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꿈은 지지 않았다! 평등을 향해 서로를 연결하는 발걸음 | 12·10 민중의행진

광장의 꿈은 지지 않았다! 평등을 향해 서로를 연결하는 발걸음 | 12·10 민중의행진

비상계엄 1년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이 열렸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뿐 아니라 민중의 삶을 억압하는 불평등을 끝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광장에 다시 모였다.

2025년 12월 31일

[읽을거리]사회운동계엄령, 불평등, 대중시위, 체제전환운동

2025년 12월 10일 저녁 7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78개의 사회운동 단체와 진보정당이 함께한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이 열렸다. 1년 전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뿐 아니라 민중의 삶을 억압하는 불평등을 끝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광장에 다시 모인 것이다.

윤석열 파면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광장에서 함께 외쳤던 새 세상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퇴진을 넘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 공공성 든든한 나라, 진보 정치 빛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 속에 700여 명의 시민들이 광장을 채웠다.

집회는 모두에게 열린 광장을 만들기 위한 평등약속 낭독으로 시작됐다. 내란 이후 새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는 빛의 혁명을 말하고 있지만, 광장에서 분출된 민중의 열망은 외면하거나 납작하게 재현하고 있다. 집회 발언자들은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불평등의 현실을 공유했다.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무지개행동 공동대표이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인 박한희 활동가는 “지난겨울 우리가 외쳤던 것은 단지 정권 교체가 아니라 나이와 장애, 성별과 인종에 따른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였음을 상기 시켰다. 그는 “차별금지법 제정이야말로 민생을 지키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경쟁과 불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혐오 정치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짚었다. 이러한 “혐오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평등을 향한 행진을 멈출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작구 아트하우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강다영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왜 위험한 선택을 했느냐’는 비난을 받지만, 실제로는 높은 월세와 부족한 공공임대속에서 청년들이 떠밀리듯 전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다영 위원장은 “전세사기를 개인의 실수가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안전한 집에서 존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요구하는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루니 활동가는 “현 정부가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를 주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명 광장에는 응원봉과 무지개 깃발이 함께 있었지만, 조기 대선 대통령 선거 공보물에는 응원봉만 남고 무지개는 사라졌다. 루니 활동가는 “필요할 때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실제 여성과 성소수자의 삶과 목소리는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며 “누구도 지워지지 않는 사회를 향해 계속해서 함께 빛을 들겠다”고 말했다.

기후 부정의에 맞서는 투쟁 당사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영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은 지난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로서 발언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태안화력발전소와 장례식을 오가며 발전소 현장에 만연한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불법파견 철폐를 위한 김충현 협의체에서의 의제별 협의가 현재까지도 진전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 지회장은 대통령실 앞 농성장에서 마주한 섬지역 발전소 해고 노동자, 제주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 청와대 미화·조경·보안·안내 노동자들, 국민건강보험 콜센터 노동자들 모두 처지가 같았고 말했다.

“정부는 여러 매체를 통해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지지 못했고, 이를 비상계엄을 이겨낸 우리의 힘으로 바꿔냅시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구중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는 신공항 건설의 문제를 짚었다. “대부분의 공항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0개의 신공항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규 추진 공항의 입지는 대부분 철새도래지에 자리 잡고 있어 조류 충돌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는 “새들에게도 위험천만, 사람에게도 위험천만한 기후정의 역행하는 신공항 계획을 멈추고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진보정당들의 발언에서는 사회대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노동당 고유미 공동대표는 우리가 직접 사회적 요구를 만들고 제도를 바꿔온 주체임을 상기시키며, “노동이 존엄한 세상을 향한 설득과 실천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녹색당 상현 공동대표는 재벌 특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반대와 새만금, 가덕도, 제주도의 신공항 반대 투쟁에 맞서 싸워온 지역에서의 풀뿌리 운동을 언급하며, “사회공공성이 강화된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외쳤다. 정의당 문정은 부대표는 빛의 혁명을 계승했다는 이재명 정부가 실제로는 부자에게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서민들에게는 물가 폭등이라는 고통을 안기고 있다며 “진정한 사회대개혁 없이는 민주주의도 완성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 사회에서 커지는 혐오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의 발언도 함께 했다. 이춘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는 “새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정부에서도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을 부르는 폭력적인 단속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지난 10월 28일 베트남 이주노동자이자 유학생이었던 뚜안님이 사망한 이후 41일이 지났지만, 대통령, 법무부 장관, 대구 출입국 소장 누구도 유족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고 공장 폭력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국가가 폭력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법무부가 적법이라 주장해 온 살인적 단속으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30여 명이 넘는다”며 “더 이상 국가가 만든 잘못된 제도 아래 이주민을 불법으로 낙인찍고 단속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용납돼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홈리스행동의 박용수 회원은 “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으로 나섰지만, 서울역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홈리스는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 돈을 벌기 위한 공간으로 변하며 홈리스를 추방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존엄과 평등을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선언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지난겨울 여의도와 광화문, 남태령과 한남동 등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 투쟁의 기억을 되새기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혐오가 아닌 평등을, 빈곤과 불평등 해소로 진짜 민주주의를 앞당기자는 다짐을 다시 확인했다. 이어진 행진에서는 불법 계엄을 해제시킨 민중의 힘과 다양성과 연대로 빛난 광장의 힘으로 더 큰 민주주의와 더 넓은 평등을 만들자고 외치며 서울 도심을 걸었다.

플랫폼C 민희 활동가와 HIV/AIDS인권행동 알의 소주 활동가가 공동 사회를 맡아 진행된 행진은 활력이 넘쳤다. 행진 도중에는 남태령과 한강진에서 농민들과의 연대했던 경험, 그리고 퀴어 퍼레이드에 농민들의 직접 재배한 오이와 복숭아로 연대에 화답했던 기억을 전한 시민 당근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어서 무단 공학 전환에 저항하는 동덕여대 재학생이 발언에 나섰다. 그는 “일주일 전 12월 3일, 김명애 총장이 2029년부터 동덕여대를 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또 하나의 계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학생 2천여 명이 모여 학생총회를 열고 공학 전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발혔음에도 학교 측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의사 전달을 위해 다시 진행한 투표에서도 3,470명이 참여해 86%가 공학 전환에 반대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이를 일부 의견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는 연대를 호소하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살 수 있을 때까지 광장에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참가단은 명동 세종호텔 농성장까지 행진했다. 고진수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정리해고 이후 4년째 이어지고 있는 투쟁을 언급하며, “노동자는 장시간 최저 임금으로 착취하고 자본가의 이윤만을 불리는 구조 속에 우리가 과연 진짜 민주주의를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되물었다. 그는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10년 동안 대통령을 두 번이나 끌어내린 현실 속에서도 민주주의는 허울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야말로 모든 차별에 맞서 싸우는 주체라며, 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해 함께 싸우고 끝까지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차별과 배제를 통해 지배를 유지하는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외치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 공공성 든든한 나라, 진보 정치 빛나는 나라’는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미래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자본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현재 체제를 우리 손으로 함께 바꿀 때 가능할 것이다. 자본의 탐욕으로 유지되는 현재의 체제는 우리가 함께 바꿀 때만 변화할 수 있으며, 매몰되지 않고 더 용감하게 행동하고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날 집회는 세상을 바꿀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내가 지킨 민주주의가 나를 지키는 사회로 나아가자던 광장의 꿈은 지지 않았다”는 선언문의 문구처럼, 평등을 위한 실천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다짐을 함께했다.

글 : 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