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축'은 미국·이스라엘 '적대 정책'의 산물 … 이스라엘은 학살과 확전 중단하라

'저항의축'은 미국·이스라엘 '적대 정책'의 산물 … 이스라엘은 학살과 확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과 중동전역을 고통으로 몰고가는 이스라엘의 확전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024년 10월 13일

[읽을거리]국제제국주의, 미국,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스라엘, 반전평화

이스라엘은 지난 1년 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학살했다. 아니, 사실 식민지배와 학살은 1년이 아니라 76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으며, 가자지구 민중을 향한 집중적인 공격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레바논을 공습하는 와중에도 가자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칸 유니스의 주택, 누세이라트 난민캠프 등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사람은 4만2천여 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의 표적은 이제 레바논, 예멘, 이란까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우리는 5차 중동 전쟁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비판과 각국 시민들의 수많은 규탄 행동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광기어린 폭주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이스라엘은 9월 17일 무차별적인 삐삐, 무전기 테러로 레바논 전역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했으며, 24~25일 이틀 동안 레바논을 전례없는 강도로 폭격했다.

급기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수장을 사살한 후인 10월 1일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2006년 레바논 공격 이후 18년 만이다. "제한적이고, 목표 설정된 지상전을 수행하겠다"던 이스라엘은 현재 레바논 남부에 예비군 사단까지 포함한 4개 사단으로 병력을 증강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한복판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했고, 그 후에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 아바스 닐포루샨을 암살했다.

이란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 10월 1일 이스라엘에 2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면서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확전이 이스라엘에게만 좋은 일이 되리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이번 미사일 공격은 '자위권 행사' 차원에며, “이스라엘 정부가 추가 보복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행동은 종료된다”고 말했다.

한편, 네타냐후는 국제형사재판소로부터 전쟁범죄자로 체포영장을 청구받은 직후인 7월 25일에도 버젓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적은 미국의 적이며, 이스라엘의 승리가 곧 미국의 승리"라면서, 이란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했고, 정치인 대다수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아주 소수의 의원만이 '전범(GUILTY of GENOCIDE)'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을 승인했으며, 작년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100차례 넘게 무기를 지원한 데 이어 지난 13일 추가 파병과 사드 배치까지 결정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행위는 '방어권'이 아니라, 침략과 학살이다.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의 구조대원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 서 있다. [모하메드 자타리]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의 구조대원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 서 있다. [모하메드 자타리]

이스라엘과 미국 양국 정부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친이란 동맹세력인 '저항의 축'이 '테러리스트'이며, 이들을 응징해야 마땅하다고 여긴다. 또, 이들과의 전쟁을 ‘문명과 야만의 충돌’로 묘사하면서 이슬람 혐오를 체계적으로 조장해 왔다. 하지만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선거로 당선된 '합법정당'이고, 유엔 등 국제 사회는 이들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지향이 한계를 갖는 문제와 별개로, 이들은 자기 나라 국민의 지지와 신임을 얻어 당선됐다. 따라서 이런 통치세력을 신임하고 또 불신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땅에 사는 민중의 몫이지, 미국이나 이스라엘 이들을 응징할 자격도 권리도 없다.

사실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예멘 후티 반군 등을 하나로 묶은 '저항의 축'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적대 정책'이 빚어낸 산물이다. 76년 간 식민지배로 집과 땅을 빼앗기고, 노동력을 갈취당하고 자원을 빼앗기고 학살당해 온 팔레스타인, 1982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 전쟁에 휩싸인 레바논, 내전에 빠진 예멘, 경제제재로 고립된 이란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은 서아시아와 아랍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만 했던 모든 고통의 가해자였다. 중동 전역을 또다시 끔찍한 고통으로 몰고 갈 5차 중동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스라엘이야말로 "야만적"이며,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랜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싸운 투사였고, 대통령을 역임한 바 있는 넬슨 만델라도 한 때는 미국에 의해 '테러리스트'라 불렸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의 거대한 벽을 부수고 합법적인 권력을 쟁취하기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민중은 오랫동안 투쟁을 벌였고, 이러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이 넬슨 만델라를 '테러리스트'에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레바논과 이란의 국가권력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가자지구 앞 바다의 유전과, 이 지역을 지나는 송유관과 천연자원, 팔레스타인의 땅과 노동력 갈취, 그리고 중동전역에 행해진 폭격에 사용된 무기 지원은 영미권 석유기업과 방위산업체, 이스라엘 군과 정부로 흘러들어가 식민지배와 학살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끝없이 살인과 파괴를 확장하는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레바논과 중동전역을 향한 폭격과 지상군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정부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지원을 즉각 멈춰야 한다. 무기지원은 결국 중동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년 동안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통에 응답하며 시오니스트들의 식민주의 통치와 집단학살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반전평화 운동만이 세계 민중을 공멸로 내모는 현 상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중동의 평범한 사람들의 편에서 학살의 목격자로, 해방의 연대자로 함께 할 것이다.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