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죽음에 사과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라
2025년 9월 17일
2024년 9월 15일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직장내 괴롭힘의 고통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다. 선배 기상캐스터의 인격 모독, 폭언, 공격적 언행, 비난 등으로 인해 3년간 고통스러워했고, 유서에는 이런 말들을 남겼다.
“등 벌어질 듯 아픈 것도 명치 찢어질 것 같은 것도 지긋지긋해”
“사는 게 너무 너무 피곤합니다”
2021년 5월 3일 MBC에 입사해 3년 4개월 동안 일했던 그녀는 친구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MBC 기상캐스터가 됐을 때”라고 말했다. 꿈을 이뤄 행복했지만 '직장내 괴롭힘'으로 좌절했고, 공채로 입사했지만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사내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MBC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위계에 의한 괴롭힘이 발생했지만 고인은 MBC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모순된 결과를 내놓았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로 '면죄부'를 받은 MBC는 사망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오요안나 씨가 “MBC 노동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님이 MBC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9월 17일 현재 단식 10일차가 되었다. 어머니는 MBC의 공식적인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비정규직 전수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방송현장에서 제2,3의 오요안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하지만 MBC는 9월 15일 유가족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를 발표하고 ‘기상기후 전문가’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연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하며,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일하고 있는 기상캐스터들이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으로 유가족의 요구와 완전히 배치되어 기만적이다.
직장내 괴롭힘을 겪었지만 사내에서 보호 받지 못했던 오요안나 씨의 삶은 방송현장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어떻게 권리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지 보여준다.
전국의 공영‧민영 할 것 없이 모든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비정규직 고용을 남발하고 있고, 실제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없으면 방송이 불가능할 정도로 프리랜서들이 핵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미디어 현장에서 정규직과 프리랜서 간 차이는 업무내용이나 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조직의 내부와 외부라는 선을 그어 놓고 만드는 신분의 차이일 뿐이다.
방송사들은 공고한 신분제를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들끼리 싸우게 했다.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프리랜서이니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고용의 책임이 없다’며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 고인의 유서와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의 1년 치 급여는 1600만원에 불과했고, 새벽방송을 위해 숙직실에서 3개월을 지내야 했다. 이런 사실은 방송 비정규직들의 저임금, 열악한 노동 환경, 불안정한 고용의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음을 재확인시켜 줬다.
또한 방송사들은 날씨 예보를 하는 기상캐스터 직무를 비정 규직, 프리랜서로만 채용한다. 이 업무를 전문영역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나이, 외모, 착장 등을 기준으로 기상캐스터를 평가하고 여성은 젊어야 한다는 저급한 인식 속에 소모품처럼 취급했다.
방송현장의 많은 노동자들은 방송일이 꿈이었다고, 하고 싶은 일이었다고 말한다. 꿈과 희망을 찾아 방송계로 왔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언젠가 찾아올 희망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남거나 버티다 버티다 결국 현실을 등진 채 떠날 수 밖에 없는 곳이 방송 미디어 현장이다.
오요안나 씨의 죽음은 그러한 산업 현장에서 방송사가 수십 년간 비용 절감, 노동법 적용 회피 등을 위해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뿌리 깊은 신분상 위계와 서열, 차별과 불평등을 고착화하면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요안나 씨 어머니의 단식 농성은 방송 현장의 구조적 착취와 차별의 문제를 다시 드러낸다. 이는 '무늬만 프리랜서'인 비정규직 양산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정의와 공정방송을 외쳐왔던 MBC가 이제는 내부 문제를 직시하며 성찰하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의 연대와 관심을 호소한다.

글 :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