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 문턱을 넘는 권리 쟁취는 노동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2026년 5월 12일
이 글은 지난 5월 1일 세계노동절 맞이 서울 집회 현장에 배포된 플랫폼c 유인물 속 네 편의 글 중 하나의 원문이다. 노조법 개정 운동에 대한 글들은 아래와 같다.
노조법 2·3조 개정의 과정과 변화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정부 검토를 거쳐 9월 9일 공포되었다. 법 부칙 제1조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2026년 3월 10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이후 변화된 해석 기준을 담은 지침을 2월에 확정했다.

개정된 노조법은 사용자의 정의, 노동조합의 결성 요건, 노동쟁의의 범위, 그리고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제2조 제2호의 개정은 대법원의 판례 성과를 입법화한 것으로, 사내하도급 관계에서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원청 기업이 하청 업체에 외주가공비·기성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액에 의해 제한되어 왔다. 또한 원청 기업은 작업 지시서 등을 통해 공정을 관리하며 노동 과정 역시 통제했다. 이로 인해 하청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형태의 저임금 노동에 내몰렸으며,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임금과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기업들은 법적으로는 고용 계약이 없다는 이유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묵살해 왔다.
개정법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력”을 가진 자를 사용자로 규정함으로써, 하청 노동자들이 더 이상 권한 없는 하청업체 사장 대신 “진짜 결정권자”인 원청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심화하는 양극화를 완화하고, 공급망 전체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될 수 있다.
또한 개별 기업 단위에 매몰된 한국의 교섭 구조를 산업별, 지역별, 혹은 원하청 공급망 단위의 초기업교섭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커졌다. 2024년 12월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이미 민주노총 조합원의 약 92.2%가 초기업 형태의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으나, 실제 교섭은 개별 기업의 지불 능력 수준에 제약되는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원청의 사용자성이 폭넓게 적용되면, 동일한 원청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는 여러 하청업체 노조들이 연대하여 원청과 공동으로 교섭하기가 쉬워진다. 이러한 초기업교섭은 하청업체 간의 단가 인하 경쟁이 노동자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원칙을 원하청 공급망 전반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의 한계와 실질적 책임 부여를 위한 과제
이와 같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 기업에 온전한 책임을 부여하고 초기업교섭을 안착시키는 데에는 여전히 몇 가지 결정적인 부족함이 존재한다. 🖥노조법 2·3조, 지금 당장! – 더 나아간 개정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라는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현장에서 원청 기업들은 교섭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지배력을 부정하며 지루한 법적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영 정보를 얻기 어려운 노동조합들은 원청의 책임성을 입증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 지배력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보유한 사용자가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사내하청처럼 원청의 사업 시스템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을 우선적으로 ‘추정’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한편, 노동조합이 초기업 단위로 조직되어 있더라도 이에 대응할 사용자 측의 교섭 상대방이 구성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섭은 불가능하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 단체의 정의만 내릴 뿐,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용자 단체를 구성할 법적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원청 기업과 여러 하청 기업이 얽힌 구조에서 노동조합은 복수의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자들이 각자 책임을 미루거나 개별적으로 교섭에 임할 경우 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교섭 및 체결 권한에 관한 노조법 제29조 등을 개정하여 노동조합이 사용자 측에 초기업교섭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정법 체제에서 노동위원회는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거나 교섭 의제의 적절성을 심의하는 등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교섭 전 단계에서 의제의 가부를 일일이 결정함으로써 노동위원회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될 위험이 있다. 특히 원청의 지배력이 인정되는 조건이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우선 조정 신청을 수용하고 교섭을 촉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위원회가 모든 교섭 사항에 대해 엄격한 지배력 증명을 요구한다면 이는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리해고와 같은 경영상 결정이 쟁의 대상에 포함되었음에도 노동위원회의 보수적인 판단 경향이 이어진다면, 실제 인정되는 쟁의 대상은 개정법의 취지와 달리 축소된 형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정부 시행령상을 통한 교섭창구 단일화 시도의 문제
정부는 노조법 개정 이후 법 집행의 혼란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그 과정에서 나타난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방침은 거센 반발을 샀다.
고용노동부가 2025년 12월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때 원청 사업장 내의 다른 노조들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기업별 노조 체제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를 원하청이라는 이질적인 관계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오류다. 이 방식은 하청 노조의 독자적인 교섭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원청 사업주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다수 노조를 활용하여 하청 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거나 교섭권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단계의 하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노조 간 창구만 단일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법리적으로도 부적합하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2026년 1월 시행령 수정안을 내놓았다. 일반적인 교섭단위 분리 기준과 원하청 관계에서의 특칙을 구분하여 이원화된 체계를 도입했다.

시행령 수정에도 불구하고 창구 단일화 원칙 자체는 유지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원청과의 교섭은 창구 단일화 절차가 규제할 영역이 아니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례(2024. 1. 24. 선고)를 보더라도 하청 노조를 창구 단일화 적용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해야 한다. 또한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이라는 분리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여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언제든 제약될 수 있다.
노조법 제2조 개정 이후의 복수노조 및 창구단일화 문제
2011년 도입된 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노조 체제하에서 사용자의 노조 파괴 전술로 악용되어 왔다. 사용자가 관리직 중심의 어용 노조를 설립하여 과반수 노조 지위를 확보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투쟁력을 가진 민주 노조의 교섭권을 원천 박탈하는 방식이 널리 쓰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하청 관계에 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또 다른 형태의 족쇄에 가두는 행위다.
특히 하청 노동자의 직종이나 고용 형태가 원청 노동자와 현격히 다름에도 하나의 창구로 묶는 것은 소수자인 하청 노동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금속노조는 “이미 하청 노동자들은 초기업 단위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기업별 교섭을 전제로 한 창구 단일화는 법리적으로도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보수적이었다.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명백함에도 단순히 사업장 단위의 관리 편의성을 우선시하여 분리 신청을 기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이 분리 기준으로 포함된 것 역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분리를 허용하지 않고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기울어질 우려가 크다. 결국 행정 기구가 노사관계의 자율성보다 통제와 관리의 효율성을 우선시한다면, 노조법 제2조 개정으로 확보한 원청 상대 교섭권은 명목상의 권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법 개정의 취지와 달리 초기업교섭을 촉진하기보다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높다. 사용자 단체 구성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창구 단일화만 강제하는 것은, 어느 원청과 어느 노조가 묶여야 하는지를 두고 끊임없는 법적 다툼을 유발할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시장의 격차를 해소할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초기업교섭 모델을 창출하고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시행령을 고쳐 하청 노조를 낡은 창구 단일화 틀 안에 밀어 넣으려 하지 말고,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원청과의 교섭은 자율 교섭의 영역으로 열어두어야 한다.
앞서 설명한 제도적 한계와 자본의 교섭 회피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화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4월 23일 기준 민주노총은 원청 사업장 571곳에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으며, 이 중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46곳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5곳에서 노동위원회 절차 없이 원청교섭에 응했다.
앞으로 이어질 원청교섭 투쟁 국면에 있어 민주노총의 최대 산별인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의 대응은 전체 조직된 노동자들이 싸워나갈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공공운수노조 원청 교섭 투쟁 상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다양한 형태의 사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청교섭 투쟁에 나선 사업장들은 공공기관 용역(자회사 포함), 지자체 민간위탁, 지방 공공기관, 사회서비스, 대학, 민간 콜센터, 방송통신, 특수고용/플랫폼 등의 범주로 나뉜다. 이처럼 여러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각 부문 내에서도 원청과 하청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가운데 부산지하철노조와 철도노조는 원하청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한동대 등 일부 원청은 교섭 절차를 시작했지만, 대다수 원청은 시간 끌기(교섭 보완 요구) 및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한전KPS, 인천공항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교섭단위 분리를 요구하며 법률 자문이나 컨설팅(사용자성 회피 및 교섭 리스크 최소화 방안 등)을 진행했다. 어용 노조 신설 등 공세적인 움직임은 아직 뚜렷하지 않으나, 인천공항 등에서 원청 노조를 앞세워 하청 노조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의 입장과 태도를 살피는 모양새다.
정부는 '사용자성판단위원회' 등을 통해 컨설팅을 수행하며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별도로 상황을 파악하면서 노동부를 중심으로 전문가 컨설팅 등을 활용해 일부 공공기관에서 교섭 성사 사례를 만들려 하고 있다. 한편 공공부문의 정부 상대 노정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노정협의로 유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회서비스 관련 보건복지부 노정협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교섭 성립 여부 및 의제 결정 권한이 노동위원회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점은 우려스럽다. 대전지노위는 4개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했으나, 이는 안전·인력과 관련된 제한된 분야에 그쳤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 사이에서는 노사·노정 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조기 교섭을 요구하는 곳, 준비 중인 곳, 관망하는 곳이 공존한다. 신중한 접근 이유는 원청 사용자성 입증을 위한 자료 확보나 법적 대응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교착 상태 해소를 위해 5월 말까지 모든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교섭을 요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부문 원청교섭 투쟁의 핵심 쟁점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침과 예산 결정을 노조법 제2조의 '실질적 사용자'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법적 대응을 포함해 원청교섭을 요구하거나, 노조법 제2조 국면을 활용해 법적 단체교섭이 아닌 노정교섭 확보를 목표로 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다.
공공부문 하청·용역의 실질적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침이나 예산 조치가 필수적이므로 원청교섭과 노정교섭의 병행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교섭 회피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으로 해결 경로를 잡고 있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공공운수노조는 개별적·법적 대응을 넘어 파업을 포함한 투쟁으로 원청교섭을 돌파하려는 계획이 아직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도출된다.
- 1) 원청과의 교섭을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
개별적·법적 대응에 함몰되지 말고 공동 투쟁을 기획·조직해야 한다. 사용자가 교섭을 수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지노위·중노위 공동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경우, 사용자성판단위원회나 지노위의 결정이 있을 때 정부가 추가 법적 대응 없이 이를 즉 각 수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 2) 원청에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결과를 맺을 것인가?
원청과의 교섭 성사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교섭 의제와 요구, 결과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임금·복지·고용 등 핵심 의제 대신 사측 부담이 적은 안전 의제 등에 국한하여 낮은 수준의 합의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원청과 핵심 의제에 대해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투쟁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제와 요구를 정교화하고 원청 압박(파업 등), 사회적 지지와 연대 조직 등 입체적 계획이 절실하다. 하청 교섭도 병행하여 쟁의권을 확보하고, 7월 민주노총 총파업이나 10월 공공운수노조 총궐기 등 집중 일정과 연계하여 공동 투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 3) 내부 단결과 조직 확대를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원청-하청 노조 간, 혹은 하청 노조 간의 분열과 갈등이 투쟁 동력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협약 쟁취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단결과 세력 확장을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청 노동자의 요구를 중심으로 원하청 공동 대응이 이루어져야 하며, 원청 노조가 하청 노조를 종속시키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노동 3권 확보라는 개정 취지가 실현되도록 공동 대응의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교섭단 구성을 기본 방향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각 조직의 교섭을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특수고용, 플랫폼 영역까지 성과를 확장해야 한다. - 4) 공공부문 노정교섭-원청교섭
공공부문은 정부와 국회의 의결 과정에서 노동조건의 핵심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개정 노조법 제2조만으로 모든 실질적 사용자에게 교섭 의무를 지우기는 쉽지 않다. 기존 정부 지침이나 예산 결정은 행정지침일 뿐이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노조법 제2조에 근거한 단체교섭 확보를 당면 목표로 하되, 정부의 사용자 책임을 부각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공공부문 교섭 구조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 개정과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2026년 공무직위원회 출범과 4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 발표 등이 예정되어 있다.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예산 대책 마련 투쟁과 원청교섭 투쟁이 상호 결합되어야 한다.
금속노조의 원청 교섭 투쟁 상황
전국금속노동조합은 9개 원청을 대상으로 18,000여 명의 노동자가 속한 64개 지회가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또한 2개 원청 대상 2,300여 명의 노동자가 속한 7개 지회(분회)는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사와 한국타이어, 한국지엠 등 대기업들은 수차례의 교섭 요구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1987년 이후 노동자 투쟁을 통해 민주 노조 설립, 임금 인상, 노동 조건 개선 등에서 진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교섭은 기업별로 이루어졌고, 지불 능력이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자본은 '신경영전략'을 통해 자동화와 외주 하청을 이용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했다.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격히 확산되었다. 대기업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하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가 늘었으며, 조직된 노동자들조차 구조조정 위협에 노출되었다. 자본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노동조합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조합 조직 여부가 하청 노동자의 처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자본은 하청 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가로막으면서도 뻔뻔하게 노동조합의 단결을 비난하고 있다.
이제 하청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하는 길에 나서고 있으며, 동희오토가 그 대표적 사례다. 동희오토는 소수 관리직을 제외하고 사내하청과 비정규직으로만 기아차의 경차를 위탁 생산해 왔다. 위탁가공비 결정과 공정 운영의 실질적 권한은 원청인 기아차에 있었다. 노동조합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기아차는 책임을 떠넘기며 탄압했다. 노동자들은 불법 파견 소송 등 고된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비록 불법 파견 인정은 받지 못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통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묻고 직접 교섭할 길이 열렸다. 이에 조합원 수가 200명을 돌파하며 급증하자 기아차 자본은 흑색선전을 벌이고 있다.
원청 사용자를 교섭장으로 끌어내는 것을 넘어, 노동위원회의 판단 절차와 복수노조 체제의 문제 등 산적한 걸림돌을 극복하고 실질적 요구를 관철하는 길은 노동자의 조직된 힘에 기반한 원하청 연대 투쟁뿐이다. 이러한 연대가 잘 이루어질 때 제조업 부문의 왜곡된 고용 구조를 철폐하고 바람직한 원하청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15일 현대차그룹 규탄 대회를 열었으며, 하청 노동자 집중 조직화와 1만 간부 집결 투쟁을 거쳐 7·8·9월 연쇄 집중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문턱 넘어 권리 쟁취
법은 문을 열어 줄 수 있으나, 그 문턱을 넘어 권리를 쟁취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 노동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광범위한 조직화와 원하청 연대, 그리고 거침없는 투쟁을 통해 서류상의 권리를 현장의 살아 숨 쉬는 권리로 탈바꿈시키는 길에 함께 힘차게 나서자.

글 : 게앤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