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 및 한국 시민사회 지지자 500여 명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멈춰라” 외치며 긴급행동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며 한국 157개 시민단체 및 1,341명 개 인이 연서명한 성명서를 대사관에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에 가로 막혔다. 장장 세시간에 걸쳐 개최된 집회와 행진을 마치며 시위대는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친 뒤 계속된 행동을 약속하며 해산했다.
우리는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 genocide)을 목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부터 12일 사이에만 가자지구 전역에 6천 발의 폭탄을 투하해 주민 1,417명을 살해했다. 인구 절반이 아동인 230만 가자 주민에게 이집트를 면한 국경을 통해 도망가라 한 뒤 국경을 폭격했다. 피난처로 도망가라면서 피난처로 사용되는 UN 학교를 폭격했다. 폭격 현장에 시신과 부상자를 수습하러 들어가는 구급대에 진입 허가를 낸 후 구급차를 폭격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언했듯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지상군으로 포위하고 10월 13일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에게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떠나라”며 24시간 내 소개령을 내렸다. 지상전을 예고한 것이다. UN 전문가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세계보건기구는 환자들에게 “사형 선고”에 다름없다고 소개령 철회를 거듭 요청했지만 이스라엘은 시한만 연장했다.
소개령을 받은 22개 병원의 의료진은 환자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며 불응했다. 의료진은 환자와 함께 살해됐다. 10월 17일 알 아흘리 병원 폭격으로만 피난민과 환자, 의료진 등 500명이 살해됐다. 이스라엘은 소개령으로 지정한 도로를 통해 남부로 피난 가던 행렬도 폭격했다. 피난민 70명이 살해됐다. 피난처로 제시된 남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동 7명을 포함한 13명의 피난민 일가족이 몰살당했다. 남부에 도착한 주민들은 피난민을 맞아준 이슬람 사원이, UN 학교가, 병원이, 환대해 준 가정집이 폭격돼 다시 북으로 향하고 있다. 어차피 살해당할 거라면 집에서 죽겠다고 말한다.
가자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폭격 때문만이 아니다. 가자 주민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야외 감옥’에 갇힌 채 이스라엘로부터 집단 처벌을 받아왔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 육해공을 봉쇄한 뒤 생필품과 의료물품 등의 반입을 최소한에도 못 미치게 제한했고, 대규모 침공을 반복하며 주기적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긴 봉쇄에 더해 이제는 “완벽히” 가자를 봉쇄한다며 전기, 수도, 연료, 식량 반입을 차단했고 이것이 “인간 동물”인 가자 주민에 걸맞은 대응이라 발표했다. 이보다 노골적일 수 없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의 의도를 선명히 드러냈다. 한 인구 집단을 비인간화해 인간 이하 존재로 격하한 뒤 고의로 절멸시키는 것.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현대사에서 봐 온 가장 끔찍한 일들을 우리는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간 서방 사회는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불법행위를 지원해 왔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인 적은 없었다. 서방의 정부와 언론은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를 검증 없이 퍼뜨리며 팔레스타인 민중을 비인간화하는 작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제법과 보편 인권을 주장해 온 기존의 입장을 뒤엎고 모든 위선을 거침없이 벗어던진 채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전쟁범 죄의, 집단학살의 공범이 되길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은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청하는 첫 번째 UN 안보리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가자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길을 트기 위해 잠시 교전을 멈추라는 두 번째 결의안도 미국이 부결시켰다. 미국은 또한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며 항공모함 두 척을 파견하고 매년 해온 무기 지원에 더해 초당적인 합의로 조건 없는 추가 무기 지원을 결의했다.
한국은 어떤가.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을 집단학살하고 있는 바로 지금, 한국 무기전시회(ADEX)에는 이스라엘 전쟁기업 12곳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014년 이스라엘이 50일간 가자 주민 2,251명을 학살한 뒤 무기 거래량을 오히려 늘려 왔다. 한국 정부 역시 이스라엘 전쟁범죄의 공범이다.
이들은 역사를 부정하며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어떤 서사를 따라가도 폭력은 2023년 10월 7일에 시작하지 않는다. 하마스가 창립한 1987년에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1967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골란 고원,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군사점령했다. 애초 1948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인종청소하며 건국했다. 모든 폭력은, 학살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에서 비롯한다.
가자지구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군사점령지인 동예루살렘·서안지구에서 군사 작전 강도를 높이며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존재 자체로 전쟁범죄에 상응하는 불법 정착촌을 끊임없이 건설,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장한 불법 유대인 정착민들은 점령군의 보호를 받으며 팔레스타인 주민을 살해하고 공격한다.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가들을 재판 없이 감옥에 가두고, 이스라엘 인구의 20%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시민권자를 차별하는 65개 법을 제정하고, 800만 난민이 고향에 돌아올 권리를 철저히 부정한다. 진실을 전하는 기자들을 살해하고, 언론 등록을 취소한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 주변 국가를 주기적으로 폭격해 민간인을 살해한다.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전쟁범죄 목록은 끝이 없다.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전쟁범죄 목록은 끝이 없다.
이스라엘이 “쓸어버리”고 있는 가자지구를,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협의 하에 인도적으로 지원하겠다 한다. 필요한 건 집단학살 사이 간헐적으로 제공되는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 10월 19일 기준 이스라엘은 이미 아동 1,524명을 포함한 가자 주민 3,785명을 학살했고 “완벽한” 봉쇄를 해제할 생각도 없다.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당장 멈추도록 국제 사회가 강제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식민 지배하는 한, 인종주의에 기반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유지하는 한, 언제든 집단학살을 다시 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강력히 촉구한다.
- 즉각 휴전과 민간인 보호, 인도적 지원 보장을 촉구한다.
- 이스라엘은 당장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고 봉쇄를 즉각 해제하라.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포함한 모든 군사점령지에서 당장 철수하라.
-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포괄적인 무기금수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라.
2023. 10. 22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한국시민사회 단체 일동
(성명서 연서명 154개 단체 가다나순 / 개인 1311명)
(사) 우리누리평화운동 | (사)마들같이 청년인문학모임 후레자식들 | (사) 아름다운 청소년이 여는 세상 | 6.15 공동선언실천 중남미지역위원회 | 가족구성권연구소 | 강정친구들 | 강정평화네트워크 |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울산지부 | 검은참새들 - 한국어 사용자 아나키스트 그룹 | 고려대학교 중앙동아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 공공아카이브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 공적인사적모임 | 교육노동자현장실천 |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 국제전략센터 | 극단 고래 |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 기후위기기독인연대 | 기후위기비상행동 | 나눔문화 | 난민인권센터 | 노동・정치・사람 | 노동당 |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 | 노동당 진주시위원회 | 노동인권공작소 | 노동자혁명당(준) | 노동희망발전소 | 녹색당 | 녹색연합 | 다른세상을향한연대 | 다이아나밴드 | 대전변혁실천단 | 도서출판 동연 |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 |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 두번째테제 | 멸종반란 | 무지개신학교 | 미대의외침 | 미디어기독연대 |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 민주노총 서울본부 |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 반제국주의 학습모임 반격 | 발전대안 피다 |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 | 볼셰비키그룹 | 비폭력평화물결 | 사단법인아디 |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 사회복지연구소 물결 | 사회적파업연대가금 |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 생명안전 시민넷 |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 서강대학교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 서울대학교 중앙몸짓패 골패 | 서울인권영화제 | 서울클라이밋세이브 | 성골룸반외방선교회 | 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 |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 성수삼일교회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 스튜디오 알 | 시민건강연구소 | 시시한 연구소 | 아카이브평화기억 | 언론개혁시민연대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 에너지정의행동 | 엘레아가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예수살기 | 오류동퀴어세미 | 음성노동인권센터 | 이윤보다인간을 | 이주노동자노동조합 |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 인간무늬연마소 | 인권연구소 창 | 인권운동공간 활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인권운동사랑방 | 인천인권영화제 | 일하는 예수회 | 작은따옴표 | 작은형제회 JPIC | 장애여성공감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 전쟁없는세상 | 전주YMCA | 전환 | 정의기억연대 | 정의당대덕구위원회 | 제천간디학교 | 지배자도 없고 국경도 없다 | 진보네트워크센터 | 진보당 익산여성엄마위원회 | 참여연대 | 책방토닥토닥 | 책사모 | 천주교 남자 수도회 정평환 위원회 |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 청소년녹색당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 칠무글방 | 캄캄밴드 | 코리아국제평화포럼 |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 팔레스타인평화연대(BDS KOREA) | 평화를 여는 가톨릭청년 | 평화를만드는여성회 | 평화바닥 | 평화어머니회 | 평화통일시민행동 | 플랫폼c | 피스모모 |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 | 한국농인LGBT+ | 한국여성민우회 | 한국작가회의 | 한국진보연대 | 한베평화재단 |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참사 고 김형주 님 유가족일동(대한예수교 장로회 언약교회) | 한화지회 | 향린교회 |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 | 현대정치철학연구회 | 협동조합 | 달팽이학교 | Green Party Of Pakistan | TEFL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