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악몽 | 이스라엘의 파시스트 정치인들
2023년 11월 5일
1948년 12월,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한나 아렌트를 비롯한 미국의 저명한 유대인 그룹은 새로 탄생한 이스라엘 국가에 '자유당'(Tnuat Haherut)이 출현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편지를 뉴욕타임즈에 보냈다.
- 이르군 즈바이 레우미(IZL) : 1931년에 설립된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우익 지하운동조직. 1948년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건국을 선포한 후 이스라엘 방위군에 충성을 맹세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혼란스러운 정치 현상 중 하나는 나치 및 파시스트 정당과 조직, 방법, 정치철학 및 사회적 호소력이 매우 유사한 정당인 '자유당'이 새로 건국된 이스라엘에 등장한 것이다. 이 정당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테러리스트-우파-이스라엘 우월주의 조직인 '이르군 즈바이 레우미(IZL, Irgun Zvai Leumi)'의 조직원들과 추종자들로 구성됐다.
이 당의 지도자 메나 첸 베긴의 이번 미국 방문은 다가오는 이스라엘 선거에서 자기 당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고 미국 내 보수적 시온주의 세력과의 정치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계산된 것이다. 국가적 명성을 가진 몇몇 미국인들은 그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이름을 빌려주었다. 전 세계에서 파시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베긴의 정치적 이력과 관점을 알게 된다면 그가 대표하는 운동에 자신의 이름과 지지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그들은 유대인 공동체 내에서 극단적 민족주의, 종교적 신비주의, 인종우월주의를 뒤섞어 설교했다. 다른 파시스트 정당과 마찬가지로 자유당은 파업을 방해해 왔으며, 자유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압박을 가했다. 대신 이탈리아 파시스트 모델을 기반으로 한 친기업 노조를 제안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산발적으로 영국에 반대하는 폭동이 발생했을 때, IZL과 스턴 그룹(시온주의 준군사조직)은 팔레스타인 유 대인 사회에 공포의 통치를 시작했다. 교사들은 이들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고, 어른들은 자녀를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총에 맞았다. 테러리스트들은 갱단 방식, 구타, 유리창 깨기, 광범위한 강도를 통해 주민들을 위협하고 막대한 조공을 요구했다.
이 서한은 이 정당이 '팔레스타인의 테러리스트, 우익, 우월주의 조직'에서 결성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 서한은 트누아트 하헤룻(Tnuat Haherut)이 “조직노선, 방법론, 정치철학, 사회적 발언 등에서 나치 및 파시스트 정당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편지에 자세히 나와 있듯, 트누아트 하헤룻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인종적 우월주의를 설파했다. 이 단체의 지도자 메나헴 베긴(Menachem Begin)은 데이르 야신(Deir Yassin) 마을에서 240명의 남성, 여성, 어린이를 학살한 사건에 연루됐다. 이 편지는 “과거의 행동을 통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예언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불과 6일 동안 2014년 분쟁 시기 전체보다 더 많은 폭탄을 투하했고, 2019년 이후 전 세계 모든 분쟁에서 사망한 어린이보다 더 많은 어린이를 불과 3주 동안 학살했다. 이와 같은 가자지구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끔찍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만 명을 강제 이주시키고 제거해야 했던 정착민-식민지 프로젝트인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된 이후부터 이런 일이 벌어져 왔다.
그 후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와 불법적이고 잔인한 팔레스타인 점령지(OPT) 점령을 고착화하는 과정을 추구해 왔다. 현재 이스라엘의 현 리쿠드 정부는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가자지구의 인종 청소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제2의 낙바(Nakba)와 매우 흡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미래’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트누아트 하헤루트는 1977년 당을 이끌면서 총리가 된 베긴이 창당한 리쿠드당의 전신이다. 1993년부터 리쿠드를 이끌고 있는 빈야민 네타냐후(Binyamin Netanyahu)는 베긴과 다를 바 없는 초민족주의, 대량 학살, 우월주의, 파시스트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부패한 전임자들을 압도하는 규모의 조직적, 개인적 부패 요소까지 더해져 있다.
네타냐후의 부패는 과도한 선물과 혜택을 받고 호의적인 언론 보도를 '매수'한 잘 알려진 사례뿐만 아니라, 훨씬 더 큰 규모의 뇌물과 관련된 대규모 무기 거래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총리의 반민주적인 공격은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즉,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정치적 및 개인적 부정행위로 인해 기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네타냐후가 여섯번째로 집권한 현 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우파 정치인들로 구성된 연립 정부다. 파시즘을 표방하는 이 연립정부는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정치에서 주변적이었지만, 오늘날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인종차별 정책을 일삼는 이슬람 혐오주의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권력 을 잡은 파시스트
기이하게도 네타냐후 정부는 베잘렐 스모트리치(Bezalel Smotrich) 재무부 장관 겸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국방부 장관의 역할에서 스모트리치는 토지 할당과 불법 정착촌의 계획 및 건설을 포함해 ‘서안지구(The West Bank)의 정착민 문제’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자기 역시 불법 정착촌에 살고 있는 스모트리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지배 아래 예속된 삶, 자발적 이주 또는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세계관을 신봉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일부라고 믿고 있다. 스스로를 “파시스트 동성애 혐오자(fascist homophobe)”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악명 높은 인종차별주의자인 스모트리치는 팔레스타인의 국가나 민족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다.
벤-그비르(Ben-Gvir) 국가안보부 장관은 팔레스타인 정부의 극단적인 성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2007년 이스라엘에서 인종 차별을 선동하고 테러 조직을 지원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벤-그비르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였다면 자국의 가장 강력한 장관직을 수행하기는커녕 감옥에 갇혔을 것이다.
벤-그비르의 스승인 마이어 카하네(Meier Kahane)는 대이스라엘에서 아랍 주민을 몰아내기 위해 ‘유대인들에 의한 폭력’을 선동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미국 법원은 그를 테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 린 바 있다. 그는 벤-그비르처럼 점령지 헤브론의 불법 정착촌에 살고 있는 바루흐 골드스타인(Baruch Goldstein)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1994년 골드스타인은 팔레스타인 민중 29명을 무참히 살해한 바 있다. 벤-그비르는 자신의 집에 골드스타인의 초상화를 눈에 잘 띄게 걸어두고 있다.
카하네는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인종주의자이자 테러리스트로 간주되며, 그의 정당이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크네세트 선거 출마가 금지됐다. 그러나 그의 제자 벤-그비르는 현재 이스라엘 정부의 고위 장관이 되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벤-그비르와 네타냐후는 1995년 오슬로 평화 협정에 서명한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의 암살 사건에서 도발적인 역할을 했다. 네타냐후는 “라빈이 시오니즘의 죽음을 초래하고 있다”는 문구가 새겨진 관을 들고 카하네 추종자들의 행진에 참여했으며, “라빈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친 군중 집회를 지지했다.
더 나아가 벤-그비르는 라빈의 차에서 훔친 장식품을 휘두르며 “오늘 우리가 라빈의 차에 도달했으니, 이제 우린 라빈에게 찾아갈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라빈 총리는 암살당했다.
점증하는 저항
네타냐후와 벤-그비르의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익적이고 인종차별주의적이며, 대량학살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유대인 시민들의 특권을 위해 의미있고 책임감있는 민주주의의 가식을 던져버렸다.
이스라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우월주의 사고방식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유대인 우월주의 문제를 안고 있는 정치적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 정부는 이스라엘 내에서 하마스의 폭력적인 행동에 반응하며 대량 학살을 매우 편안하게 저지르고 있다. 이 파시스트 범죄 정부가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등 영국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무자격, 무비판적 지원은 이스라엘이 치명적이고 불법적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대량 학살이 계속되도록 보장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당장 휴전을 촉구하고, 즉각적인 무기 금수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포괄적인 글로벌 보이콧, 투자 철회 및 제재 캠페인을 조직하고, 국제형사재판소가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에 연루된 모든 이들을 기소할 것을 주장해야 하다.
글 : 앤드류 파인스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 전 하원의원. 저서로는 『The Shadow World: Inside the Global Arms Trade』(Penguin, 201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