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들 121명, 사상 첫 '한-이스라엘 과학기술교류 동결' 촉구 선언

과학기술인들 121명, 사상 첫 '한-이스라엘 과학기술교류 동결' 촉구 선언

2025년 4월 21일, 제58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는 이스라엘과의 과학기술 교류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2025년 4월 21일

[읽을거리]반전평화반전평화, 기자회견, 팔레스타인

4월 21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린 "과학기술인들의 한국-이스라엘 과학기술교류 동결 촉구 입장 발표 기자회견"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는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복수 게재되었다.

오늘(4월 21일) 오전 11시,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과학기술인들의 한국-이스라엘 과학기술교류 동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과학기술이 가자 집단학살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외치며, 한국 과학기술계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과의 과학기술 교류 동결을 촉구했다.

공동 개발한 기술로 학살에 이용된다면

121명의 과학기술인들은 '한국-이스라엘 과학기술교류 동결 촉구 성명'을 통해 "국내 과학기술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반인도적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가해져 사실상 과학기술 협력이 불가능해진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대한 대응은 명백히 다르게 취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대한 국내 과학기술계의 모순적 태도가 있다는 것이다.

성명은 현재 한국 과학기술계가 이스라엘과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은 최소한의 윤리를 무시하고 집단학살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산업을 우리나라가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한국과 공동 개발할 기술이 전쟁과 학살에 이용되었을 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우리 은 자신의 연구가 반인도적 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자들에게 다음을 제안한다. 이스라엘이 휴전에 다시 응해 영구적인 휴전 협정을 체결할 때까지만이라도, 협력 사업 진행과 지원을 멈추자"며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즉시 중단과 이스라엘과의 과학기술협력 동결을 촉구했다.

“과학기술인들, 존재하는 사람들을 되돌아봐야

이번 기자회견을 주최한 것은 시민사회단체 236개가 연대하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이었지만, 아이디어는 이공계 대학원생 네 명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위대현 이화여대 교수가 대독한 제안자들의 발언문에 따르면 성명은 3월 18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휴전 파기 직후 준비됐다. "왜 한국 과학기술계는 집단학살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제안자들은 휴전 파기 이후 공동으로 초안을 만들었고, 전국대학원생노조와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연명 운동을 확산시켰다.

제안자들은 "학살의 효율성을 올리고 있는 과학기술 시대의 전쟁이기 때문에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지나치지 않고 '사람'을 생각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과학기술인이기 이전에 이 지구 위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우리의 이웃들을, 사람으로 존재하려는 사람들을 되돌아봐 달라"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위대현 이화여대 교수가 대독한 제안자들의 발언문에 따르면 성명은 3월 18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휴전 파기 직후 준비됐다. "왜 한국 과학기술계는 집단학살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제안자들은 휴전 파기 이후 공동으로 초안을 �만들었고 전국대학원생노조와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연명 운동을 확산시켰다.
위대현 이화여대 교수가 대독한 제안자들의 발언문에 따르면 성명은 3월 18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휴전 파기 직후 준비됐다. "왜 한국 과학기술계는 집단학살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제안자들은 휴전 파기 이후 공동으로 초안을 만들었고 전국대학원생노조와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연명 운동을 확산시켰다.

<노동자가 만난 과학> 저자이자 과학 저술가 박재용 작가도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과학기술은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라는 얘기로 말문을 연 그는 "이스라엘의 AI·감시 기술, 그리고 가자지구 학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AI 기반 표적 선정 시스템을 대규모로 도입해 전례 없는 속도로 민간인과 건물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에서 과학기술인의 연대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유럽의 경우 이스라엘과의 과학기술 교류가 중단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럽과 달리 한국이 지금처럼 이스라엘과의 과학기술 교류를 계속한다면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와 팔레스타인 학살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협력 동결은 팔레스타인 민중과의 연대를 실천하는 첫걸음이자, 과학기술인의 윤리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이스라엘과의 과학기술 교류 동결 촉구를 위해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보건의료계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간 교류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지금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은 한 지역의 보건의료 기반을 모두 무너뜨리고 있는 것을 넘어서, 다음 세대에도 회복 불가능한 심리적, 문화적, 그리고 생태적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했다.

백 명예교수는 "가지 지역 36개 병원, 93개 1차 보건시설이 모두 파괴되었거나 파괴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 보건의료인력들이 사망하고 붙잡혀 갔다"면서 "과학기술은 작은 문제를 푸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큰 문제 또한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국내 과학기술계가 이스라엘의 학살을 좌시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기술인의 첫걸음, 시민사회의 응답

기자회견의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자아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미국의 시인 준 조던이 이스라엘에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국민으로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책임을 느낀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성명이 "개인의 도덕적 양심을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모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각 자리에서 책임감을 갖고 그 구조에 균열을 낼 방법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자는 호소"라고 말했다.

자아 활동가는 "오늘의 선언은 그 책임을 자각하는 첫걸음"이라며 "우리의 연구실과 회의실, 세미나와 논문과 투자와 교육의 모든 지점에서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우리의 삶이 무관하지 않음을 실천적 연대로 보여주자"고 더 많은 과학기술인들의 연대 필요성을 말했다.

글 : 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