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만 바라보기에 속이 터진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네 가지 일
2024년 12월 10일
12월 7일 토요일, 탄핵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앞 광장이 술렁였다.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은 국민의 힘을 규탄하는 목소리, 한숨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깊은 침묵이 쏟아졌다. 분노와 허탈함이 묵직하게 담긴 침묵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제 시작이다.
윤석열과 내란세력은 따뜻한 방에 발 뻗고 있는 동안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거리는 것이 우리라는 사실은 좀 억울하지만, 광장의 힘으로 권력을 패배시킬 때 마땅히 우리의 몫이었던 힘도 돌아올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상도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시각각 요동치는 뉴스를 헐레벌떡 쫓아가다보면 하루가 다 가기 일쑤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어 마음을 불태우지 않는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인터넷의 공감 가는 기사나 의견에 따봉을 날려보지만 이러다가 정말 윤석열이 물러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들지는 않는가. ‘무언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자문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광장은 동네방네 열릴 때 더욱 힘이 커진다. 각자의 광장을 열어젖히고, 그 힘이 다시 하나의 광장으로 모일 때 윤석열은 몰락한다. 우리의 일상에 광장을 심는 방법 네 가지를 소개한다.
하나,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자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양질의 정보를 판별하고 좋은 뉴스를 유통시키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은 이에 도움이 된다. 의견을 나누면 내 생각에 치우침이 없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다. 실제 얼굴을 아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안정감도 찾을 수 있다.
상대방이 탄핵에 찬성하지 않으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 73%의 국민들이 대통령 이 물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굳이 광장까지 나가지는 않겠다는 대답을 받으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견이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지금은 소극적인 사람이더라도 언젠가 적극적으로 탄핵에 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여유 있는 자세로 의견을 나누자.
이미 대세는 정해졌다. 계엄령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보다다 ‘양질의 퇴진’을 일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퇴진을 함께 요구해야 한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윤석열식’ 사고 아닌가. 내란범과 달리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우리는 우애로운 자세를 잃지 않고 대화를 마칠 줄 알아야 한다.
둘, 잘 키운 피켓하나, 열 집회 부럽지 않다. 기왕이면 1인 시위까지 고고?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도 즐겁지만, 나만의 피켓을 만드는 것도 좋다. 모두에게 발언 기회가 돌아가긴 어렵지만 누구나 각자의 피켓은 들 수 있다. 피켓에 담을 문구는 모두가 한 마음인 ‘탄핵하라’, ‘물러나라’도 좋지만, 내 마음을 잘 표현하는 새로운 문구를 개발해보자. 피켓에 담긴 당신의 마음 한 조각은 이를 보는 사람의 마음 또한 움직일 것이 분명하다.
피켓은 집회가 열리는 날이 아니더라도 쓸모가 많다. 작은 피켓을 만들어 가방에 달수도 있고, 집회가 없는 날엔 우리 집 창문에 붙여놓을 수도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직접 만든 피켓과 함께 1인시위에 도전할 수도 있다. 1인 시위는 집회 신고가 필요 없다. 누구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퇴근 길 지하철 역 앞에서 10분정도 서 있는 것으로도 효과가 있다. 동네 친구들과 하루씩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인증샷을 공유하는 건 어떨까? 이번 주 토요일 집회에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피켓에 담는다면 혼자 가긴 뻘쭘했던 이웃에게 용기를 건넬 수도 있다.
셋, 나도 할 수 있다! 대자보를 써보자
왕년에 붓질해본 언니 오빠들이나 하는 일 아니냐고? 대자보는 오프라인 트위터일뿐, 두려워하지 말자. 온라인은 특정 분포의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장점을 가졌다면, 오프라인은 매개점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공간에 나타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상적인 공간에 갑자기 등장한 대자보는 사람들에게 작은 충격을 준다. 대자보를 만난 사람들은 늘 지나치던 담벼락과 버스정류장에 붙은 글을 읽으며 잠시 잊고 있던 일들을 떠올릴 것이다. 계엄령이 있었다는 것, 계엄령에 따르면 우리의 모든 자유와 권리가 제한될 수 있었다는 것, 국민의 생명을 겁박하고 독재를 꿈꾼 대통령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
‘대’자보라고 겁먹지 말자. ‘소’자보도 자보다. A4용지에 매직으로 쓴 종이 한 장도 충분하고, 길에서 받은 전단지 뒷면에 당신의 마음을 휘갈겨도 좋다.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는 포스트잇 한 장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탄핵을 향한 여론이 이렇게 생생히 곳곳에 있다는 점을 알리고, 서로의 일상에 개입하는 일이다.
탄핵을 국회에만 맡겨둔다면 우리는 탄핵에 실패할지 모른다. 우리의 무기는 우리의 말이다. 저들은 우리의 구체적인 얼굴과 생생한 목소리, 탄핵에 관한 무수한 소문을 가장 두려워 한다. 끊임없이 말하자. 우리의 바람이 현실이 될 때까지 말하기를 멈추지 말자. 대자보는 이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다.
넷, 노동조합과 사회운동단체들을 알아보자
노동조합과 사회단체, 진보정당들은 집회와 시위를 일상적으로 해온 곳들이다. 갖은 정보의 홍수 속에 양질의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높고, 집회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어 당신이 수월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평소 관심있던 이슈에 관한 단체나 사회운동 단체의 문을 두드린다면 활동가들은 분명 당신을 환영할 것이다. 무엇보다 활동가들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싸워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하루 빨리 윤석열을 끌어내릴지’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홀로 이 시간을 견디기 어려울수록, 함께 논의할 친구 만들기를 권한다. (플랫폼C 역시 열려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엄중한 정세인데 즐거워도 되는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는 언제나 참가자들에게 해방의 공간을 선사해왔다. 우리의 해방감은 때로는 절절한 눈물과 분노로 터져 나오기도 하고, 해낼 수 있다는 기쁨과 환희, 단단하고 꿋꿋한 연대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웃고, 울고, 서로의 마음을 다잡으며 끝까지 함께 가야할 날들이 우리 앞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민중가수 꽃다지의 노래 <바로 그 한 사람이>의 가사를 소개한다.
“너무 빨리 혼자서 앞서가지 마세요, 그렇게 혼자 가면 당신도 외로울 거에요.
저 뒤에 앉아서 한숨 돌리는 사람, 바로 그 한사람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죠.”
함께 가야 멀리 간다. 탄핵 부결 한 번에 포기할 생각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숨을 고르고, 승리를 준비하자. 당신이 바로 광장이다.
플랫폼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