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만 높일 것이다
2024년 10월 22일
군사동맹 강화
한국과 일본이 상호군수지원협정 악사(ACSA)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프놈펜 정상회담에 이어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때 한·미·일 안보협력을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 윤석열 정부는 이후 3국의 군사공조에 속도를 높 여왔다. 국방부와 군 고위 당국자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상호군수지원협정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보완하고 강화하려 한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협정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함께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돼 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었고, 이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문제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한국에 수출을 규제하면서 효력이 중지된 바 있다. 그리고 2023년 3월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를 매개로 협정이 복구되었다.
현재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군사령부에 있는데, 사령관은 미육군 대장으로 사실상 미국의 지휘를 받는다. 미국은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하기위해 한·일 간의 각종 협정이 추진되길 바란다.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기대하는 군수지원은 단순한 물자 지원을 넘어서는데, 소해작전(바다에 부설한 기뢰 따위의 위험한 것을 제거하여 항해를 안전하게 하는 일), 대잠수함작전, 잠수함 구조 같은 군사작전이 포함된다.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서 소해작전을 행할 시 한국 해군이 일본 자위대 함정의 입출항 지원, 통신지원, 식수, 식량, 연료, 수리정비 등의 군수지원을 맡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추진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협정의 내용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인도적 지원, 재난구호활동 등으로 전투 지원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맺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보면 평화유지군 형태의 평시활동으로 시작해서 2차례의 개정을 통해 유사시 개입, 군수물자보급 등 전투지원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즉, 한·일 간 협정도 얼마든지 전투관련지원으로 변경될 수 있다.
지난 7일 국방부는 자위대가 주한미군 기지를 이용하기 위해 국내에 일시적으로 들어오는 경우엔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핵기반동맹’이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한·미·일 3국 간의 ‘핵기반동맹’ 역시 심각한 문제다. ‘핵기반 동맹’에 기반한 한⋅미⋅일 군사협력이 확대될수록 북⋅중⋅러 와의 긴장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한·미 양국은 7월 29일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에 기초해서 군사협력을 제도화하는데 합의했으며, 한국은 미국과의 무기거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산대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록히드마틴과 합작으로 FA-50 전투기를, LIG넥스원은 미국 로봇업체의 지분을 인수해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유도로켓 ‘비궁’의 미 국방부 성능평가를 앞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군 함정의 정비 유지보수(MRO) 계약 등을 따내며 양국의 방산시장 간 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 9월 23일~24일에는 한·미 국방부가 북한의 오 물풍선에 대응해 긴밀히 공조하겠다며 ‘한·미 동맹 국방비전’의 3대 과제인 대북 확장억제노력 강화, 과학기술협력 기반 동맹능력 현대화, 지역안보협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일 공조 강화와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한국과의 관계마저 점점 악화되자 북한은 남한에 오물풍선을 보낸데 이어 지난 7~8일 최고인민위원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하고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했다. 김정은은 올해 초 헌법개정을 통해 통일 표현 삭제와 영토 조항 신설 등의 지시를 내린 바 있다. 17일에는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를 ‘적대세력들의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인한 필연적이고 합법적인 조치’라고 전했다. 만약 영토조항이 신설되었다면 북방한계선(NLL)문제를 둘러싸고 남·북 간의 큰 분쟁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과 윤석열 정부는 유사시 미국이 한반도에 핵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핵 자산 배정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군사적 긴장의 강화는 필연적으로 군사적 도발로 이어진다.
1~2차 세계대전은 서구 국가들의 군사력 확대 및 무기경쟁 격화, 제국주의적 영토확장 정책으로 인한 충돌로 발생했다.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각국간 동맹을 결성하면서 대립과 갈등은 더 복잡해지고 격화되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나토가 ‘압도적 물리력’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동진정책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의 선제공격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급격히 밀착하고 있는데 미국 주축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포탄을 제공한 대가로 러시아의 무기기술과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중동 석유에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으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의 무기를 지원받고 있고, 최첨단 정보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정작 하마스의 재래식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 비극의 시작은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의 군사점령과 그 배후에 있는 서구 정부의 지원에 있었다.
한·미·일 공조는 필연적으로 북·중·러 혹은 북·러 동맹의 강화를 가져오고 한반도 역시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데 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평화는 무력아닌 대화와 협력, 연대로 이뤄야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을 용인하고, 일본 지배계급의 재무장 시도를 방기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적인 군사지원까지 할 수 있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및 관련 시도는 모두 중단, 폐기되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시도 역시 중단되어야 한다. 동아시아의 평화는 압도적인 국방력과 무기보유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방위 산업과 군 전력의 끊임없는 확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악이 될 뿐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정이 ‘군사도발의 방지’를 위해 쓰이는 동안 수많은 이들의 인간다운 삶과 공공성 과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정부는 ‘국가적 이익’을 운운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군사적 긴장은 교전,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이는 응당 평범한 사람들의 죽음과 부상, 질병, 기아로 연결된다. 고통을 겪는 것은 대부분 전쟁을 부추기는 방산대기업 CEO와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 평화와 군축을 위한 반전평화 국제연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참고 자료
- 권혁철,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악사(ACSA), 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나?, 한겨레, 2024.09.20.
- 박은경, 급격히 확대되는 한·일 군사협력…‘군수지원협정’도 들썩, 경향, 2023.
- 신형철, 일 자위대 일시체류에 국회 동의 필요없다는 국방부, 한겨레, 2024.10.07
- 장이주, “한미, 핵 기반 동맹 …한국 안보엔 확장억제가 최선” SPN, 2024.7. 18
- 박지혁, 세계 최고 미 시장 노크하는 K-방산, 뉴시스, 2024.7.12
- 신현의, 한·미 국방당국, 北 '회색지대 도발'에 긴밀·협조 대응키로, 시사저널, 2024.09,24
- 황방열, 한일'동맹' 마지막 선 넘나…'상호군수지원협정' 남았다, 뉴스토마토, 2024.8.27
- 박민희, 북 “헌법에 대한민국 철저한 적대국가 규제”…도로 폭파 보도, 한겨레, 2024.10.17
- 권혁철, 한·미·일, 3국 군사훈련 정례화한다…안보 협력각서 서명, 한겨레, 2024.07.28
글 : 김지혜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