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 물고기 떼죽음과 산업 폐수에 맞선 주민들의 투쟁

베트남 | 물고기 떼죽음과 산업 폐수에 맞선 주민들의 투쟁

지역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저항은 포모사 철강이 저지른 끔찍한 재해를 저지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이들에게 탄압으로만 응답했다.

2024년 9월 19일

[동아시아]베트남베트남, 환경운동, 하띤성, 대중시위, 대만

베트남 중부 하띤성의 붕앙 경제구역에 위치한 포모사 하띤 철강(Formosa Ha Tinh Steel Corporation, 台塑河靜鋼鐵興業責任有限公司)은 2015년 말 대만 자본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Formosa Plastic Group, 台塑關係企業)의 투자로 설립됐다. 한데 가동을 시작한 지 몇 달 후인 2016년 4월 초, 베트남 중부 해안선 약 200킬로미터에 걸쳐 엄청난 규모의 해양 오염이 발생했다. 약 115톤에 달하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산호초와 맹그로브숲이 오염돼 바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다.

베트남공산당 고위관료들과 포르모사 하띤 철강 관리자들
베트남공산당 고위관료들과 포르모사 하띤 철강 관리자들

그 결과 4만여 명의 베트남 어민들이 생계수단을 잃어버렸고, 20만여 명의 삶이 위협받게 됐다. 무엇보다 이런 파괴는 지역사회에 식량위기와 보건상의 위기를 야기했다. 조사 초기 포모사 철강 사측은 자신들에겐 아무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조사 결과 공장 측이 폐수 파이프라인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유출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4월 29일, 베트남 트란 홍 하(Trần Hồng Hà) 당시 환경부 장관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매우 거대하고 심각한 환경 재해”이며,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이틀 후 노동절에는 피해 지역에서 수백여 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온라인에서는 ‘#나는물고기를택한다’를 뜻하는 #ToiChonCa 캠페인이 벌어졌다. 포모사 철강의 임원이 “베트남인들은 물고기와 새우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현대식 철강산업을 건설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며, 둘 다 가질 순 없다”는 망언을 뱉은 것을 비판하는 내용의 캠페인이었다.

6월이 되어서야 포모사 철강은 독성 물질 유출 책임을 인정하고 주민들에게 5억 달러(6천 800억 원)를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주 일요일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비롯한 베트남 전역에서 이 해양 오염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베트남 정부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대신 강력한 시위 단속으로 일관했다. 불과 두 달만에 500여 명이 체포됐다. 이 사건이 ‘베트남판 체르노빌’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항의 행동은 계속됐다. 8월 중순에도 주민들은 죽은 물고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서 거리로 나섰고, 끼아인현 인민위원회 청사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련의 투쟁을 이끈 응우옌 탄 랑(Nguyễn Thanh Lang) 활동가는 어느 집회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해양 오염이 발생한 지 네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생계가 불가능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깨끗한 바다를 누릴 권리를 요구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민들은 베트남 정부가 이 산업 오염 범죄를 은폐하거나 감싸려는 것 같다고 여겼다. 정부는 주민들에게 보상금으로 고작 쌀 한 포대와 5만 동(2500원)만 지급했다. 피해를 회복하기에는 턱 없기 적은 금액이었다. 게다가 포모사 철강을 강하게 처벌하거나 규제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다. 응헤안 성당의 안토니 남(Anthony Nam) 신부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범인을 은폐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 공동체를 중심으로 열린 일련의 시위에서는 “누가 베트남을 독살하기 위해 포모사를 데려왔나” “정부는 돈을 가져가지만, 인민은 재앙을 가져간다”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다.

이후로도 주민들의 피해보상 요구 시위는 1년 넘게 계속됐다. 여러 어촌에서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 규모의 지역 주민들이 시위를 멈추지 않고 열었다. 그때마다 당국은 탄압으로 일관했다. 몇몇 마을들에서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는데, 정부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16년 10월,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Giới Trẻ Giáo Hạt Kỳ Anh
2016년 10월,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Giới Trẻ Giáo Hạt Kỳ Anh

결국 2017년 2월, 베트남 정부는 오염 위험이 높은 프로젝트에는 허가를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린 딘 둥(Trịnh Đình Dũng) 당시 부총리는 환경 규정을 개정하고, 투자 및 건설 단계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년 가까이 지속된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이 이룬 성과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아름답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2017년 1월에는 22세 활동가 응우옌 반 호아(Nguyễn Văn Hoá)가 체포됐고, 5월 15일에는 “경찰 업무를 방해”하고, “민주적 자유를 남용해 국익을 침해”한 혐의로 서른네 살의 노동운동가 호앙 득 빈(Hoàng Đức Bình)이 체포됐다. 그는 2014년 공단 노동자들의 반중 시위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했고, 포모사 환경 재해 피해보상 운동에서는 ‘중부지역 어부연합’을 결성하고 천주교 신자 공동체와 함께 연대했다. 체포 당일 베트남공산당 응에안성 위원회 기관지는 호앙 득 빈이 “자신의 페북 계정에 정권을 비판하는 자료를 자주 게시하거나 공유”했으며, “다원주의와 다당제를 옹호했다”고 비난했다. 2017년 11월 베트남 법원은 응우옌 반 호아에게 ‘시위 선동’ 및 ‘반국가적 선전’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선고했고, 2018년 2월에는 호앙 득 빈에게 징역 14년 형을 선고했다. 포모사 환경오염 사고에 맞선 투쟁 과정에서 체포돼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31명에 달한다.

베트남 중부 지방인민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응우옌 반 호아 활동가
베트남 중부 지방인민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응우옌 반 호아 활동가

지역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저항은 포모사 철강이 저지른 끔찍한 재해를 저지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이들에게 탄압으로만 응답했다. 응에안성 지역의 당 관료들이 내뱉는 수사는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일련의 행동이 “국익을 침해”하고, “재산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만약 ‘국익’이 온전히 그 나라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권리를 지칭한다면, 정부가 탄압한 사람들은 베트남의 국익을 해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옹호하는 이들이었다. 진정으로 국익을 해친 것은 이윤을 위해 오염물질을 마구 방출하고, 이에 대한 규제 없이 투자를 수용한 지방정부였다. 이들이 누구의 재산을 파괴했다는 것일까? 주민들의 저항이 자본가들에게 큰 손실을 주긴 했다. 그렇다면 베트남공산당은 자국 민중 대신 자본가들의 재산을 옹호하는 집단으로 변모한 게 아닐까?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는 시장 동향, 부동산 투기 시장 같은 자본주의적 모습만 전달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한 사회, 삼성전자 현지 공장의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들의 폭로 등 자본주의적인 체제 변화(도이모이)가 낳은 모순들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베트남 사회에는 이런 두 가지 양상 사이의 불협화음이 있고, 이는 결코 ‘후진국-선진국 → 권위주의-민주주의’식의 단순하고 진화주의적인 도식으로 설명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식민화하고 있다. 그러니 어떤 국가의 ‘반체제 인사’들을 이해하려면 탈식민주의적 시선을 기각해선 안 된다.

2023년 베트남은 미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을 자국에 초청한 유일한 국가였다. 베트남은 중국처럼 공산당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이지만, 동시에 상당한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인텔·LG전자·폭스콘·샤프·혼다·캐논 등 다국적 자본 산하의 대형 제조업 회사가 진출해 있는 ‘글로벌 공장’인데, 이들 자본은 하나같이 미중 분쟁의 폭풍우에서 비켜서 있길 원한다. 소위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라 명명되는 베트남식 중간국 외교는 일종의 신화가 됐다. 누구의 신화일까? 자본의 이윤을 위한 신화는 아닐까?

2000년대 이후 베트남 민중의 자생적 투쟁은 베트남 사회를 여러 층위에서 바꿔왔다. 하지만 당-국가의 탄압으로 인해 그것이 어떤 유형의 대안적인 사회운동을 만들고, 운동의 안정적인 기반을 형성하기에는 제도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아직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압은 베트남 민중이 지닌 집단적 저항의 동학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아직 베트남 민중에게는 기회가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시위 중인 베트남 주민들
시위 중인 베트남 주민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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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명교 (뉴스레터 동동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