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에 떠밀리는 도시를 구출하라! 2024 반빈곤연대활동 참가기

이윤에 떠밀리는 도시를 구출하라! 2024 반빈곤연대활동 참가기

2024 반빈곤연대활동에서 함께한 활동들과 플랫폼C 청년·학생 회원들의 후기를 전한다.

2024년 7월 12일

[읽을거리]빈곤철폐반빈곤운동,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주거권

지난 6월 24일(월)부터 26일(수)까지 3일간 진행된 2024 반빈곤연대활동(이하 빈활)에는 50여 명의 청년, 학생, 시민이 참가했다. '이윤에 떠밀리는 도시를 구출하라!'는 구호와 함께 철거민, 노점상, 동자동 주민들과 빈활단이 함께한 활동들과 플랫폼C 청년 회원들의 후기를 전한다.

동지가 될 수 있을까?

얼마전에 애인과 “동지"라는 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너는 나의 동지는 아니라고 말했다. 애인은 약간은 섭섭한 듯 보였지만 나는 아무나 동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농담으로 (반쯤은 진담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활동에 약간 발을 담근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사실 내가 동료들에게 동지로 여겨지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 누군가 명확한 정의를 알려준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느끼기에 동지는 나의 투쟁에 함께해주는 사람, 또한 나도 그의 투쟁에 함께하게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동료 이상으로 지지하는, 친밀한 마음이 담겨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동지는 누구일까? 아주 좁은 범위의 사람들만을 떠올렸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학교 인권실천모임에서는 20대 대학생이라는 속성 하나만으로도 많은 속성이 공유되어서, 동지가 되기 비교적 쉬웠다. 비슷한 관심사와 차별에 대한 감각, 생활 반경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반빈곤 연대활동(빈활)은 내가 가지고 있던 동지의 상을 넓히고, 동지가 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빈활 1일차 | 누가 밀어내고 누가 밀려났나

서울역 다크투어를 마친 후 홈리스 철거 규탄 피켓팅을 진행 중인 사진
서울역 다크투어를 마친 후 홈리스 철거 규탄 피켓팅을 진행 중인 사진

첫째날인 월요일 오전에는 학교에서 근무가 있어서 오후 일정부터 합류했다. 반빈곤운동의 거점인 아랫마을에서 모여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서울역 다크투어에 관한 강연을 들은 후에, 서울역 다크투어를 하고 동자동 쪽방촌 간담회에 참여하는 일정이었다. 서울역 인근의 절망의 대부탑, 서울로 7017, 서울 스퀘어 등을 둘러보았다. 서울교통공사나 중구청 등이 홈리스들을 쫓아내기 위해서 의자에 팔걸이를 설치한다든가, 야간에 서울역을 폐쇄하는 조치를 했으며, 홈리스들의 살림살이를 강제로 폐기 처분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공시설인 서울역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홈리스를 쫓아내는 것은 시민과 시민이 아닌 이들을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구획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경험은(나의 경우 공공기관에 의한 배제는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충격이었고, 그래서 서울역 일대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분노를 느꼈다.

홈리스 대상 혐오 및 낙인을 부추기는 경고문을 서울교통공사에서 부착한 모습
홈리스 대상 혐오 및 낙인을 부추기는 경고문을 서울교통공사에서 부착한 모습

서울역 다크투어를 마치고 동자동에 가서 주민 분들께 동네 가이드를 받았다. 서울시가 만든 ‘온기 창고'를 지날 때는 그 앞에 계시던 주민들 중에 온기 창고에 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화를 내는 분도 계셨다. 서울시가 지은 몇몇 시설이나 기관을 보면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주민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듣지 않는 지원은 무용지물이며 기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행 방식이 시혜적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간담회에서도 교회나 자원봉사 단체에서 주는 도시락에 대한 주민들의 비판도 제기되었다.

동자동 사랑방 내부 사진과 새꿈 어린이 공원에서 동자동 쪽방촌 주민 간담회를 진행중인 모습
동자동 사랑방 내부 사진과 새꿈 어린이 공원에서 동자동 쪽방촌 주민 간담회를 진행중인 모습

일방적으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가 설정되면 거기에는 어떤 위계가 생기고, 받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봉사와 달리 연대에는 주기만 하는 사람도, 받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 구체적인 상에 차이가 있더라도, 우리는 모두가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목표에 동의하며, 각자의 현장에서 투쟁이 일어나면 연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연대자들 사이에는 상호적이고 동등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빈활 2일차 | 보이지 않는 선

경동시장에서 플랫폼C 회원이 노점상 연대장사를 함께 하는 모습
경동시장에서 플랫폼C 회원이 노점상 연대장사를 함께 하는 모습

둘째날은 오전에 동대문 일대에서 연대 장사를 하고, 오후에 철거민 투쟁에 결합하는 일정이었다. 동대문 노점은 한밤중에 철거되기도 하고, 계고장이나 수백만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기도 한다는 것, 특히 최근에 특별경찰이 생겨서 위협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설명을 듣고 연대 장사를 하러 갔다. 나는 노점에서 떡을 파는 사장님과 장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는데 점점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옆집 상인 분께 “떡 장사 할 줄 아는 애가 왔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사실 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노점상인들을 관찰하면서, 상인이 얼마나 오래된 직업인지 느꼈다. 호객을 하거나, 물건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사장님의 노련함을 느끼기도 했다. 손님들은 주로 노년층이었는데, 가래떡과 송편은 떡 중에서 인기 상품이었다. 특이하게도 땅콩 호박엿을 사가는 고객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이런저런 관찰을 하면서 느껴진 것은 가게와 거리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상인과 행인들의 삶이었다.

경동시장에서 플랫폼C 회원이 노점상 연대장사를 함께 하는 모습
경동시장에서 플랫폼C 회원이 노점상 연대장사를 함께 하는 모습

오후에는 철거민 투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초구에 가서 간담회를 하고, 선전전과 민원 투쟁에 함께했다. 간담회를 하면서 재개발을 하면 집에 적절한 가격이 책정되지 못하고,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충북 등 먼 곳에서 서울을 오가면서, 또는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까지도 투쟁을 지속하고 계시다는 말을 들었다. 주민들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고 기부체납이라는 명목으로 자본으로부터 돈을 받는 서초구청이나, 이윤을 위해 최소한의 돈으로 주거 공간이나 상업 시설을 매입하려고 하는 자본에 대한 철거민들의 분노가 느껴졌다.

민원을 넣고, 선전전을 하면서 구청에서 퇴근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되었다. 무심한 듯 보이는 사람들과 투쟁하는 우리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멈춰라! 강제퇴거! 동대문구청 규탄 반빈곤연대문화제> 참여중인 빈활단, 휘경철대위, 민주노련
<멈춰라! 강제퇴거! 동대문구청 규탄 반빈곤연대문화제> 참여중인 빈활단, 휘경철대위, 민주노련

맺으며

주요 일정을 마치면서, 재산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자본주의의 옹호자들의 말이 얼마나 궁색하고 기만적인지 깨달았다. 자본주의가 지키는 것은 노동해서 삶의 기반을 마련한 평범한 사람들의 재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윤을 축적하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돈이다. 또한, 새로운 투쟁의 현장에 가서 연대하면서 새로운 동지를 만든 기분이었다. 단지 친밀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반빈곤 투쟁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날 때 발생하는 마찰들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홈리스들의 주거 기반인 서울역 다크투어를 하면서 꺼림칙함을 느꼈고, 누군가의 삶을 ‘체험’하는 것 같아 비윤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이물감에 대한 논의들이 빈활 내내 많은 참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했다. 빈활을 마치며, 나는 이러한 감각은 나와 다른, 특히 취약한 상태의 존재를 만날 때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것이며, 동지가 되어갈 수록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가 취약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어떤 점에서 취약하고, 상대에 의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동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쩌면 거의 폭력에 가까운 것을 불사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마찰을 겪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글 : 차송현

교열 : 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