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고통을 돈 벌 기회로 삼는 무기산업에 반대한다
2024년 9월 25일
한국 정부는 정권을 막론하고 방위산업 진흥을 위한 수출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한국의 방위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한국은 전 세계 무기 수출 10위(2019~2023) 국가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하겠다고 발표하고, 2024년 방산 수출 목표로 200억 달러로 정했다.
문제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한 국가 중 다수가 분쟁 중이거나 독재 및 인권 탄압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예멘 내전 곳곳에서 한국산 무기가 발견되었으며, 미얀마 민주화 시위와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 최근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까지 시위대 진압에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 이스라엘에 약 4,700만 달러(약 630억 원)어치 무기를 수출했으며, 집단학살이 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최소 128만 달러(약 17억 6천만 원)어치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수출했다.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방위산업전시회도 매해 확대되고 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 ▷국제치안산업대전(KPEX) 등이 바로 그것이다. 행사들이 개최되는 지역도 경기, 충남, 경남, 부산 등 다양하다. 9월 25일부터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가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충남 계룡대에서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진행될 예정이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9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힘에 의한 평화’를 직접 체험·공감할 수 있도록 ‘국민 참여형 행사’”로 ‘K-밀리터리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울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을 진행한다고 한다. 상대를 위협할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렬은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무기 거래와 다양한 의제를 연결하고, 연대의 범위를 넓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기박람회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에 9월 25일(수)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와 한국의 방산 진흥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K-방산’이 연일 회자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를 ‘방위산업부’로 만들자는 말까지 했다. 방위산업이라는 이름은 무기를 방어용으로 생각하게 하지만, 방어용 무기는 언제나 공격용으로 사용 가능하며, 똑같이 생명을 살상하고 파괴를 일삼을 수 있다. 아무리 포장해 봤자 방위산업은 무기산업일 뿐이다.
어느샌가부터 한국 글로벌 상품을 수식하는 ‘K-’가 방위산업 앞에 붙기 시작했다. 세계화된 한국의 무기산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군가는 국익이나 미래 먹거리, 국위 선양의 관점을 내세운다. 최근 유럽까지 한국 무기의 수출길이 확장되는 것을 보고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며 치켜세우기도 한다. ‘K-방산’이라는 용어는 문재인 정권 때부터 쓰였지만, ‘K-무기’는 그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어 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무기수출국 중 약 69%가 무기판매위험국, 즉 부패와 불안정성, 국내 인권 상황, 분쟁 개입 등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국가들이다. 예멘 내전에서, 미얀마, 스리랑카, 필리핀, 방글라데시, 태국 등의 민주화/반정부 시위 진압에서, 한국산 무기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의 시위 진압 장비가 사용되었다. 심지어 2014년 가자지구 분쟁 시기를 포함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313만 달러에서 824만 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지난 10월 가자 학살이 격화된 이후로도 최소 128만 달러의 무기를 수출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에 한국산 무기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무기 수출액은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전쟁은 그 시공간에 있는 모든 생명에게 고통과 슬픔을 드리우지만, 무기산업에 있어 전쟁은 기회이자 성장의 동력, 그리고 무기의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된다. 실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분쟁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방산수출 유망국가로 꼽았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을 K-방산 도약의 해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올해 무기 수출액 2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K-방산의 도약을 위해선 더 많은 위기가 필요하며, K-무기가 더 많이 수출될수록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은 슬픔과 고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전 세계는 점점 더 많은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은 여전히 난망하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은 레바논으로까지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개의 전쟁이 가속화한 지정학적 불안과 강화된 진영화는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3년 세계 국방비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국 정부 역시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과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며 어떤 조심스러움도 없이 그 진영화된 위기의 흐름에 그대로 편승하고 있는 중이다. 동북아 진영화에 따른 전쟁 위기와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데 그를 완화하기 위한 어떤 외교적 방안도 전무한 상태다.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성대하게 열리는 ‘K-밀리터리 페스티벌’ 행사 역시 비군사적 방안을 평화 구축으로 향하는 방안에서 제외시킨다. 전쟁 무기의 위용을 드러내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과 계룡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계룡대 지상군 페스티벌,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전승기념 행사는 국가적 위기를 강조하며 이를 타개할 수단이 오로지 군사력 강화밖에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동시에 ‘K-방산’을 언급하는 여러 언론들은 연일 이 전지구적 위기야말로 각종 무기 개발을 통한 ‘K-방산’의 호재이자 국익에 부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도한다.
위기의 강조는 평화뿐 아니라 민주주의 역시 위협한다. 현재 남북의 점증하는 군사적 위기 상황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방의 책임만을 내세우게 되면 적에게 찬동한다고 간주되는 국가 내부의 비판 세력 역시 적으로 간주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의 독재정권 역사에서 익히 일어났던 일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다른 대안적인 평화를 주장하는 세력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이나 ‘검은 선동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쟁과 기후위기의 깊은 상관관계가 이야기되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년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자동차 9천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이며, 네덜란드의 한 해 배출량을 초과한다. 이는 무기 생산과 공급, 사 용까지의 거대한 탄소 집약적 활동인 무기산업뿐 아니라 전쟁에서 발생하는 여러 파괴와 이후 이어지는 재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역시 포괄한다. 전 세계의 군사비가 증가할수록 당연하게도 추가적인 탄소 배출이 증가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된 기후 비용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친환경’ 무기를 대안으로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전쟁과 그를 뒷받침하는 무기산업 등의 전쟁 준비를 멈추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오늘 출범하는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전쟁의 고통을 돈 벌 기회로 삼으며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는 무기산업에 반대한다. 무기산업을 통한 군사력 강화는 국익과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위기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행위일 뿐이다. 무기박람회는 전쟁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기거래의 가장 주요한 현장이다. 박람회장에서 각국의 국방 담당자와 유수의 무기 상인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적힌 계약서를 주고받는 동안 일어나는 것은 더 많은 죽음과 파괴이며,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자원의 탈취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2013년부터 시작된 아덱스저항행동을 넘어 전국 단위에서 이와 같은 무기산업을 비판하고 죽음의 시장이나 다름없는 무기박람회 중단을 위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오는 2023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계룡대에서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열린다. 아시아 최대의 무기박람회를 자임하는 KADEX는 무기의 생산과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자리다. 국내외 거대 무기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투기, 전차, 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전시하고, 비즈니스 미팅과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무기박람회에는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이들 중에는 일반 시민들도 있고, 세계 각지에서 오는 VIP 무기 구매자들도 있다. 전쟁터에서, 인권침해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무기들이 박람회장에서는 멋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무기 거래의 현장인 무기박람회가 사실은 살상을 담보로 하며, 전쟁과 인권침해를 부추긴다는 사실은 철저히 감춰진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무기박람회의 감춰진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무기박람회가 인간과 생명의 존엄을 기만하는 “죽음의 시장”이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다.
KADEX 저항행동에 참여하실 분을 모집합니다! 👉참가 신청
- 환영만찬 방해행동: 10월 2일 (수) 6~8시, 대전 오노마호텔
- 무기 상인과 구매자, 각국 군 관계자 등 'VIP' 환영만찬이 진행되는 호텔 앞에서 부부젤라, 타악기 등을 활용해 대응합니다. (신고된 집회)
- 퍼블릭데이 액션: 10월 6일 (일) 12~5시, 충남 계룡대
- KADEX 퍼블릭데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앞에서 피켓팅, 유인물 배포 등 집회를 진행합니다. (신고된 집회)
- 대전, 세종, 계룡에서 행사장 앞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습니다.
- 무기박람회 다크투어: 10월 6일 (일) 오후 3~4시반, 충남 계룡대
- KADEX에 참가한 기업들이 판매한 무기들이 어디로 수출되어 살상에 사용되고 있는지 가이드의 안내를 들으며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다크투어 비용은 따로 없으나 KADEX 홈페이지에서 입장 등록을 하셔야 하며 10월 1일 이전 사전등록 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사전등록 1만 원, 현장등록 2만 원). 충남도민/계룡시민은 1일권 할인 적용(홈페이지 참조).
글 : 무기박람회저항행동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무기박람회 반대 활동을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와 평화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이며, 플랫폼c도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