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 유령농장에서의 착취로 만들어진 스타벅스 커피원두
2025년 7월 14일
지난 2024년 12월 비영리 민간조직인 중국노동감시단(China Labor Watch, CLW)과 커피 감시단(Coffee Watch)이 중국 윈난성의 한 커피농장에 대한 공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조사원들이 윈난성 커피 농장 세 곳을 직접 방문하여 커피 농민, 그들의 가족, 학교 교사 등 66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이 지역 커피농장들의 적나라한 노동실태를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네슬레의 중국 내 공급망에 속한 커피 농장들은 다국적 기업의 윤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때로는 아동을 노동자로 고용하고, 과도한 근무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며, 안전 기준도 허술하게 적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네슬레 공급망에 속한 26개 농장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다국적 대기업들이 중국 내 노동 기준을 감시하는 데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다.

우리에게는 보이차 생산지나 차마고도 등으로 알려진 윈난성 지역은 중국 내 커피 생산의 98%를 차지하는 커피 생산지이기도 하다. 글로벌 커피기업인 스타벅스와 네슬레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커피 원두 공급처 중 하나로 윈난성을 택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원들은 윈난성의 한 커피농장에서 어린이들이 커피 수확 및 선별 작업에 동원되는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특히 학교 방학 기간 중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농장들에서 미성년자 어린이가 농약에 노출된 채로 작업하는 등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상 ‘아동노동 착취’에 해당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어린이들은 방학 기간 동안 커피 따기나 결함이 있는 콩 분류와 같은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위험 작업’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국제 노동기구(ILO)는 농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아동노동을 “유해한 아동노동(hazardous child labor)”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사원들이 직접 관찰한 2건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일하고 있었고, 이 노동자들은 자신이 수확한 커피의 무게에 따라 수당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노동강도는 심각한 상태였다. 대체로 하루 80~200위안(한화 1만5천원~3만8천원)을 벌어 윈난성의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이와 같은 아동노동은 저임금, 과도하게 긴 노동시간, 유급 휴가와 의료보험의 부재, 보호 장비 미지급 등 다른 노동 침해와 함께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커피 수확기에 노동자들은 주 7일 내내 노동시간이나 연장 근무에 대한 법적 제한을 초과해 일했다. 법정 휴일이나 질병, 휴가에 대한 보상도 없어 소득과 휴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안전 장비조차 제공되지 않아 많은 일하다가 생긴 상처나 벌레 물림, 농약에 쉽게 노출됐다.
이런 노동실태는 대규모 인증 농장이 소규모, 규제되지 않은 ‘유령 농장(ghost farm)’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기반으로 했다. 여기서 ‘유령 농장’은 공식적으로 인증받지 않은 소규모 가족 운영 농장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대규모 인증 농장이나 협동조합에 비공식적으로 커피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처럼 비공식적인 조달 방식은 비윤리적으로 생산된 커피가 “윤리적으로 공급된 것처럼” 위장해 세계 시장으로 ‘커피 세탁(coffee laundering)’된다. 이는 스타벅스와 네슬레가 자체적으로 만든 ‘윤리적 공급망 인증제도’인 C.A.F.E. Practices와 4C 뿐만 아니라, 중국 노동법도 위반하는 것이다. 유령농장에서는 저임금, 과도한 노동 시간, 유급 휴가 및 의료 보험 부재, 보호 장비 미지급 등 다양한 노동권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연구보고서 결과에 대해 스타벅스와 네슬레 양측은 한편으로는 추가적인 조사를 약속하면서도,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공급업체 준수 요건의 존재를 강조했다. 네슬레 측은 “공급업체가 현지 법규 및 책임 있는 조달 요건을 준수해야” 하며, “이는 불시 방문 및 제3자 모니터링을 통해 시행된다”고 언급했다. 스타벅스 역시 “공급업체 계약이 모든 농장이 커피 생산 및 구매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보고서에 언급된 비공식 공급 협약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사는 모두 “구체적인 위반 사항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현재의 커피 조달 모델이 스타벅스와 네슬레가 이윤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인증 농장들에게 착취적인 노동 조건을 전가하여 윤리적 조달이라는 명목 하에 책임을 회피하고 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인증제도가 일종의 구실로서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 같은 착취적 구조는 지역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특히 소수민족과 가난한 농가에 속한 어린이들과 여성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 보고서는 ‘인증 마크’로 위장된 커피마저 착취로 생산된 것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윈난성의 유령 농장에서 생산되는 커피 원두에서 시작된 공급망의 착취를 멈추기 위해, 우리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 기업들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계속해서 드러내야 한다.

글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