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보공개청구운동이 맞닥뜨린 거대한 벽
2023년 9월 17일
이 글은 치우예의 논평 「政府信息公開“天價”收費,進一步縮小中國社會維權空間」를 주요하게 참고 및 번역해 작성했다.
정보공개제도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자료를 열람·사본·복제 등 형태로 공개하거나, 자발적 또는 규정에 의해 정보를 배포 또는 공표하는 제도이다. 미국(1776년)과 프랑스(1789년) 혁명 이후 공공예산 회계나 언론자유에 대한 조항과 요건을 헌법 조항에 명시했던 것을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법제화됐지만, 그것이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이후로 내내 지속된 운동 때문이었다.
관료적 시스템에 맞서 시민들의 알 권리를 획득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 전제다.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관료통제를 확대해나가는 운동이고, 그 자체로 기본권 운동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정보공개청구 운동은 기나긴 여정을 거쳐오고 있는데, 여전히도 무수히 많은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그렇다면 권위주의적 독재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단순명쾌하게 전제되곤 하는 중국 대륙에서는 어떨까? 일반 시민들이 정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청할 수 있을까? 비용은 얼마일까? 규정에 따르면 2만 위안(365만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몇몇 시민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높은 정보공개청구 수수료가 부과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이를 통해 정보공개청구 운동의 오늘을 엿볼 수 있다.
2019년 개정된 「정부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政府信息公开条例)」에 따르면 정부 정보공개 청구에는 원칙적으로 수수료가 없다. 단, “정부 정보 건수, 빈도가 명백히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는 신청에 한해” 신청자가 정보처리 수수료를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데 「정부 정보공개 정보처리비용 관리 조치(政府信息公开信息处理费管理办法)」에 따르면 종이 및 전자파일 정보처리 수수료는 모두 정량화된 기준을 갖고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A4 용지 형식으로 30페이지, 100페이지, 200페이지를 경계로 구획을 나눠 30페이지 미만은 무료, 그 이상에 대해서는 구획마다 구분해 30~99페이지 사이는 페이지당 10위안, 100~199페이지는 페이지당 20위안, 200페이지 이상부터는 페이지당 40위안(7300원)의 구간 요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수수료'가 가능해졌다. 중국 정부는 이 수수료의 목적을 “정부 정보공개 청구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신청자가 합리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이 시행된 이래 15년 동안,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수수료 부과는 시민의 알 권리 보장과 “권리 남용 방지”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학계 전반이 인정하는 접근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사법부와 행정부는 대중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정보공개제도의 청원화(信息公开制度信访化)”라 부르는 경향을 억제하기 위해 점차 후자(권리 남용 방지)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가령 2008년과 2010년 중국에서는 쓰레기 분유 사건과 산둥성 유아 백신 사건이 터져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많은 피해 시민들과 변호사들이 정부를 향해 정보공개청구 운동 과 형사 고발 등 법률 대응을 펼쳤지만, 관료주의적인 방해에 좌절하기도 했다.
정보공개의 합리적 한도?
경제전문지 『화상보(华商报)』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푸젠(福建)성 푸톈(福田)시에 사는 천씨 가족은 같은 마을 주민들을 향한 강제철거와 이주 조치에 대해 불공정한 보상에 불만을 품고, 지방정부에 철거 및 이주에 대한 보상 및 재정착 기준과 수용된 사람(토지)의 측정 및 평가 상황, 보상 상황 등을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당국은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답변했지만, 천씨는 갑작스런 장벽을 맞닥뜨렸다. 천씨가 신청한 정보 자료의 양이 너무 많다(3,182페이지)는 이유로, 무려 121,980위안(2,230만원)의 수수료를 청구한 것이다. 평범한 시민일 뿐인 천씨는 이 돈을 지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료를 전자버전으로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전자자료일지라도 동일한 요금이 부과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퇴거 명령을 내린 행정당국의 청사를 방문해 정보를 열람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자료실에 방문해도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고, 수기로만 옮겨적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한국에서도 정보공개운동 과정에서 공개 거부나 복사 금지 등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조치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최근 검찰의 특활비 사용 문제에 있어서도 정보공개 요구는 시도때도 없이 가로막히고 있다.
“의도적으로 장벽을 세우려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천씨 가족은 정부의 ‘강제 철거’에 맞선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녀는 자신이 요청한 정부 자료를 ‘증거’로 사용하길 원한다. 결국 천씨는 정보공개청구 수수료를 모두 지불하기로 결심했지만, 눈물을 머금은 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송금할 은행 계좌를 물었더니, 결국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게 해주더군요.......”
산둥성 지난(济南)시 리청(历城)구에 사는 또 다른 청구자도 2년 전 토지수용과 철거보상 분쟁으로 인한 정보 공개 전쟁에 휘말렸었다. 현지의 ‘바오산(鲍山) 가도판사처(街道办事处, 중국 도시의 최말단 자치조직 또는 행정기구)는 종이 “천정부지로 비싼 수수료의 통지서”를 제시했다. 656명의 주민들이 서명한 동의서와 약 4,000페이지에 달하는 모든 정보공개 자료 사본 등의 수수료로 154,700위안(약2800만원)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만약 가도판사처가 기한 내에 업무를 수행하면, 이는 「정부 정보공개처리 수수료 관리에 관한 조치(政府信息公开信息处理费管理办法)」가 공식 시행될 때까지 지연되지 않을 것이다.
행정법에 관한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에는 두 가지 유형의 정부 정보공개가 있다. 하나는 ‘직권 공개’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공개’다. 한데 수수료는 후자에만 적용된다. 「정부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나 「국유지 주택 수용 및 보상 규정(国有土地上房屋征收与补偿条例)」에 따르면, 토지 수용, 농지·수자원 보호 공정의 건설·운영에 관한 정보는 정부가 직권으로 공개하는 정보 유형에 속하며, 이론적으 로 정보공개처리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부 당국은 「정부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의 소위 “합리적 범위”를 핑계로 내세운다. 앞서 언급한 바오산 가도판사처 행정소송에서 리청구청 측은 주민들의 주장이 철거 가구 수백 가구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고,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정보공개 여부를 묻는 것은 객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 건수가 보상 기준에 맞는 요청 건수를 초과한다면서, 단 여덞 가구의 철거 보상 관련 자료만 제공하겠다고 통보했다.
'최고 상한 가격'은 없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수수료 부과는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때 청구되는 행정 비용에는 물질적인 인건비 외에, 정보검색을 위한 인건비도 포함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2008년 처음 도입된 중국 정부의 정보공개 관련 규정은 행정기관이 검색·복사·우편발송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당초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는 수수료를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2019년 개정된 규정에서는 이 조항이 아예 삭제됐다.
2010년 국무원 판공실이 발표한 ‘청구에 의한 정부 정보공개 업무에 관한 지침’에는 행정기관이 청구자에게 제공하는 정부 정보는 현재 존재하는 정보이어야 하며, 일반적으로 행정기관은 그것을 요약·가공·재작성해선 안 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19년 개정된 규정에서도 공식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많은 국가들은 시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에 부과되는 수수료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정부는 일부 복잡한 신청서를 처리하는 데 드는 최대 수수료가 500유로(71만원)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중앙 및 지방 정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의 수수료 상한선은 각각 600파운드(99만원)와 450파운드(74만원)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일부 정부에서 천정부지의 정보공개청구 수수료는 정보공개청구를 중단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정보공개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저장성은 정보공개청구를 처리에 대해 총 71,851위안(1300만원)의 수수료를 징수했다. 2021년 저장성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수수료를 지불하지 못한 신청자는 45명이었는데, 이는 수수료를 지불한 인원의 60%를 넘는 숫자다. 2022년에 이르러 저장성은 정보공개청구 수수료 지불 통지서 발급수를 발표하지 않았는데, 수수료를 납부할 수 없어 정보공개 청구를 포기한 사람은 49명이었다.
시민권 운동을 위한 공간이 축소되다
1998년부터 중국은 공공을 위한 정보공개 관련 제도를 검토했고, 2003년 사스 전염병 발생과 원촨 대지진 직후인 2008년 5월 1일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면서 이를 가속화했다. 이런 결과로 2008년은 ‘중국 시민사회의 원년’으로 인식되고 있다. 당시 규정의 초안을 작성한 전문가들은 국민이 자신의 일에 주인이 될 수 있는 민주적 권리의 실현, 정부 투명성에 대한 WTO의 요구사항 충족, 부패의 근원적인 방지, 사회안정의 유지, 정부 업무관리 방식의 개혁 등 정부공개에 관한 정보 시스템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조례에 관한 봄바람이 불면서, ‘3대 공공지출’ 등 정부예산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시민 행동은 한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3~14년에 도달해서는 정보공개 행동주의의 클라이막스를 기록했다.
이 시기 여성주의 활동가들과 젠더다양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가들은 법률에 기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활동 양식을 보였다. 특히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치협상위원들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행동과 영향력 있는 소송들이 결합되어 정부와 부녀연합 조직의 성과를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광저우에 위치한 중산대학의 한 재학생은 교육부가 “동성애 혐오 교재” 통제 정책에 관한 정보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 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 국무원 판공청의 정보공개판공실 연구원들은 “일부 시민들은 정보공개청구를 정부의 공공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공공 담론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며, “이러한 사안은 정보공개제도의 정상적 적용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 정치학과 김지은 교수 등의 연구 논문 「열린 정부를 닫다 : 중국 개방형 정부 정보 규정의 풀뿌리 정책 전환과 그 여파(Closing Open Government: Grassroots Policy Conversion of China’s Open Government Information Regulation and Its Aftermath)」를 보면, 이즈음 중국 정부가 정보공개를 통한 법률 행동주의를 억압하게 되면서, 토지수용이나 철거, 강제이주 보상 분쟁 등에서 “슈퍼 소송인”이 대거 등장했다고 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공개 판결을 받은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들의 거의 절반은 (토지수용 대상인) 농민들이나 (강제이주 대상인) 도시민들이 제기한 소송이었다. 그 중 약 60%는 토지수용, 철거, 이주 보상과 관련된 소송이었고, 일개 가족이 제기한 소송이 300건에 육박했다. 정보공개를 청구한 ‘슈퍼 소송인’들 중 일부는 철거나 이주 보상 투쟁이라는 사적 이익을 넘어, 분노의 색채를 띠었고, 끈질겼다.
2015년 루훙샤(陆红霞)가 난퉁(南通)시 발전개혁위원회에 건 소송에서 법원은 처음으로 정부 정보에 대한 접근이 남용되고 있다고 판결해 소송을 기각했다. 2017년 쑨창룽(孙长荣)이 지린성 정부에 대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자문 행위는 정보 정보공개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와 같은 두 사건 이후, 정부의 정보공개 관련 행정소송들에서 소송인들이 패소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그 후 페미니스트 마후(马户)가 인터넷 관련 정보당국에 ‘페미니즘의 소리(女权之声)’ 웹사이트 폐쇄 조치의 근거와 조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한 건, 그리고 페미니스트 활동가 리차오추(李翘楚)가 인권변호사 쉬즈융(许志永)과 딩지아시(丁家喜)가 구금된 구치소의 식량 배급 기준과 예산 지출, 책임자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건의 경우에는 아직 답변이 없다. 지난해 중국 사회에서 대중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동안 '쇠사슬녀(铁链女)'의 경우, 활동가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려 시도했지만, 빠르게 무마됐다.
앞서 언급한 김지은 교수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기층에서의 정책 변화 과정에서 관료 시스템에 반발해 나타난 움직임들은 10여 년 동안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관료적인 규칙의 무수한 변화들과 마찬가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통한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들어 우리는 각국에서 권위주의 권력들이 어떻게 부상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다. 한데 이는 주지하다시피 중국=권위주의, 미국=자유민주주의로 요약될 수 없다. ‘신냉전’이라 불리는 국가 간 경쟁 구도 속에서 민주주의에 가하는 권위주의적 억압은 진영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정부’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동들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니 시민사회와 사회운동, 좌파가 친미냐 친중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것은 어느 쪽에서든 지지할 수 없는 주장이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옹호해야 하는 사회운동은 일관되게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참고 자료
- 丘也, 「政府信息公开“天价”收费,进一步缩小中国社会维权空间 」, 端傳媒, 2023. 9. 11.
- 张熙, 「专访政治学者明克胜:四十年改革时代终结,中国将何去何从?」, 端傳媒, 2018. 10. 15.
- 卷土, 「暴力镇压与健康码赋红:经济下行期的维权抗争能否突破国家的管控?」, 端傳媒, 2022. 8. 17.
- 江雪, 「疫情阴云时的人权律师:新一轮抓捕与新一轮逃亡」, 端傳媒, 2020. 2. 13.
- 「'국회 세금도둑 추적 2020'...국회예산 이렇게 샜다」, 뉴스타파, 2020. 6. 3.
- 이지혜, 「‘눈 가리고 아웅 금지’…국민의 알 권리 손 들어준 법원」, 한겨레, 2023. 9. 10.
- Jieun Kim, Rachel E. Stern, Benjamin L. Liebman and Xiaohan Wu, 「Closing Open Government: Grassroots Policy Conversion of China’s Open Government Information Regulation and Its Aftermath」,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2021.
정리 : 홍명교
교열 : 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