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의 지엠 자본, 물류센터를 멈춰 세운 것은 누구인가? | 지엠물류센터 집단해고

법 위의 지엠 자본, 물류센터를 멈춰 세운 것은 누구인가? | 지엠물류센터 집단해고

120명의 한국지엠 물류센터 하청 노동자들이 매서운 한파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물류센터를 멈춰 세운 것은 누구이고,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

2026년 1월 14일

[읽을거리]노동노동조합, 노동권, 노동운동, 해고, 비정규직, 자동차산업, 제조업

2025년의 마지막 날, 지엠 부품물류센터에서 일하는 120명의 하청 노동자가 해고됐다. 한국지엠의 1차 하청업체인 우진물류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로, 한국지엠의 유일한 부품 공급 기지를 가동시켜 각종 정비센터와 공장에 부품을 흐르게 하던 이들이다.

물류센터에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가 겪은 일과 노조 설립 과정에 대해 알기 위해 2006년부터 세종 물류센터에서 20년간 근무한 이창석 조합원을 만나 그간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위탁 정비사업소에서 '용역'으로 일하던 시기

이창석 조합원은 한국GM 부품물류센터에서 입고된 물건을 저장하는 파트에서 근무했다. 1992년 처음 대우차동차 전주직영 부품점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전역 후 익산 위탁정비 자재과에서 일을 했다. 두 곳에서 '용역'으로 일을 했는데, 그때는 '비정규직'이라는 표현도 없던 시기였다.

“그 당시에 대우차 직영 정비사업소가 서울, 인천, 대전, 전주, 광주, 대구, 부산, 제주 정도밖에 안 되니까 위탁 정비사업소를 만든 거죠. 자재과가 따로 있기 때문에, 공장이랑 정비소에 들어가는 물건을 보내주고요. 소비자들도 그 물건을 살 수 있고, 대리점들도 급하면 와서 가져갈 수 있죠.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업체라고 볼 수는 있지만, 근무자들은 직영 부품사업소에 비해서 월급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열악한 처우였습니다."

그가 위탁 정비사업소에서 일하던 시기는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 1992년 자동차 업계 최초로 개시한 24시간 정비서비스가 시행되던 때다. 그가 있던 곳에서 철야라는 고된 노동은 '정직원'이 아닌 이들에게 주어졌다. 그렇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었다.

"자재 1명이랑 정비 2명이 오후 5시부터 그다음 날 7시까지 근무를 하는 그런 형태였어요. 실질적으로 그 시간에 차를 정비하는 사람은 없기도 하고, 직영 사업소 직원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주로 저희가 근무했어요. 하지만 월급은 똑같았어요. 왜 그러냐면 매출이 오를 수가 없습니다. 제 기억엔 특히 금액이 큰 미션이나 엔진 이런 게 솔직히 돈이 됐거든요. 그런 것들은 본사에서 컨트롤을 했습니다. 그리고 3년 정도 보증 수리를 하잖아요. 그래서 엔진 오일 점검해준다고 하고 보증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이렇게 수익이 안 나니까, 야간 근무를 해도 월급을 더 받지도 못했죠."
이창석 세종물류센터 조합원
이창석 세종물류센터 조합원

세종센터에서 경험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그리고 잠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지기를 거친 뒤, 2006년 한국지엠 세종부품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한다. 저장, 불출(물품을 내어 줌), 출하(상품을 운송해 시장으로 보냄) 이렇게 세 개로 나뉘는 물류 작업에서, 정규직 직원들은 주로 저장 작업을 하고, 비정규직은 불출하고 출하를 맡아서 했다.

“여기는 2003년도에 만들어졌고, 저는 2006년도에 들어왔습니다. 당시에는 호주, 멕시코, 네덜란드 허브들의 물량이 있었기 때문에 물량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 출근하지 않으면 그 물량을 다 소화해 낼 수가 없었어요. 그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토요일은 무조건 나왔고, 일요일도 두 번 나왔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쉰 거죠. 반강제적이었어요. 그거에 대한 불만은 모두 가지고 있었고 불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임금이 너무 차이가 나는 거죠. 어느 정도 월급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때 비정규직에게 일을 지시하는 건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관련 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섞여있는 것을 분리시켜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처럼 당시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은 노동 현장에서 오히려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시키고, 정규직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사이의 위계를 더 키워 갈등을 부추기고 단결을 가로막았다.

"2006년에 왔을 때부터 정규직은 저장쪽만 맡았어요. 제가 들어왔을 때부터 바뀌었습니다. 2003, 4년도에는 출하장에 정규직이 있었대요. 그러다가 부평이랑 창원쪽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드니까, 여기서 그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 바꾼 거죠.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되어 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려구요. 다른 이유도 있는데요. 출하장이 제일 일이 힘듭니다. 그러니까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있으니까 저희가 들어간 거죠."

그러나 한국지엠의 인천, 제주, 창원 물류센터가 사라지면서 노동 강도는 더 높아진다. 전국 물량을 세종에서 다 처리해야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량만큼 사람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신규 채용 인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내수 쪽 직원이 한 40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수출 인원이 한 25명. 정규직 기사원들만 치면 20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2021년에 창원물류센터 없어지고, 그다음에 인천물류센터 통합됐잖아요. 그러면서 우리가 전국에 있는 물량을 다 하게 됐어요. 그러면 거기에 있던 130명은 아니더라도 최소 80명 정도는 신규 채용을 해야 노동 강도가 떨어질 텐데, 40명 정도만 신규채용해서 현재 인원 120명이 된 거죠. 최소 1.5에서 2배는 높아졌다고 봐야 되죠. 그런데 시키면 저희는 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희한테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없었지만요."

지엠부품물류지회의 설립과 집단해고

그리고 지난 7월 4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산하에 지엠부품물류지회가 설립된다. 임금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물류센터의 직영화, 정규직 전환, 근속 인정을 제시하며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그리고 파업과 소송 등을 이어간다.

"우진물류측의 여러 회유가 있고 나서 7월 4일 노조를 만들었어요. 이제 노조가 만들어졌으니 단협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7월 4일 이후에 12차례 15차례 정도 만났던 것 같아요. 10년차 된 사람들 위로금 등 소소한 것들은 다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기본급 인상을 이야기하면, 우진물류는 자기네는 권한이 없고 GM에 권한이 있다고 하고, GM에서는 우진물류한테 니네 회사니까 GM은 책임이 없다고 하고. 그래서 10월 22일 저희가 소송을 걸었습니다. 근로자 지위 확인, 정규직과의 차등 임금 문제 등으로요"

그렇게 나타난 '진짜 사장' 한국지엠은 노동자들에게는 '발탁 채용''바이아웃'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며 노동자를 갈라치기 하더니, 돌연 우진물류와는 계약을 종료한다. 한국지엠은 이미 대법원의 불법파견 인정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 발탁 채용: 법원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모든 인원을 일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기준에 따라 일부만 골라서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방식. 발탁 채용에 응하는 조건으로 "기존에 진행 중이던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 바이아웃: 기업의 경영권 인수 전략으로, 지분을 매입해 가치 상승 후 매각하는 방식. 노동 현장에서는 위로금을 주고 고용 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가리킨다.

불법파견이 인정된 경우 정규직 전환의 정당한 절차를 밟는 것이 당연하지만, 회사가 제시한 발탁채용은 공개 채용이 아닌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해고자를 채용에서 제외시키는 부당한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우진물류는 지난 11월 23일 폐업을 알리며 이들에 대한 집단해고를 통보했다. 사명은 바꿨지만 약 20년 정도 고용승계를 하던 관행이 깨졌다.

"이걸 요구하는 과정에서 저희는 해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회사가 폐업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왜냐하면 2023년부터 지금까지 회사 이름이 4번 바뀌었습니다. 범진, 우진, 세종, 테크노, 우진으로 말이죠. 그런데 한 번도 고용 승계를 안 한 적이 없어요. 회사명이 바뀔 때마다 우리한테 무조건 고용 승계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지엠에서 우진물류와 계약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한테 해고 통지서를 집으로, 메일로, 문자로 보냈죠. 이건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거죠. 물류센터가 한 군데밖에 없는데, 기존에 일하던 직원 120명을 자르고 물류를 멈추게 할 수 없잖아요"

이후 노조는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예정된 날짜는 다가왔고, 2025년 12월 31일 해고됐다. 그리고 매서운 한파에 맞서, 이들은 더 뜨겁게 싸우는 중이다.

집단해고 이후, 물류센터 기능의 마비

현재 세종 물류센터의 기능은 마비된 상태이다. 한국지엠의 2차 하청업체였던 정수유통이 세종 물류센터 업무를 이관받았지만, 정수유통은 120명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했고, 신규 채용에도 난관을 겪고 있다. 세종 물류센터는 한국지엠의 유일한 부품 공급 기지이기 때문에, 물류 기능의 마비가 미치는 영향은 연쇄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사태가 철수 시나리오에 포함된 게 아니라면, 이는 한국지엠의 경영진이 무능한 것이다.

한국지엠 공급사슬의 허브 역할을 하는 세종 물류센터를 재가동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집단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되는 것에 있다. 이는 노조의 요구가 관철된다는 조건이며, 이를 위해 폭넓은 사회적 연대가 구축되고 있다. 곳곳에서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 이 투쟁이 성공한다면, 지엠 노동자들은 '2028년'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지엠 부평공장 아카이빙 프로젝트 <모터타임즈>의 조사 과정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 노조 설립, 협상, 투쟁 과정에 대한 내용과 소식은 인스타그램 GM부품물류지회(@gmlogistic_union)와 GM부품물류투쟁승리공대위(@gmpartstrike) 인스타그램, 금속노조 보도자료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글 : 최혁규 (경인콜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