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 | 대학에서 희망찾기②
2026년 3월 19일
이 글은 《2026년 체제전환운동포럼 -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의 6개의 자유세션 중 대학운동을 다룬 <그럼에도 나의 현장, 대학에서 운동하기!>세션에서의 발제문을 옮긴 글이다.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되어 기업을 위한 기업으로 전락했고, 사회는 대학을 줄세우고, 기업은 스펙에 따라 학생을 줄세우며, 정부는 취업률에 딸 대학을 줄세워 지원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입시지옥과 취업지옥 사이의 공간에서 민주적 대학 운영을 외치고, 학내 노동자와 연대하며, 페미니즘과 소주자 인권의 문제를 일상에서 실천하며 대학의 공공성을 설득해나가는 학생사회의 운동이 있다. 기업화된 대학과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한 학생사회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들을 소개한다.
오늘의 ‘노학연대’
오늘날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를 의미하는 ‘노학연대’가 여러 대학 현장에서 계속해서 이야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학연대'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노학연대 활동을 경험한 주체들은 탄압을 넘어 성장하는 민주노조운동을 노동자 밀집 산업지대에서 엄호하고, 때로는 스스로 노동자로 ‘존재 이전’을 수행함으로써 노동자운동에 기여하고자 했다. 1990년대 이후 산업지대 민주노조운동의 대중적 기반이 넓어진 한편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이 만연화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로 대표되는 시설노동자, 단체급식 조리노동자를 비롯한 돌봄 노동자의 고용형태가 외주화 등으로 불안정해지면서, 2000년대 이후의 노학연대는 학생들의 피부에 맞닿는 대학 내 현장의 실천으로 재구성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학내 노동자와 연대하는 실천에 참여하는 것은 ‘노동자계급’만을 변혁의 ‘주체’로 상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이면서 동시에 젠더에 따른 차별과 불안정노동의 당사자이기도 한 우리가, 스스로 다양한 정체성의 교차를 통해 학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도 이해할 수 있기에 함께하는 것 이다. 젠더화된 직종으로서 여성이 차별을 경험하며,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 일하는 학내 노동자의 이야기를 노학연대 활동 학생들은 스스로의 이야기로 자주 느끼며 함께해 왔다.

한편 우리는 대학이 지식이나 실천의 ‘특권적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현장’임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교육’을 수행하는 장소로서의 특수성을 함께 짚고자 한다. 모든 현장이 그러하겠지만 대학 내에는 일상을 유지하는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며, 대학은 교수자와 학생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교육을 가능케 하는 무수한 불안정한 연구노동자들 및 교육의 일상을 돌보는 다양한 직종 노동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다. 그런 만큼 다양한 구성원들의 몫이 보장되고 목소리가 기입되는 평등한 공동체가 필요한데, 오늘날 대학은 과연 그러한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동시에 대학이 표방하는 교육공동체, 공공성의 공간이라는 표어는 지식의 생산과 유통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탱하는 구성원의 상호의존성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결코 현실화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피부에 와닿는 곳에서부터 연대함으로써 민주적인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할 뿐 아니라, 교육과 비판적 지식, 공공성의 공간으로서의 대학이 어떠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며 대학에서 체제전환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무관심과 ‘갈라치기’를 넘어서
오늘 학내 노동자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노동자의 삶이 학생과 무슨 상관이냐는 무관심, 그리고 노동자와 학생의 권익이 서로 상충한다는 ‘제로섬’의 논리가 아닐까. 각자도생과 파편화가 유일한 생존 방식으로 강조될 때, ‘학생사회’의 공동체적 합의도 대학의 공공성도 더는 실체로 간주되지 못할 때, 학내 노동자와 연대하자는 목소리는 다양한 난관을 마주하곤 한다. 더군다나 대학의 위기가 격화하는 가운데 대학본부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을 때마다 교섭이나 대화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김으로써 학생과 노동자 사이의 긴장을 유도하기도 한다. 노동자의 생존권 요구로 인해 등록금이 오를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대학 당국이 공공연하게 표명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최근의 다양한 노학연대 주체들은 어떻게 학생들의 공감을 모으고 사회적 연대로 돌파해왔을까?
오늘날 노학연대는 과거와 같이 학생회 등에 의해 이루어지기보다, 노동권 및 노학연대를 하나의 의제로 다루는 단위들에 의해 주로 실천되곤 한다. 노학연대 주체들의 단위는 장기적으로 하나의 단체로서 지속되기도 하고, 투쟁과 사안이 있을 때 다양한 단체들의 연대체와 네트워크로서, 혹은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TF로써, 각자가 놓인 지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조직되고 움직인다. 투쟁 시기 노학연대 주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부당한지 알고 싶어하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사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고, 투쟁하는 당사자와 인터뷰나 간담회 등을 통해 만나면서 동력을 만들어간다. 때로는 피케팅이나 농성과 같이 투쟁 가시화를 위해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당사자와 함께 치러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시혜적인 시선이 아니라 동지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투쟁의 시간을 함께 지내는 학생활동가들이 주체화되고 재생산된다.
학생활동가들은 대학공동체의 상호의존적인 구성원으로서 노동자와의 공감을 어떻게 더 많은 학생과 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2019년과 2021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학생들의 대응에서 볼 수 있듯, 대학 내 노동 안전과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활동은 대학이 누군가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생명을 어떻게 차등적으로 대우하며 비용 최소화의 대상으로 삼았는지 드러내 왔다. 이를테면 2021년 사망 사건 이후 서울대 일부 보직교수들의 비난과 부적절한 발언은 어떠한 죽음이 애도될 수 있고 어떠한 방식의 애도만 허용되는지에 대해 불평등의 선을 보여주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과 같은 주체들은 학내 모든 구성원의 죽음이 평등하게 애도될 수 있어야 함을, 재발 방지를 위해 유족 및 동료 노동자와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애도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실천임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생명과 안전 등의 가치를 공동체의 기본이자 구성원 모두의 것으로 탈환하려는 시도였다.

한편 시설노동자 식대 등 임금 및 수당 인상 투쟁에 연대하는 주체들은 학생들에게 친숙한 연대의 방식을 사용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당연하고 또 지지받아야 함을 보여주고자 해왔다. 2024년 중앙대와 서강대 등 여러 대학 주체들은 식대 인상 요구를 알리기 위해 ‘간식 행사’를 학생 대상 사업으로 배치하고 식대 인상 요구 금액과 비슷한 가격의 간식을 나누어주었다. 이러한 실천은 많은 호응을 얻었으며, 최근 서울여대나 숭실대 등의 주체들도 기본적 권리에 대한 공동체적 공감을 구축하고자 비슷한 사업을 이어왔다.
동시에 노학연대 주체들은 노동자의 권리가 학생의 권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짚음으로써, 학생이 자신의 입장에서 연대에 대해 생각하고 발화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는 학생 연서명을 받거나, 투쟁에 관심을 호소하며 강의실에 들어가 현안을 소개할 때, 공감을 구성하는 방식뿐 아니라 어떻게 ‘갈라치기’와 ‘제로섬’ 논리를 극복할지도 중요한 고민거리가 된다. 2025년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던 서울여대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슈니들’(청연슈)의 악덕 용역업체 태가BM 퇴출 투쟁 연대나 ‘숭실대 사회문제 공부/실천 소모임 틔움’의 인력 감축 저지 투쟁 연대는 이 러한 지점에 많은 고민을 기울였다. 노조 탄압과 괴롭힘을 통해 비용 절감에 몰두하는 인사관리가 미화 서비스의 질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청소와 경비 직종 인력이 감축될 때 학생의 복지와 안전은 어떻게 위협받는지 강조한 점은 연서명 등을 통해 학생들의 동력을 모으고 대학 당국을 압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서울대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의 단체급식 학생식당 조리노동자 투쟁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구인난이 노동권뿐 아니라 학식 운영의 축소로 이어짐을 짚었다. ‘비서공’은 이에 기반해 대학본부가 ‘진짜 사장’으로서 생협 식당의 재정과 인력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협 직영화’를 화두로 학생과 노동자 공동의 합의와 요구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해왔다. 노동자와 학생 간 공동의 권리를 구성하려는 노력은 연구 및 교육 노동의 불안정화 속 학생 교육권이 어떻게 침식되는지 짚어내는 등 교육 및 학술 영역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연대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쌍방의 고민과 공감 속에서 연결되고 함께하는 일이다. 교육권과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학내 노동조합의 연대방문을 경험하거나, 학내 노동자들과 공통의 어려움을 나누며 힘을 얻었다는 학생 활동가들이 많다. 이는 대학공동체의 평등한 구성원이라는 감각이, 그리고 함께 권리를 구성하고 대학과 사회에 요구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실천이, 학생으로서의 활동 전망에도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실감하게 만든다.
일상 속에서 마주치기, 평등한 관계를 이어가기
대학공동체의 평등한 시민으로서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은 비단 투쟁이 가시적으로 존재하는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투쟁을 마무리하고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 그리고 향후 투쟁이 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 일상적으로 서로 마주하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대학의 공간과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만든다.
서울대 ‘비서공’,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를 비롯해 다양한 대학의 주체들은 스포츠를 통해 시설노동자와의 교류와 연대를 이어가고자 했다. ‘문화연대’에서 제안하여 시작된 ‘호호체육관’ 사업은 평소 가까운 곳에 자리하지만 쉽게 이야기 나누기 어려웠던 학생과 노동자를 스포츠로 만나게 해 주었고, 건강권과 여가의 권리를 모든 공동체 구성원의 권리로 재구성하며 대학의 체육관을 ‘모두’의 공간으로 열어내는 데 기여해 왔다. ‘비서공’은 서울대에서 ‘이야기가 있는 숲’(이숲) 먹거리운동 활동가들과 함께 생협 조리노동자들과 식사 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밥상회’를 열기도 했다. ‘밥상’과 ‘먹거리’를 화두로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다양한 주체의 상호의존성을 체감하고, 하나의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학내외에서 먹거리를 돌보는 다양한 돌봄 노동의 연결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는 투쟁 시기의 요구와 구호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일상의 담론으로 연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감각을 서로에게 심어주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구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에서는 청소노동자 연대 활동 ‘청활’을 통해 ‘봉사’나 ‘체험’이 아니라 연대로서 청소 노동을 함께 경험하고 이로부터 배우는 기획을 이어왔다. 홍익대에서는 과거 다양한 노학연대 단위들의 각종 ‘교실’ 실천을 이어받아 시설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폰 교실을 기획하면서, 동시에 이를 일방적 교육이 아니라 상호적 교육의 계기로 꾸려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쓰레기’를 화두로 대학 환경 개선과 생태적 책임을 노동환경 개선 필요와 더불어 노동자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도들도 있다. 영상과 영화 등 매체를 노동자와 함께 만들어가거나, 학내 투쟁 속에 일군 윤리적 공동체와 사회적 책임의 감각을 비윤리적 기업과의 산학협력에 대한 성찰로 이어가는 등, 일상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은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적으로 대학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과 투쟁은 ‘열악한 휴게공간’과 같은 이미지로 공론화되고 이슈화되어 왔다. 그러한 이미지가 사회적 성찰과 지지를 모아내는 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충격’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포착될 만한 현실만 개선되면 괜찮은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노학연대는 지하와 계단 아래 공간, 냉난방 설비가 부재한 공간 등 한눈에 ‘열악한’ 공간을 개선하라고 요구함에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평상시 노동자들과 소통하며 일터와의 동선, 필수 기자재와 편의시설 등 ‘공간의 질’을 섬세하게 조사하고 고민하는 노력이다. ‘교육의 공간’이라는 대학에서 ‘공간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차등적으로 주어지고 있는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일상적 공간을 평등한 공간으로 바꾸어내는 실천이다.
노학연대로 열어가자, 대학의 체제전환
대학은 언론 등 일각에서 표상하는 지식 생산의 ‘특권적’인 장소가 실제로 아니며 동시에 아니어야 한다. 2022년 청소노동자 쟁의에 대해 일부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온라인을 도배했던 ‘대학/대학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투의 도덕주의적 개탄은 중층적인 불평등 구조 속에 놓인 대학의 현실을 충분히 포착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 ‘지성’의 ‘특권적’ 장소여야 한다는 엘리트주의적 시각을 재생산하곤 했기에 그 한계가 크다.
그러나 대학이 지식의 생산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장소 중 하나이자 교육기관으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제시하는 특수한 ‘현장’이라는 점에 주목해보자. ‘대학의 위기’의 다양한 측면 중 하나는 비판적 지식을 생산하고 공공성에 기반해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의 상실이며, 노동자 권리에 무감각한 대학은 그 일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노학연대는 학생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의 삶과 교육에, 그리고 대학에서 상실된 교육공동체와 비판적 지식의 전망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학이 지식 생산과 교육에 있어서 체제전환의 한 현장이 되어야 한다면, 노학연대는 대학을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대학은 더는 ‘노동’에 대해서 충분히 교육하지 않으며, 동시에 ‘노동’을 비롯한 사회적 현안은 강의실 내에서만 교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노학연대가 교육에 대해 수행하는 역할은 배움이 ‘매끈한’ 교육과정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투쟁과 실천이 ‘난입’하는 공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정상적’이라고 가정된 교육기관의 일상을 ‘방해’하는 투쟁이나 연대야말로 대학에서 비판적 지식을 공유하고 생산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일 것이다. 대학은 교수자의 지식 전달을 학생이 수용하는 공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서로 다른 주체들이 긴장과 갈등 속에서도 관계 맺으며 평등함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고, 지식의 생산도 그 과정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연세대 학생들의 소송 제기에 대항해 노학연대 활동가들을 비롯한 많은 연세대 구성원들이 연대하며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는, 대학 권위와 ‘지성’의 ‘회복’이 아니라, 교육과 지식에 있어서 핵심에 위치한 ‘노동’을 가시화함으로써 대학이 전환되어야 하는 지점을 지시했다는 데 있다.
현재 대학에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지점들, 혹은 교육기관이자 지식 공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서술해온 대학이 실패하고 있는 지점들을, 노학연대가 대안적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지 고민해본다. 오늘날 대학의 기업화된 경영과 대학에 대한 사회적 무책임 속 정규직 교수는 줄어들고 비정규 강사와 대형강의가 늘어나며 노동권과 교육권이 동시에 침식되고 있다. 동시에 교육과 연구를 청소에서부터 식사, 학사행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필수적 영역에서 지탱하는 노동은 중층적인 외주화와 비정규직 불안정노동 확산으로 파편화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대학을 공공성에 기반해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부터 재구성하고 사회적 책임의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가능성은 공동체에의 소속감과 공통의 권리 요구로 연결된 서로 다른 주체들이 함께함으로써만 열어낼 수 있다. 최근 ‘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강의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이 외친 구호 “우리가 대학입니다”를 생각해본다. 대학 내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평등하고 비판적인 교육과 지식을 재구성하려는, ‘노동’의 관점에서 대학을 전환하려는 노학연대를 비롯한 다양한 실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구호가 아닐까.
물론 노학연대는 하나의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으며 다양한 캠퍼스와 현장을 잇는 시도들이 중요하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의 초기업 집단교섭과 함께하는 ‘노학연대기획단’이나, ‘경기지역 노학연대 네트워크 너머’와 같이, 다양한 노학연대 단위 및 주체들이 서로의 사업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투쟁을 집합적으로 연결하는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며 여러 대학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용역업체 간접고용 구조가 만연했던 여러 대학사업장에 복합적인 변화가 예정된 지금 이러한 캠퍼스 사이의 연결은 더욱 중요하다. 다양한 대학의 활동 주체들이 캠퍼스 바깥 투쟁사업장에서 함께하며 서로의 연결을 확인하는 일 또한 무척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2021년 부산지역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의 사례와 같이, 중층적인 불평등 구조 속 대학의 존속 위기를 먼저 마주하는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학생 주체들의 시도가 이어져 왔다. 심각한 대학의 재정위기 그리고 위기의 불평등한 전가 양상 속에서 어떻게 교육 공간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연대를 구축할 수 있을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다양한 대학 주체들이 함께, 특히 비수도권 지역 대학 주체와 함께 고민하고 공동으로 책임 있게 실천해야 할 영역이다. 본 발제는 ‘학생운동 리빌딩 작당모의’에 참여해 온 활동가 주체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수행한 경험을 중심으로 학내 노동자와 연대한 실천을 주로 다루었기에, 위 주제들에 대해 충분히 다루고 고민하지 못했다는 한계에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더 많은 토론과 모색을 부탁드린다.
이재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