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The Newyorker)』는 "북한 강제노동 프로그램의 내부 사정(INSIDE NORTH KOREA'S FORCED-LABOR PROGRAM)"이라는 4만자 분량에 달하는 심층 탐사보도를 공개했다. 해당 보도는 전 『뉴욕타임즈』 기자이자 해양 인권과 환경, 노동에 대한 탐사보도를 하는 비영리 저널리즘 단체 'The Outlaw Ocean Project'를 이끄는 저널리스트 이안 얼비나(Ian Urbina)가 작성했다.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는 해당 기사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 기사를 번역했다.
단, 해당 보도는 미국과 서방에 의한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를 당연하다는 듯 전제하는데, 이를 드러내는 부수적 내용은 생략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결과적으로 이 보도가 담고 있는 '노동 지옥'을 만드는데 일조할 뿐이며, 보다 저렴한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중국 자본의 욕망은 그것으로 통제될 수 없다. 경제 제재가 북한의 통치엘리트들을 압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증명된 바 없으며, 오히려 평범한 민중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데 악용될 뿐이다.
지난해 2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 관할의 동강(东港)시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업체 '진후이식품유한공사(金辉食品)'는 설날(춘절) 맞이 축하연을 개최했다. 이 축하연에서 공장측은 새 공장 개점과 오징어의 미국 수출량 증가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것을 자축했다. 틱톡(더우인)에 업로드된 관련 영상에 따르면, 이 축하연에는 가수와 연주자, 댄서, 불꽃놀이, 섬광등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업체의 성공 원인에는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일하도록 파견한 북한 노동자를 활용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업체와 거래하는 한 해산물 상인은 최근 해당 업체에서 북한 직원을 50~70명 정도 고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업체가 올린 영상에는 한글 라벨이 붙은 기계와 조선어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오징어 손질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파티에서 업체는 '우리 당에 영광을 돌리는 사람들'(1989년 북한 의 계관시인이 지었다), '우리는 백두산에 가겠다'(김정일 탄생지 설화에 기반한 노래) 등 평양에서 많이 불리는 노래를 연주했다. 연주자들은 북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고, 그 뒤로는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청중석에는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소형 깃발을 들고 있었다.
축하연에서 상영된 드론 영상에는 가공 및 냉장 보관 시설과 8.5만 제곱미터(약 2.6만 평) 규모의 울타리가 쳐진 7층짜리 노동자 기숙사 건물이 담겨 있었다. 이 업체는 북한 노동자 고용 등 작업장 내 노동법 위반사항을 점검하는 서구 단체들로부터 받은 인증서를 홍보했다. 축하연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유엔 제재 위반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한 네티즌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이거 촬영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해당 업체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많은 기업들은 북한의 대규모 강제노동 프로그램에 의존해 저임금 노동을 착취한다. 이 프로그램은 돈세탁, 사이버공격 등 활동을 감독하고,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선노동당 39호실(일부 탈북민에 따르면 노동당 본부 3층 9호실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이라는 비밀기관 등에 의해 운영된다.
이러한 인력 이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2년, 북한 당국은 약 4만 명의 노동자를 중국에 송출했다. 이들의 급여 중 일부는 당국이 가져가며, 이는 당 간부들에게 중요한 외화 조달 수단이다. 당시 아산정책연구원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의 북한 인권」 보고서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 23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후로도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 폴란드, 카타르, 우루과이, 말리로 파견됐다.
2017년 북한이 일련의 핵무기와 탄도무기를 실험한 후 유엔은 외국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를 가했다. 미국 정부는 별도의 입증이 없는 한 북한 주민의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분류하고, 이들 노동자와 관련된 물품을 수입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 이 법은 북한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사용한 외국기업의 경우,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를 통해 강제노동에 의한 것이라는 '추정'을 반박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출신 노동자수는 10만 명에 이른다. 많은 노동자들이 건설 회사와 섬유 공장,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일부는 [진후이 식품회사의 노동자들처럼] 해산물을 가공하기도 한다. 2022년 당시 팬데믹 격리를 담당한 중국 관리들에 따르면 해산물 산업의 중심지인 단둥에만 약 8만 명의 북한 주민이 있었다고 한다.
강요, 성폭력, 협박
2023년 <뉴요커>의 이안 얼바나는 연구원들과 함께 일련의 현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출된 정부 문서, 홍보 자료, 위성 이미지, 온라인 포럼, 지역뉴스 보도 등을 검토했다.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게시된 수백 개의 휴대폰 촬영 영상을 시청했다. 이를 통해 북한 노동자의 존재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북한 억양, 언어 사용, 기타 문화적 지표를 탐지하기 위해 전문가의 검토를 받기도 했다.
외신 기자들에게 중국에서의 취재는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얼바나 취재팀은 공장 방문 및 생산라인 녹화를 위해 중국인 조사관을 고용했다. 또, 최근 이 공장에서 근무한 북한 출신 이주노동자 20명과 관리자 4명에게 비밀리에 인터뷰 질문을 보냈다. 익명으로 돌아온 그들의 응답은 조사관들의 녹취를 거쳐 취재팀에 돌아왔다.
답변에서 전원이 여성으로 이뤄진 조선 노동자들은 공장 감금과 폭력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보안요원의 감시 아래 건물 내, 때로는 철조망 안에 갇혀 있었다. 많은 노동자들이 고된 교대근무를 했으며, 한 달에 최대 하루의 휴가를 가졌다. 몇몇 노동자들은 북한 당국이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한 관리자들에 의해 구타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뉴요커> 기사를 통해 공개된 편지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면, 한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감옥 같았고 처음에는 토 나올 정도였지만 점차 익숙해짐. [노동자가] 말하면 주둥이를 다물고 일하라고 책임자가 쌍욕한다."
많은 노동자들은 관리자의 손에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랴오닝성 다롄( 大连)시의 한 공장에서 제품 운송을 담당했던 한 여성은 "(관리자가) 해먹기만 한다며 갑자기 콱 끌어당겨 안고는 가슴을 만지기도하고 더럽게 입을 맞추며 메스껍게 군다"고 말했다. 진후이식품유한공사에서 일했던 또 다른 직원은 "가장 힘들고 슬펐던 순간은 술자리에 끌려가 성관계를 강요당했을 때"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공장에 갇혔으며, 탈출을 시도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롄의 '하이칭식품(大连海青水产有限公司)'이라는 공장에서 4년 넘게 근무한 한 여성은 "도망가다 적발되면 흔적도 없이 살해된다는 점을 자주 강조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2017년 이후 1천 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는 15개의 해산물 가공공장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자국에 북한 출신 해외송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 이처럼 북한 노동자들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단둥 출신의 한 노동자는 동영상 공유플랫폼 '비리비리(哔哩哔哩)'에 댓 글을 통해 "[조선 출신 노동자들은] 구별하기 쉽다"며, "그들은 모두 제복을 입고, 리더가 있고, 명령을 따른다"고 적었다.
인터넷상에는 종종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이 업로드되기도 한다. 단둥에 위치한 '위안이 해산가공 丹东元一海产精制品有限公司'이라는 업체가 제작한 영상에는 12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북한 명절인 청년절을 기념하는 벽화 앞에서 일제히 춤을 추는 모습이 보였다. 해당 영상에는 인공기 이모티콘과 함께 '둥강시의 냉장창고에 있는 아름다운 북한 아가씨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북한 전문가 렘코 브로커(Remco Breuker)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교수는 취재팀에게 "수십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노예로 일하며 그들의 지도자와 그의 당을 풍요롭게 하는 한편, 비양심적인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1년 교육 후 중국으로 향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
2023년 말, 취재팀이 고용한 조사관이 '둥강 신신 식품'이라는 중국 업체의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수백 명의 북한 여성들이 한글로 "노동당 제8차 대회 결의안을 관철하자"라고 적힌 붉은 깃발 아래 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해당 업체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후 조사관은 같은 도시에 위치한 '하이멍식품(东港市海萌食品有限公司)'의 공장을 방문했고, 목재 책상에 중국과 북한의 작은 국기를 각각 건 채 앉아 있는 조선인 관리자를 발견했다. 책상 주위의 벽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 두 장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 관리자는 조사관을 직원식당으로 데려가 냉면을 먹게 한 뒤, 공장을 둘러보게 했다.
공장 안에서는 빨간 군복, 플라스틱 앞치마, 흰색 고무장화를 입은 수백 명의 북한 여성들이 가혹한 조명 아래 긴 금속 테이블에 어깨를 맞대고 서서 해산물이 담긴 플라스틱 바구니 위에 몸을 굽히고 손으로 제품을 썰고 분류했다. 이 공장은 월마트, 샵라이트 등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에 공급하는 회사에 수천 톤의 생선을 수출하고 있는데, 해당 업체측은 북한 노동자 채용을 부인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은폐했다. 알렉산더 두칼스키스(Alexander Dukalskis) 더블린대학 정치학 교수는 북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감시받으며, 대개 집단생활을 하며, 언론인과 접촉한 경험이 없는 나라에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말, 취재팀 조사관들이 여러 공장을 방문한 후, 중국 당국은 간첩방지법에 관한 팜플렛을 배포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북한 노동자들과 접촉하거나 북한 노동자들의 작업장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 활동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돼 엄중하게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신과 연계해 활동한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은 간첩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 했다.
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도시인 단둥은 북한 국경 바로 너머의 압록강 유역에 위치해 있다. 조중우의교(압록강 철교)는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한다. 한국전쟁 중 폭격을 받은 두 번째 다리는 여전히 강 건너편까지 뻗어 있으며, 단둥에서 5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볼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다리는 북한으로 통하는 몇 안 되는 관문 중 하나다.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과의 일부 무역이 허용되며, 북한과 중국 간 교환되는 물품의 거의 70%가 이 다리를 통해 이동된다.
단둥 소재 백화점에는 북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제품 목록이 비치되어 있다. 상점에서는 북한산 인삼, 맥주,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날의 이름을 딴 '7.27 담배'를 판매한다. 이 도시에는 한국전쟁 박물관이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항미원조전쟁 기념관'이라 불린다. 압록강 보트 투어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은 강 건너편에 있는 아이들에게 던져줄 과자를 구입한다.
북한 당국은 탈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으로 송출할 인력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정치적 충성도를 심사한다. 자격을 갖추려면 북한 회사에 취업해야 하며, 현지 당 간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렘코 브로커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심사는 친척들부터 시작"된다. 중국에 가족이 있거나, 이미 탈북한 친인척이 있는 경우에는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 일부 직위의 경우 27세 미만의 미혼 지원자는 부모가 살아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을 시도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27세 이상의 지원자는 기혼자여야, 키는 1미터55센티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일단 선발되면 지원자들은 출발 전 훈련을 받게 된다. 이 훈련은 1년 동안 진행되며, 중국의 관습·예절부터 '대적 공작', 타국 정보기관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룬다.
북한과 중국 양국 정부는 대부분 여성인 북한 노동자를 해산물 가공업체에 배치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 과정은 현지 중국의 파견업체가 맡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위한 구인광고는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지난해 9월 더우인에 게시된 동영상은 2,500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왔다는 내용을 알렸는데, 한 댓글 작성자는 해산물 공장에서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의 어느 게시물은 5,000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는다고 홍보했는데, 한 댓글 작성자는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작성자는 "팀장, 경영진, 통역사가 있다"라고 답했다.
인력파견업체 '지누어인력(吉林省吉诺人力资源公司)'은 "우리 업체는 대사관과 협력하는 인력업체로, 현재 북한 정규직 노동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게시했다. 그러자 이에 여러 업체가 관심을 표명했다.
급여의 90%까지 공제
중국에서의 일자리는 북한에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일이다. 한 달에 약 약 36만원(한화 기준) 의 급여를 약속하는 계약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비슷한 일을 하면 한 달에 4천원만 받는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에는 숨겨진 비용이 있다.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2년 또는 3년 계약을 체결한다. 중국에 도착하면 관리자는 노동자들의 여권을 압수한다. 공장 내부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노동자들과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 한 관리자는 "이것이 없으면 사람이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교대 근무는 최대 16시간까지 진행된다. 노동자가 탈출을 시도하거나 공장 외부 사람들에게 불만을 제기할 경우, 집에 있는 가족들은 보복을 당할 수 있다. 한 해산물 가공업체의 노동자는 관리자가 얼마나 욕을 하고 담배꽁초를 던졌는지 설명했다. 그는 "기분이 안 좋았고 그들과 싸우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며, "그때 참 슬펐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에게는 휴일이나 병가가 거의 없다. 해산물 공장에서 이들은 잠금장치가 있는 기숙사의 2층 침대에서 잠을 자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방 하나에 30명이 잠을 잔다. 단둥에서 4년 동안 조개를 가공한 한 노동자는 "(노동자의) 60~70%는 우울해 한다"며, "중국에 일하러 나온 걸 후회하지만, 빈손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에겐 TV나 라디오를 듣는 것도 금지된다. 쇼핑하러 가거나 공장 부지를 떠나는 것이 허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3명 이하의 그룹으로 움직이며 안내인이 동행한다. 한 관리자는 "북한 보위부원들이 우편물을 면밀히 조사한다"며, "일상생활을 감시하고 공식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따금 노동자들은 사교 활동을 한다. 2022년 공개된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미녀들의 배구'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청백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이 단둥 오메카푸드 수산공장 부지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통상 공장들은 노동자 임금을 관리자에게 주는데, 관리자는 자신과 당국를 위해 일부를 공제하고, 나머지는 중국에서의 노동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남겨놓는다. 노동자들은 임금을 떼이거나 도난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결국 노동자들은 약속된 급여의 10%도 안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취재팀이 검토한 한 계약서에는 당국이 식비를 지불하기 위해 매달 약 5만4천원을 공제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때로는 전기, 주택, 난방, 물, 보험 및 당국에 대한 "충성"을 위한 돈을 지불을 위해 더 많은 금액이 공제되기도 한다. 나아가 관리자들은 노동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임금 지급을 보류하기도 한다. 가령 여성들에게는 [탈북을 시도할 경우] "모든 곳에 설치된 중국 감시카메라에 즉시 적발될 것"이라는 경고가 전달된다.
2023년 10월 중국 정부 당국은 약 600명의 탈북 시도자를 체포해 본국으로 송환했다. 에드워드 하웰 옥스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중국 당국에 체포되면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어 노동 수용소에서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본·북한 당국·서방 모두 강제노동의 공범
중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 있다.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중국인 노동자들의 4분의1 수준이고, 퇴직금이나 의료보험, 산재보상, 육아휴직 등에서 제외되어 비용이 더욱 절감된다. 2017년 단둥시 상무국은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의류공장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무국 웹사이트에는 그러한 모든 노동자들이 "뿌리가 있고, 올바른지" 확인하기 위해 정치적 심사를 받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더구나 "북한 노동자의 규율은 매우 강하다"며, "결근이나 지도력에 대한 불복종 사례가 없으며, 질병을 가장하거나 업무를 지연시키는 경우도 없다"고 부연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보도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이 제재 준수 결과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은 산업 전반에 걸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 1월, 지린성에서는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재봉틀과 주방용품을 부수는 등 공장 내 항의 시위를 일으켰다. 또, 많은 북한 사람들(아마 수천 명)이 혹독한 겨울 날씨에도 충분히 보온이 되는 작업복을 입지 못한 채 러시아의 벌목장에서 일한다. 일부는 더 나은 숙소가 제공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적 컨테이너나 건설 중인 건물의 지하실에서 지내기도 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수천 명의 북한 사람들이 경기장과 고급 아파트 건설에 파견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북한 사람들과 함께 일했던 한 하청업자는 가디언지에 그들이 트레일러에 최대 8명을 싣고 비좁은 공간에서 살았으며, 마치 '전쟁 포로'처럼 공포와 학대의 분위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참고: 이주노동자의 무덤이 된 카타르 월드컵과 시장화 된 축구]
미국에서는 북한 노동력으로 만든 상품을 수입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이 법이 제대로 집행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약 80%는 수입되며, 그 중 대부분은 불투명한 공급망을 통해 중국에서 나온다. 취재팀은 북한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공장에서 해산물이 수입되는지 추적하기 위해 무역 데이터, 운송계약, 식품안전 등을 모니터링하고 해산물 포장에 찍힌 코드를 검토했다. 취재팀은 2017년부터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10개의 공장이 월마트, 자이언트, 샵라이트 및 온라인 식료품점 '위이(Weee)'를 포함한 식료품점에 납품하는 70개 이상의 미국 수입업체에 12만 톤 이상의 해산물을 수출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의 해산물은 맥도날드와 같은 주요 레스토랑 체인과 세계 최대의 식품 유통업체인 시스코(Sysco)에도 납품됐다. 시스코는 거의 50만 개의 레스토랑과 공립학교의 미군 기지 구내식당, 그리고 미 의회에 수산물을 공급한다.
취재팀 조사관들이 방문한 두 곳의 공장(갈리시아식품, 하이칭수산)에는 각각 50~70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갈리시아식품에서 근무한 한 노동자는 "관리자들이 돈에 너무 인색해서 몸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갈리시아식품과 하이칭수산은 2017년부터 약 10만 톤의 해산물을 미국 수입업자에게 수출했다. 또한 하이칭수산은 유럽의 식당들에 해산물을 공급하는 수입업자에게 제품을 수출했다.
하이칭수산과 관련된 미국 업체 중 하나인 '트라이던트 씨푸드(Trident Seafoods)'은 "자체 감사에서 증거나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라이던트 씨푸드를 포함한 하이라이너(High Liner), 시스코(Sysco) 등 기업들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해당 공장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다.
브로커 교수는 미국 소비자들이 이러한 합의로 조용히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이주노동 제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지만, 북한과 중국에게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제도"라며, "결과적으로 값싼 상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서구 역시 이익을 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용 없는 노동법 위반 여부 조사
중국 기업들은 종 종 노동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기관의 '사회감사(社会审计)'를 통과했기 때문에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공장의 절반은 지속가능성 인증 부여 기준을 설정하는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로부터 인증을 받았지만, 이는 사회 감사나 기타 노동평가를 통과한 회사에만 해당된다(MSC 측은 이러한 감사가 제3자에 의해 수행되며, "우리는 노동표준 설정에 대해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023년 취재팀의 조사관 중 1명이 해산물 가공공장 '단둥타이펑식품(丹东泰丰食品)'을 방문했다. 이 공장은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에게 부여하는 '국가브랜드'로 지정됐으며, 미국 및 해외 식료품점에 수천 톤의 해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공장에서 취재팀 조사관은 북한 관리자의 안내를 받았는데, 밝은 형광등이 켜진 공장 바닥에는 대부분 35세 이하의 북한 여성노동자 150여 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방호복, 앞치마, 고무장화,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빨간 장갑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고개 숙인 채 서서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플라스틱 해산물 통에 제품을 넣었다. 한 여성노동자는 자신이 속한 라인의 다른 노동자들에게 "빨리, 빨리"라고 말했다. 이 공장 방문 후 불과 몇 주 만에 해당 업체는 해양관리협의회로부터 재승인을 받았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Marcus Noland) 연구원은 수산물 업계의 사회감사에 대해 "기본 입장은 '악은 보이지 않는다'로 드러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감사에 대한 회의론은 점증하고 있다. 2021년 미 국무부는 중국의 사회감사가 강제노동을 식별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감사관들이 정부측 통역가에게 의존하고, 노동자와 직접 대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감사관들은 자신을 고용한 회사를 화나게 하는 것을 꺼리며, 노동자들 역시 학대 신고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 한다. 2023년 11월 미 관세국경보호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은 신뢰할 수 있는 평가를 위한 "예고되지 않은 독립적 제3자 감사"와 "모국어로 작성된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미국 기업들에 권고했다. 비영리단체 노동권컨소시엄(Worker Rights Consortium)의 리아나 폭스버그(Liana Foxvog)는 평가 과정에서 외부 노동자 면담 등 다른 부분에 대한 점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사회감사가 관세국경보호청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20명 중 17명이 관리자에게 성폭력 피해
지난해 말, 중국으로 송출된 북한 노동자들과 접촉하려고 했을 때 취재팀은 심각한 장애물에 부딪혔다. 서방 언론인의 북한 입국은 금지되고, 북한 주민들은 기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된다. 취재팀은 식량 부족, 정전, 반정부 낙서 증가 등의 정보를 언론에 전달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하는 남한 조사팀을 고용했다. 조사관들은 중국의 6개 공장에 파견된 24명의 북한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했고, 그런 다음 조사관들은 북한 노동자들을 비밀리에 일대일로 만나 노동자들이 서로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했다. 만남은 대개 보안요원이 감시하기 어려운 야외나 거리에서 이루어졌다.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은 극심한 고독을 토로했다. 노동은 고됐고 공장에서는 악취가 났으며 폭력은 흔했다. 단둥에서 조개를 가공하는 노동자는 "발로 막 걷어 차이고, 인간 이하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행복한 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부분은 "행복한 순간이 없다"고 말했다. 몇몇 사람들은 집에 돌아와 월급을 받았을 때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다롄에서 물품운송을 하던 한 여성은 "월급이 죄다 공제되지 않아 기뻤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중국 공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일을 하면서 종종 피곤하고 속상함을 느꼈지만, "보복을 피하기 위해 그런 생각을 혼자만 간직했다"고 말하며, "외로웠고, 군대 같은 공동체 생활이 싫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패턴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성적 학대였다. 여성노동자 20명 중 17명은 북한 관리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그들은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하는 데 사용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 설명했다. 일부 관리자들은 유니폼에 묻은 것을 닦는 척하면서 몸을 더듬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긴급 상황인 것처럼 사무실로 불러들인 뒤,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주말 회식에서 술을 대접해 달라고 부탁한 뒤, 그곳에서 성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술을 마시면 장난감을 갖고 놀듯이 내 몸 여기저기를 만졌다"고 말했다. 다롄에서 물품운송을 하던 여성은 "갑자기 입맞춤을 할 때는 어릴 적 먹은 젖까지 올라올 정도로 슬프고 최악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여성노동자들이 성관계 요구를 거부하면, 관리자들은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하이칭수산에서 4년 넘게 근무한 직원은 자신의 관리자에 대해 "그 사람이 성적으로 마음대로 안 되면 화를 내고 나를 발로 찬다"며, "그 사람은 나를 '빌어먹을 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 명의 여성은 관리자가 그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하이칭수산의 또 다른 직원은 "그들은 가능할 때마다 메스꺼울 정도로 우리에게 시시덕거리고 돈을 위해 성관계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東港金恵 식품 출신 노동자는 "팬데믹 기간 동안 일이 없었는데도 국가가 충성심으로 외화자금을 요구해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몸을 팔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하이칭수산에서 4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관리자들에 대해 "국가가 정한 외화벌이 할당량을 맞춰야 한다며 여성노동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중국이 국경을 폐쇄하자 어떤 사람들은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 [기약없이] 체류해야 했다. 종종 직장이 문을 닫고 소득이 끊기기도 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내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때때로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었고, 그 때문에 팬데믹 기간에 많은 이들이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렸다. 팬데믹 시기 중국에서 조업이 중단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은 빚을 갚지 못하게 됐고, 사채업자들은 친척집에 깡패들을 보내 협박했다. 일부 가족은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아야 했다. 2023년에는 한 방직공장에서 북한 출신 여성노동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죽고 싶다고 말한 노동자는 "그런 죽음은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며, "누군가 자살하면 관리자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다른 직원이나 중국인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비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끝나고 중국-북한의 국경이 다시 열렸다. 지난 8월 북한 노동자 300여 명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단둥에서 10대의 버스에 올라탔다. 이들의 환송식을 담은 사진과 영상에는 일부 여성들이 서둘러 대형 여행가방을 네온 녹색 버스에 싣고 우정의 다리를 건너 달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9월에도 300명이 신의주행 여객열차를 탔고, 200명은 비행기로 송환됐다. 이렇게 해서 돌아온 노동자들은 관료들로부터 질문을 받게 된다. 단둥에서 조개 가공 노동을 했던 노동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일어나는 일, 다른 노동자, 관리자, 대리인에 대해 일일이 물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이후 북한(조선) 정부는 새로운 인력송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노동 송출 브로커들은 중국 기업들에게 큰 금액의 선불금을 요구해 왔다. 한 브로커는 "북한 인력 없이는 중국 기업이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선불로 비용을 지불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북한 노동자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 여성노동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다롄의 한 가공 공장에서 생선 내장을 제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입안에 염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질문지를 통해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그는 "강제로 성관계를 했을 때"라고 답했다. 그는 숨막힐 정도로 투옥된 느낌에 대해, "약간의 의견이라도 보이면 벌레 취급을 당했다. 바깥세상을 마음대로 볼 수 없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원문 : 이안 얼바나
번역 : 박성우
교열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