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 부패스캔들이 촉발한 정권 퇴진 시위와 민주주의

몽골 | 부패스캔들이 촉발한 정권 퇴진 시위와 민주주의

지난 5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벌어진 대중 시위는 청년 시민들이 주도했고, 정부 관료들의 부패, 대기오염, 실업, 빈곤, 세금 등의 문제들을 제기했다.

2025년 8월 11일

[동아시아]몽골대중시위, 몽골, 석탄, 부정부패

지난 5월 14일, 몽골 시위는 총리 오윤-에르덴(Luvsannamsrain Oyun-Erdene)과 그의 아들 테무렌(Temüülen)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인해 촉발됐다. 특히 오윤-에르덴의 아들과 약혼한 여성이 자신이 받은 값비싼 선물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한 것이 논란을 증폭시켰다.

헬리콥터 탑승, 명품 가방, 고가 반지, 럭셔리 차량 등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국가에서 정한 총리 월급으로는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별다른 수입이 없는 아들이 어떻게 그런 사치품을 살 수 있었는지 대중의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몽골 시민들은 수도 울란바토르의 수흐바타르 광장에 모여 정부 내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저항

시위는 리베르테 청년당(Erkh Chölöönii Evsel Nam)에 의해 시작됐고, 이후에는 청년 시민들에 의해 주도됐다. 오윤-에르덴이 속한 여당의 부패를 비롯해 정부 관료들의 부패, 대기오염, 실업, 빈곤, 세금 등의 문제들도 제기됐다.

많은 청년들이 수흐바타르 광장에 평화롭게 모여 시위를 시작했다. 그들은 오윤-에르덴이 모은 돈의 투명성과 그 사용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들의 불만에 대한 오윤-에르덴 총리의 임기응변식 답변은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회피적이고 권력 유지에 급급한 것으로 비춰졌다.

시위 발생 후 첫 번째 주에는 지속적인 평화 시위가 이어졌다. 청년들은 “사임은 쉽다” 등을 외치며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했다. 그리고 시위 발생 일주일째인 5월 20일, 가장 많은 수의 시민들이 광장에 모이자 사태는 급변했다. 이튿날인 21일, 몽골인민당(MPP)은 연정 파트너인 민주당(DP)을 축출해 연정이 붕괴됐다.

22일, 광장에서 “투명성, 부패 근절, 청렴 정치” 등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화됐고, 5일 후 오윤-에르덴은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6월 3일, 오윤-에르덴은 불신임 투표에서 패배한 후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한계

몽골 민중은 대중 시위를 통해 오윤-에르덴 전 총리의 사임을 압박했지만, 이는 마찬가지로 부패 문제로 의심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잔다르샤타르로의 총리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신임 잔다르샤타르 총리에 대한 후랄 내부의 논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임 잔다르샤타르 총리는 오윤-에르덴처럼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친인척은 없지만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그 역시 정부 자금 횡령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후랄은 잔다르샤타르가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총리로 선출했다.

  • 💬잔다르샤타르 : 전 외무부 장관으로, 쿠랄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현재 정부 내 부패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진 않지만, 청년들은 그를 정부 내 주요 부패의 일부일 수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간주하며 회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까지 청년들은 오윤-에르덴의 사임에 만족하고 있지만, 많은 정치인들도 정부 자금 횡령에 연루되어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큰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몽골 내 반부패국은 여전히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조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몽골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부패한 일들을 벌여왔는지 보여 주었다. 이 때문에 몽골 후랄(의회) 내 민주주의와 부패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2022년 말의 석탄 광산 부패 스캔들 이후, 몽골에서는 조사위원회 구성과 공청회 개최, 광물 거래소 도입과 투명성 강화, 형법 개정 및 광물 관련 법률 개정으로 처벌 강화, 자산 몰수 확대 등 조치들을 실시한 바 있다. 국영 석탄 채굴·수출 기업인 에트르데네스 타반 톨고이(Erdenes Tavan Tolgoi)는 디지털 투명성 플랫폼 ‘Glass’를 도입해 정부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시민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집권당 몽골인민당(MPP) 역시 당헌당규에 ‘부패 혐의 유죄 판결시 당원 자격 박탈’ 조항 진설, 당원 내부 윤리 교육 강화와 소통 확대, 당 재정 공개 등을 추진했다.

  • 💬몽골인민당 : 시위는 몽골인민당이 연정에서 민주당(DP)을 제명하자 더 격렬해졌다. MPP의 DP 제명 결정이 위헌이며 쿠랄(또는 집권 연립정부)의 존재 자체가 위헌으로 간주되면서 분노가 촉발됐다. 당시 국민들은 쿠랄 내 정당들이 헌법을 준수하고 쿠랄을 해산하고 새로운 쿠랄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나기인 쿠렐수흐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6년 단임만 허용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긴장된 정치 상황을 악용해 연임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받았다.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미켈슨 연구소(CMI) 산하 U4 부패방지 자원센터의 ‘몽골의 전략적 광물 관리의 부패와 개혁’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집행과 조정이 부족해 효과가 한정적이었다는 지적, ‘관행적 부패’와 정치 엘리트 중심의 연고주의 네트워크를 개혁하기엔 미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몽골 증권거래소 자료
몽골 증권거래소 자료

몽골 경제에서 석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출의 58%(2023년 기준), 전체 광물 자원 수출의 비중은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전체 GDP 중 광업이 거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 2025년 상반기 석탄 수출 금액은 약 1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이런 막대한 감소가 총 수출은 14% 감소로 이어져 몽골 경제와 정부 재정을 크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부한 자원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작용는 역설(자원의 저주)은 이에 따른 자국 통화가치 연동성 문제로 얽혀 답을 찾기 어려운 모순으로 이어져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과 공공성 강화 등 다양한 논의와 계획이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몽골 민중들은 이 과정에서 엘리트 정치인들이 정보공개 등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정부를 운용할 것, 나아가 불평등과 공공서비스 부족,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 : 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