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덱스 저항행동에 다녀온 플랫폼씨 구성원들의 후기를 모은 것으로, 아덱스에 대한 소개와 참가한 방산기업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Seoul International Aerospace & Defense Exhibition, 약칭 ADEX)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한국방 위산업진흥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주최하는 대규모의 전시 행사다. 군사 목적의 항공기 및 지상 장비의 시범, 곡예비행, 항공 세미나, 항공기 및 지상 장비의 실내외 전시 등을 한다.
아덱스는 항공 우주 심포지엄과 군수 산업 발전 및 수출을 목적으로 개최된 서울 군수산업전의 연장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국내 차원에서 개최하다가 국제전으로 확장됐고, 1996년 서울에어쇼와 통합했으며, 2009년부터 통합 방산 전시회로서 아덱스가 출범했다. 2009년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서울 아덱스 2009」에는 26개국 271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14년이 지난 서울 아덱스 2023에는 35개국 550개 업체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군수산업의 유명한 무기 회사와 항공우주산업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내놓으며, 여러 국가에서 온 국방장관 및 군 관계자, 그리고 사업가들이 방문해 무기를 쇼핑한다. 일반인들도 지정된 날짜에 가서 무기 전시회를 구경할 수 있다.
전시회가 본격적으로 열기 전, 아덱스는 각국에서 온 고객들을 응대하기 위한 환영 만찬을 마련한다. 올해 환영 만찬은 서울 강남의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렸다.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플랫폼C 등 반전평화운동단체의 활동가들과 반전평화운동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만찬이 열리는 호텔 앞에 모여 무기상과 각국의 군 관계자들을 규탄했다. 분주하게 드나드는 차량들 속에 군 관계자와 군수산업 종사자들이 만찬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그들이 잘 보고 들을 수 있게 전쟁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관을 옆에 두고 "전쟁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내 이웃이 너로 인해 죽었다"고 외쳤다. 처음에는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는 간단한 명제에서 참여를 결심했지만, 집회에서 사람들의 발언을 듣고 무기를 마치 상품처럼 세련되게 포장하고 전시하는 행위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후 무기전시회 현장에 직접 가서 피켓팅을 하고 사람들에게 방위산업의 해악을 알리는 아덱스 저항행동에도 함께했다. 그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아덱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려고 한다.
동북아 최대 군수산업 전시회
일제로부터의 해방 직후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의 세력 다툼 영토가 됐다. 미군의 신탁통치 이후 대한민국(남한)은 근대국민국가로서의 폭력 독점을 위해 '자주국방'이라는 기치를 세우고 자체적 군사력을 확보하려 시도했다.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과 1969년 닉슨 독트린에 따른 일부 주한미군 철수 등 정세 변화로 인해 박정희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이후 제 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목표인 중화학공업화에 방위산업을 연결시켜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에 따라 1973년 2월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방위산업육성회의에서 29개 방위산업체를 지정해 각종 감세와 금융지원 등을 시행했다. 1970년대 방위산업 정책으로 진행된 ‘번개사업’, ‘율곡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짧은 기간 내에 신속하게 기본 재래식 병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1970년대 진행된 1차 율곡사업은 기본 병기에 대한 국산화 추진 및 국방연구개발 육성, 이후 1980년대의 2차 율곡사업은 전투기, 전차 등 정밀무기체계 생산 능력 확립에 전념했다. 기본 병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비호 아래 방위산업이 성장하자, 1980년대 이후의 역대 정부들은 기술개발 및 방위산업 수출을 목표로독자적 무기체제를 개발하고자 했다. 특히 그 분기점인 2000년대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 정책은 군 조직을 방위사업청으로 통합하고 방위사업법을 제정해 방위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방개혁의 주요 목표는 군의 과학기술력 강화, 저비용·고효율 군대를 위한 병력 규모 감축, 민간 전문가를 국방운영에 투입하는 국방관리의 문민화, 불합리한 병영문화 근절 및 병사들의 처우 개선 등이었다. 1980년대 이후 정부가 방위산업 구조에 시장의 경쟁체제를 점차 도입하면서, 2000년대에는 민간 군수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국가와 군은 방산기업끼리의 경쟁을 위한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국 방위산업 정책들은 정권마다 세세한 차이는 있지만 한미동맹과 더불어 자주적 군사전략 정립, 육군·해군·공군 3군 통합전력 발휘, 기술 발전으로 독자적 무기체계 구축과 방위력 개선, 국방관리 혁신등 각 정권에서 시행한 ‘국방개혁’의 큰 흐름과 기조는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1970~80년대가 국가 주도의 방위산업 보호육성체제였다면, 기업들이 물적 기반을 갖춘 1990년대부터는 시장경쟁체제가 방위산업에 점차 도입됐다.
2003년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방위산업의 시장화를 추동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일부 방위사업체에 대한 보호조치를 폐기하고, 중소기업 육성, 정부 차원의 방산수출지원 및 시장개척을 위한 국가 간 방산협력협정 체결과 방산전시회 확대 등의 정책을 펼쳤다. 아덱스의 개최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덱스의 전신 "한국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05" 개막식에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해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토대이자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면서,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으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만큼 정부가 강력히 육성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이를 기점으로 방산수출 확대를 목적으로 한 방위산업전시회들도 발전했다. 한국에 있는 대규모 방산전시회로는 DX KOREA, ADEX, MADEX 등이 있다. 2000년대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아덱스와 같은 방위산업전시회에 참가해 직접 방산수출과 무기 거래를 장려했다. 이번 '2023 아덱스'에 참여한 윤석열 대통령 역시 “방위산업은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라면서, "정부는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 세계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죽음 방산기업과 이를 장려하는 국가
아덱스가 개최된 맥락을 살펴봤으니 본격적으로 아덱스를 해부해보자. 아덱스로 가려면 모란역에서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표를 체크하고 수령하는 공간이 있는데, 대중에게 공개된 ‘퍼블릭데이’가 아닌, 방위산업 관계자들만 오는 날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보안검색대를 거쳐 들어가면 광활한 공간에 실내전시장과 야외전시장이 펼쳐져 있다. 실내전시장은 A~F까지 총 8개의 홀로 나눠져 있으며, 실내 실외를 합해서 총 2260개의 부스가 운영됐다.
국산 무기 광고 및 방산수출을 목표로 하는 만큼 아덱스에는 한국 방산업체들이 제일 많이 참가하는데, 550개의 참가업체 중 359개가 한국 방산업체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A홀 전체가 한국의 주요 방산업체 전시장이며, B홀과 C홀도 한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과 가장 긴밀한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은 79개의 업체가 참가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방산 기업들의 부스도 볼 수 있었다. 현재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습과 민간인 학살을 멈추지 않는 12개의 이스라엘 방산기업도 눈에 띈다. 이 중 주요 방산 기업 몇 개를 살펴보자.
A홀에 처음 들어가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부스를 볼 수 있는데, 이름만 보면 국가 공공기관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KAI는 한국 최대 민간 방산업체 주식회사로 IMF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자에 시달리던 항공사를 통폐합하면서 1999년에 설립됐다. KAI는 한국의 초음속 경공격기 FA-50, T-50 등의 항공기 부품 및 완제품, 수리온 등의 헬기, 인공위성 등을 생산해왔으며, 현재는 한국형 전투기인 KF-21과 소형무장/민수헬기 생산, 그리고 국방위성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의 대부분은 방위사업청과의 계약을 통한 내수 사업이며 그로 인해 얻는 수익이 약 69%, 보잉(Boeing), 에어버스(Airbus),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 해외 방위 산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얻는 수익이 약 26%, 이라크 등의 국가에 항공기 수출로 얻는 수익이 약 5%다. KAI는 방위사업청에 국산 무기를 납품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하는데, 놀랍게도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이 가장 큰 대주주다. 살상 무기를 통해 수익을 얻는 동시에 그 돈으로 국가 재정을 굴리는 악순환의 굴레인 것이다.KAI는 아덱스에서 “미래전장 초연결 New Aerospace라”는 부스를 열고 총 7개의 구역으로 나눠 전시했다. 전시한 품목으로는 FA-50 등의 전투기, 소형무장헬기, 무인기, 가상현실의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VR체험관, 누리호 모형 등이 있으며, 야외전시장에서는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와 LAH 소형무장헬기가 시범비행과 함께 지상에서 전시되었다. FA-50은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필리핀,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되며 군비경쟁에 막 뛰어든 국가들의 군비확장을 돕고 지정학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무슬림 반정부군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MILF)와의 전쟁에서 이 전투기를 활용한 바 있다.
다음으로 한화그룹의 부스가 있었다. 한화 자본은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에 방위산업 육성 계획을 추진했을 때부터 방위산업체로 지정되어 국산 항공기 엔진과 자주포, 장갑차 등을 개발 및 생산해왔다. 1980년대부터 미국의 주요 방산기업 GE(General Electrics), 레이시온 계열사인 Pratt&Whitney, 록히드마틴, 노스롭 그루먼 등과 함께 항공기 엔진 사업을 계약해 40년 동안 9,800개의 엔진을 생산한 이력이 있다. 미국 방산기업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도 자주포, FA-50 엔진, T-50 엔진 등의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00년 이후 한국형 사드라 불리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등의 유도무기체계와 무인화기술 개발, 그리고 KAI와 함께 누리호 발사체 개발 등의 우주산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한화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을 포함한 10개 이상의 국가에 자주포와 장갑차를 수출했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에 유도미사일과 자주포 등을 대량 수출했다. 아덱스에서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의 계열사들을 모아 한화 통합 부스를 차리고, L-SAM과 천궁을 포함한 지대공미사일, 전투기 엔진, 무인형 장갑차, 자주포 점유율 세계 1위라 홍보(!)하는 K9 자주포,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누리호 발사체 등을 전시했다. 한화는 올해 1월~3월에 매출 1조 9270억원, 영업이익 2285억원이라는 최대 매출 실적을 달성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긴장이 높아진 폴란드에 2차 수출 계약 추진으로 “지정학적 위기를 이용해 글로벌 무기 수요에 맞춰서 수익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가 생산한 9800개의 항공기 엔진은 미국과 한국의 전투기 부품이 되어 미국의 ‘깡패짓’에 기여하고, 한화의 자주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유럽 방산시장 진출의 통로’가 되고 있다.
세번째 부스인 기아현대관에서는 기아,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의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함께 자사의 방산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기아의 수소연료전지 드론과 SUV 차량을 군용으로 만든 EV9, 현대로템의 30t 차륜형장갑차와 군용 무인차량 U-POD 및 K2 전차, 현대위아의 차량탑재형 대드론 통합방어체계(ADS, Anti Drone System)과 차량탑재형 81mm 박격포, 경량화 자주포 등이 있었다. 주로 방위사업청이나 국군에 제품을 공급하며, 현대로템의 K2 전차나 차륜형 장갑차, 현대위아의 K9 자주포 등이 주요 제품이다. 현대로템의 매출 45%는 전차와 같은 무기 생산에서 비롯되며, 2022년에는 폴란드로의 K2 전차 수출을 기점으로 유럽 수출의 물꼬를 틀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대를 포함한 한국 방산기업들이 생산한 무기들은 한국에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무기뿐만 아니라, 현대에서 생산된 굴착기는 10년 동안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가옥을 강제 철거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악명이 높다.
또 다른 방산 대기업 LIG넥스원은 B홀의 맨 앞에 부스를 차렸다. 2022 SIPRI 세계 100위 군수기업 목록에 따르면, 세계 65위 방산업체인 KAI, 세계 50위 방산업체인 한화와 함께 LIG 넥스원도 71위라는 순위를 기록하며 피로 점철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1976년 금성정밀공업에서 시작된 LIG 넥스원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무기만을 생산하는 종합방위산업체로, 정밀유도무기(PGM), 감시정찰(ISR), 지휘통제(C4I), 항공전자(AEW) 등의 분야를 다룬다. 매출의 90%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군 등 정부기관과의 내수 거래에서 나오며, 정밀유도무기와 감시정찰, 항공전자, 지휘통제 순으로 매출이 많다. LIG 넥스원은 지정학적 갈등이 빈번하거나 공격적 군비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중동, 남미, 아시아를 향후 주요 시장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아덱스에서는 항공탑재 무기체계 및 레이다, 대공방어체계, 우주 위성, 드론 및 대드론통합체계, 미래항공모빌리티 등의 분야에서 16여개의 무기를 전시했다.
C홀로 넘어가면 이스라엘 주요 방산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 산업(Israel Aerosapce Industries, IAI),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 등이 있다. ‘첨단’ 방위산업과 ‘엘리트’ 군대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2022년 총 234억 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세계에서 15위에 속한다. 이스라엘 방산기업은 정책상 대부분 개발 초기부터 해외수출을 목표로 하기에 매출의 약 75~80%가 해외 수출에서 나오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재래식 무기보다는 주로 항공전자공학 기술을 접목한 공중 정찰 시스템, 레이더, 무인 항공기(UAV) 및 드론, 미사일, 정밀 타격을 위한 표적화, 전투기, 군사 시스템 등에 중점을 둔다.
이들이 생산하는 무기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지배의 핵심 수단이다. 엘빗시스템즈에서 생산되는 무인 드론 Hermes 450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폭격에 쓰였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두고 ‘테스트 후 검증’되었다고 말했다. 영국에 수출된 Hermes 450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살상 무기로 사용되었으며, IAI에서 생산된 드론 역시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공격과 레바논 공격에 사용되었다. 이스라엘의 인종분리 장벽(아파르트헤이트)을 구성하는 엘빗시스템즈의 감시탑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서 똑같이 쓰이며 이민자들을 막는데 사용되고 있다. 라파엘에서 만든 미사일 SPICE 역시 드론과 함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정밀 타격’하는데 쓰였다. 엘빗시스템즈가 무기 수출을 통해 수익을 얻는 주요 국가는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로, 아브라함 협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받아 중동과 유럽에 대한 수출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방산기업이 만드는 많은 무기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데 쓰이며, 이들은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의 산물을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
D홀부터 미국의 주요 방산기업의 부스가 펼쳐진다. 미국의 방산기업들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장에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가장 악질적인 기업들이다. 미국이 2023년 책정한 국방비예산은 868천만 달러로, 미국의 주요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레이시온(Raytheon), 보잉(Boeing),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등의 무기 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전 세계 1위의 방산기업을 자랑하는 록히드마틴은 D홀 앞쪽에 부스를 열어 가장 인기 있는 무기를 전시했다. 록히드마틴 매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F-35 전투기, 레이시온과 함께 제작한 탄도탄요격미사일 PAC-3, CH-53K 중수송헬기, 주민들의 반대 의사를 무시하고 한국의 성주에 배치된 탄도탄요격미사일 사드(THAAD) 등이다. 이것들은 록히드마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부분이며, 한국은 어떤 정권이든 여기 나열된 무기 대부분을 사들여와 쓸데없는 전쟁 가능성과 긴장을 높여왔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정부 및 국방부와의 계약을 통해 매출의 약 70%를 얻고, 나머지는 미국 정부가 알선한 거래를 포함한 직·간접적 해외 고객과의 계약에서 얻는다. 록히드마틴은 2000개가 넘는 F-35 전투기를 미군에 공급해왔으며 900개 가까이 되는 F-35 전투기를 국제사회에 팔았다. 세계 방산기업 2, 3위를 다투는 보잉과 레이시온도 아덱스에 참여해 F-15 전투기와 제트기 777X, PAC-3, 표적을 추적하는 에이사 레이더(AESA RADAR) 등을 전시했다. 이들 역시 국방부로부터 많은 지원과 계약 수주를 받고 있으며, 3사를 포함한 미국 방산기업들이 제작한 무기는 미국 정부와 한국, 이스라엘을 포함한 여러 동맹국들과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분쟁 지역 국가에 팔려 미국의 지정학적 패권을 강화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예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미국이 연루되지 않은 갈등이 없다. 최근 미국은 이스라엘에 F-35 등의 군수물자를 포함해 143억 달러의 군사원조와 군사 정보 및 권한 관련 접근 규제 완화를 약속했고, 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적 폭격과 민간인 학살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 방산기업 2, 3위를 다투는 보잉과 레이시온도 아덱스에 참여해 F-15 전투기와 제트기 777X, PAC-3, 표적을 추적하는 에이사 레이더(AESA RADAR) 등을 전시했다. 이들 역시 국방부로부터 많은 지원과 계약 수주를 받고 있으며, 3사를 포함한 미국 방산기업들이 제작한 무기는 미국 정부와 한국, 이스라엘을 포함한 여러 동맹국들과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분쟁 지역 국가에 팔려 미국의 지정학적 패권을 강화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예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미국이 연루되지 않은 갈등이 없다.
최근 미국은 이스라엘에 F-35 등의 군수물자를 포함해 143억 달러의 군사원조와 규제 완화(설명 단어 좀 더 필요)를 약속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적 폭격과 민간인 학살로 이어질 것이다.
‘힘에 의한 평화’는 없다
군비 경쟁과 견제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많은 국가들이 ‘부국강병’을 위해 방위산업에 뛰어든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NATO는 소위 ‘수정주의’ 국가들을 견제 및 압박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그러한 압박에 똑같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응수한다. 과거 제국주의 열강이었던 이들은 자신들의 나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방산업체들의 이익과 자신들의 지정학적 권력을 위해서 다른 ‘개발되지 않은’ 나라에 지원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대리전을 일으키고 그 곳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 모든 대륙에서 일어나는 많은 내전과 분쟁, 학살은 서구의 역사적 책임이 크지만 그들은 제대로 책임진 적이 없다. 1839년 남예멘 지역을 점령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내전의 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영국은 방산 대기업 BAE SYSTEMS를 통해 예멘을 폭격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에 군수물자를 지원해주며 돈을 벌었다. 이스라엘이 최첨단 무기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학살할 때, 이스라엘과 미국의 방산기업들은 바로 그 무기로 돈다발을 챙기며 자신들의 동맹을 공고히 다진다. 그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드론에 조준당해 죽고, 지뢰에 다리를 잃고, 전쟁난민이 되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그 죽음에 대해 보상하거나 난민을 받아주는 곳은 없다.
방산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과 첨단 과학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며 침 발린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잘 빠진 KF-21 전투기와 누리호 발사체는 신비롭고 세련되어 보이나 기술 발전에는 전쟁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기술의 휘황찬란함 뒤에는, 무기를 만들 때 필요한 희토류 등의 특수 소재를 저임금을 받으며 사측의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채광하다가 사망하는 노동자들, 이스라엘 방산기업에서 만든 ‘정밀 타격’ 무기의 테스트 대상이 되어 죽어나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에서 파괴되는 생태계라는 숨겨진 어둠이 있다. 방위산업체들이 개발한 인공위성 등의 우주기술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인공위성은 ‘방위’를 목적으로 경쟁 국가나 누군가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항공우주기술을 개발하는 자본이 우주를 보는 시선도 이윤을 창출할 ‘식민지’로서 바라볼 뿐이다.
아덱스에 가 서 우리가 놀랐던 것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었을 때 몰려와 날 제압했던 경호원들도, 거기 있는 거대한 전투기와 장갑차 모형도 아니었다. 직업박람회나 전시회 관람하듯이 오는 수많은 인파, 작은 모형의 전투기와 자사의 에코백을 ‘굿즈’로 팔던 블랙이글스 부스, 전쟁의 미래가 게임하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있다며 방위산업 세미나를 열던 모습이었다. 현대의 전쟁은 상품화를 통해 ‘이쁘게’ 포장하고, 인간을 살인의 현장으로부터 괴리시킴으로써 죄책감을 없애고 있다. 폭탄이 떨어지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지만 전투기 조종사들에게는 육지의 사람들이 점으로 보일 뿐이다. 한화와 현대의 전투기 조종 체험 VR 부스처럼 전장은 게임처럼 변하고 있다. 방산기업들은 인공지능과 무인 기술 등을 접목한 무기에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이름을 붙여 광고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나라가 어느새 전쟁을 광고하는 나라가 되어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구축한다며 2023년 국방비 예산을 전년보다 4.4% 증액한 57조 143억원으로 잡고, 이전의 국방개혁 기조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국방혁신 4.0이라는 계획을 내놓으며 ‘국군 강화 및 방산 수출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우리의 세금에서 나오는 국방비로 무기를 사고 전투기를 만들고 합 동군사훈련을 하고 민간인이 사는 곳에 군사기지를 지어 집을 강제 철거한다. 이것이 어떻게 평화인가. 군사기지를 짓는 현장에서 강제로 쫓겨난 민간인들의 눈물과 타국의 학살당한 사람들의 시체 위에 세워진 번영이 평화인가? 방위산업으로 수많은 이익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해도 그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전쟁으로 발생시키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전쟁으로 얻는 ‘이익’은 전부 전쟁범죄자 기업들의 손에만 들어가지 않는가? 이 끝없는 군비경쟁은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힘에 의한 평화는 사실 평화가 아니라 갈등이 고도로 응축되어 저항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우리는 비극적이고 억압적이지 않은,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플랫폼씨 성원들이 아덱스 저항행동에 참가했다. 서로 가능한 날짜의 저항행동에 함께했는데, 나는 아덱스 환영 만찬 규탄 집회와 아덱스 전시장 내부에서 군수업자들을 규탄하는 피켓팅에 참여했다. 야외전시장에서 내가 피켓을 펼치자마자 제재를 당했는데, 이는 화려한 ‘방산 수출’ 뒤에 죽음이 있다는 걸 숨기고 싶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거대한 방위산업과 국가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전평화활동가들의 지속적인 저항행동으로 일군 성과이기도 하다. 평화운동은 ‘약해’보이지만 전쟁이라는 극단의 혼돈 상태를 멈출 수 있는 힘이 잠재되어 있다. 1960년대 베트남반전평화운동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어 끝내 베트남 전쟁을 멈췄다. 우리의 염원과 실천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는 플랫폼씨의 다른 회원이 아덱스의 ‘퍼블릭데이’ 저항행동을 다녀온 후기를 남긴 것이다.
아덱스 퍼블릭데이 저항행동
2023년 10월21일, 22일은 아덱스 전시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일반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데이’였다. 다양한 에어쇼(비행곡예 )가 벌어지기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아덱스 저항행동’은 21일 토요일 하루를 종일 연대단체들이 역할을 나눠 전시, 공연, 예배,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 날 이른 아침부터 억수같이 비가 왔으나 전시입장이 시작즈음인 10시부터는 거짓말처럼 활짝 개어서 마감시간까지 화창했다. 그리고 예년을 훨씬 웃도는 입장객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섰다.
우리는 전시장 입구에서 5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천막을 설치하고 아덱스에서 전시되는 무기들이 분쟁과 전쟁 지역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그리고 한국이 얼마나 막대한 돈을 무기 구입과 전쟁 연습에 사용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게시물 가판대를 세웠다. 지금 가자지구와 여러 분쟁 지역에서 죽어가는 사람과 동식물을 애도하는 예배를 두 번 드렸고 예배 중에는 한 사람씩 나와 관 형상물에 헌화했다. 또한 평화행위예술가들은 붉은 천을 머리와 몸에 감고 전시장 입구까지 행진했고, 때로 ‘다이인(Die-in 죽음을 표현하는 행위)’ 퍼포먼스를 하며 평화를 외쳤다. 이러한 행위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관심을 보이던 입장객들도 전시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올려보내는 비행기들이 굉음을 내며 요리조리 곡선을 그리며 날거나 여러 대가 춤을 추듯 함께 움직이며 오색찬란한 비행운을 그릴때면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으로 촬영하며 감탄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저항행동 참가자들이 전시회장에 가는 수 천, 아니 수 만의 사람에 비해 이질적이고 힘 없는 존재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항행동 참가자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힘이 났다. 우리가 밖에 나와서 대중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기사를 보며 무기력하게 한숨 쉬거나 아덱스 전시장에 가는 사람들을 ‘생각없는 사람들’로 평가하는데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밖으로 나옴으로써 대안 병역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평화통일이 소원인 81세 할아버지, 페미니스트 예술가 등 어쩌면 평생 만날 수 없었을지 모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평화에 무관심해 보이는 대중’ 속에서 저항행동을 격려하거나, 게시대의 자료를 열심히 읽고, 유인물을 받고 싶다고 발길을 되돌린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의 저항행동은 “평화운동이 무슨 힘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우리안의 고정관념과 무기력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죽음의 전시, 죽음뿐인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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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빈, 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