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은 이란을 해방시킬 수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은 이란을 해방시킬 수 없다

미국은 이란의 혼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이란 사회의 해방은 이란 민중 스스로 이뤄낼 수 있다.

2026년 3월 5일

[읽을거리]반전평화, 국제제국주의, 이란,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 미국, 트럼프, 대중시위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을 공습했다. 이란 적십자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039건의 공격이 발생했으며, 핵시설과 미사일기지를 비롯해 학교, 병원, 주택 등에 폭격이 가해져 공습 5일 만에 1천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공습 첫날 이란 미나브 마을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당했으며, 수업 중이던 대다수의 여학생을 포함해 165명 이상이 죽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중동 곳곳의 미군기지와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들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미군 사망자 역시 속출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사실상 이란 정권 교체를 이룰 때까지 공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가 사망하자, 이란과 동맹을 형성해 온 ‘저항의 축’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까지 참전했다.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 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지상군을 파견하면서 전선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는 집권 2기 13개월째 들어선 지금 무려 9번째의 해외 군사 개입 상대로 이란을 골랐다. 하지만, 이란 침공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약 27%에 불과하다. 명분 없는 공격을 자행하면서도 트럼프는 ‘국제법은 필요없다’며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도덕성 뿐이라고 말해 전쟁광임을 입증했다. 국제법 질서는 힘의 논리에 좌우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

트럼프는 이란이 핵 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핵무기 제조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이란 공습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 전쟁 범죄자이자,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 미국과 중동 유일의 핵 보유국 이스라엘이, 핵을 소유했다는 어떠한 객관적 증거도 없는 이란에 ‘예방 공격’을 한 것은 매우 기만적이다. 이란은 전쟁을 피하고자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고한 이란인들에게 무자비한 폭격을 가한 것이다.

이란이 중동 미군 기지 공격 등 반격에 나서고 사태가 장기화될 확률이 커지면서 주한미군 무기의 차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중동 국가들의 한국산 무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중동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명분없는 전쟁에 개입하거나 살상무기를 공급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위선

미국 폭격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미국 폭격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정권이 매우 억압적이고, 여성차별적이며,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이란 민중들의 삶을 고통으로 몰고 간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의 폭격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신정 체제(신의 대리인이 최고 통치 권위를 갖고 종교적 원리와 율법에 따라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 체제)로 37년간 권력을 지켜온 독재자다. 하메네이의 폭정에 분노한 수많은 이란인들이 이에 저항하며 시위를 벌이다 죽었고, 이란 여성들은 히잡 착용 강요 등 여성차별로 고통받아 왔다. 그렇지만, 하메네이의 폭정의 원인이 종교 자체였던 것은 아니다. 모든 무슬림이 히잡 착용을 강요하거나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며, 이슬람 국가만이 억압과 차별정책을 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해온 이란 자본주의 국가가 필연적으로 불평등과 억압을 낳은 것이다. 문제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종교의 이름으로 억압과 차별을 정당화하며, 서구사회가 여기에 이슬람 혐오라는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서구 사회는 이란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트럼프는 관세 폭탄, 해외 군사 개입, 국내 인권 탄압 등으로 곳곳에서 극렬한 반 트럼프 시위에 직면해야 했으며,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40%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동원해 이주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과정에서 2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앱스타인 파일에 트럼프의 이름이 수천 번 언급되는 등 추문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이란의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미국과 영국은 1950년대 이란 군부 쿠데타를 부추겨 총리였던 모사데크를 축출하고 팔레비 왕조를 지원하면서 이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석유 지배권을 가로채 이익을 누려왔다. 미국은 하메네이 집권 기간인 2002년에도 이란을 ‘악의 축’이라 부르며 경제 제재를 강화해 이란 시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제재는 이란 신정의 억압을 해결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은행 파산, 인플레이션 심화, 생필품 부족, 극심한 가뭄과 전력 생산 중단 등으로 경제를 붕괴시키고, 대다수 이란인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었다. 경제 제재는 일반 시민에 대한 경제 전쟁이며, 제재의 목적은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이다. 즉 경제 제재에 대한 불만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이를 이용해 반미 체제를 전복하거나 군사개입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이란 사회의 후퇴에 명백한 책임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 이란 공습은 세계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전세계 시민들의 삶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장되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년 넘게 이어진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베네수엘라 침공, 쿠바제재, 이란 공격까지 감행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본가와 지배자들은 석유 등 에너지 부문 통제권 확보, 무기산업 호황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자본가들의 주머니가 피 묻은 돈으로 가득 찰 동안 불안정성과 위기의 비용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전쟁과 폭력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미국이 벌였던 모든 군사 행동은 내전과 경제 붕괴, 권력층 부패 심화 등으로 이어져 평범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었다.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사람들은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일자리를 잃고, 공동체를 잃었다. 전쟁과 폭탄은 민주주의를 가져오지 않는다. 군사개입은 한 줌의 자본가와 권력자들의 이익을 ‘국익’과 ‘민주주의’로 포장해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란해방은 이란인의 손으로

이란의 평화는 이란 민중의 힘으로만 지킬 수 있으며 민주주의는 외부로부터 주입될 수 없다. 하메네이의 억압과 신자유주의 정책, 반정부 시위 탄압은 응징해야 마땅하지만 그의 단죄는 이란인들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는 하메네이 사망을 두고 ‘역사상 가장 사악한 인물 중의 하나가 사망했다’고 했지만 가장 사악한 것은 ‘전세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협하는 트럼프와 미국 제국주의이다.

이란 내에는 팔레비 왕정의 복권이나 억압적인 이슬람공화국의 신정 모두에 반대하며 저항해 온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한다. 재한 이란인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에 따르면 이란 여성 단체들은 “이슬람 공화국과 군주제 모두 이란인과 여성해방을 대변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과거로의 회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압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란 시민의 다수는 외국의 군사 개입 역시 반대한다. 이란 테헤란의 교외 버스 노동조합(SWTSBC)은 2026년 1월 성명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외국 정부의 군사 개입을 선전, 정당화, 지지하는 모든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런 개입은 시민 사회의 파괴와 인명 살상으로 이어질 뿐이며 정부의 폭력과 탄압 지속을 위한 또 다른 구실을 제공한다. 빈곤, 실업, 차별 및 억압에 맞선 민중 투쟁에 연대하면서 우리는 불평등, 부패, 불의가 지배하던 과거로의 회귀에 명백히 반대한다. 진정한 해방은 낡고 권위주의적인 권력 형태의 재생산이 아니라 노동 계급과 억압받는 민중의 의식적이고 조직적인 지도력과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전국 이란 노동자와 연금 수급자 연대체 역시 2026년 1월 5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금 일어나는 시위의 원인은 노동자들의 악화되는 경제 상황, 그리고 정부 부패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다. 정부는 이런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시위를 진압하며, 시위가 외국의 개입으로 벌어진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독재로부터 자유로운 미래를 위해 정의, 평등,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자들과 굳건히 연대한다. 동시에 이란에 대한 외세 침략은 단합과 투쟁으로 막아내고 무력화해야 한다”

이들이 이란의 희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개입할 자격이 없으며, 야만적인 이란 공습을 당장 멈춰야 한다. 이란의 여성들과 노동자, 시민사회, 국제적 연대 운동은 이란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된 제국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란 민중의 투쟁과 그에 대한 연대만이 정의와 평화, 그리고 평등을 실현할 유일한 길이다.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