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추모와 투쟁, ‘뚜안’의 죽음이 불러온 국경 넘은 연대

멈추지 않는 추모와 투쟁, ‘뚜안’의 죽음이 불러온 국경 넘은 연대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국내외 시민사회의 연대는 이제 뚜안 씨 개인에 대한 추모를 넘어, 한국 정부 이주 정책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

2025년 12월 25일

[읽을거리]노동이주노동자, 베트남, 강제단속, 노동권

사진 출처: 사람이왔다 -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지난 10월 28일, 베트남 이주노동자 뚜안 씨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토끼몰이식 단속을 피하려다 차가운 바닥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흐른 지금, 그의 죽음은 일회성 사고로 잊히는 대신 이재명 정부의 반인권적 이주 정책을 폭로하는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

매주 수요일, 멈추지 않는 ‘사과’의 요구

뚜안 씨의 사망 직후부터 국내 이주노동자 연대 단체들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인천출입국사무소 앞은 1인 시위를 이어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채워진다. 이들은 뚜안 씨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미등록 이주민을 범죄자 취급하며 막다른 길로 몰아넣은 국가 폭력에 의한 ‘살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추모 집회와 연대 행동 역시 회를 거듭할수록 그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뚜안 씨를 기리며, 법무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살인적인 강제 추방 단속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12월 22일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고 뚜안 님을 추모하며 함께 동행하는 그리스도인 기도회
12월 22일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고 뚜안 님을 추모하며 함께 동행하는 그리스도인 기도회
지난 12월 23일 저녁, 서울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열린 투쟁 문화제
지난 12월 23일 저녁, 서울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열린 투쟁 문화제

대만과 일본으로부터의 연대 메시지

뚜안 씨의 죽음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11월 17일, 국경을 넘은 연대 소식이 전해졌다. 대만 이주노동자 권익네트워크(MENT)PCT노동관회센터(平安基金會所屬勞工關懷中心)는 각각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한국 정부의 폭력적인 단속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저임금 노동력으로만 취급하고 권리는 박탈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뚜안 씨의 죽음이 단지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자본과 국가에 의해 지워지는 이주민들의 보편적 인권 문제임을 확인한 것이다.

대만의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NGO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대만 이주노동자 권익네트워크(MENT)는 연대 성명을 통해 뚜안 씨의 사망이 "명백한 국가 폭력이고, 이미 예견된 참사"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지난 수년 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며 부당하고 폭력적인 단속을 반복해 왔다"고 상기했다.

대만 이주노동자 권익네트워크(MENT) 성명

  • "수년 동안 (한국)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며 부당하고 폭력적인 단속을 반복해 왔습니다. 단속 과정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 무리한 추격, 기본적인 인권 보장 절차의 부재는 시민사회로부터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 개선 대신 단속 인력을 늘리고, 강제추방을 기조로 하는 정책만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번 사망 사건은 이러한 구조적 폭력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이번 단속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베트남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그녀의 희생이 사회의 더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길 바랍니다. 이번 한국의 비극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진정한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상기시킵니다. “제도 개선” 대신 “고강도 단속”을 선택하는 정책은 더 많은 생명을 위험으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이는 정부의 직무유기입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에게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주노동자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정당하게 인정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PCT노동관회센터 연대 성명

  • "(……) 우리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촉구합니다.
    폭력적인 단속 활동의 즉각적인 중단. 추적, 단속, 협박을 수반하는 모든 단속은 이주 노동자를 극심한 위험에 빠뜨립니다. 정부는 징벌적 단속을 통해 이주 노동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표적 삼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국제 기준에 따른 노동권과 인권의 완전한 보호. 모든 사람의 생명권, 안전권, 그리고 공정한 노동 조건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서류 미비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이주 노동자도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됩니다.
    이주자 지위 정책 및 불만 제기 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 및 개혁. 여기에는 한국의 노동 보호 제도를 개선하고, "도망친" 이주 노동자를 자동적으로 공격적인 추적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정책을 수립하여 이주 노동자를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몰아가는 구조적 위험을 줄이는 것이 포함됩니다.
    이주 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가족과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는 개인입니다. 문제의 근원은 이주 노동자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에 있습니다. 한국의 이번 비극은 모든 아시아 국가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엄격한 단속"에만 의존하는 것은 더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뿐입니다.
    대만의 노동 단체로서, 우리는 과도한 단속에 반대하고 이주 노동자의 존엄성과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 노조와 함께합니다. 우리는 인도주의, 공정성, 그리고 존중에 기반한 이주 및 노동 정책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

11월 23일에는 일본의 노동권익단체 POSSE도 다음과 같은 연대 메시지을 전해왔다.

  • "저는 일본에서 노동 운동을 하는 NPO 법인 POSSE의 사무국장 오기타입니다. 이번 뚜안 씨의 죽음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가에 의한 강제적인 단속 도중 돌아가신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죽음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떤 국적이든, 어떤 체류 비자든, 어떤 사람이든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은 지켜져야만 합니다. 저희 NPO법인 POSSE에서도 이민 노동자에 국한하지 않고 고령자나 여성 등 다양한 노동자를 조직화하면서 산재나 과로사 등 노동자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죽음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자 합니다. 투쟁!"

용산의 추운 밤을 지키는 노숙농성, “끝까지 묻겠다”

11월 말 이래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의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영하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도 이들은 매일 점심마다 시민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다.

요구는 명확하다. 정부는 더 이상 이주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실적 쌓기식 단속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포괄적인 체류권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故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및 전국 이주인권·노동·시민사회 일동의 이름으로 전달된 요구사항(아래)

"첫째, 베트남 이주노동자 故뚜안 씨 사망에 대하여 정부는 공식 사과하여 주십시오. 뚜안 씨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인권을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의 이주민 정책이 여전히 구시대적 단속추방 정책을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부 합동단속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 한 故뚜안 씨의 죽음 앞에 정부가 사과를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합니다.

둘째,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대책위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하며, 진상조사에 따른 책임자 처벌을 하여 주십시오. 경찰은 하루빨리 수사결과(혹은 중간수사결과)를 유가족과 대책위에 발표하여야 합니다. 사망에 이르게 된 출입국 단속에 대해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故뚜안사망대책위 법률지원단/진상조사단과 정부의 공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합니다. 무리한 강제단속을 직접적으로 수행하고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대구출입국관리소장의 책임을 물어 사퇴 조치해야 합니다.

셋째,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제단속을 중단하고, 안정적인 체류 보장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해마다 죽음을 부르는 정부의 강제단속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단속 위주의 정책으로 정부가 말하는 소위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에 따른 숫자 반감은 달성할 수도 없다는 것은 지난 30여 년의 역사에서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는 잘못된 법제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고,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체류 보장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넷째, 故뚜안 씨 유가족에 대한 체류 보장과 지원을 하여 주십시오. 故뚜안 씨 유가족(부모)은 현재 안정적 체류비자 없이 한국에 체류중이십니다. 딸의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 해 계시면서도 딸이 왜,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가난한 것이 죄가 되는가, 생계를 위해 일을 한 것이 그렇게 큰 죄인지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故뚜안 씨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안정적 체류비자와 더불어 단속으로 인한 사망 피해자 가족이므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심리 안정 지원, 피해 구제를 위한 제반의 지원 등을 해야 합니다."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투쟁은 계속된다, ‘뚜안’의 이름으로

뚜안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이 됐지만,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매일 점심의 외침과 화요일 저녁의 집회, 그리고 용산의 노숙농성은 뚜안 씨가 남긴 마지막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이재명 정부의 폭압적이고 살인적인 대규모 강제추방 정책이 낳았다.

국내외 시민사회의 연대는 이제 뚜안 씨 개인에 대한 추모를 넘어, ‘미등록 이주민 제로’를 외치며 폭주하는 한국 정부의 이주 정책 전반에 맞서 싸우고 있다. 뚜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 연대의 대오는 오늘도 찬 바람이 몰아치는 용산의 거리 위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12월 23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고 뚜안 사망 사건 진상조사 중간보고회'
12월 23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고 뚜안 사망 사건 진상조사 중간보고회'
대통령실 앞 점심 선전전
대통령실 앞 점심 선전전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