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생태문명'이란 무엇인가?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생태문명'이란 무엇인가?

'생태문명'은 단순히 환경적 개념이 아니다. 이는 계획, 통제, 기술 혁신 및 문명적 야망을 결합한 변화하는 윤곽을 가진 녹색 거버넌스의 한 형태다.

2025년 8월 28일

[동아시아]중국대륙중국, 그린뉴딜, 중국공산당, 시진핑, 기후위기

브뤼셀자유대학교 박사후 연구원인 비르지니 아랑트가 <더 컨버세이션>에 쓴 「Qu’est-ce que la «civilisation écologique» que revendique le pouvoir chinois?」을 번역해 소개한다. 이 글은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생태문명’라는 구호가 시민 중심이나 운동 중심의 생태학과 거리가 멀고, 개발의 ‘녹색화’를 약속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자본과 정부가 환경과 생태의 이름으로 성장을 추진하는 한국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다. 주석은 역자가 달았다.

2007년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생태문명’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측면에서 탈탄소화를 바라본다면, 미국이 후퇴하는 동안 중국은 전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진은 과연 어떤 생태를 향한 것일까?

2025년 4월 23일,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 주재로 개최된 기후와 공정한 전환에 관한 정상회의에서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체제를 수호하고, 녹색·저탄소 발전의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고집하는 강대국들”을 비판했다.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두 번째로 탈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은 스스로를 녹색전환의 중심 주체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며, ‘생태문명’을 자국 발전의 새로운 나침반으로 삼고 있다.

  • 파리협정은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조약이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국제사회가 이행 여부를 공동 검증하는 것이 협정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공식 연설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 표현 뒤에는 과연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이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실제로 높아졌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생태, 발전, 통치를 긴밀히 연결한 전략적 비전의 표현일까? 오늘날 중국 권력의 핵심 기조 중 하나가 된 이 개념을 되짚어본다.

환경 비상 사태에서 탄생한 개념

‘생태문명’이라는 개념은 2007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 처음으로 중국공산당(CCP)의 담론에 등장했다. 당시 이 개념은 아직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미 매우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다. 바로 중국이 직면한 전례 없는 환경 위기다.

실제로 중국의 주요 하천 중 60% 이상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으며, 도시 하천의 90%가 오염됐고,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암 마을’이라 불리는 지역이 점점 늘고 있으며, 댐·소각장·화학단지 건설에 대한 반대 운동도 당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013년에는 중국공산당의 한 고위 간부가 환경 문제가 ‘군중 사건’—즉 집단 항의 시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중앙정부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 암 마을 | 암 환자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평균보다 높은 마을을 의미한다. 수질 오염 등 환경 파괴가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정부는 암 마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환경보호부는 2013년 한 보고서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암 마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중국국가암등록소의 천완칭 부국장은 환경보호부의 인정이 실수라고 말했고 환경보호부는 징계를 받았다. <가디언>의 2013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언론‧학계‧ 시민단체는 칭하이성과 티베트를 제외한 중국 전역의 암 마을이 459개라고 추정한다.

중국환경과학회(中国环境科学) 부회장인 양차오페이(杨朝飞)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1년까지 환경 관련 갈등은 매년 29%씩 증가했다. 이후 정부는 관련 통계 공개를 중단했지만, 칭화대학교의 쑨리핑(孙立平) 교수는 2010년에만 약 18만 건의 시위가 발생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환경 문제와 관련돼 있었다고 추정한다.

2012년에 발생한 환경오염 항의 시위
2012년에 발생한 환경오염 항의 시위

국가적 프로젝트로 위기를 전환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태문명’이라는 개념은 갑작스러운 윤리적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생태적 위기에 대한 정치적 대응 시도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가 발행하는 영문 관영지 <차이나 데일리>는 2007년부터 이 개념이 단순한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동안 주변적인 개념에 머물러 있던 ‘생태문명’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요해졌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을 이끈 후진타오 주석이 ‘생태문명’을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발전과 함께 당의 5대 주요 전략 과제 중 하나로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이 진정으로 통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의 후임자이자 현재까지 집권 중인 시진핑 주석 아래에서다.

이 개념은 2015년 제13차 5개년 계획에 포함됐고, 2017년 제19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는 전략적 목표로 격상됐으며, 2018년에는 헌법에까지 명문화됐다.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한 생태학

시진핑은 ‘생태문명’을 중국 현대화 과정의 역사적 연속선상에 위치시킨다. 마오쩌둥은 농업문명에서 산업문명으로의 전환을 이끌었고,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중국을 이끈 덩샤오핑은 물질문명을 정착시켰으며, 이제 자신은 생태문명을 책임지고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생태’는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을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재생에너지, 첨단 녹색기술, 이른바 ‘청정산업’, 실험구역, 스마트도시 등이다. 중국은 경제 발전, 사회 안정, 국제적 영향력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녹색강국이 되기를 원한다.

구체적으로 이 전략은 대규모 녹색인프라 투자로 이어졌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357GW 규모로 새롭게 설치하며 신기록을 세웠고, 2030년까지 목표로 했던 1,200GW를 무려 6년 앞서 달성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장세 달성은 태양광 분야에서 연간 45%, 풍력에서는 18%의 증가율을 보인 결과다.

  • 설비 용량은 이론상 낼 수 있는 최대 전력 출력으로 일정 기간 실제로 생산된 전기 총량을 뜻하는 발전량과 다르다.

이러한 에너지 확장은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상쇄해주었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체적으로는 연간 0.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10개월 연속으로 전년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에너지 확장은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상쇄해주었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체적으로는 연간 0.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10개월 연속으로 전년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반등은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과 이례적인 수요 증가 때문인데, 특히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수력 발전이 차질을 빚으면서 석탄 사용이 늘어난 것이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뒤에는 또 다른 현실이 숨겨져 있다. 중국의 기후 대응 노력은 기술 중심적이며, 분배 측면에서는 미흡하고, 석탄이나 화학산업과 같은 중공업 중심의 산업 논리에 여전히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2021년에 출범한 국가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는 적용 대상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이미 세계 최대 규모다. 2024년,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거의 60%를 차지했다. 또한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 75%를 생산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2024년에 이미 탄소 배출 정점을 찍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당국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2030년 이전’에 정점에 도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그 계획을 바꿀 뜻을 밝힌 적이 없다.

시진핑은 2025년 ‘공정한 전환’에 관한 연설에서 기후 전환, 불평등 해소, 글로벌 리더십을 하나로 연결지었다. 이 연설을 통해 ‘생태문명’은 단지 공공정책의 목표를 넘어서, 당의 역사적 궤적에 통합된 문명적 프로젝트로 자리매김됐고, 지속가능한 현대화를 향한 중국적 경로로 제시됐다.

오늘날의 ‘생태문명’ 이해하기

오늘날 ‘생태문명’은 시진핑(習近平) 체제하에서 중국 정권의 이념적 토대에 깊숙이 통합돼 있다. 이 용어는 다소 추상적이고 심지어 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생태문명’은 공공정책, 개발 계획, 외교 담론, 그리고 당의 이론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이것은 시민 중심이나 운동 중심의 생태학, 더 나아가 참여형 생태학이 아니다. 중국식 ‘생태문명’은 전적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중앙집중적이고 계획적이며 위계적인 녹색전환을 제시한다. 이는 생산 중심적인 발전의 근본 구조를 바꾸거나 당의 독점 권력을 흔들지 않으면서, 개발의 ‘녹색화’를 약속하는 것이다. 즉, 단절 없는 위로부터의 전환이다. 이 안에서 자연은 전략적 자원, 가치화할 수 있는 자본, 그리고 국가 권력과 축적의 수단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틀 안에서 환경 보호는 발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을 재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핵심 구호는 ‘덜 생산하라’가 아니라 ‘다르게 생산하라’다. 녹색기술, ‘모범 구역’, 스마트 시티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이며, 당국이 생태적 현대성의 실험실로 설계한 신도시 숑안신구(雄安新区)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재편은 생태적 용어를 통합하면서도 생산 중심의 논리를 그대로 유지한다.

숑안신구
숑안신구

이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논평할 수는 있지만, 공식 문서들에는 ‘생태문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단일하고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권력에 가까운 언론이나 대중화된 설명서들은 여러 차례 개념을 명확히 하려고 시도했다. 2018년, 관영 매체에 실린 한 기사는 생태문명을 산업문명에 뒤이은 윤리적·문화적 단계로 제시했다. 생태문명은 인간과 자연, 사회 간의 조화를 기반으로 하며, 삶의 방식·생산 방식·통치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 비전은 단지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성을 지향하지만, 그 출발점은 명백히 중국이라는 국가의 맥락에서 정의된다.

최근 연설에서 시진핑은 생태문명이 인류 역사에서 네 번째로 중요한 대전환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원시문명, 농업문명, 산업문명에 이은 문명으로, 산업화가 초래한 전 지구적 생태 위기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문명은 산업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장기적인 생태적 논리 속에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그는 말한다.

공식 담론에서 이러한 전환은 현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적 기여로 제시된다. 시진핑은 자연을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나 수동적인 자원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독립된 생산력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널리 알려진 “맑은 물과 푸른 산이 바로 금산이고 은산(绿水青山就是金山银山)”이라는 구호는,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의 생태적 가치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 绿水青山就是金山银山 | “맑고 푸른 자연환경은 금과 은 같은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제안한 시진핑 생태문명사상의 8대 원칙 중 하나다. 2005년 8월 15일, 당시 절강성 당위원회 서기이던 시진핑이 안지현 톈황핑진 위춘 회의실에서 처음 한 말로 알려졌다.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2012년 이후, 중국 관료들은 이 구호를 다양한 맥락에서 언급했다.
"맑은 물과 푸른 산은 금은의 산이다"
"맑은 물과 푸른 산은 금은의 산이다"

부는 더 이상 인간의 생산 활동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자연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또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개발되지 않은 숲, 깨끗한 강, 균형 잡힌 생태계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중국의 녹색금융, 환경 회계, 탄소 시장 담론 전반에 스며들어 있으며, 이들은 공공정책에서 점점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에는 판다 보호구역이나 하이난 열대우림과 같은 국립공원을 포함한 국가공원 네트워크가 도입됐다. 이는 생명체를 생태적·경제적·상징적 자본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가 주도의, 유동적 경계의 생태학

‘생태문명’은 단지 여러 환경 개념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계획·통제·기술혁신·문명적 야망이 뒤섞인 유동적인 형태의 녹색통치 방식이다. 이 개념은 중앙집중식 관리, 국가적 위상에 대한 서사, 그리고 지정학적 야망을 결합하고 있다.

‘생태문명’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약속이자, 서구 모델에 맞서기 위한 ‘녹색주권’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미래는, 그리고 세계적인 생태 전환의 미래는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에 달려 있다. 발전 모델의 근본을 바꾸지 않고, 그 표면만 바꾸는 것으로 얼마나 ‘녹색화’할 수 있는가?

이 기사는 원래 프랑스어로 작성됐고,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글 : 버지니 아란테스 | 박사후 연구원 - China CoREF Project, CNRS/EHESS (CECMC), 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ULB)

번역 : 김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