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화력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 우리는 무엇을 반복하고 있는가
2025년 6월 3일
2025년 6월 2일, 한국서부발전(주)이 운영하는 충남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또 한 명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김충현 씨가 숨졌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6년 5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발전소 현장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또 죽었다”는 탄식은 이 사회의 습관이 되어버렸고, 산업재해는 일상이 되었다.
6월 3일,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한국 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죽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왜 이 비극이 반복되는지 명확히 하기 위함이었다. 유족과 노동조합, 정치권,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였다. 고 김충현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절규했다. “서부발전이 또 죽였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문장이 거듭 외쳐졌다.

서부발전, 위험을 외주화하고 죽음을 반복하다
고 김충현 씨는 한전KPS의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발전소 정비업무는 한전KPS가 서부발전으로부터 위탁받았고, 그 일은 다시 소규모 하청업체로 흘러갔다. 공공기관이 던져준 일감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하청업체들이 난립했다. 4명, 10명 규모의 하청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노동자들은 하청의 하청, 비정규직의 비정규직으로 쪼개지고 찢어졌다.
사고 당시 고 김충현 씨는 혼자서 일하고 있었다. 6년 전 김용균 씨와 같은 상황이었다. 위험한 기계 앞에, 동료도 없이, 구조 요청도 불가능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기계를 멈춰줄 사람도 없었다. 죽음을 알린 것은 사람의 비명이 아니라 기계음뿐 이었다. 이윤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인력 충원을 금지시킨 것은 서부발전이었다. 구조는 노동자를 고립시키고, 그 틈에서 죽음은 예고 없이 반복된다.
소리도, 사람도 닿지 않는 공간에서 기계음 속에 그는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대책위는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인력 충원을 중단하라는 원청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의 대상이 된 것은 노동자의 생명이었다. 죽음을 알린 것은 ‘끼이익’ 소리 하나였고, 그를 찾은 건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유희종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장은 “이 사고는 우연이 아닙니다. 약속을 저버린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구조적 무책임이 낳은 필연적 비극입니다”라고 지적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안전한 일터”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고,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요원하며, 오히려 하청과 재하청의 굴레 속에서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의 약속 파기가 이 비극을 일으켰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원청 책임 명확화, 노동자 고용 안정과 안전한 노동 환경 보장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은 “서부발전과 한전KPS는 책임을 외주에 미루는 구조를 유지하며 반성과 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구조 개혁임을 강조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역할을 했다면 이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며, “반복되는 죽음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의 무능이자 의지의 부재”라고 말했다. 서부발전과 한전KPS는 이번에도 “업무지시 없는 작업이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2018년 김용균 사건 당시와 똑같은 수법이다.

“영정사진만 바뀌었다” 같은 자리, 같은 분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는 2018년 12월 아들의 빈소가 있었던 그 자리에 다시 서서 “7년 전 아들 빈소 옆에 오늘 다시 차려진 빈소에서 유족의 기막힌 울음소리에 저를 보는 것 같아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서부발전, 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또 아까운 생명을 잡아먹었습니까?”라고 말하며 서부발전 사측의 무책임함을 규탄했다.
그녀는 발전소 폐쇄를 이유로 미리 인원을 줄이고, 2인 1조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측이 여전히 개인 책임을 운운하며 사고를 덮으려는 것을 비판했다. “그때 책임자 처벌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대가가 다시 생명을 앗아갔다”고 강조하며, 대선 후보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고, 생명을 우선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는 “정권이 바뀌어도 구조가 그대로면 죽음은 반복된다”며,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태안화력발전소”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금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 건법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며,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지회장은 “김충현 동지는 누구보다 숙련된 기술자였고, 현장을 사랑한 노동자였다”며, “작은 사업장 안에서 버텨온 그의 죽음이 억울하게 왜곡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인 1조만 지켜졌어도, 사고 당시 기계에 말려 들어갈 때 버튼 하나만 누를 수 있었어도 살릴 수 있었다”고 단언했다. 김 지회장은 “발전소 폐쇄를 핑계로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았고, 이 구조적 방치가 참사로 이어졌다”며, “정규직화와 구조 개선 없이는 억울한 죽음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버튼 하나만 눌러줬어도 살릴 수 있었다”
대책위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요구를 발표했다.
- 첫째,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족과 노조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원·하청의 공식 사과와 배상, 동료 노동자의 트라우마 치유 및 생계 대책을 마련하라. - 둘째, 정규직화. 한전KPS 하청노동자의 직접고용과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사항을 즉각 이행하라.
- 셋째, 2인 1조 원칙의 법제화와 인력 충원. 발전소 폐쇄를 앞세운 인력 감축을 멈추고, 현장 안전을 우선시하라.
- 넷째, 정의로운 전환. 발전소 전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총고용 보장,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라.
죽음을 반복하는 사회는 결코 발전이 아니다. 6년 전과 똑같은 구호, 똑같은 회피, 똑같은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이윤이 우선되는 구조는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것이다.

글 : 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