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7기후정의행진 | 기후위기에 맞선 유용하고 현실적 방법

907기후정의행진 | 기후위기에 맞선 유용하고 현실적 방법

9월 7일, 강남역 일대에서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합시다!

2024년 9월 3일

[읽을거리]기후정의기후위기, 기후정의운동, 사회운동, 자본주의

기후정의행진은 사회운동의 힘을 모으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다. 단 한번의 행진으로 무엇이 바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운동은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이며, 행진에 참여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가자.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같이 행진에 참여하면서 위기를 알리고, 대안을 외치자!

기후위기를 넘어서, 왜 기후‘정의’인가?

기후위기는 우리사회의 취약한 존재(동물·주거취약계층·여성·장애인 등) 들에게 훨씬 더 위협적이다. 이들에 대한 불평등이 기후위기를 심각한 기후재난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는 ‘정의’의 문제와 직결된다.

기후정의는 기후위기 자체가 부정의한 체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을 함축한다. 자본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체제가 기후위기를 낳았다. 자본주의의 특수성은 상품 생산이 공동체 성원들의 필요가 아니라, 자본의 이윤 추구에 꼭 맞게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상품의 생산과 분배가 자원이 박탈된 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체제라 할 수 있다. 자본의 이윤 추구를 통제하고,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 이윤이 아니라 지구생활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북반구에서는 존재의 행복과 무관하게 상품과 소비가 흘러넘치고, 이런 일상은 화석연료가 뒷받침한다. 오랜 세월 땅에 묻혀 있던 식물과 해조류의 사체, 석탄·석유는 상품 생산을 위해 발굴돼 타오르면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점점 뜨거워지게 만들고, 이상기후를 초래한다. 그렇기에 한편에서는 테무(Temu)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같은 온라인 쇼핑플랫폼에서 상품들을 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이와 반대로 삶의 기초적인 조건조차 충족되지 않는 인구는 너무도 많다.

이윤만 고려한다는 것은, 환경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산과 숲에서 참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펄프 등의 원료가 되는, 기름을 많이 품은 유칼립투스를 대량으로 심은 결과, 캐나다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전 세계의 70%를 차지하게 됐다. 이런 산불은 대규모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2023년 5월부터 9월까지 캐나다에서 계속된 산불
2023년 5월부터 9월까지 캐나다에서 계속된 산불

사회운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유용하고 현실적인 방법

이처럼 자본주의는 기후위기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러나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탄소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 30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에서 이 체제의 무능을 알아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기구나 자본가로 대표되는 권력자들에 대항하는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 사회가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항 세력의 시도는 지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주변부에 있는 저항 세력들, 자원이 박탈된 이들이 결집하여 변화를 만드는 방식이 바로 사회운동이다. 그래서 사회운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을 모였을 때 생기는 영향력이나 정당성도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할 때 더 정의로운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운동은 기후위기에 맞서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환경운동이 생태 보호를 위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당장 멈추기를 주장한다면, 그런데 발전소 노동자들의 실직이나 노동조건 악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대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운동은 자원(돈이나 지식, 나이 등)이 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하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공동의 가치, 공동의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사회운동은 이 거대한 위기에 맞서는 데 필수적이다.

923기후정의행진
923기후정의행진

기후정의행진의 의미

기후위기에 맞서는 싸움들은 매순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 기후정의행진은 거대 양당을 배제하는 등 권력자들과 분명히 선을 긋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집회이다. 사회운동은 제도정치와의 일상적 교류를 통해 많은 변화를 만들 수도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환경운동은 제도화와 전문화 과정을 거쳤다고 알려져 있고, 제도화 전략은 2000년대 초까지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환경운동의 역량이 약화되고, 정부에 의한 체계적인 배제를 거치며 제도화 전략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도 정치와 단절하고 사회운동의 힘을 강화하고자 하는 기후정의행진의 노력은 분명 의미있다.

다음으로, 다양한 목적과 입장을 가진 단체들이 대중적인 집회를 조직하기 위해 모여서 토론하고, 서로의 차이와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에 5,000여명이 모인 이후, 2022년과 2023년 기후정의행진에 3만여명이 결집한 것은 대중운동으로서 기후정의행진의 성과였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입장에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는 의미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2022년, 나는 처음으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다. 당시에는 “우리가 길이고, 우리가 대안이다”라는 구호가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다이인(die-in)을 할 때는 그것이 사람들이 대규모로 죽음을 맞이한 비상사태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라는 것을 모르고, 그냥 바닥에 누워서 본 하늘이나 빌딩이 낯설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행진에서 돌아가는 길에 기후정의행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됐고, 이듬해 2023년에는 기후정의행진 행진팀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단체에서 함께 행진에 참여하면, 유대감이 형성되면서 다음에 다른 집회나 행사에도 참석하게 되는 무언의 책임감 같은 것이 생긴다.

기후정의행진은 사회운동의 힘을 모으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단 한번의 행진으로 무엇이 바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운동은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이며, 행진에 참여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가자.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같이 행진에 참여하면서 위기를 알리고, 대안을 외치자. 혹시라도 허무함이 느껴졌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해보자. 권력자들은 스스로 위기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 어느 시기에나 사회운동은 변화를 만들어 왔고, 저항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곳곳에 존재한다. 우리가 모여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대안에 대해 토론하고, 구호를 외칠 때, 우리의 힘은 생긴다.

글 : 차송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