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지도 빼앗기지도 않는 평등한 땅!’ 2023 반빈곤연대활동 회원 후기
2023년 7월 19일
6/27(화)~29(목) 3일간 진행된 2023 반빈곤연대활동(이하 빈활)에 많은 청년·학생들이 참여했다. 함께한 활동들과 플랫폼C 청년·학생 회원들의 후기를 전한다.
2023 빈활의 이름은 '뺏기도 빼앗기지도 않는 평등한 땅'이다. 최소한의 삶 의 자리마저 빼앗긴 이들과 연대하며, 이윤이 아닌 사람을 위한 집을 요구 하기 위함이다. 빈활에서 마주한 다양한 빈곤 문제를 당사자와 함께 알려내고, 모두의 주거권을 위한 새로운 세상의 규칙을 요구하고 뺏지도, 빼앗기지도 말고, 이 도시에 더 많은 평등한 땅을 요구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빈활 1일차
첫날은 용산역에서 집결하여 용산 다크투어 참여했다. 용산 다크투어는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용산정비창 개발의 대안적 미래를 상상하는 시민참여 투어이다. 플랫폼C에서도 월례포럼으로 용산 다크투어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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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광장에 공공철도역사의 민자화 문제, 용산역 구름다리와 홈리스 텐트촌에서는 홈리스 주거권, 용산 정비창 정문에서는 정비창 개발 문제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정비창이 잘 보이는 이촌 고가교에서는 투명 용지에 펜으로 각자가 상상하는 용산 정비창 개발의 공공성이 실현된 미래를 그려보며 상상해볼 수 있었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는 과잉 진압으로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과 철거 용역들에 분노하기도 했다.
다크투어 후 반빈곤운동의 거점인 아랫마을에서 점심 식사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후 부천 소사로 향했다. 소사3구역은 재개발 지역으로, 경기도 부천시 소사동 48-21일대를 개발하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부천시청이 사업인허가권자이며 대림·롯데건설이 시공사이다. 총 1,649세대를 건설하는데, 분양 1,517세대(조합원 분양 610, 일반 분양 897)를 공급하고, 임대 아파트는 고작 132세대(8%)만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살던 주민들의 생존권과 주거권은 무시된 채 사업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소사3구역은 재개발 사업의 하나인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되는데 이는 주택 뿐만 아니라 상업시설의 비율이 높은 곳에서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즉, 주거 세입자 뿐 아니라 상가 세입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는 의미다.
전국철거민연합(이하 전철연)의 김소연 조직국장, 소사 철거민대책위(이하 철대위)의 위원장의 설명과 함께 소사 답사가 이어졌다.
답사에 다녀온 후에는 전철연 남경남 의장의 강연을 듣고, 빈활 기획단이 직접 만든 식사를 했다.
첫날 밤은 평등 약속 나누기부터 조별 소개, 민중가요 배우기까지 활기 넘쳤고, 부동산과 주거권에 관한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활동가의 강연으로 마무리되었다.
빈활 2일차
소사3구역의 교회와 통신사 대리점에서 자고 일어난 빈활단들은 소사 철대위와 조별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철거 예정인 상가에서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등 철대위 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조별로 이야기 나누었던 것을 다함께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철거 예정 상가인 '일하는 여성! 인력 사무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멋진 인력 사무소의 이름에 빈활단들의 환호가 있기도 했다.
마지막날 집회를 위해 조별로 모여 식사 전에 선전 기획을 하기도 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동자동 쪽방촌에 방문하여 홈리스와 쪽방촌에 관련한 강연을 듣고,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쪽방촌 마을을 답사하며 동자동 사랑방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마을 청소를 함께 했다.
다시 소사로 돌아와서는 <파크데일 이야기>, <아현 포차>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아현포차> 김은석 감독과의 GV가 이어졌다. 아현 포차의 잔인한철거 현장에 모두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빈활 3일차
빈활단은 아침부터 현수막과 피켓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빈활의 마지막 날은 하이라이트인 부천시청 앞 집회 및 행진이 있는 날이었다. 3일 간의 빈활에서 느낀 것들을 정리하여 본격적인 요구와 연대의 시간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민원 투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각 조에서 3일 간 열심히 준비한 선전 기획은 대신 해단식 때 선보일 수 있었다.
3일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종합 토론 시간을 가진 후, 부천시청으로 이동하여 민원투쟁을 전개했다. 선주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폭압적으로 진행되는 소사 지역의 재개발을 규탄하는 민원을 부천시청 종합민원실에 접수했다.
이어지는 빈활의 마지막 활동 해단식에서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 타 지역 철대위, 홈리스 야학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술과 음식을 즐기며 발언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플랫폼C 회원 후기
빈활에 참여한 플랫폼C 청년·학생들의 후기를 전한다.
현빈
책과 강의로만 들었을 땐 추상적이고 와닿지 않았던 ‘빈곤’이, 철거민과 쪽방촌 주민들과의 연대를 통해 훨씬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철거민분들이 겪은 ‘철거’에 대한 경험을 직접 보고 들음으로써 도시의 공간이 누구의 이익에 맞춰 설계되고, 사유화되고, 누가 강제로 추방되는지 깨달았습니다. 철거민과 주택조합 뒤에 숨어있는 국가와 건설사에 맞서 모두가 강제추방되지 않고 살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습니다. 빈활단과 철거민, 쪽방촌 주민들이 마을잔치에서 하나되는 모습을 보며 연대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반빈곤연대활동은 사회에서 은폐되는 경험들을 제게 각인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해주었기에 귀중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에 노출되어 함께 고민할 수 있길 빕니다.
경희
내가 왜 연대를 하는지, 왜 사회운동을 하는지 누군가 물어보면 멋있는 말로 꾸며내기가 참 힘듭니다. 아직도 멋진 말 로 활동의 이유를 포장해내는 것은 어렵지만 빈활처럼 주변 또래 청년들, 학생들과 함께 연대하는 경험은 참 소중합니다. 2박 3일의 빈활은 연대했던 경험으로만 남을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연대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합리한 일들을 직접 목격하고, 당사자 주체들을 직접 만나면서 책상에서 벗어나 실천 활동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앞으로 저도 빈활처럼 더 많이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접하고 실천하며 연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게 제가 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김원
2박 3일동안 빈활에 참가하면서 추상적으로만 이해하던 빈곤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니 많은 게 느껴젔습니다. 용산 다크투어를 통해서는 공간의 공공성을 집어사키는 개발자본의 문제점에 대해, 소사구 재개발구역의 자영업자들,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약자들을 따돌리지 않는 도시생활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언론은 철거민과 홈리스들의 사연에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그분들과 연대하며 대안적 도시계획을 꿈꾸는 사회운동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송수민
'내 집 마련'이 당연함이 아닌 꿈이 되어버린 사회의 최전선에는 강제철거를 당하고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스로 가꿔온 삶의 터전에서 계속 일하고 살아갈 권리, 그리고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건 강하게 살 권리를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뼘 뒤에는 동물원과 도축장 말고는 살아갈 자리가 없는 동물들이 있었고, 난개발로 쓰러져가는 식물들이 있었다. 존재의 근간이자 가장 일차적인 생명의 발현인 몸뚱이를 의탁할 공간조차 생명권이 아닌 소비력을 보고 제공하는 이 사회에서,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세림
우리가 연결되고 있다는 연대의 감각을 활동에서 느낍니다. 2박 3일 간의 빈활 또한 그런 연대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홈리스를 배제하는 도시를 이전과는 다르게 걸어보고, 재개발 현장을 지키려는 철거민의 목소리를 듣고, 동자동 주민의 입체적인 삶을 들여다보면서 빈곤은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임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대의 의미를 묻던 빈활 동지들과 저희를 기꺼이 환대해주신 불법'된' 시민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혜
처음 간 빈활에서 자본과 공권력이 함께 밀어부치는 재개발과 철거의 폭력에 맞선 투쟁의 현장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결사반대‘라고 처음 피켓에 써보았는데요, 일터이자 삶터, 그리고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말 그대로 결사의 투쟁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또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는걸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사3구역 철대위, 동자동쪽방촌의 동지들과 함께한 해단식 현장은 연대의 현장에 흥과 눈물이 뜨겁게 뒤섞여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뺏지도 빼앗기지도 않는 평등한 땅! 인권으로서의 집을 위해 더 많이 저항하고 요구하며 연대할 때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빈활에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
정리 :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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