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아이다호 IDA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Inter & Transphobia)을 맞아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성소수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높이자.
매년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아이다호 IDA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Inter & Transphobia) 이다. 동성애 혐오Homophobia, 트랜스 혐오Transphobia, 양성애 혐오Biphobia를 반대하는 날로, 한국에서는 이를 줄여 “아이다호 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여 제정된 날로, 국제적인 성소수자 인권기념일이다. 이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제도적, 의료적 낙인을 바로잡은 역사이다. 이 역사가 쓰이기까지 억압에 저항했던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의 투쟁이 있어왔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은 기본권을 누리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62개 국가에서 합의에 의한 동성 간 관계를 법으로 또는 관행으로 범죄화하고 있다. 최소 59개 국가에서 성적 및 성별 다양성 문제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이러한 조항을 제정하고 논의하는 국가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왔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법제화된 동성결혼은 올해 에스토니아, 그리스, 태국에서 의회를 통과해 35개 국가에서 제도화되었다. 트랜스젠더 권리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다. 올해 4월, 독일에서는 ‘성별 등록 자기 결정법’이 도입돼 복잡한 절차 없이 신고만으로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동성애를 ‘치료’하겠다는 소위 '전환 치료'도 16개 국가가 금지하고 있다. 9개 국가는 간성 청소년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을 전국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자기 결정에 따른 법적 성별 인정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17개국이다.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들도 오랫동안 기자회견, 집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를 종식시키려는 의지를 다져 왔다. 그러나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오랜 투쟁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다. 특히 모든 시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 앞장서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서울학생인권조례와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지방의회에서 폐지되었고, 퀴어문화축제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었다. 나아가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에도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과 평등한 관계를 보장하는 혼인평등법의 제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70여 개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결성한 <2024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투쟁단>은 5월 17일 당일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혐오와 차별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성소수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라는 투쟁대회를 개최한다. 투쟁대회에 참여한 인권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22대 국회를 비롯하여 국가기관이 성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성소수자들이 혐오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자.
글 : 민희
< 2024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대회 선포 기자회견문 >
오늘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가 질병분류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것을 유래로 해 만들어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이다. ‘동성애’가 질병목록에서 삭제된 후 35년이 지났고, 1993년 한국 최초 성소수자 인권단체 ‘초동회’가 발족한 이래 30년이 넘었다. 그동안의 역사 속에서 한국의 수많은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투쟁은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한 많은 진전을 이끌고 만들어냈다.
1993년 초동회를 시작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시작한지 30여년,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2000년 소규모로 시작된 제1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이제는 수만명이, 전국적으로 함께 하는 자리가 되었고,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성소수자로 드러내며, 자긍심을 보여주고 있고, 시민들은 연대하여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정치의 후퇴를 목도하고 있다. 최근 충남과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고, 각 지역에서 성교육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도서가 폐기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성소수자 운동의 오랜 요구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4건의 발의에도 제정되지 못하였고, 헌정사상 최초로 발의된 혼인평등법에 대해 국회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2대 총선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을 빙자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선동을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여기 모인 우리는 결코 이러한 정치의 후퇴에 좌절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혐오와 차별에 굴하지 않고 연대와 투쟁을 통해 없던 길을 개척하고 열어낸다. 그리고 여기 모여 2024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대회를 선포한다. 이번 투쟁대회의 슬로건은 ‘모두의 평등, 자유, 정의’다. 우리는 퀴어이자, 빈곤과 가난, 감염병과 질병을 가로지르는 당사자로서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성별이분법, 그리고 이성애중심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위험에 정면으로 맞선다. 국가폭력, 전쟁, 학살, 기후재난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는 이 위험으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우리는 성소수자의 인권증진 없이 ‘모두’를 말할 수 없다고 외치며 모두의 자유와 평등, 정의를 강력히 주장한다.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돈이 없고, 아프고, 문란한 ‘우리’다.
오늘 모인 우리는 성소수자이자 지지자이다. 혐오의 피해자이자 구조적 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이다. 정치가 성소수자 인권실현의 책무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광장에서, 거리에서, 공공장소에서 더 많이 모이고 우리의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정치가 자신들의 책무를 망각하지 않도록 더 많이 외치고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오늘 이 기자회견과, 저녁에 이어질 투쟁대회, 행진은 모두의 평등, 자유, 정의를 위한 투쟁이자, 세상을 무지개빛으로 물들이는 연대의 물결이다. 그렇기에 정치에 요구한다.
성소수자의 평등, 법으로 보장하라!
성소수 자의 자유, 제도로 실현하라!
모두의 정의, 모두의 해방, 우리의 연대로 쟁취하자!
2024년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에, 2024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투쟁단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HIV/AIDS인권행동 알, 가족구성권연구소,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 고려대학교 소수자인권위원회,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노동당, 녹색당, 다다름(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상담사 모임),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다움,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성소수자모임 아웅다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 덕성여대 퀴어네트워크 이오,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상상행동 장애여성 마실,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IS,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서울인권영화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성균관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퀴어홀릭,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소수자교사모임(QTQ),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심리상담하는 성소수자 네트워크 이음 , 언니네트워크, 이화여대성소수자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장애여성공감, 장애해방열사_단, 전교조 성평등특별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의당, 정치하는엄마들,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당 인권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 청년유니온,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춘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코코아그라운드, 트랜스해방전선,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플랫폼C,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다양성연구소,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홈리스행동, 홍익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홍반사 (총 78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