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와 시민 함께 '정의로운 전환' 외쳐 | 5월 31일 행진
2025년 6월 6일
지난 5월 31일(토) 오후 2시, 충청남도 태안과 경상남도 창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동시에 개최됐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2천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두 지역에서 열린 이번 집회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 이라는 요구를 현장에서 외치는 공동행동이었다.

석탄 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올해(2025년) 말부터 본격화되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시민과 노동자들이 모였다.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노동자 고용 보장, 지역사회 보전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석탄 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며 구호를 외치고 행진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조직된 ‘기후정의버스’를 타고 태안과 창원으로 집결했다.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미명 아래 에너지 전환이 ‘재벌 대기업 중심의 민영화’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재생에너지 산업의 상당 부분은 이미 민간 자본에 넘어간 상태다. 심지어 몇몇 대기업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햇빛과 바람조차 상품화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 모두의 삶이 연결된 에너지 전환을 자본에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 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노동자 고용 문제
이날 집회에서 공공운수노조의 엄길용 위원장은 “현재 전력 생산의 46%를 민간 대기업이, 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90% 이상을 재벌 대기업, 해외 투기자본이 장악해 이미 전력 생산의 반 가까이가 민영화된 상황”이라며, “대통령 후보 대다수가 이후 발전소 폐쇄에 따른 재생에너지 분야를 민간에게 더 확대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기후정의동맹의 은혜 집행위원장은 발언을 통해 “공공재생에너지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세상을 바꾸는 싸움”이라며, “에너지의 공공성 회복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실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5월 31일 기준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였던 권영국 대표도 참여해 정치권의 책임을 촉구했다. 권 후보는 “기후위기 해결조차 불평등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며, “탈석탄 과정에서 노동자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 일자리 지원법’과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정규직 전환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대선을 계기로 다시금 정의로운 전환의 약속이 실현돼야 함을 강조했다.

정의로운 전환, 우리 모두의 투쟁
기후위기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집회는 생존권과 노동권, 에너지 민주주의, 지역 공동체 회복, 공공의 권리 확장을 아우르는 통합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채워졌다.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은 앞으로도 입법청원 운동과 대중 투쟁을 통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고용 보장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기획해나갈 예정이다.
행진 참가자들은 이번 대행진이 대선에서 지워진 광장의 목소리를 다시 키우며, 기후와 노동을 가로질러 우리 사회 전환의 방향을 함께 확인하고 선언한 자리였다는 소감을 나누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오는 6월 24일부터 시작되는 ‘공공재생에너지법 국민입법청원’에 동참하고,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또, 앞으로 이어질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과 9월 기후정의행진까지 함께할 의지를 다졌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소속의 한 참가자는 “최근 산업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서로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기보다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정부에게 요구해 관련 일자리 확충과 녹색 전환이 함께 가는 대안을 풍부하게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빈곤사회연대의 이경희 활동가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분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했는데, 정의로운 전환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과 과정에서의 노동자 총고용은 물론 에너지 보급에 있어서도 공공성을 확보해 가난한 사람들도 전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전환의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공공성의 중요성을 말했다.
더 이상 발전노동자를 석탄처럼 연소시키지 말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노동자·시민 대행진 이틀 후인 6월 2일, 故 김용균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한 명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충남, 경남, 인천 등 전국의 석탄발전소 연쇄 폐쇄가 올해 12월부터 시작된다. 정부 계획에 따라 59개의 석탄발전소 중 28개가 2036년까지 폐쇄될 예정인 와중에, 7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일하다 죽은 것이다.

태안화력발전소는 발전소 정비 업무를 한전 KPS에 위탁했고, 한전 KPS는 발전소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다시 소규모 하청업체에 위탁했다.
故 김충현 노동자는 한국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원청인 태안화력발전소는 발전소가 폐쇄되니 필요한 인력이라도 충원하지 말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 과정의 위험과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한 부담 모두 노동자에게 돌린 끝에 죽음을 외주화한 것이다.
우리는 이윤 앞에 생명을 저버리는 죽음의 화력발전소를 멈춰 세울 것을 요구하고,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운동을 확대해야 한다.
대학생 노하연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발전노동자 문제에 대해 잘 몰랐다”며, ‘너도 언젠가 노동자가 될 거니까 노동자 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해’라는 말을 들었지만 어렵게 느껴졌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어준 건 기후위기 문제였다. 작년 9월,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발전노동자 분의 발언을 들으며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결국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발전소가 멈추는 일은 단지 탄소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계와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진정으로 마음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발전노동자들과 지역사회를 외면한 채 전환을 말할 수는 없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이유다. ‘에너지 전환’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그 안에는 당연히 에너지를 만들어온 노동자들과 발전소에 의존해 살아온 지역사회도 포함돼야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재생에너지와 발전소 노동자들이 일하고 삶을 꾸려나갈 권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바라보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노동자·시민 대행진에 참여했다. 더 이상 우리가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다 노동자가 죽지 않길 원하며,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전환을 핑계로 실업 상태에 놓이지 않길 원하기 때문 이다.
기후와 노동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삶의 문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과 ‘故 김충현 님의 사망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자!
글 : 최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