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봉쇄를 부수는 초국적 직접행동, ‘해방을 위한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
2026년 5월 15일
2026년 4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가 다시 시작되었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GSF), 자유선단연합(FFC) 등 전 세계 연대운동 조직들과 이에 동조하는 각국 활동가들이 나선 이번 항해는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영해 침범과 나포로 그리 스에서 출항하려던 GSF 선단 22척이 나포되고 170여 명이 납치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45개국에서 54척,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항해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가자지구 봉쇄를 깨기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 민간 해상 행동을 전개한다. 항해자들은 78년간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끔찍한 집단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봉쇄를 부수고, 그 너머 새로운 세계로 나갈 권리를 주장한다. 가자지구로 향하는 해상 항로를 만들고 식량, 분유, 학용품,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전달하며, 육상과 해상 합동으로 함대를 구축해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를 증폭시켜 전 세계 사람들의 직접행동을 확장시킬 예정이다.
작년 활동가 해초의 항해 참여에 이어 올해 1월에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가 출범했다. 총 3명의 항해자가 이 세계적인 항해운동의 물결에 합류했다. 5월 2일 김아현(활동명 해초)과 승준은 자유선단연합(FFC) 소속 구호선단 ‘리나 알 나불시(Lina Al-Nabulsi) 호’에, 5월 8일 김동현은 ‘키리아코스 엑스(Kyriakos X) 호’에 탑승하여 GSF 선단과 합류해 현재 가자지구로 향하고 있다.
세 항해자가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17년 넘게 봉쇄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에 공모하고 침묵하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규탄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다.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7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실종되었으며,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이들이 넘쳐난다. 이스라엘은 가자 국경을 폐쇄하고 누구도 출입하지 못하게 통제했다. 2023년 이후 가자지구 병원의 최소 94%가 파괴되었고, 의료물자 통제로 암 환자들의 항암치료가 중단되는 등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주택, 인프라와 전력, 상수도, 위생시스템도 모두 붕괴되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건물의 80~92% 이상이 파괴되었으며, 약 6,800만 톤의 잔해가 남아있다. 가자지구의 기간산업은 마비되었고, 어업과 농업 역시 이스라엘의 통제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이스라엘이 투하한 10만 톤의 폭탄은 죽음과 동시에 환경 재앙을 초래했으며, 나무 작물의 97%, 온실의 95%, 계절성 작물의 82%가 파괴되었다. 믿어지지 않는 이 모든 사실이 전 세계의 사람들을 가자로 향하게 만들었다.
중동의 정세 역시 급박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 전쟁으로 수천 명의 이란인과 레바논인들이 죽었지만 여전히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쟁이 가속화시킨 에너지 위기 속에 미국의 우방국인 UAE(아랍에미리트)는 오펙(OPEC)을 탈퇴하고 석유를 증산하려 하는데, 이것은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듯하다. 지난 3·4월 미국의 우방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직접 타격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유럽연합에 속한 각국은 미국의 유럽 방위 후퇴와 관세협정의 후폭풍을 겪으며 재무장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주독미군 일부 철수를 명분으로 국방비 증액과 방위산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 드론, 군함, 잠수함을 보내기로 하면서 중동과 지중해의 군사적 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그리스는 이스라엘의 우방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며, 튀르키예는 표면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지만 이스라엘로 가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튀르키예를 거치는 데다 경제위기로 미국 의존도가 높아져 미국의 눈치를 보는 처지다.
한국의 경우, 5월 4일 한국 화물선 나무호의 피격을 빌미로 미국의 파병 요청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지지 표명과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적 자산 지원 등을 언급했다. 지중해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아시아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력 확장과 전쟁 도발로 전 세계가 한층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항해운동이 봉쇄를 부술 수 있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가운데, 항해운동은 악화된 상황에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대규모 해상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항해운동은 단지 이스라엘의 봉쇄에만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세계의 군산복합체와 지배계급, 인종차별, 식민주의, 억압 자체에 맞서는 운동이다. 항해 선단의 출항은 각국 정부가 실패한 곳, 즉 바다와 거리에서, 그리고 폭력을 지속시키는 권력의 기반시설 전반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에 연대하는 전 세계 사회운동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선언이다.
항해운동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을 최대한 분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한다. 바다에서 배들이 포위망을 뚫고 가자지구로 향하는 동안, 육지에서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등을 경유하면서 각 도시의 팔레스타인 연대를 모으고 지지를 확장하고 있다. 또, 글로벌 무기 유통망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의 적재 및 하역을 거부하고, 대량학살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을 폭로하며 맞서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 쓰고 항해운동에 나서는 것은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집단학살과 침략전쟁을 막기 위해 나서지 않기 때문이며, 이것은 허무맹랑한 도전이 아니다. 2008년 8월 바다를 통해서 실제로 이스라엘의 봉쇄를 깬 사례가 있다. 자유 가자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고 팔레스타인 어부들의 조업에 함께했으며, 일곱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태우고 키프로스로 향했다.
현재의 항해운동은 대규모 함대 투입과 전례 없는 초국적 시민사회의 직접행동을 통해 각국이 이스라엘에 대응하게 만들었고, 전 세계적인 투쟁과 연결했다. 유럽, 북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서로 다른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지역적 시위를 초국가적 저항 인프라로 전환했다. 현직 정치인, 의료인, 군 참전용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으며, 이들의 구금이 국제법적·외교적 메커니즘을 자동으로 발동시키도록 촘촘한 설계를 구축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튀르키예에서는 군함과 군용기를 파견해 이스라엘 해군 부대를 감시하고, 선단에 탑승한 자국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콜롬비아는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고 모든 이스라엘 외교관을 추방했으며,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17개국 외교장관 연합은 이스라엘의 공해 봉쇄에 대한 경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항해운동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국제사회가 실제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성과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면서 여전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편에 서고 있다. 인간의 존엄이 최우선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은 전례 없는 여권 무효화 조치로 팔레 스타인인들의 존엄과 평화를 위해 항해하려는 해초 활동가의 인권을 탄압했다. 여권 박탈은 개인의 이동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국가폭력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당장 해초의 여권을 복권해야 하며, 그의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제연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다
끊임없는 학살과 전쟁에 더 많은 국가가 연루되고 있다. 군수산업체와 국가권력,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전쟁광과 전쟁기계들은 때로는 경쟁하지만 뒤에서는 협력하며,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해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끝없는 전쟁과 야만적인 집단학살, 봉쇄와 인권유린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역시 초국적 연결망을 구축하고 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를 부수자’는 항해운동은 상징적 선언이 아니라 봉쇄 해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직접행동이다. 그리고 매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항해자들 역시 국가의 탄압을 뚫고 이 항해운동을 확장하는 데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항해운동이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국제연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팔레스타인 항해운동은 국제연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항해운동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자. 이 거대한 항해의 흐름에 함께 몸을 맡기자.
함께 해 주세요!
글 : 지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