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 군부에 맞선 민주화운동과 함께 성장한 간성운동
2023년 10월 26일
태국은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는 나라다. 이 운동을 하고있는 나타카몬 프리스트 시와실프(Natakamon "Priest" Siwasilp)를 인터뷰한 프라차타이의 글을 참고해 소개한다.
태국의 나타카몬 ‘프리스트’ 시와실프(Natakamon "Priest" Siwasilp)는 간성 인식의 날인 2021년 10월 26일에 설립된 인터섹스 타이(Intersex Thai)의 공 동창립자다. 그의 지정 성별은 여성이며, 그는 눈에 보이는 외부 고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성의 성을 나타내는 장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질은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이 소변을 보는 방식이 일반적인 경우와 달랐으며 월경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비정상인지, 간성인지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성다양성 문제를 접하게 되면서 자신이 간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간성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스스로 이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도 얻었다.
그는 간성을 설명하는데 '모호한 생식기'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간성 특성이 있다고 항상 모호한 생식기를 가지는 것도 아니며, 염색체, 호르몬, 생식선 등의 복잡한 내부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 간성단체에서는 간성 특성을 결정하는 5가지 요소를 염색체, 외부 생식기, 내부 생식기, 호르몬 수준 및 생식선으로 규정한다. 간성이라는 범주에는 40개 이상의 변형이 있으며 이러한 범주 역시 의학적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간성의 특성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사춘기에 나타나기도 하고, 나중에 간성이 명백해 지기도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구의 0.05%~1.7%가 간성 특징을 가지고 태어난다.
태국 정부는 '모호한 생식기' 여부로 간성을 정의내린 바 있다. 2012년 태국 정부가 사회복지 대상 집단을 식별하기 위한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프리스트는 정부의 규정처럼 간성을 '모호한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으로 단정해 개념짓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외부에 보이는 성기만을 가지고 간성을 판단하는 것이 편협하다는 것이다. 그는 간성을 '모호한 생물학적 성별'로 정의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규정은 간성이 생물학적 성별이 모호한 것으로 설명한다. 여기에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 명확히 식별될 수 없는 사람,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모두 가진 사람, 남성 또는 여성 범주에 명확하게 속하지 않는 사람이 포함된다. 이는 외부 생식기같은 가시적 성징을 통한 관찰을 포함 내부생식기, 염색체, 호르몬 수치 검사를 포함한 의학적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간성으로 사는 것
간성인 사람들은 온갖 편견과 억측에 시달린다. 프리스트는 소셜미디어에서 인터섹스를 비정상적 발달을 나타내고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추측을 하는 등 가혹하고 모욕적 발언을 발견한 바 있다.
또 다른 인터섹스인 퐁(가명)은 태어날 때 여성으로 확인되었지만 신체발달 과정은 남성과 비슷했다. 그는 운동선수로 두각을 나타내 국가대표 발탁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남성적 외모를 가진 퐁이 여성인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었고, 그는 호르몬 검사를 받아야했다. 그 결과 퐁은 XY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괴짜로 여겨졌고, 끝내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퐁은 자신이 간성 이라는 사실과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졌고, 결국 교육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집을 떠났다. 퐁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남자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았지만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성희롱을 당했다. 그는 직장도 옮겨야만 했다.
또 다른 간성인 눈(가명)은 남성의 성기를 만드는 수술을 받았다. 23세인 그는 총 32번의 수술을 받았는데, 이렇게 반복되는 수술로 합병증이 발생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성별과 생물학적 성별이 다른 것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도 겪어야 했다. 눈은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요실금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마땅한 직업을 갖기도 어려우며, 병원비는 물론 교통비 마련도 부담이다. 프리스트는 태국 정부가 어떤 성기를 보존하고 싶은지를 간성 당사자에게 묻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복지 수술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태국 정부는 여전히 여성, 혹은 남성 중에 하나의 성만을 인정하는 성 이분법적 관점에서 간성을 비롯한 성소수자를 통제하려고 한다.
프리스트는 인터섹스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간성인 사람들이 받는 비정상적 낙인과 고통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과 자신의 신체에 관한 폭넓은 다양성에 대해 말해주고 이를 통해 아이들의 관점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성인 어린이가 정상이며 자연의 일부라는 것, 이것이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성인 아이들이 자신의 몸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미래의 문제다. 지금도 많은 간성은 소아 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하게 된 간성 수술로 인해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간성인 사람들을 위한 수술 옵션은 소변배출기능과 행복을 중심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또, 건강상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허용하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민주화운동과 함께 성장한 운동
2012년 지정성별이 남성이었던 시릴라다 콧팻(Sirilada Khophat)은 자신의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해 성공했다. 물론 간성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진단서를 모두 취득하고 간성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2018년에는 간성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간성수술 관련한 복지가 제공되었다. 나타카몬은 이 정책에 따른 수술이 간성을 남성 혹은 여성 특성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꼬집었다. 물론 부족하나마 간성수술과 관련한 복지가 제공된다는 것은 태국의 민주화 시위와 페미니즘, 성소수자 운동의 성과이다.
2022년에는 간성 개인의 존재를 인정 하는 젠액트 (GEN-ACT:성 정체성, 성별표현 및 성 특성)법안이 제정되며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
이 초안은 2022년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에 처음 공개되었으며 간성인 사람들을 위한 도약을 의미한다. 법안은 간성 유아에 대한 수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간성 특성이 나타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만큼 성장할 때까지 수술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 아이의 동의없이 수술을 강행할 시 간성 영아가 성적욕망을 느끼지 못한 채 자라거나 영구불임이 될 수 있기에 징역형을 포함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간성 개인이 남성, 여성만이 아닌 다른 명칭에 중립 접두사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프라이드 먼스에서 미래전진당의 대표인 피타 림짜른랏이 동성결혼 합법화와 성소수자 권리 및 복지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이후 피타는 총리당선에 실패했고, 군부와 타협한 프아타이당의 집권과 보수적 군주제로 유지되는 태국 민주화의 갈 길이 아직 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업장과 거리에서, 집회와 시위로 민주주의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워 온 태국의 민주화 운동, 그 한 복판에서 가장 열심히 싸워온 페미니즘과 성소수자운동의 성과가 바로 간성운동을 이끈 원동력임은 부인할 수 없다. 시위 중 여성과 성소수자들은 군주제를 비판하는 동시에 태국사회의 가부장제를 규탄했다. 성고정관념, 불평등한 권력관계, 여성과 성소수자의 기본적 인권향유를 방해하는 태국 사회의 불의에 저항했다.
수많은 운동이 한데 모여 군주제개혁, 여성 및 성소수자 권리 확장 등 급진적해방을 위한 싸움을 지속했다. 이 때문에 태국의 성소수자 권리가 확장되었고, 간성이 법적 지위를 얻었으며, 부족하게나마 간성 수술 등의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운동의 주체들은 서로를 변화시키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을 것이다.
이것이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운동이 투쟁하고 저항하는 다른 운동과 만나야 하는 이유이며, 다양한 운동이 서로 함께 할 때만이 차별과 억압없는 근본적 사회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 Sasitorn Aksornwilai, 「Natakamon Siwasilp: intersex activist paving the way to greater awareness」, Prachatai, 2023. 06. 28.
- Sebastian Strangio, 「Report Shines Light on Thailand’s Women Protest Leaders」, The diplomat, 2021. 02. 04.
- Robin Vochelet, 「Thailand Kicks off Pride Month With Massive Parade in Bangkok」, The diplomat, 2023. 07. 06.
정리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