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이후 5년, 여전히 쿠데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미얀마 쿠데타 이후 5년, 여전히 쿠데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미얀마 출신 유학생 슈붕의 에세이 『나라는 사람』 서평

2026년 6월 30일

[동아시아]미얀마미얀마, 서평, 독재, 쿠데타, 국제연대
〈유엔 “미얀마군, 총선 기간 민간인 700여명 살해”〉

‘미얀마 군부쿠데타’를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치면 뜨는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6월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미얀마 군사정권이 2025년 총선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최소 7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한다. 군사정권이 총선을 치를 수 있는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반군부세력이 점령한 지역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읽을 때면 2021년 미얀마 군부쿠데타 이후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다는 생각,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그렇고 세계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냄비를 두드리고, 차의 경적을 울리고, 세 손가락을 들면서 군부를 규탄하던 사람들에 관한 뉴스가 마치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내가 미얀마를 자주 잊고 지낸 지난 5년 동안 미얀마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쿠데타 이후 미얀마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왔을까. 그 질문들의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나라는 사람》을 읽기 시작했다.

미얀마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이 책의 저자 슈붕은 미얀마 출신 한국 유학생이다. 양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던 그의 평범한 일상이 2021년 2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전날만 해도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온라인으로 수다를 떨고 게임을 하다 잠든 슈붕은 쿠데타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가짜뉴스일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쿠데타가 발생했음을 알게 된 뒤에는 강의실에서 배운 정치학 이론이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는 막막함과 무력감을 느낀다.

3월 초가 되자 대학과 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군부 반대 시위를 조직했다. 슈붕도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 “군부 독재 반대”를 외치다가 군인들에게 쫓겨 이름 모를 사람의 집에 숨고, 거기서 다시 화장실 창문으로 탈출해 또다른 누군가의 집에 숨은 그날을 슈붕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이후, 미얀마에서는 앞길이 막막하다는 생각 때문에 떠나기로 했다. 마침 한국어를 할 줄 알았기에 한국을 목적지로 선택했다.

그렇게 미얀마를 떠나온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모두 미얀마인이라는 고민, 그 무게를 함께 지고 살아간다는 점”(94쪽)을 항상 느끼면서 살아간다. 이를테면 여권을 연장해야 할 때 그렇다. 국제 사회에서는 군부가 미얀마를 대표하는 ‘공식 정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군부가 만든 시스템을 통해 여권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95쪽) 군부에 맞서다가 미얀마를 떠났지만, 여전히 군부가 만든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에서의 삶도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12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한국 내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여권 연장을 막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슈붕 또한 군부가 여권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되거나 미얀마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합법적으로 살고 싶지만, 그 합법성을 유지하려면 나를 억압한 체제가 발급한 문서를 계속 붙잡아야 하는 상태. 이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너무 곤란하게, 때로는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99쪽)

군부쿠데타가 뒤바꾼 가족과 친구들의 삶 역시 이후 미얀마의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없게 한다. 2024년 초, 군부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20~45세 남성에게 강제 징집 명령을 내리자 슈붕의 동생은 징집을 피해 태국으로 떠났다. 어떤 친구는 정치와 전혀 관계없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 전공을 정치외교학에서 간호학으로 바꿨고, 어떤 후배는 시위에 나갔다가 풀려난 뒤로 소식이 끊겼다. 반군부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종신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있는 친구, 쿠데타 이후 의문사를 당한 친구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매순간 군부쿠데타의 자장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미얀마인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미 알고 있고, 듣고,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보고 듣기만 해도 슬프지 않을 수 없고, 외면할 수 없다. 미얀마 이야기는 나에게 뉴스가 아니라 일상이고,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다(119~120쪽).
2021년 4월, 플랫폼c 망원동 사무실에서 열린 월례포럼 「미얀마 군부에 맞선 저항과 우리의 연대」 참가자들
2021년 4월, 플랫폼c 망원동 사무실에서 열린 월례포럼 「미얀마 군부에 맞선 저항과 우리의 연대」 참가자들

국제연대, 그 거창한 말의 시작

마지막 장을 덮은 뒤 책 제목을 다시 읽어본다. 책 제목은 《‘나’라는 사람》으로도, 《‘나라’는 사람》으로도 읽힌다. 내겐 이 중의성이 ‘나’라는 사람을 이야기하려면 결국 ‘나라’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현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시공간적으로 5년 전의 미얀마를 멀리 떠나왔지만, 군부쿠데타는 그의 삶을 여전히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슈붕만은 아닐 것이다. 군부쿠데타 이후 어쩔 수 없이 몸은 미얀마를 떠나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미얀마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 미얀마를 떼놓고는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국제연대’라는 거창한 단어는 그런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쿠데타가 그들의 영혼에 남긴 불안과 슬픔, 절망, 그 속에서도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결의 같은 것들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려 노력할 때, 비로소 국경을 넘는 연대가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미얀마 군부쿠데타에 관한 기사를 찾아본다. 슈붕을 비롯한 미얀마 사람들, 그 또다른 ‘나’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글 : 김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