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윤석열 퇴진 투쟁’에 연대 메시지 밝힌 일본 사회운동

일본 | ‘윤석열 퇴진 투쟁’에 연대 메시지 밝힌 일본 사회운동

여전히 적지 않은 한·일의 민중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통해 평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일본 사회운동의 연대에 한국 사회운동과 시민들이 힘을 받아, 보다 넓고 깊게 윤석열 퇴진과 체제전환을 위한 투쟁으로 진전할 수 있길 바란다.

2025년 2월 26일

[동아시아]일본윤석열퇴진, 일본, 일본공산당, 국제연대

지난 2월 8일, 일본인 히시야마 나오코(菱山南帆) 씨가 ‘윤석열 파면 촉구 10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의 무대에 올랐다. 히시야마 나오코는 자신 역시 작년 12월 3일,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한국 시민들이 투쟁으로 계엄 시도를 저지한 것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고 발언했다. 나아가 그는 일본에서도 작년 12월 5일과 2월 5일에 각각 여러 일본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윤석열의 폭거에 저항하고 윤석열의 퇴진을 촉구하는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소식을 공유했다.

한데 놀랍게도 히시야마 나오코의 발언 이후 어떤 이들은 “왜 외국인이, 그것도 일본인이 남의 나라 정치에 관여하냐”며 이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논리라면 그간 한국인들이 왜 일본에서 민주주의의 정신이 점차 훼손되고 군사주의 기조가 커지는 것을 비판해왔는지 설명할 수 없다. 약소국 사안에 대한 강대국 정부의 ‘불간섭’은 때때로 필요한 일이지만, 시민사회 차원에서 그러한 논리는 국제연대를 해치고 국경을 강화할 뿐이다.

동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저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국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근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비판 또는 연대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히시야마 나오코의 연대 발언은 같은 동아시아에 사는 민중으로서, 다른 지역 민중의 싸움에 함께 힘을 보탤 것을 선언하는 결의였다.

히시야마 나오코가 발언에서 언급한 작년 12월 3일과 올해 2월 5일 일본에서 전달한 연대 메시지는 일부 언론을 제외하면 대다수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았다. 그밖에 여러 사회운동단체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소식과 이후의 소식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며, 투쟁에 함께 연대할 것을 선언했지만, 한국에서 이 소식이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오히려 우리는 인근 국가 민중들과 사회운동이 비상계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떠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는지에 대해 너무 무심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인 활동가 히시야마 나오코(菱山南帆)
일본인 활동가 히시야마 나오코(菱山南帆)


한·일 화해와 평화와 플랫폼

비상계엄 이틀 후인 12월 5일,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日韓和解と平和プラットフォーム) 일본 운영위원회에서 ‘긴급 연대 성명서’가 발표됐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나온 한국에 보내는 연대 메시지였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은 2020년 7월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 정부와 자본이 합십해 저지른 강제 노역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을 때, “양국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 희생자의 상처를 치유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진전하고, 일본의 평화헌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목적으로 결성된 연대기구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 사회운동단체와 종교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현재 ‘화해와 평화 플랫폼’ 일본 운영위원회에는 평화운동단체 ‘피스보트’(ピースボート)를 비롯해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 네트워크’(東アジアの和解と平和ネットワーク), ‘재한피폭자문제시민회의’(在韓被爆者問題市民会議) 등 단체들과 ‘일본 가톨릭 정의평화협의회’(日本カトリック正義と平和協議会), ‘일본기독교협의회’(日本キリスト教協議会), ‘일본성공회’(日本聖公会) 등 종교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운영위원회에는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정의기억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한국YMCA전국연맹, 원불교 등 참여 중이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병기된 연대 성명서에는 “윤석열 정권이 비상계엄령 선포 조치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를 유린”하였으며, “이를 추궁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2025년이 “한·일기본조약 체결 60년, 그리고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및 태평양 전쟁) 패전 80년과 한국-조선 해방 80년”인 상황에서, “동아시아에서 의심과 적대감을 조장하고 군사적 팽창으로 폭주하여 남북한과 동아시아의 긴장을 오히려 격화시키는 한·일 양국 정부와 군사동맹화의 길에 단호히 반대”할 것을, 그리고 “일본 평화 헌법 9조의 정신을 존중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외교와 시민의 연대가 동아시아 평화 구축의 유일한 최선의 길”임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그 이념을 공유하는 한국 시민들이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폭거에 항의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투쟁에 뜨거운 연대의 의지”를 표명하며 성명을 마쳤다.

올해 2월 5일, ‘한·일 화해와 평화와 플랫폼’ 일본 운영위원회는 한국 운영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윤석열 정권 퇴진과 민주화 투쟁에 연대를 표명했다. 지난 12월 5의 연대 성명서가 긴급한 비상계엄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일본 운영위원회에서 작성하여 발표한 것이었다면, 2월 5일의 성명은 작년 12월 16일부터 31일까지 일본 운영위원회가 실시한 단체 대상 연대성명 조직 작업을 통해서 모인 총 140개의 단체와 정당(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등)이 함께하는 형태로 진행된 것이었다.

이때 연대 성명의 제목은 ‘우리들은 한국 시민의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화 투쟁에 지지합니다’(私たちは韓国市民の尹錫悦政権退陣民主化闘争に連帯します)였다. 이번 성명은 12월 5일 발표한 긴급 연대 성명서의 기조를 잇는 동시에, 보다 분명하게 윤석열 정권의 책임을 묻고, 이에 저항하는 민중의 저항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상계엄은 “윤 정부의 실정에 대한 야당 의원과 시민들의 분노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불합리하게 비판 세력을 북한과 연결해 일거에 탄압을 시도한 의도”라고 적시한 것은 물론, 12월 14일의 윤석열 탄핵 소추안 가결 또한 “민중의 민주화 투쟁이 낳은 힘이자, 민중의 큰 승리를 위한 한 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성명은 “일본에서도 계속 동향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지원 연대의 유대를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번 윤석열 퇴진 투쟁이 1980년 5월 항쟁, 2016년 촛불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고 규정하고, 이런 모습에 “일본 시민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지금까지 연대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어서, “일본 시민들은 적의를 넘어 우호와 대화에 의한 평화 실현의 근간인 일본 평화 헌법 9조에 근거하여 군사 확대를 막고 입헌민주주의를 지키며, 일본과 한국·북한, 그리고 동아시아의 평화구축의 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고양된 시민에 의한 윤 정권 퇴진·민주화의 투쟁에 진심으로 연대의 뜻을 표명함”을 드러냈다.

한일 화해와 평화의 플랫폼이 개최한 윤석열 퇴진 운동 지지 집회
한일 화해와 평화의 플랫폼이 개최한 윤석열 퇴진 운동 지지 집회


계속되는 연대 선언

일본 사회운동 단체들의 연대 선언은 비상계엄 이후로 2025년 2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연대 선언에 앞장선 곳은 노동조합과 좌파 정당들이었다. ‘한·일 화해와 평화의 플랫폼’의 긴급 연대 성명보다 앞선 12월 4일에는 일본의 제2노총이자 좌파 지향을 갖는 ‘전국노동조합총연맹’(全国労働組合総連合, 전노련)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연대 성명 ‘계엄령에 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한국의 노동조합에 연대’(戒厳令に抗議、民主主義を守る韓国の労働組合に連帯)라는 제목의 민주노총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전노련은 성명에서 “과거 한국의 독재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도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들을 북한의 동조자로 낙인찍는다”며 강력하게 규탄하는 한편, “민주주의와 인권, 특히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한국 모든 이들이 투쟁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들의 항의 행동과 민주노총이 부르짖은 전국 총파업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사퇴와 민주주의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에는 전노련 소속 교원노조인 ‘전일본교직원조합’(全日本教職員組合, 젠쿄오)과 제1노총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日本労働組合総連合会, 렌고) 계열 교원노조 ‘일본교직원조합’(日本教職員組合, 닛쿄오소)이 동시에 한국 전교조에 보내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젠쿄오는 성명에서 “윤 대통령에 의한 난폭한 사건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전교조와 함께 규탄”했다. 또, “한국의 시민들이 국회의원과 함께 의연하게 맞서 싸운 덕분에 대통령이 계엄령을 해제하게 되었다”며, “젠쿄오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 한국 시민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깊은 연대를 표명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전교조를 향해 “귀 조합이 지금까지 한국 정부에 거듭하여 탄압을 받으면서도, 단결의 힘으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운동을 전개하여 한국의 민주주의와 교육을 지켰다”며, “귀 조합이 민주노총과 함께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계속 분투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말로 성명을 마쳤다.

닛쿄오소 역시 성명에서 이번 비상계엄이 “윤 정권의 반민주주의적인 정치 자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며 지적하고, 한국의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서 교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규정이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차별로 지적한 것”을 언급했다. 따라서 지난해 10월 31일 한국 교육부가 전교조의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독려를 “정치 활동 금지 규정 위반”이라 규정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한 것은 “엄연한 탄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닛쿄오소는 “(전교조는) 독재정권 치하에서 민주화를 추진하고, 합법 노조 지위를 박탈 당하는 상황에서도 탄압에 굴하지 않고 참교육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닛쿄오소는 양국에서의 민주교육을 통해 평화·인권·환경·공생을 추진하기 위해 전교조와의 연대를 더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당들 중에선 사회민주당(사민당)과 일본공산당이 연대 성명을 냈다. 12월 4일, 사민당은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후쿠시마 미즈호(福島みずほ) 대표의 연설을 통해 한국 비상계엄이 지니는 위험성을 설파한 뒤, 일본에서도 지난 수년간 이뤄진 여당(자민당) 중심의 개헌 논의에서 ‘긴급사태 조항’을 삽입하려는 시도를 지적했다. 이후 1월 24일에는 기관지 <월간 사회민주>(月刊社会民主) 2월호의 특집을 ‘계엄령을 저지한 한국 민중에 대한 연대’(戒厳令を阻んだ韓国民衆に連帯)로 잡으며 보다 집중적으로 연대의 자세를 표했다. 해당 특집에는 총 네 편의 글이 수록되었으며, 각 글의 제목은 ‘비상계엄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과제와 희망’, ‘쿠데타를 분쇄한 한국 민중의 싸움과 한·일연대’, ‘일본의 긴급사태조항 개헌안의 위험성’, ‘민주화된 한국에서 어찌하여 계엄령이 선포되었는가’였다.

일본공산당은 12월 4일 코이케 아키라(小池晃) 서기국장의 국회 연설을 통해 “수천명의 시민이 목숨을 걸고 국회를 둘러싸 군에 의한 침입을 막았다”면서, “시민의 힘에 의해 지탱된 민주주의의 힘이 증명된 하룻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 국민의 민주주의가 지닌 힘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시이 카즈오(志位和夫) 의장도 자신의 트위터(X) 계정을 통해 “대통령에 의한 계엄령을 민중의 힘으로 타도했다”면서, “한국 사회와 국민의 민주주의 힘에 경의를 표한다”, “그 근본에는 1987년 민중의 힘으로 독재 권력에 종지부를 찍은 민주혁명이 있다”, “역사의 톱니바퀴를 되돌리는 것은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2월 5일에는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의 기자회견에 코이케 서기국장이 참석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하며 여성과 학생,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 투쟁에 연대한다”고 재차 표명했다.

종교단체나 여성운동단체들도 연대를 표명했다. 12월 4일 일본기독교협의회(NCCJ)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에 보내는 연대 성명을 공개하며 “한국 국민과 기독교인 모두의 정의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속한 행동에 경의를 표하며 사태를 지켜볼 것”이라며, “NCCJ는 정의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를 표명하고, 진심으로 기도하며,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본공산당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단체 ‘신일본 부인회’(新日本婦人の会)는 12월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를 통해 “윤석열은 2022년 대선에서 여성혐오를 내세워 승리한 후 여성가족부 폐지를 노리는 등 젠더 평등을 후퇴시키는 정책을 이어나갔다”고 지적하며, “비상계엄 중지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평화와 민주주의로는 물론, 젠더 평등에서도 역사의 바늘을 되돌리려는 대통령을 향해 끈질기게 행동해온 여성들의 승리”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신일본부인회는 “여전히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중대한 인권 침해를 일으킨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헌법을 위반하는 군비 확충으로 민생도 민주주의도 무너뜨리는 이시바 정권의 폭정을 풀뿌리 여성의 힘으로 멈추겠다”고 결의했다. 끝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로한 모든 여성과 손잡고 전쟁도 핵무기도 없는 평화롭고 젠더 평등한 동북아시아와 세계로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주간금요일>(週刊金曜日)는 작년 12월 13일에 발간한 1501호에서 비상계엄 소식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1503호(1월 10일 발행)에는 커버스토리로 윤석열 퇴진 투쟁을 다뤘으며, 1505호(1월 24일 발행)에서는 다시 한 번 커버스토리로 윤석열 체포를 다루며 ‘한국 민주주의의 근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2월 10일 노동운동단체 ‘코뮤니스트 데모크라트’(コミュニスト・デモクラット)도 ‘군사독재 쿠데타를 저지한 한국 인민에 연대한다’(軍事独裁クーデターを阻止した韓国人民に連帯する)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은 “윤석열을 내란죄로 체포하는 것에 성공한 배경에는 군사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화를 쟁취한 한국 인민들의 투쟁 전통”이 있었다며, 특히 이번 퇴진 운동은 “20대·30대 여성이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K-POP 노래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의 최전선에 싸우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 많은 일본의 청년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코뮤니스트 데모크라트’는 “친윤, 국민의힘, 기독교 우파 등을 포괄하는 극우세력이 결집해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선동하고, 북한에 대한 적대시와 중국 혐오, 여성 혐오 등에 사로잡힌 청년들을 끌어당기며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폭동에 앞장서고 있다”며, “한국의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이 탄핵 소추된 이유 중 하나로 “한미일 동맹을 밀어붙이기 위한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한·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굴욕적으로 일본 정부와 기업을 면죄하는 해결책을 받아들인 것”에 있다고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한반도 해방 80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며, “한국에 굴욕 외교를 강요한 일본 정부를 비판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 전쟁 책임, 전후 책임을 진지하고 바라보며 일본 정부와 기업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넓히자”, “한미일 군사 일체화에 의한 대중국 전쟁 준비를 막기 위해 싸우자”고 적시했다.


일본에서 울려 퍼진 ‘전두환을 비판하는 민중가요’

이처럼 지난 12월 3일 이래 일본에서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퇴진 투쟁에 연대를 표명하는 성명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웃나라에서 벌어진 정치적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한국 민중이 주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러한 연대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난 2월 8일 히시야마 나오코가 한국에서 발언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현재진행형인 일본 사회운동의 연대가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갑자기 발생한 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기나긴 군사 독재에 신음하고 있을 무렵, 일본 사회운동은 적극적으로 한국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고, 한국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에 연대해왔다. 그리고 그 중 누군가는 재치있는 위트로 전두환 정부를 비판하는 민중가요를 만들기도 했다. 悪漢・全斗煥の歌 - 動画 Dailymotio

이후로 한·일 관계는 여러 격량에 놓이고, 점차 심해지는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 망각과 군사 확대 시도로 인한 긴장은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한·일의 민중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통해 평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일본 사회운동의 연대에 한국 사회운동과 시민들이 힘을 받아, 보다 넓고 깊게 윤석열 퇴진과 체제전환을 위한 투쟁으로 진전할 수 있길 바란다.

「악한 전두환의 노래」 가사

한국의 거대한 악당,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하는 전두환(젠토캉)
韓国一の大悪漢 泣かん子も泣き出すゼントカン
  • 젠토캉(ゼントカン) : 1980년대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인의 이름을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표기했다. ‘젠토캉’은 전두환의 한자 이름 ‘全斗煥’을 일본식으로 읽은 표현이다.
‘대머리 중에도 악인이 있다’고 격언을 바꾼 전두환
ハゲにも悪人いるのよと 格言かえたゼントカン
  • 일본 속담 ‘대머리 중에는 악인이 없다’(ハゲに悪人無し)를 비튼 표현이다.
군인 출신 살인귀, 여론을 듣지 않는 전두환
軍人あがりの殺人鬼 世論きかんのゼントカン
싫은 것은 잔뜩 있지만 귤, 금귤, 전두환이 제일 싫어
嫌いなものはたくさんあるが ミカン・キンカン・ゼントカン
  • ‘귤’(미캉)과 ‘금귤’(킹캉), 전두환의 일본식 한자 발음 ‘젠토캉’의 발음이 비슷함에 착안한 후렴구 표현이다.

<악인·전두환의 노래> (悪漢・全斗煥の歌), 작사·작곡 무라쿠모 타카시(村雲孝).1982년, 일본음악협의회(日本音楽協議会) <노래의 광장 3 일하는 이들의 가요집>(うたのひろば3 はたらくものの歌集)

  • 일본음악협의회는 1965년 당시 일본의 제1노총이었던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日本労働組合総評議会, 총평) 계열로 결성된 노동자 중심의 민중가요조직이다. 지속적으로 노동자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민중가요를 만들고 보급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악한 전두환의 노래」가 수록된 해당 앨범의 커버
「악한 전두환의 노래」가 수록된 해당 앨범의 커버

글 : 성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