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만 개인정보 털리고 노동자 과로사로 내몬 괴물 기업 쿠팡

3,300만 개인정보 털리고 노동자 과로사로 내몬 괴물 기업 쿠팡

쿠팡의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행위들이 어떻게 감추어지거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힐 수 있었을까?

2026년 2월 25일

[읽을거리]노동자본주의, 부정부패, 정경유착, 자본주의, 노동조건

쿠팡의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은 2025년 11월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사 결과 정상적 로그인 없이 3,000만 개 이상 고객 계정 정보(이름, 이메일, 주소 등)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쿠팡 측은 곧바로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러나 알맹이도, 책임성도 부재한 엉터리 사과문이었다.

거짓말과 기만, 그리고 현금 태우기

사태의 전말을 보다 거슬러 올라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시작된 것은 이보다 5개월쯤 전인 6월 24일로 추정된다. 당시 쿠팡에서 일하던 소프트웨어 개발자 A가 퇴사 당시 반납하지 않은 내부 인증키를 활용해, 해외 서버를 거쳐 쿠팡의 개인정보 시스템에 무단 접근해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사측이 이를 인지한 것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얼마 후 알았거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침해 사실을 신고한 11월 18일 바로 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147일 동안이나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신고 당시 쿠팡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 4,536개의 계정만 유출되었다”고 축소해 발표했다. 심각한 사실 왜곡이자 은폐였다. 그리고 이로부터 11일이 지난 11월 29일, 쿠팡은 당초 4,500명이라던 피해 규모가 8천 배 가까이 늘어난 “3,370만 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무단 노출”됐다고 정정 발표했다.

이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경찰은 무슨 영문인지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12월 9일에서야 쿠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쿠팡 측의 기가 막힌 대국민 기만이 펼쳐진다. 12월 25일, 쿠팡 측은 12월 14~18일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중국으로 가서 최초 정보 유출자를 만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확보했고, 인근 하천에 버려져 있던 노트북까지 자체 회수해 정부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공안 기관이 엄격하게 해외 기업이나 해외 조직의 정보수집 활동을 통제하는 중국에서 자체 조사를 했다고? 이를 믿을 바보가 있을까?

중국은 '반간첩법'과 '데이터 보안법'이 가장 가혹한 수준으로 집행되는 국가다. 한국 민간 기업 직원이 중국 경찰의 수사 공조 없이 중국인 용의자를 사적으로 접촉해 디지털 기기를 압수하고, 이를 중국 국경 밖으로 반출하는 것은 주권 침해이자 간첩 행위로 오인받기 쉽다. 더구나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 광활한 중국의 흙탕물 하천에서, 정확한 좌표나 현지 경찰의 통제도 없이 사설 잠수부를 동원해 작은 노트북을 단번에 찾아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쿠팡은 정보유출 범행을 저지른 전직 엔지니어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강물에 노트북을 버렸다”면서, “쿠팡 로고가 박힌 에코백에 돌과 함께 담아 버렸다”고 주장했다. 굳이? 이런 터무니없는 말장난을 누가 믿을까?

국회 청문회에서도 이를 “얄팍한 자작극이자 기만극”이라고 규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쿠팡은 이 증거물들을 확보한 뒤 한국 경찰에 곧바로 제출하지 않고, 수일간 자신들이 먼저 기기를 들여다보는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기 안에 3,300만 명이 아니라 3,000명의 정보만 들어있었다’는 식의 거짓 주장을 하면서 증거 훼손과 조작을 시도했다.

거대 기업 쿠팡이 이처럼 조롱거리가 되기 뻔한 거짓말을 쏟아낸 이유는 뭘까? 진짜 목적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자사 주가 방어에 있다. 지속적인 흑자와 독점으로 2025년 가을 주당 34달러까지 치솟았던 쿠팡의 주가는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를 맞이하면서 폭락했다. 현재는 17~18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며 순식간에 80억 달러(약 10조원) 넘게 증발한 셈이다. 더구나 대규모 집단소송이 제기돼 있고, 일부 임원들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도해 현금화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눈이 뒤집힐 수준의 폭락 앞에서 거짓말이나 증거 조작, 국회 기만 등은 별일 아닌 듯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자계급의 육체적 시간과 자연만 착취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과 취향, 동선, 심지어 가족 관계와 공동현관 비밀번호도 데이터라는 원자재로 추출한다. 기업은 이 데이터를 가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데, 쿠팡의 창업주 김범석이 전형적인 현금 태우기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해 뉴욕 증시 상장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쿠팡은 거의 온 국민의 데이터를 독점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갱신해나갔고, 경영진들은 주식 매도로 막대한 현금을 챙겼다.

  • 💬현금 태우기 : 스타트업이나 빅테크 등이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대와 빠른 성장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투자금을 공격적으로 소모하는 경영 방식.

이에 반해 쿠팡은 데이터의 원소유자인 시민들에게는 어떠한 권리도, 정당한 대가도 부여하지 않았고, 보안에 대한 미비한 투자로 인해 해킹 피해와 보이스피싱, 스팸, 사생활 침해라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한국 사회 전체에 떠넘겼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들은 거의 항상 이런 과오를 저지른다.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잉여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매몰 비용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5개월 동안 해킹 사실조차 몰랐던 쿠팡의 무능은 기술력의 부재라기보다는 돈이 되지 않는 안전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윤 논리가 낳은 필연적 결과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끊이지 않는 원인과 전혀 다르지 않다.

고 장덕준 노동자의 유족 어머니와 아버지
고 장덕준 노동자의 유족 어머니와 아버지

쿠팡이 저질러온 범죄 행위

쿠팡의 잘못은 3,300만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만이 아니다. 통상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거래의 장이고, 플랫폼으로서 쿠팡은 이 공간이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쿠팡은 심판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했다. 가령 소비자들이 물건을 검색할 때 노출되는 ‘쿠팡 랭킹’은 쿠팡의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 자식이 선수로 뛰는 경기의 심판으로서 쿠팡은 공정한 경쟁을 포기하고, 심판의 권한(알고리즘 통제)을 악용하여 자사 상품이 무조건 1등을 하도록 의도적으로 경기장을 기울게 만든 것이다.

기만은 알고리즘 조작에 그치지 않았다. 쿠팡 사측은 2,297명에 달하는 자사 임직원을 동원해 7,342개의 PB 상품에 7만 개가 넘는 ‘별점 5점’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 가짜 리뷰들은 단순히 상품의 평판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쿠팡의 검색 알고리즘 내에서 해당 상품이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머물 수 있도록 점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검색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합리적인 선택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것이다.

한때 큰 논란이 된 바 있는 블랙리스트 작성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쿠팡 자본은 일용직으로 물류센터에 들어와 일하는 노동자들이 '화장실을 자주 간다'거나, '노조 활동', '언론 제보' 등을 이유로 이들의 구직 기회 자체를 박탈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노조 활동, 언론 제보)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화장실 이용 빈도나 작업 속도마저 일일이 데이터로 기록하고 처벌의 근거로 삼았는데, 자본의 통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영구적으로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반인권적 폭력을 매우 노골적으로 저지른 셈이다. 마르크스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쿠팡을 자본주의 착취의 가장 노골적이고 끔찍한 예시로 들었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쿠팡은 그 지배력을 무기로 납품업체들에게 '타 쇼핑몰보다 무조건 싼 가격에 공급할 것'을 강요했다. 만약 연필을 파는 어떤 소상공인이 만약 다른 곳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적발되면, 쿠팡 사이트 내 검색 노출을 막아버리는 식의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힘없는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물건을 넘겨야 했고, 쿠팡은 이들의 희생을 딛고 시장 독점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폭력과 수탈에 의해 이룬 시장 독점인 셈이다.

로비 괴물 쿠팡

이와 같은 쿠팡의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행위들이 어떻게 감추어지거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힐 수 있었을까? 몇몇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 논란이 됐음에도 어떻게 제도적인 통제를 피할 수 있었던 걸까? 바로 쿠팡의 전방위적인 대관 로비 때문이다. 쿠팡의 대관 로비는 국회나 정부 부처와 소통하며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과는 궤를 달리한다.

3년 전 쿠팡은 알고리즘 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총괄과장을 퇴직 후 불과 4개월 만에 부사장급으로 영입했다. 공직에 있을 때 쿠팡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하는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막대한 연봉을 받고 그 시스템의 허점을 찔러 쿠팡을 방어하는 자리로 간 것이다. 현직 후배 공무원들이 자신의 직속 선배였던 쿠팡 임원을 상대로 엄정한 수사와 제재를 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행정관들, 경찰과 검찰,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국세청 출신 인사 100여 명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왔다. 사실상 국가의 감시망을 자본의 하부 조직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쿠팡은 왜 억대 연봉을 주며 이런 관료들을 모셔갔을까? 검색 순위를 조작해 소비자를 속인 사기극을 덮기 위해서다. 1만 6천 명 노동자의 밥줄을 끊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서다. 납품업체의 고혈을 짜는 갑질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현장 검사를 사전 대비하고, 제재 수위를 낮추는 방패로 쓰기 위해서다. 이들은 괴물이 된 쿠팡 자본의 ‘불법행위’를 지키는 호위무사일 뿐이다.

아마도 이렇게 해서 영입된 100여 명의 호위무사들은 쿠팡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덮는 방어막으로 복무했을 것이다. 가령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 보좌관 출신들은 국회 로비를 통해 플랫폼 규제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쿠팡에 불리한 법안의 통과를 막고, 국정감사 때마다 김범석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한다. 수십 명의 경찰 및 고용노동부 출신 인사들은 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과로사하거나,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면 수사 단계부터 개입해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수사 정보를 빼낸다. 이를 어렵사리 벗어나 과징금이나 검찰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판사(강한승 전 대표)나 부장검사 출신(이혜은 전무 등)이 포진한 법무팀이 대형로펌과 결탁해 끝없는 행정소송과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치고, 이를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

심지어 쿠팡의 회전문 인사는 쌍방향이다. 김영태 전 부사장은 쿠팡에서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언론 대응과 대외 홍보 전략을 지휘했는데, 쿠팡 물류센터 노동 환경 문제나 불공정 논란이 터질 때마다 사측의 논리를 방어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그는 대통령실 초대 국민소통관장으로 임명됐다. 사법연수원 29기 검사 출신으로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내던 이영상 전 부사장 역시 2021년 쿠팡의 법무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되어 쿠팡의 사법 리스크 방어와 규제 대응을 진두지휘하다가, 2년 후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대통령실 국제법무비서관으로 영전했다. 스릴러 영화에서처럼 돈 박스를 트렁크에 넣을 필요도 없다. 이들은 거액의 연봉을 합법적으로 받는다. 정경유착의 끝판왕이다.

쿠팡 자본과 정치권의 유착은 거대 양당 어느 한쪽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김병기는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당시 쿠팡 대표 박대준과 70만원 어치 점심을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노동자 과로사와 퇴직금 미지급, 과도한 수수료 등 산적한 문제들을 다룰 국정감사를 앞두고, 불법적으로 그 회사 대표랑 고가의 점심을 먹은 것이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이 논란이 되던 지난 11월에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쿠팡 상무 A씨와 식사 자리를 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이 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있었을까? 오히려 의도적인 거짓말과 왜곡으로 은폐하려 했을 뿐이다.

현대판 동인도회사

그간 쿠팡은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해왔다. 미국 기업이란 게 그 이유다. 실제 쿠팡주식회사의 지분 100%를 가진 모기업 '쿠팡 Inc.'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법인이다. 한국에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과로사로 죽게 만들고, 소상공인들로부터 수수료를 수탈해 벌어들인 돈은 뉴욕 증시의 주주들과 미국 본사로 귀속된다. 물류센터 노동자는 과로로 쓰러지고 한국 내 이용자들은 기습적인 멤버십 비용 인상으로 추가 지출하거나 개인정보를 털릴 때, 김범석은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주식을 팔아 무려 6,3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개인 주머니로 챙겼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고통과 위험은 한국 사회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쿠팡이 왜 미국 증시에 상장했을까? 쿠팡 창업주 김범석은 주식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지분 10%로 의결권의 76%를 장악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상법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쿠팡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점을 활용해 국내 법과 원칙을 무력화시켰고, 최고경영자 김범석은 국적이 ‘미국’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을 수년간 회피했다. 사익 편취나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한 셈이다. 결국 총수로 지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내국인 총수에 비해 형사 처벌 등의 법적 책임에서 교묘하게 빗겨나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다.

과거 제국주의 열강들은 식민지의 자원을 수탈해 본국으로 보냈다. 쿠팡은 데이터와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해 이윤을 미국 자본시장으로 보내고 있다. ‘디지털 자본주의 체제의 현대판 동인도회사’가 된 셈이다. 심지어 쿠팡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로비 자금을 쏟아부어 미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로비했고, 이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지금 미국 의회에서 '쿠팡의 입'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 경찰의 압수수색을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표적 수사이자 차별”로 둔갑시켰고,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관세) 등을 만지작거리며, 한국이 쿠팡을 계속 처벌할 경우 한미 통상 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엄청난 수탈을 통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에 대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협박하고 있는 셈이다.

김범석과 도널드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김범석과 도널드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제국의 권력까지 동원한 무소불위의 쿠팡 자본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할까? 제도 개혁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쿠팡 거부나 일터에서의 투쟁은 더 중요하다.

  • 일단,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핑계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황제 경영의 꼼수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국내에 법적 책임을 지는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여, 이익만 챙기고 고통은 전가하는 치외법권을 끝내야 한다.
  • 나아가, 공정위와 검경 출신들이 퇴직하자마자 거대 자본의 방패막이로 전락하는 '합법적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심판이 룰을 어긴 선수의 호위무사로 뛰는 명백한 이해충돌을 엄단해야만 국가 규제 기관이 바로 설 수 있다.
  • 독점과 알고리즘 노동 착취를 규제하는 쿠팡 방지법도 필요하다.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춰진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노동자를 기계 부품처럼 쥐어짜고 블랙리스트로 생존권을 박탈하는 '디지털 감시와 통제'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
  • 무엇보다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의 10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 및 노동 관련법에 전면 도입해야 한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이 벌금보다 압도적으로 커서, 불법조차 하나의 '경영 전략'으로 삼는 자본의 오만함을 꺾고, 미국 자본이 본국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한국에서도 묻게 해야 한다.

물론 불매 운동이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소비자)의 자발적인 보이콧은 고립된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단결할 용기를 주고, 눈치만 보는 국회를 강하게 압박하는 지렛대가 된다. 과거 남양유업이나 파리바게뜨의 사례에서 보듯, 시민의 연대는 분명한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불매 앞에서는 미국 하원 의원들의 거드름 섞인 통상 보복 협박도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초국적 자본의 폭주를 물리적으로 멈춰 세울 가장 근본적인 전략은, 쿠팡이 이윤을 빨아들이는 현장 그 자체에 대한 '노동자들의 통제권'을 쟁취하는 데 있다. 쿠팡의 천문학적 수익은 소비자의 데이터에서도 오지만, 그 뿌리는 철저히 헐값에 취급받는 물류센터와 배달 노동 현장에 있다. 쿠팡은 본사와 물류센터, 배송 현장에 흩어진 수십만 노동자를 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잘게 쪼개어 통제하고, 이 '분할'을 적극적으로 악용해 이윤을 뽑아낸다.

궁극적으로 이 분할된 선을 넘어 노동의 연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인간답게 일할 권리도 쟁취할 수 없다. 거대 자본에 맞선 사회적 통제와 일터의 민주주의는, 자본이 그어놓은 분열의 경계를 허물고 현장의 노동자들이 하나로 굳건히 단결할 때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