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 음식배달 산업 경쟁 심화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킨다

홍콩 | 음식배달 산업 경쟁 심화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킨다

홍콩의 급변하는 음식배달 산업… 메이투안-키타 배달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2025년 5월 6일

[동아시아]홍콩홍콩, 플랫폼노동, 노동조건, 노동시간, 노동안전, 동아시아

이 글은 홍콩의 음식배달 플랫폼 키타의 한 배달 노동자가 직접 밝힌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홍콩 내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들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런 변화가 배달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더 큰 착취로 이어지고 있는지 분석한다.

이 글의 원문 Food delivery industry competition weakens Hong Kong workers’ rights 은 명보신문(明報, Ming Pao)에 중문으로 게시되었으며 홍콩의 좌파 활동가·연구자 그룹 라우산(Lausan)에 영문, 중문으로 중복 게재됐다.

홍콩의 대표적인 음식 배달 기업 중 하나인 딜리버루(戶戶送, Deliveroo)는 3월, 홍콩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딜리버루는 한때 이 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으나,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 메이투안(美團)의 신생 배달 플랫폼 키타(Keeta)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입지를 위협받았다. 푸드판다(Foodpanda)와 함께 이 세 기업은 최근 수년간 음식 배달 산업의 급속한 성장세를 주도해왔다. 이 산업의 팽창은 동시에 홍콩에서 ‘긱 이코노미’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도 늘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홍콩 전체 노동 인구의 약 8%가 자영업자이며, 음식 배달 산업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40%의 고용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배달 노동자는 법적으로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어떠한 노동권이나 보호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거의 드물게 나타나는 사회적 저항의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2023년, 중국 대륙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투안이 홍콩에 키타를 설립해 진출했다. 이후 메이투안의 홍콩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최근 메이투안의 경쟁업체 딜리버루는 홍콩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는 메이투안이 홍콩 진출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이 회사의 운영 방식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키타의 첫 번째 배달 노동자 모집 물결에 합류하게 됐다. 이 글을 통해 키타 배달 노동자의 입장에서 지난 몇 년간 홍콩 음식 배달 시장에 대한 나름의 성찰을 공유하고자 한다.

가격 경쟁

메이투안이 홍콩에서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 회사는 매우 강도 높은 홍보 캠페인을 전개했다. 소규모 상점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전단지를 배포하며, 추후 플랫폼이 정식 출범했을 때 제휴를 맺자고 제안했다. 또, 탐짜이(譚仔)나 맥도날드 같은 대형 체인들과 협력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했으며, 신규 배달 노동자를 모집하기 위한 설명회를 매장 내에서 열기도 했다.

당시 나는 몽콕(旺角)에서 열린 구인 설명회에 참석했었다. 참석자들 중에는 가정주부, 은퇴자들도 있었고, 이미 다른 배달 플랫폼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배달노동자들도 다수 있었다. 키타가 출범한 첫날, 사측은 우리에게 브랜드 로고가 박힌 스웨트 셔츠를 입으면 주문 1건당 1홍콩달러(180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밝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몽콕 지역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그 옷이 지나치게 눈에 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플랫폼의 배달 노동자들이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 결국 나는 유니폼 착용을 포기하게 됐다.

  • 편집주 : 메이투안의 노란색 유니폼은 홍콩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노란색 유니폼이 이 업계에 종사하는 홍콩의 배달 노동자들 사이에서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수 있다. 중국대륙에 대한 반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메이투안의 확장 전략의 핵심은 가격 경쟁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출범과 함께 메이투안은 “10억 달러 지원 프로모션”을 시행했다. 이 프로모션은 신규 가입자에게 누적 총액 300홍콩달러(약 5만4천원) 상당의 쿠폰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또한 메이투안은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출범 초기에는 몽콕, 타이콕수이(大角嘴) 등 배달 수요가 높은 주요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했다. 고객 서비스, 인력 배치, 앱 구동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했다. 이후 하반기에는 홍콩 전역으로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

정시 배달 보장제

키타는 중국 대륙에서 운영하던 ‘정시 배달 보장제’를 홍콩에서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지정된 시간 내에 배달이 되지 못할 경우, 고객에게 쿠폰 형태의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분 늦으면 고객은 10홍콩달러, 30분 늦으면 30홍콩달러, 1시간 이상 늦을 경우 최대 100홍콩달러(단, 구체적인 금액은 주문 내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까지 보상받게 된다.

문제는 이 보상 금액이 배달 노동자 개개인의 배달 수수료에서 일부 차감되는 구조로 운영된다는 사실에 있다. 즉, 배달이 늦어질 경우 플랫폼이 아닌 배달 노동자가이 직접 그 부담을 지는 구조다.

다른 두 플랫폼 또한 이 경쟁에 맞서 치열하게 반격하고 있다. 푸드판다는 “200홍콩달러 구매 시 100홍콩달러 지원”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TV 광고를 통해 자사의 ‘판다프로’ 멤버십 시스템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 멤버십 시스템은 푸드판다와 딜리버루만의 독자적인 서비스로, 월 이용료는 약 100홍콩달러 수준이다. 회원이 되면 무제한 무료 배송, 할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푸드판다(Foodpanda)의 이러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키타(Keeta)는 “멤버십을 찢어라(撕爛會員, Rip Up Membership)” 캠페인을 시작했다. 키타는 온라인 플랫폼과 키오스크를 통해 ‘멤버십 가입 없이도 무료 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양한 음식점에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등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무료 배송을 받기 위해 100홍콩달러 이상 주문이 필요한 딜리버루의 ‘플러스 골드’와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월 구독료를 따로 내야 하는 푸드판다의 판다프로에 비해 키타의 전 고객 대상 무료 배송과 할인은 고객에게 훨씬 비용 효율적이다.

2023년부터 딜리버루(Deliveroo)는 유명 라디오 DJ이자 배우인 임해봉(林海峰)과 배우 황추생(黃秋生)을 초청해 “온도, 태도, 맛”(溫度、態度、味道)이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2024년에는 푸드판다(Foodpanda)가 일본의 배우이자 가수인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섭외했다. 이에 반해 키타(Keeta)는 유명인 마케팅 전략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할인 혜택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딜리버루의 CF 스틸샷
딜리버루의 CF 스틸샷

배달 보장을 위한 엄격한 근무 규정

음식 배달 플랫폼 간의 경쟁은 단지 고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확보에서도 치열하다. 배달 플랫폼의 핵심 노동력은 배달 기사, 특히 오토바이 배달 기사다. 그래서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은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으머 각 플랫폼은 노동자들을 여러 등급으로 나눠 더 오래 일하며 주문을 받도록 유도한다. 푸드판다는 배달 기사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누며 1그룹에 속한 기사들은 가장 높은 건당 수수료를 받을 뿐만 아니라 배달 스케줄에서 우선권을 갖는다. 키타도 유사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배달 기사들이 더 오래 일하도록 유도하고, 지역별 배달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한다.

기업 간의 가격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배달 노동자들은 회사의 비용 절감을 위한 알고리즘에 갇힌 채, 엄격하게 규정된 노동 지침에 따라 일하고 있다. 2024년 ‘홍콩 음식배달 노동자 권리찾기팀(外賣員權益關注組, DWRCG; Delivery Workers’ Rights Concern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보 배달원의 건당 수수료는 20홍콩달러까지 떨어졌으며 두 건을 한 번에 배달하는 경우 단가는 10홍콩달러가 최대이다. 이는 곧 두 건의 배달을 해도 사실상 한 건 값밖에 못 받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많은 도보 배달원들, 그리고 오토바이 기사들조차 주문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최저임금도 벌지 못한다. 주문량이 적은 시간대에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켜놓고 일하게 된다.

기업들은 배달이 정확히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복잡한 규칙 체계를 설정해두었다. 예를 들어, 내가 ‘온도, 태도, 맛’ 마케팅 기간에 배달을 하던 중, 플랫폼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달 기사가 미리 ‘배달 완료’ 버튼을 누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은 고객에게 일련의 숫자 코드를 발송하고, 배달 기사는 배달 장소에 도착한 뒤 고객에게 해당 숫자를 직접 받아 입력해야만 배달 완료 처리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고객들이 이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이로 인해 오해와 혼선이 발생하며 배달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나는 원래 5분이면 끝났을 배달을 무려 45분이나 소비했던 적도 있다.

2018년, 키타가 홍콩에 진출하기 전, 딜리버루는 회사 정책을 개편하면서 주문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배달 노동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대기하도록 강제했다. 노동자들은 저녁 피크타임까지 기다려야만 다시 일을 할 수 있었고, 이러한 조치에 항의하며 파업이 발생했다.

2021년 11월, 그리고 2022년 10월부터 11월 사이, 푸드판다 배달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수수료 삭감에 항의하며 전 지역적인 파업을 벌였다.

가장 최근인 2024년 2월, 세 개의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은 침사추이(尖沙咀)에서 1주일간의 ‘점심시간 파업’을 전개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임금 삭감 문제, 알고리즘을 통한 주문 배정 조작을 지적하고 장기간 이어져 온 배달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치며 업무 중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의 항의 성명을 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홍콩 음식배달 노동자 권리찾기팀’에 따르면, 2024년 산재 사고는 19건, 키타에 의해 별다른 사유 없이 계정 정지가 된 사례는 30건 발생했다.

홍콩 배달노동자 권리 컨선그룹 활동가 맥덕정(막탁칭, 麦德正)
홍콩 배달노동자 권리 컨선그룹 활동가 맥덕정(막탁칭, 麦德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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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

임금 삭감은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과 법적 대응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이유는, 배달 노동자들이 여전히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2024년 발표된 연구 「긱 이코노미, 플랫폼 노동, 그리고 사회정책: 홍콩 배달 노동자의 직업복지 딜레마」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음식 배달 플랫폼의 운영을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노동자에게 의무적 퇴직연금(MPF) 등 기본적인 고용 혜택을 제공할 법적 책임이 없다.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노동을 ‘유연한 방식의 근무’라 포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엄격하게 노동을 통제·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배달 노동자들은 “플랫폼이 우리 대신 세금 신고까지 해주고 있는데, 왜 노동 복지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가?”라며 규탄하고 있다.

많은 배달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야만 기본적인 노동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기업들이 더 이상 자신들을 ‘자영업자’라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21년, 입법회 의원 녹중흥(陸頌雄)은 당시 교통주택국장 진범(陳帆)에게 배달 노동자의 업무 관련 사고 발생 건수와 정부가 이들의 교통사고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당시현재 여러 국가의 노동 정책을 조사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2020년, 대만 노동부는 플랫폼이 배달 노동자에게 보험을 가입시키고 안전 장비를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2021년, 스페인은 ‘라이더법’을 시행하여 배달 노동자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플랫폼의 직원임을 명시했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유급 병가, 단체 교섭권이 보호받게 되었다. 2023년, 유럽연합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사용을 규제하는 입법 제안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은 플랫폼이 자동화된 감시와 결정 시스템에 대해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2023년 7월, 뉴욕시는 배달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여러 배달 플랫폼 회사들이 법원에 반대 청원을 제기하면서 판사가 법 시행을 중단시켰다. 2024년 9월, 싱가포르는 ‘플랫폼 노동자법’을 통과시켜 노동자에게 단체 교섭권을 보장했다.

홍콩에서는 입법회에서 관련 논의가 있은지 3년 후, 녹중흥 의원이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을 제안하며, 플랫폼 노동자들도 보상조례에 준하는 업무상 재해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손옥한(孫玉嫻) 노동복지국 국장은 통계처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노동부는 노동단체, 플랫폼 기업, 정부 대표로 구성된 3자 협의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연락 그룹을 조직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의 조사는 2025년 1분기 중 완료될 예정이며, 관련 입법 일정은 이후 입법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이 법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딜리버루가 홍콩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영업자’ 신분으로 배달을 계속하며, 업무 중 재해의 위험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법안 통과의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본은 이미 다음 단계의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2025년 1월, 메이투안은 ‘키타 드론’을 홍콩에 설립하고, 배달용 조종사 모집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그 시점이 되면, 배달 노동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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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Jasper Hoon

번역 : pigo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