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 홈리스들이 그들을 위협하는 바리케이드에 저항하다
2023년 7월 16일
지난 2월부터 홍콩의 홈리스들은 임시 거주지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만 했다. 홈리스들이 주로 거주하는 거리에 홍콩 정부가 바리케이드를 쳤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내쫓긴 홈리스들에게는 임시 거주지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7월 10일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5명의 홈리스들이 비영리인권단체 SoCO(Society for Community Organization)가 주최한 청원에 참여했다. 홈리스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전에 진행된 이 청원에 다섯 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청원을 받기도 했다. 당일 경찰관들은 청원인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법에 따르면 50인 미만의 공개 집회나 30인 미만의 행진에 대해서는 경찰에 통보할 필요가 없다.
청원에 참여한 홈리스들은 2월부터 침사추이, 몽콕, 타이콕수이, 요르단의 터널과 육교 등 그들이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장소들이 정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로 인해 차단되어 쫓겨났다고 말했다. 68세의 아밍은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해 노숙을 시작했다. 약 3개월 전 정부가 터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 전까지 타이콕수이의 체리 스트리트 터널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이제 월세 4천 달러(홍콩달러로 약 65만원)을 내고 쪽방에 가까운 호스텔의 작은 방을 빌려 살아야 한다. 그가 정부에서 받는 사회 보장 지원 수당은 월 2,475달러로 임대료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다른 홈리스 육쿠엔은 “바리케이드는 홈리스들에게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말한다. 바리케이드가 홈리스들을 쫓아낼 뿐만 아니라 홈리스에 대한 차별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는 것이다.
홈리스들이 주로 거주하는 침사추이의 솔즈베리 로드 보행자 터널에도 현재 강철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터널의 절반을 막고 있다. 내무부는 그 터널은 보행 시설이고, 위생(쥐나 바퀴벌레), 보안 및 화재 위험 뿐 아니라 대중 통행에 방해된 물건들에 대한 민원들이 접수되었기 때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고 말한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 전 ‘누적된 물건’을 제거하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고는 하지만 그곳에 주거하는 홈리스들은 그 물건들을 치우려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마땅한 대책 없이 그곳을 떠나라는 명령은 홈리스들을 다시 다른 거리로 내몰거나 더 나쁜 상황에 빠트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잘 알려져 있듯이, 홍콩의 집값은 세계적인 기준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제공공정책자문기구 데모그라피아(Demographia)의 ‘2023년 국제 주택가격조사(2023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 Survey)’에 따르면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8.8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 바로 홍콩이다.홍콩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월 2만달러 (약 325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이는 가구당 평균소득의 70퍼센트 이상이다. 하지만 미사용 토지의 가용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더 많은 공공 주택을 짓거나 임대료를 줄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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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홈리스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홈리스 보호소 규모는 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홍콩 사회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에 595명이었던 홈리스가 2022년까지 1,582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정부 지원 비정부기구가 제공하는 쉼터는 2013년 202곳에서 2023년에는 228곳으로 고작 12.8% 증가했다. 이 중 단 30곳만이 여성들을 위해 할당되었다.
2020년 홍콩에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가 한 편 있다. 제 40회 홍콩 영화 금상장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에 후보로 올랐으며 58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각색상을 받기도 했던 <탁수표류(濁水漂流 ,Drifting)>다. 홍콩의 가장 빈곤한 지역인 삼수이포 지역의 노숙인들이 겪는 사건을 다루었다. 마약중독자, 약물재활자, 정치적 난민, 베트남 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삼수이포 육교에서 살아간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는데, 2012년 2월 15일 정부로부터 무경고 퇴거를 당한 홈리스들의 이야기가 그 배경이다. 당시 정부는 예고 없이 퉁저우 거리 육교 바닥을 청소하고 홈리스들의 살림살이를 쓰레기처럼 치워버렸다. 당시 홈리스들은 집단으로 정부를 고발했다. 소송은 9개월 동안 진행되었으며 결국 홈리스들은 2천 달러 씩 배상받았다. 영화 속 오진우가 연기한 주인공 약물 재활자 ‘휘 형’은 정부 배상을 위해 법정에도 출석하며 최선을 다한다. 설사 배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정부의 사과만은 받아내리라고 다짐하며 존엄성을 지키고자 한다.
2017년 3월에는 서구룡 고가도로 아래에 살던 한 홈리스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음식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해, 주변에서 기거하던 사람들의 생활용품들이 거의 다 불에 타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이들 은 성한 물품을 챙겨 살 곳을 찾아 인근 삼수이포 지역의 퉁차우 거리 공원으로 이동했다. 공원에는 바로 “공원에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그것들은 위생에 영향을 미치고 공공시설의 사용을 방해합니다. 3월 11일 이전에 모든 품목을 정리하지 않으면 강제로 처리하겠습니다.” 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에 12명의 홈리스들은 창사완 정부 청사에서 시위를 벌이며 강제 퇴거에 대해 규탄했다.
2019년 12월 같은 공원에서 정부당국이 '청소 및 범죄 방지 작업' 을 핑계로 홈리스들의 침구, 옷 및 기타 개인 소지품을 버린 사건도 있 었다. 이에 홈리스들은 당국에 2,000~13,290 달러를 배상하라고 요구했지만 101.1달러를 배상받는 것에 그쳤으며,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 코로나 기간에는 정부가 대부분의 장소에 출입할 때 공식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여 QR코드를 찍도록 강제하면서, 스마트폰을 살 여유가 없는 홈리스들의 이동권이 침해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홈리스들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통제와 퇴거 사건은 수없이 일어났다. 거리 홈리스 뿐 아니라 24시간 운영되는 홍콩의 맥도날드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맥슬리퍼(McSleepers:맥도날드 매장에서 자는 사람) 혹은 맥레퓨지(McRefugees: 맥도날드 매장의 난민)라고 불린다. 거리 홈리스에 비해 맥슬리퍼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데, 그 당사자 중 한 명은 맥도날드에 머무르는 이유에 대해 치안 걱정이 없으며, 깨끗하고 시원한 에어컨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홈리스 쉼터에서의 체류 기간이 만료된 후 맥도날드 매장들을 전전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 홈리스들은 쉼터에서 괴롭힘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여러 민간자선단체에서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고 있있다. 홈리스 권익을 위해 싸우는 비영리 인권 단체들은 여성 홈리스들을 위한 쉼터를 늘리고, 사용하지 않는 공공시설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개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홍콩에는 공공주택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주택 신청자들은 평균 5.3년을 기다리며 미혼 1인 가구의 경우에는 거의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홈리스들에 대한 단순 시혜적 지원을 넘어 이들의 존엄을 인정하고 강제 퇴거에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각각의 퇴거에 대한 보상금 요구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 없다. 홈리스 상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서 기인하며, 게으름, 무능 등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주거 빈곤 상태를 만들고 내는 체제에 맞선 대중들의 조직된 힘이 결국 홍콩 사회를 바꿀 동력이 될 것이다.🏞️
글 : 이경희
교열 : 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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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Barricades are invisible killers for the homeless’: NGO urges Hong Kong to offer more support to disadvantaged, Irene Chan, HKFP, 2023.7.11
- Activists demand long-term policy for homeless people and halt to ‘meaningless’ evictions in Sham Shui Po, Holmes Chan, HKFP, 2020.5.31
- 《濁水漂流》:自焚的火光中有縷永不消散的煙, 黃創筠, Hong Kong Film Critics Society, 2021.6.10
- Coronavirus puts Hong Kong’s ‘McRefugees’ back on streets, AFP, HKFP, 2020.4.6
- Homeless in Hong Kong: a cycle of despair for evicted street sleepers with few places to go but back to the streets, Andrew McCormickand Alex S Lin, SCMP, 2018.7.29
- Why so many people sleep in McDonald’s in Hong Kong, Jessie Yeung, CNN, 2018.8.7
- Housing, shelters or nothing at all? Hong Kong’s homeless face non-existent choices, Elson Tong, 2017.3.12