)가 적용되면서 최고 7년(외세와 결탁 시 10년)으로 대폭 강화됐다. 이번 헌터 서점 체포는 이 새 법안이 독립 서점과 지식인 사회를 정조준해 본보기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티샤 웡은 2020년 국안법 시행 이후에도 목소리를 내온 인물임. 그녀는 2022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소방·위생·세무 등 정부 부처로부터 총 92회에 달하는 고강도 점검과 경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음. 친정부 성향의 매체 《문회보》는 이 서점이 주도한 "책을 읽지 못할 곳은 없다(無處不閱讀)" 독립 북페어를 두고 "중국에 반대해 홍콩을 어 지럽히는(反中亂港) 메시지를 퍼뜨리는 연성 저항(軟對抗)"이라며 맹비난했다.
홍콩 당국이 독립 서점이나 민주파 인사들을 압박할 때 국가안전법 외에 《조직범죄 및 엄중죄행조례》(돈세탁 방지법) 역시 전방위로 활용하고 있다. 가령 독립 서점들이 해외 거주 홍콩인 단체나 대만, 영국의 문화 재단, 혹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도서 구입·문화 행사 자금을 후원받는 것을 당국은 '외세와 결탁한 범죄 자금 수수'로 규정한다. 이는 정치적 발언 단속을 넘어, 사법적으로 서점의 돈줄 동결하고 운영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2025년 6월, 레티샤 웡이 AP 통신을 비롯한 외신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독립 서점을 직접적으로 폐쇄하거나 국가안전법을 곧바로 적용하기 전에, 일상적인 행정력을 동원하여 숨통을 조인다. 2022년 7월부터 2025년 6월 사이 3년 동안 홍콩 당국이 레티샤 웡에 가한 각종 조처는 92건에 달한다. 국가안전법을 들이대기 전, 소방처(소방법 위반), 식물환경위생처(무허가 업종), 토지등록처(용도 변경 위반) 등을 수시로 보내 벌금을 부과하거나 운영을 방해하는 것이다. 실제 헌터 서점은 심야 시간에 소방 점검을 받거나, 서점 앞 보도블록 청소를 이유로 조사를 받는 등 지속적인 '행정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홍콩의 대안 문화 공간들은 초토화 상태다. ‘코즈웨이베이서점(銅鑼灣書店)', '블루버드서점' 등이 이미 문을 닫았고, 올해 3월 ‘일권서관(一拳書館)’에 이어 6월 헌터 서점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이제 홍콩 내에서 비판적인 서적을 유통하거나 시 민들이 모여 토론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은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
레티샤 웡은 홍콩 현지 매체에서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2019년 범죄인 송환조례 반대 운동의 폭발적인 에너지 속에서, 치러진 구의원(지방의원) 선거의 샤틴(沙田)구의회 ‘제1지역’ 범민주파 공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2020년 홍콩국안법이 통과된 후 당국이 구의원들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하자, 2021년 4월 공민당을 탈퇴했고, 같은 해 6월 구의원직을 사임했다.
2022년에 레티샤 웡은 홍콩을 떠나지 않고 오프라인 공간을 통한 문화·지식 운동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서민적이고 대안 문화의 색채가 강한 삼수이포(深水埗)에 '헌터 서점'을 열었다.


참고 자료
- 國安拘捕|獵人書店創辦人黃文萱獲准保釋離開警署, 集誌社, 2026-06-26
- 《維護國家安全條例》(2024 年第 6 號 )(「電子版香港法例」非正式文件參考編號 A305)
- 【趕絕「軟對抗」系列】「獨立書展」展「獨書」 涉煽反中亂港「軟對抗」 現場設錢箱為「記協」籌款 多處貼滿黑暴文宣, 文匯報, 2025-07-21
- KANIS LEUNG, Hong Kong bookstore staff reportedly arrested for selling Jimmy Lai’s biography, AP, March 25, 2026
- https://www.instagram.com/p/DZ_5P6Nk9OH/?igsh=NDl2YXJzMHd3bnV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